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 않는 대화 - 아리스토텔레스의 "변론술"에서 찾은 설득의 기술
다카하시 겐타로 지음, 양혜윤 옮김 / 라이스메이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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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커뮤니케이션 능력 향상은 오랜 숙제다. 일상에서 남을 설득시켜야 하는 상황이 빈번하고, 상대방의 억지와 궤변을 간파하고 적절히 응대하고 싶다. 화술 관련 자기계발서를 찾아도 성에 차지 않는다. 그렇다면 기본에 충실해 보는 것은 어떨까.



아리스토텔레스의 <변론술>은 화법에 관한 고전 중의 고전이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로 '모든 학문의 시조'라 불릴 정도로 다양한 업적을 남겼고, 언술과 수사학 분야에서 그의 논리학, 시학, 변론술은 아직도 인용되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당시 소피스트들이 정의와 논리에 중점을 두지 않고 이기기 위한 궤변과 감정에 호소하는 법에 치중하는 것을 비판했고, 올바른 화법을 고민하여 <변론술>을 집필하였다. <지지 않는 대화>의 저자 다카하시 켄타로는  자기계발서의 취지에 맞게 그의 변론법을 간단하고 실용적으로 풀어내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변론술』이 오랜 역사 속에서 전해내려오는 '화법'에 관한 책 가운데 가장 핵심적이며", "현실의 토론 과정에서 가장 도움이 되는 내용을 담고"(p.17) 있다.


책에 따르면, 변론술이란 "특별한 지식이나 전문용어를 사용하지 않고도 상대를 설득할 수 있는 방법"으로, 설득은 "상대방의 납득이 계속 쌓이면서 최종적으로 우리가 하고자 하는 주장이 납득되는(즉 설득되는) 것" (p.33)이다. 납득은 이미 상호간에 당연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사항인 상식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상식과 상식의 연결고리를 논리적으로 발전시켜 상대방을 설득시키는 것이 변론술의 핵심이다.


본인에게 당연한 상식이고 정당한 논리가 상대방에겐 먹히지 않을 수 있다. 이 사실을 모른 채, 나는 옳았는데 상대방의 억지에 당했다고 핑계를 해도 이미 상황은 지나갔고 후회해도 소용이 없다. 또한 상대방이 짐짓 거짓으로 상식을 무시하고 자신에게 유리하기 위해 화제를 돌리는 경우도 빈번하다. 그래서 변론술을 배우고 익혀야 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설득은  1. 화자의 인품, 2. 청자의 기분 3. 내용의 올바름으로 판가름 난다고 한다. 물론 내용의 올바름을 가장 중요하게 다룬다. 그러나 현실에선 토론의 승패는 주변의 청중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고, 내용의 당위성보다 지지를 많이 얻는 쪽이 유리하다는 점을 인정한다. 실제  토론석상에서 인신공격이 난무하고, 논리보다 감정에 호소하는 발언이 넘치는 이유다. 화자의 인품, 청자의 기분과 같은 감정적 요소를 고려할 수 밖에 없다. 아리스토텔레스의 현실주의적인 철학관이 드러난 대목이다.



책은 내용의 올바름 측면에서 '토포스'를 설명한다. 토포스란, "주장이나 반론을 하기 위한 설득 방법의 패턴"으로, 저자는 "설득을 위한 필승의 이야기 패턴"(p.61)이라고 말한다. 사전에 상식이라 생각되는 정의(定義)를 전제하거나, 반대·비교·대조를 적절히 활용하는 것, 겉치레 하는 상대를 비꼬는 방법,(본심과 포장의 토포스), 유리한 면을 강조하는 법(선악의 토포스), 억측과 있을 수 없는 일을 가지고 설득하는 방법 등 다양한 전략을 구체적으로 알려 준다.



물론 부수적이라고 전제하였지만, 청자의 감정을 이용하는 법과 화자의 인성을 훌륭하게 어필하는 방법 등은 일상생활에서 유용한 팁이었다. 단순히 남을 설득하기 위한 방편만이 아니다. 상대방의 궤변과 억지스러운 인신공격을 꿰뚫어 보고 민첩하게 대처할 수 있다. 억지와 비논리에 한번쯤 휘둘려 본 독자들에겐 솔깃하게 들린다.


2,500년 전의 그리스 철학자의 화술이 현재까지 알게 모르게 활용되고, 아직도 다양한 자기계발서의 기초가 되는 점은 놀랍기 그지 없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변론술>은 커뮤니케이션 능력에 목마른 현대인들을 해갈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전략이 들어 있지만, 내용이 난해하여 접하기 어렵다. <지지 않는 대화>는 자기계발서에 충실하게 <변론술>을 소개한다. 말발을 세우고 남을 설득하고 싶은 독자, 억지스런 논리와 궤변에 한번쯤 당해본 독자들은 일독해볼  만한 책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변론술』이 오랜 역사 소에서 전해내려오는 `화법`에 관한 책 가운데 가장 핵심적이며", "현실의 토론 과정에서 가장 도움이 되는 내용을 담고"(p.17)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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