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왜 쓰는가
제임스 A. 미치너 지음, 이종인 옮김 / 예담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가 베스트셀러다. 독자들은<상실의 시대>, <1Q84>, '다자키 쓰구루' 등  그의 독특한 작품 세계의 원천을 궁금해 하고, 하루키스트로 칭해질 만큼 열렬한 팬심을 드러낸다. 하루키뿐 아니라 유명 작가와 그의 작품론은 독자의 호기심을 일으킨다.



<작가는 왜 쓰는가>의 저자 제임스 A. 미치너는 생소한 작가였다. 그러나 <남태평양 이야기>로 1947년 퓰리쳐상을 수상했고, 평생 40여 권의 책을 집필한 베스트셀러 작가다. 미국 시민으로서 최고의 명예인 '자유의 메달' 명단에 올랐다.



책은 문학 비평서나 논문식의 작품론이 아니라, 자전적 성격의 에세이다. 저자가 작가의 길에 어떻게 들어섰는지, 영향을 미친 인물, 작품들에 관해서 솔직한 소회를 밝히고 있다. 그의 독특한 삶과 사고 방식이 드러나 있다.



"즉 문학적 가르침을 받아들여 결실을 볼 무렵의 결정적 순간에 도달한 문학청년에게는 반드시 어떤 결정적인 책이 찾아온다느 사실이다. 바로 이런 이유로 문학청년은 폭넓은 책을 읽어야 하며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압도되지 않아야 한다. 나는 이런 무명의 책들을 읽고서도 문학적으로 눈을 떠 어떤 잠재적 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었다. 생각해보라. 이 세상의 어떤 문학 평론가가 내게 이런 사소한 작품들을 읽어보라고 권했겠는가!"(p.122~123)



그에게 영향을 미쳤던 다른 작가들에 대한 일화와 평론을 실었다. <노인과 바다>의 어니스트 헤밍웨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마거릿 미첼, <딜라일라>마커스 굿리치, <티파니에서 아침을> 트루먼 커포티 등 한국 독자들에게 익숙한 고전 작가와 비교적 생소한 이름도 있다.



"나는 헤밍웨이가 일종의 주술사라는 것을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발자크가 사용한 기술, 플로베르, 톨스토이, 디킨스가 즐겨 쓴 기술들을 모두 활용하기 때문에 그의 작품들은 실제보다 더 훌륭해 보이는 떄가 많았다."(p1.62)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둘러싸고 잘못 알려진 사실들에 대하여 바로잡을 필요가 있는데, 특히 저자의 탄생 75주기인 지금이 적절한 때인 것 같다."(p.201)



마지막으로 3부 '나이들어 가는 한 작가에 대하여'에서는 자작시를 수록하였다. 그의 감성과 철학이 녹아 있다. 다음은 그의 작가 인생을 잘 표현한 구절이다.


"그리하여 나는 매일 밤 쉼 없이 자갈길을 걸어가노라.

 꾸준히 탐구하는 자는 언젠가 광명을 발견할 날이 있으므로." (p.287)


<작가는 왜 쓰는가>를 읽으면서, 작가란 무엇인가를 숙고하게 되었다. 특히 작가로서의 신념과 회고(p.101~123)는 진솔하고 구체적이다. 소설을 읽는 관점의 깊이를 더하고 싶은 독자나, 작가지망생은 참고할 만하다.  일반 글쓰기에도 적용되는 내용이다.


"소설을 구성해나가는 데 자극적인 주제를 가지고 시작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일반적으로 '무엇인가 특별한 것에 대한' 소설은 늘 실패로 끝난다."


"위대한 소설은 작가가 외롭게 인간의 경험을 탐구하는 데 서 얻어진 것이지 학술적 조사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독자의 주의를 끄는 제일 좋은 방법은 훌륭한 주제를 가지고 시작하는 것이다. 독자의 주의를 계속 끌려면 무엇보다도 이야기에 진실성이 있어야 한다."


"과도한 상징과 부자연스러운 은유는 천재 작가 혹은 문예 창작과 학생들이나 사용하는 것이다."


"늘 자기 기준으로 생각하여 글을 쓰라. 만일 어떤 책을 쓰려고 하는데 그 내용이 내게 재미있다면 다른 사람에게도 재미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다양한 작가와 작품에 대한 평은 더러는 처음 접하고, 더러는 익숙하고 읽어본 것들이었다. 제임스 미치너가 받은 영향과 그의 독특한 시각으로 풀어내는 비평이 솔깃했다. 다시금 음미해보고 싶다. 지금은 고인이 된 세계적인 노(老)작가의 자전적 문학 일대기를 통해, 문학 독자로서 혹은 작가로서 한층 성숙해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위대한 소설은 작가가 외롭게 인간의 경험을 탐구하는 데 서 얻어진 것이지 학술적 조사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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