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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땅에 홀리다 - 문인들이 사랑한 최고의 문학여행
김연수 외 지음 / 마음의숲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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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책을 읽기 전에 어떤 책인지 마구마구 조사해서 ‘이 책은 이런 내용이겠구나’하고 어느 정도 판단을 내린 다음에 책을 읽기 시작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어느 정도의 기댓값을 가지고 읽기 시작하게 되더군요. 그러다 우연히 ‘고백’이라는 책을 읽게 됐습니다. 동생이 ‘재밌다’는 한마디와 함께 던져준(?) 책을 아무 기대없이 읽었습니다. 재밌더군요.

 

책을 다 읽은 다음에 인터넷서점에서 검색해봤더니 ‘아주 재밌다’는 서평이 대부분인데 가끔 ‘기대에 못 미친다’는 글도 보였습니다. 내가 만약 그 책에 대한 정보를 미리 알고, 높은 기댓값을 가지고 읽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보니 ‘모르고 읽은 게 다행’이라는 답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요즘 가끔 아무것도 모른 채 책을 펼치곤 합니다.

 

이 책도 그랬습니다. “문인들이 사랑한 최고의 문학여행, 낯선 땅에 홀리다”라는 제목과 띠지에 숨어있던 ‘김연수, 김중혁, 나희덕, 박성원, 성석제, 신이현, 신현림, 정끝별, 정미경, 함성호, 함정임’ 11명의 이름 말고는 책에 대한 내용을 아무것도 알지 않은 채 첫장을 넘겼습니다.

 

 

 

 

제일 앞에 있는 김연수 작가님의 ‘근검절약하는 서민들의 도시, 리스본의 추억’을 즐겁게 읽었습니다. 어떤 문장은 지은이가 생각하는 내용을 엿듣는 것처럼 재밌고, 어떤 글은 내가 직접 겪은 일인 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졌습니다. 특히 작가가 『'내가-지금-어디에-있는-것인지-절대로-알지-못한다.'라는 여행자가 맞닥뜨릴 수 있는 가장 난처한 상황에 이르렀을 때』의 상황이 길눈이 어두운 저에겐 남의 일 같지가 않았습니다. 내려온 길을 되짚어 올라간 작가처럼 저도 똑같이 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슬며시 웃음을 지었습니다.

 

‘근검절약하는 서민들의 도시, 리스본의 추억’을 무척 재밌게 읽어서 작가소개 글에 있는 작품을 다시 봤습니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이라는 소설이 바로 눈에 들어옵니다.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제목은 많이 들어본 작품입니다. 그러고 보니 <대책 없이 해피엔딩>과 <밤은 노래한다>도 낯설지 않네요.

 

성석제 님의 ‘라오스의 보물’도 좋았습니다. 글을 읽다보니 집과 직장을 바쁘게 오가며 쫒기 듯 하루하루를 보내는 중에 무언가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고 산 것 같다는 흐린 불안감이 들었습니다. 제일 공감한 내용을 한 문단만 옮겨 보겠습니다.

 

『어떤 외국인이 라오스 사람에게 말했다. “부지런히 일을 해서 돈을 많이 벌어. 많이 벌라고.” 라오스 사람이 반문했다. “돈을 벌면 뭘 하지?” “나처럼 여행도 하고 친구도 사귀고 마음에 맞는 사람들끼리 재미있게 놀고 맛있는 것도 먹고 할 수 있지.” “그거? 지금도 하고 있는데?”이러한 낙천성이 라오스의 보물이다.』 -본문 127쪽

 

외국을 여행한 글을 몇 편 읽다가 제주도에 관한 글이 두 편이나 있어서 반가웠습니다. 박성원 님의 ‘제주, 익숙하지만 낯선’과 정끝별 님의 ‘세상에서 제일 낮은 어깨로 감싸 주던 서귀포의 돌담’입니다. 익숙한 듯 낯설고 낯선 듯 익숙한 제주도를 내가 전혀 생각 못했던 시각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신현림 님의 ‘어린 딸과 무작정 일본 문화 탐방’은 책을 읽느라 잊고 있던 일본 대지진과 지진해일, 원전 폭발, 방사능 물질 유출의 위기감을 다시 기억나게 했습니다. 앞으로 당분간은 도쿄를 방문하는 게 힘들어질 것 같은 상황이라서, 어린 딸과 미리 ‘일본 문화 탐방’을 다녀오신 작가님이 살짝 부럽더군요.

 

마지막으로 ‘근검절약하는 서민들의 도시, 리스본의 추억’에서 팍팍 공감했던 글을 적어봅니다.

 

『예약하든 예약하지 않든 배낭여행자에게 숙소는 한 가지 의미뿐이다. 침대 하나. 예약했다면 숙소를 찾다가 지친 나머지 거기 침대 하나만 있다고 해도 만족한다. 만약 예약하지 않았다면 거기서 짐을 들고 다시 내려가 다른 곳을 찾는 게 여간 끔찍하지 않아서 그냥 침대 하나에 만족한다.』 -본문 23쪽

 

그리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프놈펜에 가면 꼭 ‘두리안’을 먹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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