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 아스파라거스 스토킹 - 잡초를 요리하다
유엘 기번스 지음, 이순우 옮김 / 시골생활(도솔) / 201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릴 때는 봄이 오면 과일칼이랑 소쿠리를 들고 들로 나가
3~4cm쯤 되는 어린 쑥을 캐곤 했었습니다.
두어 시간 캐어도 쑥은 한주먹 정도 밖에 되지 않았지만,
쑥을 캐는 즐거움은 한 광주리 가득 차고 넘쳤습니다.
그 쑥으로 만든 쑥버무리는 향긋한 보너스였지요.
책을 읽다 보니 잊고 있던 기억이 하나씩 떠올라 마음이 포근해졌습니다.

처음에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차례에서 본 ‘미국자리공 피클’ 때문이었습니다.
이웃집의 낮은 담벼락 밑에서 자라던 미국자리공은 키가 엄청 크고,
줄기는 비트뿌리 처럼 붉은 보라색이고, 초록빛이던 열매가 익으면 검붉어져서
왠지 만지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을 주던 녀석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무시무시한(?) 녀석으로 피클을 만들다니,
책에서 또 어떤 다른 잡초가 채소로 변신할 지 기대가 되더군요.

책이 도착하자 제일 먼저 ‘미국자리공’을 찾아서 읽었습니다.
작가는 “미국자리공이 아마도 미국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채소일 것”
이라고 글을 시작하더군요. 봄에 나는 새순과 잎을 요리해서 먹는다고 합니다.
그냥 ‘독이 있는 키가 큰 풀’이기만 한 건 아닌 모양입니다.
독이 있는 부분은 지은이가 친절하게 알려줍니다.

책 말미에 족두리풀에 대한 내용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을 소개합니다.
저 같은 방귀쟁이에게 필요한 내용입니다.

과일이나 콩, 또는 어떤 음식을 먹고 방귀가 나오려고 하면 족두리풀 뿌리 절임을 몇 조각 씹으면 해결된다. 족두리풀 시럽 한 숟가락을 물 한 잔에 타서 마셔도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 족두리풀을 우리 한방에서는 세신(細辛)이라고 한다. 따뜻한 성질을 가지고 있지만, 맵고 몹시 쓰며 독이 있다. -

족두리풀에 대해 더 알고 싶어서 검색을 해봤더니
사진 몇 장이랑 특징, 수확하기 등이 나옵니다.
‘뿌리에 독이 있다’는 내용이 여기에도 있네요.
역시 한 번에 배부르게 먹을 만한 녀석은 아닌 모양입니다.

특징 : 여러해살이풀로서 땅속줄기는 마디와 수염뿌리가 많고 매운 맛이 있다. 잎은 밑동에서 2개가 나온다. 잎몸은 염통꼴이고 폭 5~10cm로서 잎 가장자리는 밋밋하다. 잎 뒷면은 털이 있다. (중략) 열매는 8~9월에 익고 씨는 20개 정도가 들어있다. 우리나라 전국 각지의산지 숲속 그늘에서 자라는 식물이다.

수확하기 : 열매가 성숙한 여름이나 이른 가을에 수확 후 음건한다.



‘오디’ 부분을 읽다보니 작년에 오디를 한 팩 샀다가 버렸던 기억이 났습니다.
옥상에 작은 뽕나무가 한 그루 있어서 해마다 봄이면 조그맣고 달콤한
오디를 딸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작년에는 옥상 방수공사를 하느라
제대로 관리를 못해서 막 여물기 시작한 오디가 다 떨어져 버렸습니다.
그래서 시장에서 큼직한 오디를 한 봉지 샀습니다.
그 맛이란, 어우, 아무 맛도 안 나더군요. 그냥 오디 냄새만 좀 맡았습니다.
사먹는 오디와 따먹는 오디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더군요.

산딸기도 비슷한 기억이 있습니다.
어릴 때, 시기가 확실하지는 않지만, 모내기가 끝날 때쯤이면
길가나 개울가, 밭둑에서 빨갛게 익은 산딸기를 따먹곤 했습니다.
달콤한 맛과 짙은 산딸기 냄새는 거의 감동이었지요.
마트에서 파는 산딸기라 불리는 녀석은 맛도 없고 향도 없이
모양만 산딸기보다 예쁘게 생겼더군요.
(산삼과 인삼의 차이라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답니다.^^)

그래서 지은이가 “씨를 뿌리지 않은 곳에서 수확하는 것”의 즐거움을
책으로 나누려는 마음이 이해됩니다.
책에는 우리나라에 없는 야생채소나 나무도 더러 있고
요리법이 낯설어서 아쉽기도 합니다. 그래도 책을 읽다보니,
‘주위에서 먹을 수 있는 풀을 찾아보는 것도 재밌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에 약수터에 갈 때는 산길을 조금 천천히 걸어야겠습니다.
길가에 나 있는 풀들을 살펴보고 싶으니까요.
그리고 내년 봄에는 아이와 함께,
약수터 옆에서 자라고 있는 산딸기를 좀 따야겠습니다.
아이에게도 산딸기를 딴 기억이 달콤한 추억으로 남겠지요.
왠지 행복한 기분을 주는 “야생 아스파라거스 스토킹”입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잘잘라 2010-10-13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졸리는 구영탄님, 여자사람이었어요?
이 리뷰는, 남자사람은 절대 쓸 수 없는 그런 리뷰쟎아요?
그렇다면 '졸리는 구영탄'은? 여자사람은 쓰기 쉽지않은 닉넴이고요.

졸리는 구영탄 2010-10-14 17:37   좋아요 0 | URL
아, 저 여자사람 맞습니다.ㅎㅎㅎ
만날 졸리는 눈을 하고있다보니 고등학교 때 친구들이 붙여준 별명인데
아직도 쓰고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