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은 영화 주간지다. 신작 영화, 영화인 인터뷰, 영화계 전반의 소식을 전달한다. 1100호는 창간 22주년 기념 특대호로 한국 영화 여성 캐릭터 Best20, <옥자> 봉준호 감독 인터뷰를 실었다.

 

 

특히 씨네21 X 한겨레가 공동기획한 "우파지원 '모태펀드'의 모든 것"은 박근혜 정권의 문화 예술계 길들이기에 관한 연작 기획 기사다. 허투루 읽을 수가 없었다.

 

 

모태 펀드란 무엇이고, 박근혜 정권은 모태 펀드로 어떻게 영화계를 농단했는가. 모태펀드는 정부 부처가 출자한 자금으로 기업이 아닌 개별펀드에 투자하여 벤처기업, 문화산업에 간접 지원하는 형태로 운용된다. 중소기업청 산하 공공기관인 (주) 한국벤처투자가 관리한다.(씨네21 인용)

 

 

펀드에 투자하는 펀드(Fund of Funds), 펀드의 어머니라 할 수 있다.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따라 2005년에 처음 만들어진 '모태펀드'는 기업에 직접 투자하지 않고 개별펀드(투자조합)에 출자하는 형식으로 운영되며 법률에 근거해 정부기금과 예산으로 조성된다. (p.44)

 

 

영화 투자의 경우, 문체부나 영진위가 문화예술진흥기금과 영화발전기금의 투자조합출자사업 예산을 모태펀드에 출자하면 한국벤처투자가 이 기금을 민간 투자금(창투사, 대기업투자 · 배급사의 투자, 개인투자자)과 함께 결성해 영화 제작사나 작품에 투자하는 식이다.(p.44)

 

 

박근혜 정부는 영화계의 종잣돈 구실을 하는 모태펀드를 정권의 입맛에 맞는 영화에 투자했다고 한다. 원전 재난영화 <판도라>, 광주민주화 운동을 소재로 한 송강호 주연의 <택시운전사>, 안기부 기획수사를 비판한 <보통 사람> 등은 모태펀드 투자를 거절당했다. 반면에, <연평해전>,<인천상륙작전>과 같은 정권이 선호한 영화들은 지원금을 받았다.

 

 

검찰의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전 구속영장청구서 일부 내용에는 한국벤처투자 임원에 대한 인사 개입을 한 사실이 적시돼 있다. 구체적으로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은 신동철 소통비서관에게 "좌파에 대한 지원은 많은데 우파에 대한 지원은 너무 없다. 중앙 정부라도 나서서 지원하라."고 지시"했고, 청와대 비서진들이 참여하는 '민간단체 보조금 테스크포스"가 꾸려졌다. 실행 책임은 정무수석이 맡았는데, 2014년 6월부터 조윤선 수석에게 인계되었다.

 

 

김기춘 실장은 임명 초기부터 종북세력이 문화계를 장악하여 좌편향되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경제수석을 통해 CJ 이미경 부회장 사퇴 압력을 넣었고 이 부회장은 도미를 하였다. 결국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이 밝혀져 김기춘 실장, 조윤선 수석이 구속 수감되는 계기가 되었다.

 

 

박근혜 정부가 말한 창조문화융성이란 슬로건은 실상 문화예술, 체육계를 정권의 입맛에 맞게 개조, 육성하는 것이었다. 2017년 4월 1일 <그것이 알고 싶다 - 두개의 광장, 하나의 진실>편이 방영되었고, 문화계 블랙리스트뿐 아니라 화이트리스트(투자 지원)가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하여 모태펀드가 실검에 올랐다.

 

 

정가제 제외 도서 포함 5만 원 이상 구매시 이천 원 적립금을 주는 덕분에 영화 주간지 <씨네 21>을 종종 구매하는데, 1100호 박근혜 정권의 영화계 길들이기 특집은 정독을 했다. 문화계를 좌지우지해 보겠다는 저열한 인식이 2010년대까지 이어지다니. 문화융성은커녕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공적 자금줄을 가지고 전횡을 일삼는 무리수를 낳았다. 이후 권력은 박근혜 정권의 비참한 결말을 타산지석 삼기 바란다. 연작 특집이라 1101호를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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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4-22 07: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음 차기 정부가 누가 되든 간에 문체부를 개편해야 합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뿐만 아니라 도서정가제를 고집하는 문체부의 태도에 불만스럽습니다.

캐모마일 2017-04-22 08:15   좋아요 0 | URL
도서정가제 진짜 ... ㅜㅜ
 
심용환의 역사 토크 - 시시비비 역사 논쟁에서 절대 지지 않는 법
심용환 지음 / 휴머니스트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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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역사는 단순한 과거의 사실이 아니다. 지금 대한민국의 토대가 되었고, 영향을 미치며, 여전히 뜨거운 논쟁거리다. 박근혜 정부는 2015년 한일 위안부 협상을 졸속 처리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대선을 앞둔 현재 문재인, 홍준표 후보는 재협상, 합의 파기를 주장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친일파 청산은 건국 이래로 끊임 없는 논란 거리였다. 뉴라이트는 8.15 광복절을 이승만 정부가 설립된 1948년을 기념하여 건국절로 지정하자는 운동을 벌였고, 식민지 근대화론이 학계는 물론 일반 국민들의 민족 감정을 흔들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과는 뜨거운 감자다. 박정희 정권에 대한 향수가 박근혜 정권의 지지기반이 되었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리고 동북공정으로 고대사에 대한 연구가 다시금 주목받았는데, 이와 더불어 일부 재야사학자들이 주장하는 <환단고기> 역사학, 초고대국가론은 인터넷 커뮤니티 상에서 잊을 만하면 올라오는 이야깃거리다.



역사는 뜨겁다.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이자 현실 정치, 외교에서 역사 문제로 첨예하게 대립하기도 한다. 특히 고등학교 근현대사 교과서는 어느새 이념 논쟁의 장이 되었다. 박근혜 정부는 국정교과서를 제작했으나 집필 초기부터 각계의 비판에 직면했다. 국정교과서를 보조교재로 신청했던 5개 고등학교 중 네 개 학교가 취소를 했고, 한 곳은 학부모, 학생들의 반대로 난항을 겪었다. 역사는 학창시절 고리타분한 암기 과목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다. 역사관을 주도하기 위한 이념 싸움이 치열하다.



단순히 사실로서의 역사보다 살아있는 논쟁으로서의 역사 지식이 필요하다. <심용환의 역사 토크>는 대한민국에서 뜨거운 역사적 논쟁거리를 설명한다. 위안부, 친일파. 식민지 근대화론, 이승만, 박정희, 고대사 등 6가지 이슈를 다룬다. 각 입장을 대변하는 인물 간의 토론 형식으로 엮었다. 저자 심용환 씨의 페르소나격인 '심 선생'이 여섯 가지 주제로 여러 인물들과 대화, 때로는 격렬한 논쟁을 하는 식이다.

'위안부, 돌아오지 못한 소녀들' 은 시사와 역사에 관심은 많지만 내공은 부족한 여대생 윤 제자에게 심 선생이 역사적 사실을 가르쳐준다. 위안부라는 명칭을 쓰는 이유부터 강제 동원의 증거 자료, 2015년 정부 합의 등 전반적인 문제를 거론한다. '이승만, 잘못 끼운 첫 단추'는 이승만의 열혈 팬인 목사와 토론하며, '박정희, 민족의 지도자인가 독재자인가'는 박정희 신봉자인 큰아버지, 독재와 인권 탄압의 잘못은 인정하지만 경제 발전을 이룩한 리더십은 긍정해야 한다는 사촌 기자 동생과 논쟁을 벌인다.

위안부와 관련해선 위안부 동원 인원을 20만 명으로 추산하는 근거, 일본 육군성의 <군 위안소 종업부 모집에 관한 건> 등 군부 기록물, 미군정의 재판 기록물 같은 문서 자료의 존재를 거론한다. 이제까지 위안부 문제와 관련된 한일 간 협의의 역사, '심달연 국민 기금 사기 사건' 처럼 위안부 피해자 동의 없이 벌어진 합의 건들은 2015년 박근혜 정권의 한일 위안부 협상을 떠오르게 한다. <그것이 알고 싶다- '모욕과 망각-12.28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가 시청자의 공분을 일으킨 이유기도 하다.



'심 선생'은 식민지 근대화론에 대하여 "식민지 필연성"과 '식민지 경제 성장'을 제대로 논증하지 못하는 맹점을 지적하고, 이승만의 자유 대한민국 정부 수립, 박정희의 구국의 결단과 경제 발전 신화의 배경과 문제점을 비판한다. 친일파를 비호하는 논거들, 예컨대, 일제 치하가 길었기 때문에 친일파 아닌 사람이 없다, 광복 이후 대다수가 문맹이라 친일파 인적 자본이 필요했다, 친일 군인들 덕분에 한국전쟁을 치룰 수 있었다는 주장을 논박한다.

역사 토론에서 나아가 관행적으로 배웠던 역사학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친일파 문제를 단순히 감정적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의 기회주의 관점에서 분석해야 한다는 입장, 학창시절에 배운 '자본주의 맹아론(조선후기) → 수탈론(일제시대)', 즉 조선 후기에 자본주의의 싹이 움텄는데 일제 식민지화로 인하여 자생적 발전이 무산되었다는 이론인데, 이는 지나치게 도식적이라는 비판은 새겨들을 만하다.



가족과 TV를 보다가 정치 토론이 벌어져서 어른들과 얼굴을 붉히고,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시사 문제로 키보드 배틀이 심심찮게 벌어진다. 막상 '이건 아닌데.....' 하면서 의욕만 앞섰지 주장을 뒷받침할 내공이 부족했거나, 이른바 그들이 말하는 '팩트'와 논리가 정확하지 않아서 분을 삭였다면 <심용환의 역사 토론>이 도움이 되겠다. 위안부, 친일파, 식민지근대화론, 이승만, 박정희, 고대사 논쟁은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주제들이다. 대체로 '심 선생'의 관점에 공감하고 역사 내공이 부족한 입장에선 사이다를 마신 듯 속이 시원했다.. 반면에 저자의 주장과 다른 관점을 가졌다면 논리적인 반론을 듣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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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4-22 07: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사적 사실을 설명해줘도 못 듣는 척하는 하고, 상대방이 알려주는 역사를 틀렸다고 우기는 사람들이 아주 많아졌어요. 위안부 소녀 동상이 세워지는 것을 막으려고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 흉상을 세운다는 이상한 단체가 나올 정도면 상황이 정말 심각합니다.

캐모마일 2017-04-22 19:43   좋아요 0 | URL
정말 공감합니다.
 
나는 왜 자꾸 바보짓을 할까? - '생각의 사각지대'를 벗어나는 10가지 실천 심리학
매들린 L. 반 헤케 지음, 임옥희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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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자꾸 바보짓을 할까?>는 생각의 사각지대, 이른바 사고의 맹점에 관한 책이다. 살다보면 내가 왜 그런 실수를 했을까, 혹은 남의 행동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을 때가 있다. 책은 10가지 사고의 맹점을 통해서 '바보짓' 혹은 '밉상짓'의 원인을 살펴본다. 저자인 매들린 L. 반 헤케 교수는 "교육학, 인지심리학, 창조성 연구, 비판적 사고, 유아 발달, 철학 등" 간학문적 관점과 다양한 사례를 통해 분석한다.


여기서 '바보짓'은 의도된 행위가 아니다. 많은 인간이 타인에게 악의를 품고 행동하거나 뻔히 자기가 잘못한 줄을 알면서도 모르쇠로 버틴다. 그러나 책은 의도된 '나쁜짓'보다 인간의 태생적인 맹점을 꼬집는다. 악의적인 행동은 애초에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럼에도 나는 다른 사람의 잘못된 행동을 보고 무조건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기 전에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는 탐욕이나 이기심, 게으름 때문으로 보이는 행동들도 찬찬히 살펴보면 얼핏 본 것과 달리 훨씬 더 복잡한 이면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둘째는 일단 상대방을 심각한 결함이 있는 존재로 대하면 그들을 좋은 방향으로 유도하기가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p.43)



맹점은 생존 본능과 관련돼 있다. 인간의 인지 용량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복잡한 정보를 모두 파악할 수 없다. 삶이 피곤한 것은 물론이고 일상 생활을 하는 데 터무니 없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게다가 망각은 신의 선물이란 격언이 있듯이, 적절한 자기합리화는 심리적 평온을 위한 필수 요소다. 복잡한 사회를 살기 위한 뇌 나름의 효율적인 전략이다.



그러나 이 전략은 생각의 사각지대를 일으킨다. 생각 없이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저지른다. 익숙한 사고방식과 패턴을 고집하고 새로운 것을 거부한다. 전체적인 시스템을 보지 못할 뿐더러 불충분한 증거를 바탕으로 성급한 결론을 내린다. 맹점이 모여 편견으로 고착화되고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방해한다. 개인 차원을 넘어 "집단, 즉 국가나 종교 집단, 민족이나 인종 집단, 회사나 학교 등도 맹점이 있다. 맹점에 관한 국가적, 국제적 딜레마"(p.9)가 벌어지기도 한다.



최악은 '내 모습을 볼 수 없는' 것이다. 맹점은 사전적 의미로 망막에 시세포가 없어 상이 맺히지 않는 부분이다. 시야에 잡히지 않아서 자각하지 못한다. 사고의 맹점도 마찬가지다. 은연중에 작동한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만 고치기가 어렵다. 반면에 남의 맹점은 잘 보인다. 예컨대 미운 인간이 있다. '그 인간'은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고 밉상짓을 하는지조차 모른다. 그러나 나도 누군가에게 '그 인간'이지 않을까. 객관적인 자기 성찰을 하지 못하는 맹점이 가장 안타깝다.



누구에게나 맹점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자. 그러면 누군가가 자신과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그 생각이 설령 불완전하더라도 단순한 관점상의 차이를 넘어서서 그 관점을 통해 배울 점이 있음을 인정하게 된다. 상대방의 견해가 우리와 다르고, 나름대로 한계가 있다 할지라도 그들의 관점으로 보면 자신이 놓치고 있는 부분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 점이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내용이다. (p.7~8)


두 번째 메시지는 우리가 각자의 맹점을 극복하면 더 나은 의사 결정을 할 수 있고, 타인과 관계가 개선되며, 창조적인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사고 방식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p.8)

인간은 맹점을 갖고 있다. 어처구니 없는 실수, 결정을 저지르고 자책하기보다 맹점을 알고 대비를 해야 한다. 매들린 교수가 말하는 '돌아보기' 방법은 10가지 맹점에 대한 대처법이다. 무엇보다 인간이 맹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진정으로 인지하는 단계가 첫 걸음이다. 부인하는 태도가 가장 큰 잘못이다. "맹점은 면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p.42) 나아가 타인과의 관계를 다시금 바라보게 된다. 내가 혐오하는 남의 결점은 악의가 아니라 맹점에서 비롯되고, 남이 나를 꺼려하는 이유가 나의 맹점 때문일 수 있다. 지혜가 필요하다. 흑백 사고를 벗어나 이성적이고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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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4월 12일 분노의 질주 시리즈 8편인 <분노의 질주 : 더 익스트림>이 개봉했다. 개인적으로 자동차는 운송수단 쯤으로 여기는 사람이라 15년 간 시리즈가 일곱 편이 제작되고 흥행에 성공했는데도 눈길이 안 갔다. 잊을 만하면 개봉하는 액션 영화 정도였다. 전작 <분노의 질주 : 더 세븐>이 상영된 2015년 상반기엔 <킹스맨>, <스파이>,<피아니스트>를 극장에서 봤던 것 같다. 도대체 시리즈가 8편이나 나오는 이유는 뭘까. 결국 개봉 당일 영화를 직접 관람했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본격 카 체이스 액션 영화다. 뤽 배송 감독의 <택시> 시리즈를 제외한 대부분 액션 영화에서 한 꼭지로 등장했던 자동차 액션 신을 전면에 내세웠다. 슈퍼카와 미녀가 나오는 카체이싱. 자동차에 로망을 가진 액션 관객층에겐 더없는 취향 저격 영화였다. 실제로 원작 만한 속편은 없다는 불문률을 깨고, 시리즈가 제작될수록 스케일은 점점 커진데다 흥행 기록을 경신했다. 전작 <더 세븐>은 전세계 박스오피스 6위를 기록했다. <컨져링> 등 공포 영화 명장으로 유명한 제임스 완 감독이 연출했고 빈 디젤과 함께 시리즈의 한 축을 담당했던 폴 워커가 촬영 도중 부고하는 바람에 추모 열기가 더해졌다. 헐리우드에서도 2억 달러 ~ 2억 5천만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제작비를 들인 블록버스터여서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으나 15억 달러에 달하는 흥행수익을 올려서 영화계의 걱정을 불식시켰다.

 

 

 

 

 

 

이번 <분노의 질주 : 더 익스트림>은 그동안 생사고락을 같이 하며 가족처럼 지낸 팀의 리더 격인 도미닉 토레토(빈 디젤)이 팀원을 배신하고 사이퍼(사를리즈 테론)과 전세계적인 테러를 계획하면서 시작된다. 시리즈 동안 끈끈한 우애를 보였던 팀인 만큼, 만약 도미닉이 배신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설정이다. 비록 범죄를 저지르고 전과도 있지만 폭주족 집단에서 야쿠자, 세계적인 마약상, 전직 특수요원의 비밀 테러집단의 음모에 맞서서 평화를 지켰던 그들이다. 그 과정에서 팀으로 뭉쳤으며 위기를 헤쳐나가며 팀웍을 다졌는데, 이번에 리더 도미닉이 어나니머스도 건들지 못하는 세계적인 해커 사이퍼와 손잡고 도리어 테러를 획책했던 것이다. <어벤져스 : 시빌 워>처럼 같은 팀, 선역끼리의 대결이란 흥미로운 설정이다.

 

 

 

 

브라이언 오코너(폴 워커)의 부재때문은 아니었을까. 실제로 폴 워커가 나오지 않는 분노의 질주에 대한 관객의 우려가 컸다고 한다. 파격적인 구상이 필요했을 것이다.

 

 

덧붙여 본인처럼 시리즈를 처음 접한 관객은 전작을 보지 않아도 관찮은지 궁금증이 생긴다. 실제 영화 초반에 어리둥절 했던지라 검색을 했다. <분노의 질주 : 더 익스트림> 이해에 필요한 인물들의 이력을 말하자면,

 

 

 

 

1. 루크 홉스(드웨인 존슨)는 시리즈 5편부터 출연했다. DSS(미 국무부 외교경호처) 비밀 요원으로 도미닉 팀을 체포하여 이송하던 도중, 세계적인 마약 조직인 에레난 일당에게 습격을 받고 팀이 전멸되는 위기에 처한다. 도미닉의 도움을 받아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후 도미닉 팀과 우애를 다졌고, 그후 비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도미닉 팀에게 협조를 요청한다. 루크 홉스에 협조한 덕분에 도미닉 무리는 범죄 이력과 수배범 신세를 벗어날 수 있었다. 이번에도 사이퍼 일당의 테러를 저지하려고 그들을 부른다.

 

 

 

 

2. 데카드 쇼(제이슨 스타뎀)은 전작 <더 세븐>에서 악당으로 루크 홉스, 도미닉 팀과 대립했다. 전직 영국 비밀요원 출신으로, 시리즈 6편인 <분노의 질주 : 더 맥시멈>의 악역인 오웬 쇼(루크 에반스)의 형이다. 동생의 복수를 위하여 루크 홉스와 도미닉 팀에게 테러를 가하지만 결국 제압당하고 CIA 비밀 감옥에 수감되었다. 영화 초반 루크 홉스와 서로 못 잡아먹어서 이를 가는 이유다.

 

 

 

3. 엘레나(엘사 파타키)는 한때 도미닉과 연인 사이였다. 리우 데 자네이루 경찰 출신으로 도미닉 팀과 엮이게 되고, 도미닉과 오래된 사이였던 레티 오티즈(미셸 로드리게즈)가 참혹한 죽음을 당한 후,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 그러나 레티가 실제로 죽지 않고 그의 곁으로 돌아와서 둘 사이는 자연스럽게 멀어졌는데, 루크 홉스가 그녀를 DSS 조직 요원으로 발탁했다.

 

 

 

 

4. 사이퍼(샤를리즈 테론)은 전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해커다. 이번 작품에 나온 악역이나 데커드 쇼의 동생 오웬 쇼와도 연관이 있고, 도미닉과는 구면인 듯하다. 

 

 

 

 

 

현지 위키백과에 따르면, 전편과 같이 <더 익스트림>도 2억 3천만 달러 가량의 제작비가 투입되었다고 한다. 두 시간 반(150분) 분량의 러닝타임이지만 지루할 만하면 거액의 제작비로 만든 카체이싱 장면이 등장한다. 고물차에서부터 슈퍼카, 리무진, 탱크에 이르기까지 차종도 다양하여 시선을 붙잡는다. 잘 만든 카체이스 블록버스터다. 긴 러닝타임에 거액의 액션신. 가성비가 훌륭하다.

 

 

 

 

 

 

 

 

 

 

 

 

 

 

* 영화 포스터, 스틸컷은 네이버 영화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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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러드 라이언스의 거대한 전환 - 새로운 세계 질서는 어떤 기회와 위협으로 다가올 것인가
제러드 라이언스 지음, 김효원,김혜민 옮김, 이영구 감수 / 골든어페어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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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간 세계 경제 이슈에 둔감해서인지 제러드 라이언스가 생소했다. 2008년 금융위기를 예측했고 각종 외신에서 전 세계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 분석가로 꼽히는 이코노미스트라고 한다. 2016년 6월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한 브렉시트(Brexit) 사건이 일어났는데, 제러드 라이언스는 영국의 유로화 채용 반대, 브렉시트를 지지한 대표적 경제학자였다. 당시 브렉시트를 우려하는 입장을 많이 접했던지라 반대로 브렉시트를 옹호하는 세계적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에 관심이 갔다.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세계 경제는 균형을 찾아가고 있다. 위기는 비교적 진정되었으나 미중 간의 알력 다툼, 4차 산업혁명의 도래 등 새로운 경제 질서를 향해 나아가는 중이다. 이러한 전환을 어떻게 바라보고 전망할 것인가. 경제를 예측하는 통찰이 필요하다. 제러드 라이언스는 수리경제학이나 통계학에 기반한 시각이 아닌 경제의 시스템적 사고를 지향한다. 저자에 따르면 세계 경제가 '제 5차 산업혁명'으로 이행하고 있는데,  5차 산업혁명이란 일반적으로 '제 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정보통신기술 융합 산업을 비롯하여 인공지능, 녹색 혁명, 바이오기술 혁신을 포괄적으로 지칭한다.



<거대한 전환>은 경제를 움직이는 네 가지 영역으로 다가올 세계 경제 질서를 전망한다. 경제와 금융, 소프트 파워, 하드 파워, 글로벌 시스템과 정책이다. 경제적 측면에선 '세계경제를 움직이는 슈퍼맨'으로 중국, 무역, 영감 : 신기술의 성장, 땀 : 인구와 노동력의 변화, 중산층의 성장, 도시화를 들고 있다. 단순한 경제 전망서보다 세계경제를 화두로 한 미래학 서적으로 볼 수 있겠다. 우리나라는 양극화가 심화되고 중산층 붕괴가 논의되고 있는 현실에서 중산층의 성장 키워드는 의아스럽다. 이것은 신흥국의 성장을 의미한다. 과거 중국이 메이드 인 차이나(중국산)였다면, 이제는 보우트 바이 차이나(bought by china, 중국의 구매력)를 주목하는 식이다.(p.68)



대체로 비관적인 경제 예측이 많은 가운데, 제러드 라이언스는 긍정적인 시각을 견지한다. "여기서 핵심은 앞으로 다가올 수십 년간 세계경제는 굉장히 흥미로운 성장기를 맞이하리라는 점이다. … 만일 세계 경제가 실제로 성장한다면, 신흥국의 경제활동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고 미국 경제는 다시 한 번 부흥기를 맞을 것이다."(p.24) 미국의 혁신 역량, 중국 경제의 성장세, 신흥국은 성장 잠재력을 일정 부분 달성하고 유럽은 경제적 판단을 적절히 한다면 다시금 전 세계적인 경제 발전기가 도래하리라는 관점이다.

다만 제러드 라이언스는 2008년 경제위기의 원인은 4G, 즉 글래스 스티걸법의 폐기, 그린스펀의 통화정책 실수, 거버넌스의 부재, 탐욕(Greed)을 들고 있다. 글래스 스티걸법이란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을 분리하는 법안으로 1999년 폐지되었다. 낙관적인 분위기 속에서 금융 전체가 투기적 성향을 띄게 되었고, 이른바 닌자금융,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를 유발했다는 것이다. 수익성을 줄이는 대신에 금융의 안정성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유럽의 경우, 저자는 영국의 정치와 통화 정책의 독립성을 위하여 브렉시트를 지지했고 심지어 유로존이 붕괴될 것이라 예측한다. 유럽 연합은 통화 동맹을 바탕으로 한 정치 동맹의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고, 해법에 따라 유럽 경제의 양상이 달라질 것이다. 메르켈 총리는  단일통화 동맹으로 야기된 정치적, 경제적 문제를 관리하는 역량을 보여주었다.



<거대한 전환>은 시스템적 관점에서 세계 경제를 진단하고 전망한다. 경제를 움직이는 네 가지 영역과 세계 경제의 여섯 가지 동력을 잣대로 분석한다. 현재를 진단하기 위해 경제사와 과거 경제 위기 사례를 살펴보는데, 우리나라가 IMF 구제 금융을 받아야 했던 동아시아 외환위기 사태도 있다. 제러드 라이언스는 금모으기 운동을 거론하며 짧은 시간 고도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한국의 역량을 칭찬하지만 일부 무역회사가 이득을 편취했던 사실은 몰랐으리라. 읽으면서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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