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 않는 대화 - 아리스토텔레스의 "변론술"에서 찾은 설득의 기술
다카하시 겐타로 지음, 양혜윤 옮김 / 라이스메이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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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커뮤니케이션 능력 향상은 오랜 숙제다. 일상에서 남을 설득시켜야 하는 상황이 빈번하고, 상대방의 억지와 궤변을 간파하고 적절히 응대하고 싶다. 화술 관련 자기계발서를 찾아도 성에 차지 않는다. 그렇다면 기본에 충실해 보는 것은 어떨까.



아리스토텔레스의 <변론술>은 화법에 관한 고전 중의 고전이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로 '모든 학문의 시조'라 불릴 정도로 다양한 업적을 남겼고, 언술과 수사학 분야에서 그의 논리학, 시학, 변론술은 아직도 인용되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당시 소피스트들이 정의와 논리에 중점을 두지 않고 이기기 위한 궤변과 감정에 호소하는 법에 치중하는 것을 비판했고, 올바른 화법을 고민하여 <변론술>을 집필하였다. <지지 않는 대화>의 저자 다카하시 켄타로는  자기계발서의 취지에 맞게 그의 변론법을 간단하고 실용적으로 풀어내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변론술』이 오랜 역사 속에서 전해내려오는 '화법'에 관한 책 가운데 가장 핵심적이며", "현실의 토론 과정에서 가장 도움이 되는 내용을 담고"(p.17) 있다.


책에 따르면, 변론술이란 "특별한 지식이나 전문용어를 사용하지 않고도 상대를 설득할 수 있는 방법"으로, 설득은 "상대방의 납득이 계속 쌓이면서 최종적으로 우리가 하고자 하는 주장이 납득되는(즉 설득되는) 것" (p.33)이다. 납득은 이미 상호간에 당연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사항인 상식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상식과 상식의 연결고리를 논리적으로 발전시켜 상대방을 설득시키는 것이 변론술의 핵심이다.


본인에게 당연한 상식이고 정당한 논리가 상대방에겐 먹히지 않을 수 있다. 이 사실을 모른 채, 나는 옳았는데 상대방의 억지에 당했다고 핑계를 해도 이미 상황은 지나갔고 후회해도 소용이 없다. 또한 상대방이 짐짓 거짓으로 상식을 무시하고 자신에게 유리하기 위해 화제를 돌리는 경우도 빈번하다. 그래서 변론술을 배우고 익혀야 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설득은  1. 화자의 인품, 2. 청자의 기분 3. 내용의 올바름으로 판가름 난다고 한다. 물론 내용의 올바름을 가장 중요하게 다룬다. 그러나 현실에선 토론의 승패는 주변의 청중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고, 내용의 당위성보다 지지를 많이 얻는 쪽이 유리하다는 점을 인정한다. 실제  토론석상에서 인신공격이 난무하고, 논리보다 감정에 호소하는 발언이 넘치는 이유다. 화자의 인품, 청자의 기분과 같은 감정적 요소를 고려할 수 밖에 없다. 아리스토텔레스의 현실주의적인 철학관이 드러난 대목이다.



책은 내용의 올바름 측면에서 '토포스'를 설명한다. 토포스란, "주장이나 반론을 하기 위한 설득 방법의 패턴"으로, 저자는 "설득을 위한 필승의 이야기 패턴"(p.61)이라고 말한다. 사전에 상식이라 생각되는 정의(定義)를 전제하거나, 반대·비교·대조를 적절히 활용하는 것, 겉치레 하는 상대를 비꼬는 방법,(본심과 포장의 토포스), 유리한 면을 강조하는 법(선악의 토포스), 억측과 있을 수 없는 일을 가지고 설득하는 방법 등 다양한 전략을 구체적으로 알려 준다.



물론 부수적이라고 전제하였지만, 청자의 감정을 이용하는 법과 화자의 인성을 훌륭하게 어필하는 방법 등은 일상생활에서 유용한 팁이었다. 단순히 남을 설득하기 위한 방편만이 아니다. 상대방의 궤변과 억지스러운 인신공격을 꿰뚫어 보고 민첩하게 대처할 수 있다. 억지와 비논리에 한번쯤 휘둘려 본 독자들에겐 솔깃하게 들린다.


2,500년 전의 그리스 철학자의 화술이 현재까지 알게 모르게 활용되고, 아직도 다양한 자기계발서의 기초가 되는 점은 놀랍기 그지 없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변론술>은 커뮤니케이션 능력에 목마른 현대인들을 해갈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전략이 들어 있지만, 내용이 난해하여 접하기 어렵다. <지지 않는 대화>는 자기계발서에 충실하게 <변론술>을 소개한다. 말발을 세우고 남을 설득하고 싶은 독자, 억지스런 논리와 궤변에 한번쯤 당해본 독자들은 일독해볼  만한 책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변론술』이 오랜 역사 소에서 전해내려오는 `화법`에 관한 책 가운데 가장 핵심적이며", "현실의 토론 과정에서 가장 도움이 되는 내용을 담고"(p.17)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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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왜 쓰는가
제임스 A. 미치너 지음, 이종인 옮김 / 예담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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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작가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가 베스트셀러다. 독자들은<상실의 시대>, <1Q84>, '다자키 쓰구루' 등  그의 독특한 작품 세계의 원천을 궁금해 하고, 하루키스트로 칭해질 만큼 열렬한 팬심을 드러낸다. 하루키뿐 아니라 유명 작가와 그의 작품론은 독자의 호기심을 일으킨다.



<작가는 왜 쓰는가>의 저자 제임스 A. 미치너는 생소한 작가였다. 그러나 <남태평양 이야기>로 1947년 퓰리쳐상을 수상했고, 평생 40여 권의 책을 집필한 베스트셀러 작가다. 미국 시민으로서 최고의 명예인 '자유의 메달' 명단에 올랐다.



책은 문학 비평서나 논문식의 작품론이 아니라, 자전적 성격의 에세이다. 저자가 작가의 길에 어떻게 들어섰는지, 영향을 미친 인물, 작품들에 관해서 솔직한 소회를 밝히고 있다. 그의 독특한 삶과 사고 방식이 드러나 있다.



"즉 문학적 가르침을 받아들여 결실을 볼 무렵의 결정적 순간에 도달한 문학청년에게는 반드시 어떤 결정적인 책이 찾아온다느 사실이다. 바로 이런 이유로 문학청년은 폭넓은 책을 읽어야 하며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압도되지 않아야 한다. 나는 이런 무명의 책들을 읽고서도 문학적으로 눈을 떠 어떤 잠재적 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었다. 생각해보라. 이 세상의 어떤 문학 평론가가 내게 이런 사소한 작품들을 읽어보라고 권했겠는가!"(p.122~123)



그에게 영향을 미쳤던 다른 작가들에 대한 일화와 평론을 실었다. <노인과 바다>의 어니스트 헤밍웨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마거릿 미첼, <딜라일라>마커스 굿리치, <티파니에서 아침을> 트루먼 커포티 등 한국 독자들에게 익숙한 고전 작가와 비교적 생소한 이름도 있다.



"나는 헤밍웨이가 일종의 주술사라는 것을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발자크가 사용한 기술, 플로베르, 톨스토이, 디킨스가 즐겨 쓴 기술들을 모두 활용하기 때문에 그의 작품들은 실제보다 더 훌륭해 보이는 떄가 많았다."(p1.62)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둘러싸고 잘못 알려진 사실들에 대하여 바로잡을 필요가 있는데, 특히 저자의 탄생 75주기인 지금이 적절한 때인 것 같다."(p.201)



마지막으로 3부 '나이들어 가는 한 작가에 대하여'에서는 자작시를 수록하였다. 그의 감성과 철학이 녹아 있다. 다음은 그의 작가 인생을 잘 표현한 구절이다.


"그리하여 나는 매일 밤 쉼 없이 자갈길을 걸어가노라.

 꾸준히 탐구하는 자는 언젠가 광명을 발견할 날이 있으므로." (p.287)


<작가는 왜 쓰는가>를 읽으면서, 작가란 무엇인가를 숙고하게 되었다. 특히 작가로서의 신념과 회고(p.101~123)는 진솔하고 구체적이다. 소설을 읽는 관점의 깊이를 더하고 싶은 독자나, 작가지망생은 참고할 만하다.  일반 글쓰기에도 적용되는 내용이다.


"소설을 구성해나가는 데 자극적인 주제를 가지고 시작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일반적으로 '무엇인가 특별한 것에 대한' 소설은 늘 실패로 끝난다."


"위대한 소설은 작가가 외롭게 인간의 경험을 탐구하는 데 서 얻어진 것이지 학술적 조사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독자의 주의를 끄는 제일 좋은 방법은 훌륭한 주제를 가지고 시작하는 것이다. 독자의 주의를 계속 끌려면 무엇보다도 이야기에 진실성이 있어야 한다."


"과도한 상징과 부자연스러운 은유는 천재 작가 혹은 문예 창작과 학생들이나 사용하는 것이다."


"늘 자기 기준으로 생각하여 글을 쓰라. 만일 어떤 책을 쓰려고 하는데 그 내용이 내게 재미있다면 다른 사람에게도 재미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다양한 작가와 작품에 대한 평은 더러는 처음 접하고, 더러는 익숙하고 읽어본 것들이었다. 제임스 미치너가 받은 영향과 그의 독특한 시각으로 풀어내는 비평이 솔깃했다. 다시금 음미해보고 싶다. 지금은 고인이 된 세계적인 노(老)작가의 자전적 문학 일대기를 통해, 문학 독자로서 혹은 작가로서 한층 성숙해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위대한 소설은 작가가 외롭게 인간의 경험을 탐구하는 데 서 얻어진 것이지 학술적 조사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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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온천여행 - 힐링과 치유의 대명사 일본온천여행 완벽 가이드!
인페인터글로벌 지음 / 꿈의지도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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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온천으로 유명하다. 한국 관광객들도 지리적으로 가까워 후쿠오카, 혹은 드라마 <아이리스>촬영지 아키타현 등 다양한 온천 여행을 즐기고 있다. 한동안 엔화 약세가 이어져 발길이 늘었다. 심지어 최근 구마모토 지진이 발생했지만 후쿠오카 여행 상품은 불황의 여파가 지나간 분위기다.



올해 초 도호쿠 지방의 아키타현으로 온천 여행을 다녀 왔다. 온천욕과 다양한 먹거리, 깨끗한 설경(雪景)이 인상적이었다. 전통을 간직한 모습의 건물들 지붕 위, 길 주변에 정갈하게 쌓인 때묻지 않은 눈들을 사진으로 담았다. 그럼에도 유카타를 입고 다녀도 춥지 않은 날씨가 신기했다.


반면에, 가이드는 불친절했다. 도호쿠 지방을 찾는 관광객들은 이미 일본 여행에 익숙한 편이니 굳이 히나하나 설명 안 드리겠다며 알아서 선을 그어버리고, 질문을 해도 '그걸 제가 어떻게 알아요?'하고 퉁명스럽기 일쑤였다. 여행 마지막에 가이드가 여러분들 덕분에 힐링을 했다며 너스레를 떨었지만, 어디까지나 본인 이야기였다. 


<일본 온천 여행>은 그에 비해서 친절한 여행 안내서이다. '온천이란?' 에서 온천의 역사와 정의, 종류를 설명하고, '온천 100% 즐기기', '온천 용어' 등 온천을 즐기는 법과 온천 이용시 주의사항까지 상세하게 알려 준다. 일부 사람들은 특유의 혼욕 문화를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물어보기도 하는데, 책은 혼욕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어느 지역에서 허용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실었다. 진지한 설명인데 왠지 모를 실소가 터졌다.


여행 경험지인 도호쿠(東北) 챕터를 읽어 보면, 지역 온천에 관한 개괄적인 소개부터 온천 성분, 시설, 숙박 시설, 찾아가는 방법 등 그 지방 만의 온천 특색과 여행 방법이 자세하게 나와 있다. 추천 숙박지 도착 소요 시간, 가격, 전화번호를 첨부했다. '온천 여행 가볼까?'로 추천 여행 스케줄을 참고하면 굳이 여행사를 거치지 않고 계획을 짜기에 수월하다.



특히 일본은 지역 특산물, 먹거리가 유명한데, 반경을 벗어나면 찾기가 어렵거나 다른 특산물을 먹어야 한다. 금강산도 식후경이고, 지역 음식은 중요한 문화 중 하나다. 미리 숙지하고 가면 식도락을 즐길 수 있다. '뭐 먹을까?'로 지역 음식을 소개하고, '뭐 사갈까?'로 지역 명물이나 기념품 등 선물용 상품까지 친절하게 실어 놓았다. 


<일본 온천 여행>은 일본 온천과 상세한 여행 정보를 수록하였다. 일본 온천의 정경, 숙박 시설의 모습, 먹거리, 특산물 등 다양한 사진을 첨부하여 볼거리가 많고, 재밌는 정보는 그 자체로 읽을거리다. 특히 책에 소개된 '혼탕이 있는 곳' 중 아오모리현 스키유, 오이탄현 시탄유, 와키야마현 센닌부로를 여행하고 싶다. 색다른 경험이고 지인들에게 입담거리로 풀어놓으면 재밌겠다. 

휴식이 잇는 여행을 꿈꾼다면, 한 번쯤 일본 온천여행을 떠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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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 세트 - 전3권
김홍정 지음 / 솔출판사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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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동사회大同社會. 스승의 꿈이 하나로 모인 곳이다. 대동사회는 노인은 편안하고, 장년들은 쓰일 곳이 많으며, 젊은이와 어린 사람들은 쓰일 곳에 이를 때까지 의지하여 자라고, 과부나 고아, 홀로 사는 이들이 불쌍히 여김을 받고, 백성들과 더불어 즐거움을 누리는 여민동락與民同樂의 대열에서 뒤쳐지지 않는 월인천강의 세상이다." ​(1권 연향, p. 22)


대동사회는 장편역사소설 <금강>의 줄기를 이루는 이상향이다. 스승이란 중종조 사림의 거목이었던 실존인물 충암 김정을 일컫는다. 조광조의 개혁 사림 세력과 함께 기묘사화와 신사무옥으로 사사당하였다. 소설은 그의 사상을 이어 받은 후학들과 민중들이 만든 가상의 조직, 충암 동계를 설정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금강>은 실제 역사와 픽션을 넘나드는 대하소설이다.


작품은 중종조부터 선조대까지 이어지는 굴곡진 조선의 역사를 시대적 배경으로 한다. 개혁 사림과 보수 훈구 공신들의 조정 싸움과 인조, 명종조 시절 대윤과 소윤의 당파 싸움, 선조대의 임진왜란을 다룬다.


소설의 제목이자 지리적 배경인 금강. 그곳을 기반으로 한 동계는 다양한 층위의 인물군들이 포함되어 있다. 정치적으로 좌절된 개혁 사림 세력들, 그리고 정치적 이데올로기와 공허한 담론에서 벗어나 상단과 공방을 꾸리며 현실에 발을 디디고 실제로 여민동락하며 성장하는 상단 조직, 전라도의 세련되면서도 구성진 소리를 전수받은 소리채 사람들까지. 

​동계의 실절적인 살림을 꾸리는 상단 조직은 충암의 서녀(庶女)로 타고난 소리꾼인 연향을 연원으로 한다. 그리고 대체로 여성들이 동계 상단의 대행수직을 맡는다. 연향이 충암의 귀향처 근처에서 수발을 들고 손객들을 맞이하기 위한 방편으로 감물을 들인 옷감을 팔고, 소리채를 열어 소리를 가르치는 것과 함께 물물을 교환하던 일상의 호구지책이 사람들을 불러모으고 큰 상단으로 결실을 맺게 된다. 조선조 역사 소설이면서 1권의 부제가 '연향' ,2부는 그녀의 뒤를 이어 대행수직을 역임하는 '미금', 3부는 연향의 딸 '부용'인 점은 독특하다. 

여타 대하소설과 달리, 여성을 역사의 전면으로 세우고 조명한다. 상단의 대행수들은 결단력과 실행력, 담대한 품을 가진 여성들이었다. <금강>의 이상사회는 유, 불교의 여러 사상을 포섭하고 있지만, 결론적으로 실질적인 여민동락과 월인천강은 비근한 노동과 어울림을 바탕으로 하고, 이는 기존의 남성적 힘의 역사보다 여성적 포용성과 맞물려 있다. 동계 상단 조직이 연향의 살림 꾸리기와 그곳을 기점으로 하여 생업인들이 자연스럽게 교류하면서 시작되었듯이.

결국 소설은 부용의 아들 창이 임진왜란 중에 민란을 일으키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작가에 따르면, 이몽학의 난을 모티브로 하였다고 하니,  민란이 실패로 끝나리라 예상 가능하다. 그러나 금강의 흐름을 멈추지 않듯이 대동사회의 꿈은 설사 실현되지 않더라도 역사의 면면에서 흐를 것이고, 민중들은 지난한 삶과 생업 속에서도 목숨을 이어나갈 것이다.

소설 <금강>은 전북 장수에서 발원한 금강 일대를 배경으로, 조선조 정치의 난맥상과 민초들의 수난사 속에서  이상사회를 향한 유, 불교의 다양한 사상들, 가상 조직인 동계를 바탕으로 조선의 상공업과 소리꾼, 다양한 민중의 삶을 다뤘다. 그리고 전라도 특유의 세련되면서 구성진 소릿자락은 단순한 소재를 넘어 인물과 인물이, 인간과 자연이 교감하는 하나의 소주제였다. 작가가 10년의 준비 기간과 2년의 집필을 통해 작품을 완성하였을 만큼, <금강>은 애잔하면서도 묵직한 역사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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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의 정석 - 합격을 부르는 논술은 한 문장으로 결정된다
김문수 지음 / 글로세움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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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이란 자신의 의견이나 견해에 대해 논리적 근거를 젯하면서 주장을 조리있게 서술한 글을 말한다."(p.16) 자신의 생각을 주장하는 보편적인 글쓰기 방식으로 쓰임새가 다양하다. 객관식, 단답형 위주의 주입식 시험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편으로 입시, 취업 등의 관문으로 자리매김했고,  사회 생활에서 각종 글쓰기, 업무 보고서 작성의 논리적 기초 역량으로 활용된다.


실용성과 함께 논리력, 문제 해결력과 같은 논술의 본질이 필요한 시대다. 김광수 교수의 <논리와 비판적 사고> 서문에서 우리나라가 힘과 억지가 아닌 이성과 논리의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염원이 절절하게 다가왔다. 또한 세상은 점점 급변하여 기존의 매뉴얼로는 풀 수 없는 '정답이 없는 문제들'에 직면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문제 해결력을 기르기 위해선 논리와 자기 표현력이 수반되어야 하고, 논술이 이러한 능력 배양의 첩경인 것이다.


<논술의 정석>은 이러한 논술의 기초를 친절하게 가르쳐 준다. 구성 형태부터, 논술문의 유형, 실제 입시, 취업 논술 문제를 실어서 논술의 이해와 실전 대응력을 길러 준다. 좋은 논술문을 쓰기 위해선 풍부한 배경 지식이 전제되어야 하지만, 그것을 바탕으로 본인의 주장과 논리를 세우고 이를 표현하는 프로세스가 단련되어야 효율적인 글쓰기를 할 수 있게 된다. 시험 논술은 시간, 공간적 제약이 따르므로 더욱 기초와 기술을 익혀야 한다.


책은 다양한 기교와 편법을 소개하기보다 당장 활용 가능한 기본에 충실하다. 책에 따르면, 논술의 구성 형태는 서론, 본론, 결론으로 이루어지고, 그 안에서도 일반적인 구성이 있다. 예컨대, 서론의 경우 독자들의 이목을 사로 잡는 후크, 후크와 주제문을 이어주는 연결 문장, 마지막으로 글쓴이의 주장인 주제문으로 나눠져 있다. 특히 후크 문장은 글의 첫머리이고 흥미를 불러일으켜야 하는 만큼 중요하다. 본론은 화제문, 지지, 소결론으로 나누고, 마지막 결론 단락은 주제문을 재진술하여 수미상관을 이뤄야 한다.


논술의 유형은 논쟁 논술, 비교 대조 논술, 반응 논술, 이야기 논술, 과정 분석 논술, 분류 논술로 나누고 있다. 유형을 알면 논술 문제와 지문의 핵심을 빠르게 판단하고 대처하기 쉽다. 핵심을 간과하면 주장과 논지가 산으로 치달으니 글을 쓰면서 난감하고, 실제 시험에서 출제자의 의도를 벗어난 답안이 되어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 책에 소개된 2010년 YTN 기출문제는 "언론의 '공공성'과 '기업성'의 관계를 논하라."인데, 이는 비교 대조 논술의 성격을 띈다. 공공성과 기업성을 비교, 대조하고 이를 바탕으로 주장을 펼쳐야 하는 것이다. 유형을 알면 의도를 간파하고 출제자가 바라는 답안을 작성할 수 있다. 문제를 정확하게 진단한 다음, 브레인스토밍으로 다양한 글감을 확보하고, 주제문의 감을 잡는 것이 논술의 순서다.


명문대 입시, 언론고시, 대기업, 공기업 입사와 같은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논술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또한 각종 기안, 보고서, 작문 등 실생활에도 쓰임새가 다양하다. 정당한 방법으로 사회적 자본을 획득하기 위한 필수 역량인 것이다. <논술의 정석>은 논술 작성에 관한 체계적인 노하우를 다루고, 각종 출제문, 예시를 분석하여 이해를 돕는다. 특히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처럼 시험을 코 앞에 둔 수험생이라면 더욱 절실하다.

반면, 독자에 따라선 논술을 지나치게 정형화하여 분석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 꼭 결론이 수미상관으로 끝나야 하는지, 다른 창의적인 구성으로 더 좋은 글을 쓰지 않을까 반문이 가능하다. 상당수 시험관들이 천편일률적인 내용과 구성에 대해 비판적인 촌평을 날리기도 한다. 그러나 건축에서 기본 골조가 중요하듯, 논술도 구조와 독법(讀法)이 존재하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저자는 말한다.


"논술이란 글쓰기에서부터 합리적 사고력을 향상시키는 힘을 기르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의 담론에 대하여 합리적 소통을 증진시키는 게 그 목적이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에서 예시한 일반적인 대입논술의 한 전형인  예문에서 보듯이 지금 각 대학들이 치르고 있는 논술은 합리적 사고를 바탕으로 글을 쓰는 것을 가르치는데 목적이 있지 않다. 대부분의 대학들이 복잡한 제시문을 출제하여 마치 퍼즐처럼 기준을 가려내어 이를 억지로 끼워 맞추기를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는 글을 쓰도록 가르치는 논술이 아니라 답을 맞히기 위한 것으로 논술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나 있다. 대학마다 똑똑한 아이들 가려내는 또 다른 하나의 대학 선발고사의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현실이 안타깝다."(p.155)


문제는 논술의 구조와 독법이 아니라 우리나라 논술의 토양에 있는지 모른다. 값비싼 학원료를 내고 쪽집게 논술이 판을 친다. 천편일률적인 답안은 결국 본말전도된 교육의 반영이다. <논술의 정석>은 각종 입시와 입사 논술 전략서를 표방하고 있지만, 저자의 서문을 보면 우리나라 소통 부재와 팽배한 독단적 사고, 본질에서 빗나간 논술 교육의 현실을 꼬집고 있다. 책을 통해 다양한 논술 구조와 기술을 익히는 동시에, 이러한 저자의 문제의식을 고민해 보는 것은 어떨까.

논술이란 글쓰기에서부터 합리적 사고력을 향상시키는 힘을 기르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의 담론에 대하여 합리적 소통을 증진시키는 게 그 목적이어야 한다.(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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