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존의 조건 1 실존의 조건 1
김주호 지음 / 자유정신사 / 201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참으로 중대한 철학적 문제는 단 하나뿐이다. 그것은 자살이다. 인생이 살만한 가치가 있는가 없는가를 판단하는 것. 이것이 철학의 근본적인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다." - 시지프의 신화

 

왜 자살하지 않느냐고 카뮈는 물었다. 그냥 살만한 것이 아니라 사는 이유를 찾으라는 것이다. 이 질문에 대답하려면 삶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유시민, <어떻게 살 것인가>, p.49)


지금도 존재와 실존에 대한 질문은 인간의 끊임 없는 숙제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인생사, 지금 여기 나의 존재의미와 실존은 무엇인가. 인류의 숙제다.


<실존의 조건>은 실존에 대한 철학 에세이이자 '잃어버린 나를 찾기 위한 8가지 조건'에 대한 단상이다. 오두막 산장에서 산 아래 광장, 작은 절 돌계단과 언덕, 차가운 바람이 부는 산 정상과 가파른 절벽, 오두막 카페까지. 책은 철학자의 산행 과정과 머릿속에 떠오르는 실존을 향한 철학적 단상들을 나열한다. 산을 오르듯 생각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독자는 나름대로 아포리즘들을 음미하면서 실존에 대하여 고찰하고 음미하게 된다.


책 목차인 1권  1장. '연극을 떠나다', 2장. '사람을 목적하다', 3장. '존재를 보다', 4장. '나를 가라앉히다', 2권 1장.'질서를 무너뜨리다', 2장. '존재를 형상화하다', 3장. '모방을 벗다', 4장. '생각을 멈추다' 는 [나]라는 실존을 회복해가는 과정이자 잃어버린 나를 찾기 위한 8가지 조건이다.


<실존의 조건>에서 말하는 [나] 실존은 어떤 모습인가. 실존을 향한 탐구로 삶의 자기화를 이루고, 평등한 자유와 최대 다수의 최대 자유를 획득하려는 의지와 힘을 가진 자아다. 이는 극화(劇化)되고, 억압되고, 위장된 도덕관에 갇힌 삶에서 벗어나 절대 도덕과 진리를 찾는 여정이다.


"삶이 극화되면,  자신을 적절하게 치장하는 일이 자신을 위해 스스로 할 수 있는 최선 그리고 유일한 일이 될 것이다."(p20)  또한 억압이란, 노예적 삶, 풍요의 억압, 권력과 기득권이 주입하는 가치와 행사의 억압, 위장된 도덕의 억압이다. "위장된 도덕은 무엇인가. [나]를 잃게 만드는 것, 의미 없이 조직과 국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것, 성실함으로 위장된 극히 제한된 자유정신, 이것이 위장된 도덕이다."(p.57)


니체의 <도덕의 계보>와 미셸 푸코의 고고학처럼 일반 상식과 억압, 도덕체계를 부정하여야 한다. 결국 기존의 자아를 부정하고 새로운 자기 사유 공간을 만들어 삶의 자기화를 달성해야 하는 것이다. 대상화(對象化)된 나와 세상의 대상(對象)까지 포섭한 통합적 사유체계를 달성해야 한다. 이를 통해 실존 [나]를 회복하고 실천에 옮겨야 한다. 최대 다수의 최대 자유를 향한 의지(意志)를 실천해야 한다. 마치 차라투스트라가 민중의 어둠을 밝히기 위한 횃불을 밝혔던 것처럼.


"우리 삶의 가치는 타자(他者)에 의해 평가될 만큼 그렇게 보잘것없지 않다."(2권, p.213) 편견, 내면화된 사회적 관성과 타성, 거기에 물든 자아까지 부정하고, 실존과 자유를 향한 철학적 여정에 참여하는 경험은 색달랐다. <실존의 조건>을 통해 실존 철학의 소양을 기르고, 혹은 철학적 소양을 더욱 함양한 다음 책을 접해본다면 실존을 향한 여정을 더욱 깊이 음미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삶의 가치는 타자(他者)에 의해 평가될 만큼 그렇게 보잘것없지 않다."(2권, p.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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