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중심에 너 홀로 서라 - 내 생에 꼭 한번 봐야 할 책, 개정판
랄프 왈도 에머슨 지음, 강형심 옮김 / 씽크뱅크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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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회와 조직의 일원으로서 주체적으로 살기보다 눈칫밥을 먹으며 타성에 젖은 삶. 자존감을 채우고 한 번쯤 내 목소리를 내고 싶다. 임제선사는 "수처작주(隨處作主) 입처개진(立處皆眞)"이라 하여 스스로 주인된 삶을 강조했다. 아들러 '용기의 심리학' 관련서가 대한민국 독자에게 각광을 받는 맥락도 마찬가지다. <세상의 중심에 너 홀로 서라>는 제목이 독자의 눈길을 끈다.


책은 랄프 왈도 에머슨의 수필이다. 에머슨은 19세기 미국의 작가, 사상가로 하버드대학 신학부를 졸업하여 목회의 길을 걸었으나, 기존의 교회와 반목하여 미국의 독자적인 근대철학인 초월주의 운동에 주력한다. 이성주의적 관념론에 기반한 사상개혁운동으로, 당시 미국의 사상,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종교적 아집과 형식주의를 비판하고, 직관과 개인의 역량을 강조하였다. 그의 사상을 담은 여러 저서를 남겼고, 이 책은 그중 하나다. 원제는 <Self- Reliance>로 직역하면 '자기신뢰' 혹은 '자기의지'다. 일설에는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성경> 다음으로 애독한 책이라고 한다.


저자는 타성과 관습에서 벗어나 주체적이고 본성에 따르는 삶을 강조한다. "유일하게 옳은 것은 나의 마음이 본성의 성전에 세운 법률에 따른 것이며, 유일하게 그릇된 것은 그에 반하는 것이다." (p.26) "당신의 진실한 행동은 그 자체로 설명될 것이며, 다른 진실한 행동들까지 설명해줄 것이다. 반면에 당신의 순응은 아무것도 설명해주지 않는다." (p.48) "단독으로 행동하라!"(p.49)


이는 니체의 '강자의 도덕', 마키아벨리의 '비르투(virtu)'를 연상시킨다. "행운의 비밀은 우리 손안에 있다. 신과 인간에게 언제나 환영받는 것은 바로 스스로 돕는 인간이다.""조로아스터는 말했다. "굴하지 않는 인간에게는 축복받은 불멸의 신이 스쳐갈 것이다." (p.98)

그러나 사회가 문명화, 조직화할수록 인간의 본성, 개인적 힘과 능력은 퇴화된다. "우리의 종교, 교육, 예술이 먼 곳만 내다보듯이 우리 사회의 정신도 마찬가지다. 모든 인간은 사회의 발전을 자랑하지만 정작 어떤 인간도 발전하지 않는다." (p.111) "문명화된 인간은 마차를 만들었지만 대신 발의 용도를 잃었다." (p.113)


결국, 인간은 주체적이고, 창조적이며, 끊임없이 자기계발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에머슨은 라이프니츠의 예정조화 - 우주의 존재는 조화에 따라 창조되어 정해진 대로 상호작용한다는 세계관 - 와 신플라톤 이데아론의 영향을 받았다. 인간의 조화로운 본성을 계발하여 이데아적 진리를 추구해야 한다. 제3장 '나의 사랑'에서, 사랑의 대상이 가진 개별적 매력에서 나아가 "우리는 성性과 사랑과 차별을 모르는 사랑, 어디를 가든 덕과 지혜를 추구하는 사랑을 훈련해야 한다. 우리는 본래 관찰자이며 따라서 학습자이다. 우리는 영원한 학생이다."(p.177)라고 천명한다. 플라톤의 <향연>이 떠오른다.


<세상의 중심에 너 홀로 서라>는 독자에 따라 자기계발서, 혹은 19세기 미국 발전의 사상적 기반이 되었던 초월주의 철학 수필집으로 다가갈 것이다. 핵심은 스스로 의지처가 되는 능동적인 삶, 본성을 함양하고 주체적으로 진리를 추구하는 태도다. "사람들은 실제의 삶이 그렇지 않을 때에도 그 자신의 인생을 쓸모없고 볼썽사납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그 자신의 경험에서는 실수의 얼룩만을 찾아내면서 다른 사람의 경험은 대단하고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p.134)라고 한다. 책을 통해 자기 신뢰의 힘을 깨닫고 자신의 길을 한 걸음씩 걸어나가길 바란다.

"유일하게 옳은 것은 나의 마음이 본성의 성전에 세운 법률에 따른 것이며, 유일하게 그릇된 것은 그에 반하는 것이다."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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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세 애착 육아의 기적
이보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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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결코 부모를 좌절시키거나 낙담하게 하려고 쓰인 것이 아니다. 또한 자신이 부모에게 찾아가서 날 왜 이렇게 키웠냐며 싸우고 원망하라고 부추기려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좋은 면뿐 아니라 부정적인 부분을 온전히 인정하고 자신의 부모 역시 약한 사람이었음을 받아들여 용서해 주라고, 그리고 이제라도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며 누군가에 의해 잘못 길들여진 부분을 바꿔보라고 격려해주는 책이다." (p.6)

생명체의 발달 과정에는 임계기가 있다. 임계기란, 뇌발달에서 특정 기능을 다루는 신경회로망이 집중적으로 형성되는 시기로, 이떄 적절한 자극을 주면 행동, 감각을 학습하는 데 유리하지만 시기를 놓치면 발달에 지장을 초래한다. 감각, 인격의 여러 요소 등에 대하여 다양한 임계기가 존재한다.

0 세부터 3 세까지는 아이의 감각, 인격 발달에 중요한 임계기로, 부모와의 애착 관계 속에서 다양한 감각과 자존감, 사회성, 자기조절능력, 그리고 3~5세까지 내적 작동 모델(internal working model, 자아와 타인에 대한 정신적 표상) 등이 주로 형성된다. 이 시기에 부모와 부적절한 애착관계를 형성하거나 혹은 학대를 경험하는 경우, 성인이 되어서도 자신의 삶과 사회적 관계에 지장을 초래한다. 나아가 '대물림의 악순환'을 일으켜 피해자에서 가해자 부모가 되어 자녀에게 부정적인 영향이나 학대를 일삼을 가능성이 크다. 셀마 프레이머그는 이를 '요람의 유령' (p.226)으로 표현했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동안 낳을 수 있는 평균 자녀수)는 1.24명으로 OECD 기준 꼴지를 기록했다. 핵가족화와 함께 한두 자녀 가정이 보편화되고 있다. 육아 경험은 부족해지는데 부모의 역할은 더욱 증대된 것이다.  인터넷 정보와 각종 육아서적이 많지만 사전에 철저한 임신 계획과 지식 없이 육아를 하게 되면 시행착오를 겪을 수 밖에 없는데, 많은 연구 결과는 0~5세 사이에 아이의 평생을 좌우할 발달 과정이 이우러진다고 하니, 부모로서는 큰 일이다. 과연 올바른 애착관계를 맺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엄마와 아이의 내적 작동 모델이 60~70% 일치한다. 엄마가 정서적으로 건강해야 아이가 올바로 자라난다는 방증이다. 책은 애착에 관한 어른의 심리상태를 자율형, 배척형, 집착형, 미해결형으로 분류한다. 그중 자율형이 성숙한 애착 성향이다. 그러나 부모도 아프다. 배척형, 집착형, 미해결형은 그 자체로 부모의 부모가 어떻게 잘못된 애착 관계를 맺어왔고, 그로 인해 어떤 결핍된 삶을 살아왔으며, 아이에게 어떻게 '대물림의 악순환'을 유발하는지를 나타내는 행태적 지표다. 육아서적이지만 부모의 아픔을 치유하고 성찰하는 내용이 상당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그 자체가 '잘못된 애착의 대물림을 끊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아이는 부모와의 애착 관계에 따라 대표적으로 메리 에인스워스의 '낯선 상황 절차' 실험의 4가지 분류인 안정 애착, 불안정-회피적 애착, 불안정-저항적 애착, 불안정 - 와해, 대혼돈형 애착 행태를 보인다. 책은 다양한 자녀의 행동을 분석하고, 부모가 대처해야 할 방법과 요령을 제시한다.


혹시 "내 자식은 나처럼 크지 않길 바랐는데...."하면서도 자녀에게 본인의 아픔을 되물림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거나, 혹은 종잡을 수 없는 아이의 행동에 지친 부모라면 <0~5세 애착 육아의 기적>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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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멘토 소크라테스
최성민 지음 / 시간여행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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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헤드는 "서양 철학은 플라톤의 각주에 불과하다."라 표현할 만큼, 플라톤은 인류의 사상사에 기념비적인 업적을 남겼다. 주요 저작인 대화편들에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스승 소크라테스는 세계 4대 성인으로 꼽히고 있다.


<나의 멘토 소크라테스>는 플라톤의 대화편과 소크라테스의 생애, 철학에 관한 해설서다. 무엇보다 저자 최성민 군이 19세의 고등학생이라 놀랍다. 일반 성인들도 인문, 철학에 조예가 깊지 않다면 이해가 어려운데, 바쁜 학교 공부와 입시 준비에도 평소 철학에 관심을 두고 다양한 활동을 한 학생의 저작이라 더욱 관심이 갔다.


플라톤 대화편 중 대표작인 <국가>, 주로 소크라테스의 마지막을 그리고 있는 <소크라테스의 변명>, <크리톤>, <파이돈>을 통해 소크라테스의 생애와 철학을 살펴본다. 챕터 끝에 '내가 만난 사람들'이라는 사회 원로, 명사들과의 인터뷰를 실었다. 정운찬 전 총리, 백낙청 명예교수 등 학계, 정 관계 인사를 넘나드는 인터뷰였다. 무엇보다 한 고등학생이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시는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 역사, 인문학, 특히 소크라테스 철학을 깊이 이해하고 체화시켜 삶이 거듭난 이야기는 단지 청소년만이 아니라 성인 독자에게도 많은 본보기가 된다.


소크라테스가 불경죄와 사상범으로 아테네 법정에 설 당시는 아테네가 민주정에서 30인의 참주가 공포정치로 과두 지배를 하는 혼란기였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을 "신이 아테네에 보낸 등에" (p.31)로 표현하며, 시민을 계몽하고 진리와 정의로운 사회를 지향했으나 결국 변론 끝에 사형을 선고받는다. 그리고 민주와 법치 의식을 가지고 의연하게 독약을 받아마신다.특히 <소크라테스의 변명>, <크리톤>,<파이돈>을 선택한 이유는 이러한 죽음의 과정을 조명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이를 심화시켜 <국가>를 통해 과연 정의로운 사회란 무엇인가라는 논의를 이어나간다. 정의란 무엇이고, 통치자는 어떠해야 하는가. 이상적인 정치 체제의 형태에 대한 내용을 <국가>에서 살펴본다. "소크라테스는 올바른 나라가 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검토하면서 무엇이 올바름인지를 차례차례 짚어나간다. 그것이 바로 책의 이름이 <국가>가 된 이유다." (p.103)


저자는 소크라테스의 철학을 통해 우리 사회에 대한 문제제기를 한다. 철학이 부재한 사회 풍토, 진정한 민주와 법치의식은 무엇인가. 특히 소크라테스가 민주정의 폐해로 말한 중우정치의 시각에서 대한민국을 성찰하는 대목은 인상적이다. "소크라테스는 이러한 민주정의 이면을 두고 "극단적인 자유에서 가장 심하고 야만스러운 예속이 조성되어 나온다."고 말했다." (p.139) 민주정에서 독재의 맹아가 자라는 것을 나치 등으로 배웠고, 현실의 민주제 또한 고정된 시스템이 아닌 하나의 유기체로서 시민들의 관심과 역량을 통해 성숙하는 만큼, 이러한 문제의식에 많은 공감이 되었다.


책을 읽을수록 저자의 진리와 정의를 탐구하는 철학적 자세, 어려운 환경에서 좌절하지 않고 인문 정신을 삶에 체화시키는 태도, 우리 사회의 문제에 대해 반문하고 논의하는 통찰력이 경탄했다. 사회 원로 인터뷰도 두어 달 전부터 인물조사를 하고 질문을 구상하였을 만큼, 내용이 심도 있다. 저자 최성민 군은 '전국 학생 저자 책 축제'에 교육부장관상을 받았다. 이 같은 축제와 시스템이 더욱 활성화되길 바란다. 최성민 군처럼 입시 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창의적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참교육의 토양이 마련되고, <나의 멘토 소크라테스>와 같은 사회적으로 폭넓게 나누었으면 한다.

"소크라테스는 올바른 나라가 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검토하면서 무엇이 올바름인지를 차례차례 짚어나간다. 그것이 바로 책의 이름이 <국가>가 된 이유다." (p.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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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류시화 지음 / 무소의뿔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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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열림원에서 출간한 류시화 시집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이 무소의뿔 출판사에서 재발간되었다. "이상하다./과거의 쓴 시를 자꾸만 고치게 된다./..../나는 아직 인생을 다시 쓰고 있는 중이다."라는 서시처럼, 시인이 손수 재편집한 신간이다.

 

첫 출간 당시 베스트 셀러 목록에 오르며, 시집으로서는 백만 부라는 이례적인 판매량을 기록했다. 일상적인 시어(詩語)를 사용하여 대중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갔다. 다양한 울림과 메시지는 많은 독자에게 공감과 감명을 불러일으켰다.

 

 

케이블 방송사 TvN 프로그램 <비밀독서단> 27회(2016년 5월 17일 방영분) 추천도서로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이 선정되었다. 패널 조승연 씨는 인도철학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한 시집으로 소개하며, 수록시 <신비의 꽃을 나는 꺾었다>를 낭송했다.

 

인도철학의 윤회론은 인간의 환생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세계의 소멸과 재창조를 다루는데,

 

"밝음의 한가운데로 나는 걸어갔다/ 그리고 빛에 눈 부셔 하며/ 신비의 꽃을 꺾었다/ 그 순간 나는 보았다 갑자기/ 화원 전체가 빛을 읽고 폐허로 변하는 것을" (p.18~19)

 

마치 인도신화에서 세계의 윤회는 파괴의 신 시바로 인해 멸망하고, 후에 창조의 신 브라마가 꽃 속에서 나타나는 과정으로 이루어지는데, 이러한 철학적 배경을 알고 있으면 시를 깊이 감상할 수 있다고 한다.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의 소재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이 혼자서는 완결적인 삶을 못 사는 것은, 인도철학에서 눈의 숫자만큼 다양한 관점이 존재하고, 이를 다수의 눈을 가진 신으로 형상화한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즉, 타인과 다른 시각을 받아들임으로써 한결 성숙하게 되는 원리다.

 

 

 

개그우먼 김숙 씨는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을 낭독하며,

 

"우리에게 시간은 충분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만큼 사랑하지 않았을 뿐" (p.16)

 

서로 사랑했던 당시에 최선을 다하지 못했던 회한과 안타까움을 담은 시로 해석하였다.

 

이 외에도, 백영옥 소설가는 <저편 언덕>, 오상진 MC는 <벽에 못을 박다>를 낭송하며 감상을 소개하였다. 명작은 감상자가 다양한 매력을 느끼고, 저마다의 내면에 나름의 텍스트로서 재창조되는 과정을 거친다. 시집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을 누군가는 인도철학에 기반한 구도시로, 누군가는 절절한 사랑의 노래로 받아들이는 것처럼.


나에게 시집은 진정한 실존을 향한 여정이었다. 생텍쥐베리의 <<어린왕자>>가 그랬듯이. 주인된 삶을 살지 못하고 타성에 젖었던 과거에서 새로운 삶, 새로운 길을 걸어가는 구도의 과정이었다. 다음은 <여행자를 위한 서시>의 일부다.

 

"거짓에 잠든 세상 등 뒤로 하고/ 깃발 펄럭이는 영원의 땅으로/ 홀로 길 떠나는 아침이여/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은 자/ 혹은 충분히 사랑하기 위해 길 떠나는 자 행복하여라/ 그대의 영혼은 아직 투명하고/ 사랑함으로써 그것 때문에 상처 입기를 두려워하지 않으리/ 그대가 살아온 삶은/ 그대가 살지 않은 삶이니/ 이제 자기의 문에 이르기 위해 그대는/ 수많은 열리지 않는 문들을 두드려야 하리/ 자기 자신과 만나기 위해 모든 이정표에게/ 길을 물어야 하리/ 길은 또 다른 길을 가리키고/ 세상의 나무 밑이 그대의 여인숙이 되리라" (p.32~33)

 

<소금>은 어떤가. 소금은 주요한 소재로서 여러 작품에 등장한다. 바다의 상처이고 아픔이지만, 그 눈물이 있어 "세상 모든 것이 맛을 낸다". (p.10) 삶의 아픔이 정제되어 맑고 새하얀 결정, 짠맛으로 세상 모든 것에 조미될 수 있는 필수재로 거듭나는 것이 아닐까. 내 삶의 여정은 마치 고승의 사리처럼 아픔을 승화시킨 결정이 될 수 있을까.

 

"흰 눈처럼 소금이 떨어져 내릴 때/ 그것이 바다의 눈물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 눈물이 있어/ 이 세상 모든 것이/ 맛을 낸다는 것을" (p.10)

 

 

 

과거에 시집을 접했지만, 단순히 감성적인 일상의 언어로 풀어쓴 연애시 정도로 인식하였다. 류시화 시인의  "나는 아직 인생을 다시 쓰고 있는 중이다." 라는 서시 구절처럼, 독자도 삶을 살아가면서 시를 다시금 음미하고 재해석하게 된다.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재출간이 반갑다.

 

그대가 살아온 삶은/ 그대가 살지 않은 삶이니/ 이제 자기의 문에 이르기 위해 그대는/ 수많은 열리지 않는 문들을 두드려야 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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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31 2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캐모마일 2016-06-01 00: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덕분에 좋은 리뷰를 잘 읽고 있습니다. 책으로 친구를 맺고 책 이야기와 소감을 나누는 것이 북플의 매력이 아닐까 합니다. 감사합니다.
 
실존의 조건 1 실존의 조건 1
김주호 지음 / 자유정신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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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중대한 철학적 문제는 단 하나뿐이다. 그것은 자살이다. 인생이 살만한 가치가 있는가 없는가를 판단하는 것. 이것이 철학의 근본적인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다." - 시지프의 신화

 

왜 자살하지 않느냐고 카뮈는 물었다. 그냥 살만한 것이 아니라 사는 이유를 찾으라는 것이다. 이 질문에 대답하려면 삶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유시민, <어떻게 살 것인가>, p.49)


지금도 존재와 실존에 대한 질문은 인간의 끊임 없는 숙제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인생사, 지금 여기 나의 존재의미와 실존은 무엇인가. 인류의 숙제다.


<실존의 조건>은 실존에 대한 철학 에세이이자 '잃어버린 나를 찾기 위한 8가지 조건'에 대한 단상이다. 오두막 산장에서 산 아래 광장, 작은 절 돌계단과 언덕, 차가운 바람이 부는 산 정상과 가파른 절벽, 오두막 카페까지. 책은 철학자의 산행 과정과 머릿속에 떠오르는 실존을 향한 철학적 단상들을 나열한다. 산을 오르듯 생각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독자는 나름대로 아포리즘들을 음미하면서 실존에 대하여 고찰하고 음미하게 된다.


책 목차인 1권  1장. '연극을 떠나다', 2장. '사람을 목적하다', 3장. '존재를 보다', 4장. '나를 가라앉히다', 2권 1장.'질서를 무너뜨리다', 2장. '존재를 형상화하다', 3장. '모방을 벗다', 4장. '생각을 멈추다' 는 [나]라는 실존을 회복해가는 과정이자 잃어버린 나를 찾기 위한 8가지 조건이다.


<실존의 조건>에서 말하는 [나] 실존은 어떤 모습인가. 실존을 향한 탐구로 삶의 자기화를 이루고, 평등한 자유와 최대 다수의 최대 자유를 획득하려는 의지와 힘을 가진 자아다. 이는 극화(劇化)되고, 억압되고, 위장된 도덕관에 갇힌 삶에서 벗어나 절대 도덕과 진리를 찾는 여정이다.


"삶이 극화되면,  자신을 적절하게 치장하는 일이 자신을 위해 스스로 할 수 있는 최선 그리고 유일한 일이 될 것이다."(p20)  또한 억압이란, 노예적 삶, 풍요의 억압, 권력과 기득권이 주입하는 가치와 행사의 억압, 위장된 도덕의 억압이다. "위장된 도덕은 무엇인가. [나]를 잃게 만드는 것, 의미 없이 조직과 국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것, 성실함으로 위장된 극히 제한된 자유정신, 이것이 위장된 도덕이다."(p.57)


니체의 <도덕의 계보>와 미셸 푸코의 고고학처럼 일반 상식과 억압, 도덕체계를 부정하여야 한다. 결국 기존의 자아를 부정하고 새로운 자기 사유 공간을 만들어 삶의 자기화를 달성해야 하는 것이다. 대상화(對象化)된 나와 세상의 대상(對象)까지 포섭한 통합적 사유체계를 달성해야 한다. 이를 통해 실존 [나]를 회복하고 실천에 옮겨야 한다. 최대 다수의 최대 자유를 향한 의지(意志)를 실천해야 한다. 마치 차라투스트라가 민중의 어둠을 밝히기 위한 횃불을 밝혔던 것처럼.


"우리 삶의 가치는 타자(他者)에 의해 평가될 만큼 그렇게 보잘것없지 않다."(2권, p.213) 편견, 내면화된 사회적 관성과 타성, 거기에 물든 자아까지 부정하고, 실존과 자유를 향한 철학적 여정에 참여하는 경험은 색달랐다. <실존의 조건>을 통해 실존 철학의 소양을 기르고, 혹은 철학적 소양을 더욱 함양한 다음 책을 접해본다면 실존을 향한 여정을 더욱 깊이 음미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삶의 가치는 타자(他者)에 의해 평가될 만큼 그렇게 보잘것없지 않다."(2권, p.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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