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러드 라이언스의 거대한 전환 - 새로운 세계 질서는 어떤 기회와 위협으로 다가올 것인가
제러드 라이언스 지음, 김효원,김혜민 옮김, 이영구 감수 / 골든어페어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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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간 세계 경제 이슈에 둔감해서인지 제러드 라이언스가 생소했다. 2008년 금융위기를 예측했고 각종 외신에서 전 세계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 분석가로 꼽히는 이코노미스트라고 한다. 2016년 6월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한 브렉시트(Brexit) 사건이 일어났는데, 제러드 라이언스는 영국의 유로화 채용 반대, 브렉시트를 지지한 대표적 경제학자였다. 당시 브렉시트를 우려하는 입장을 많이 접했던지라 반대로 브렉시트를 옹호하는 세계적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에 관심이 갔다.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세계 경제는 균형을 찾아가고 있다. 위기는 비교적 진정되었으나 미중 간의 알력 다툼, 4차 산업혁명의 도래 등 새로운 경제 질서를 향해 나아가는 중이다. 이러한 전환을 어떻게 바라보고 전망할 것인가. 경제를 예측하는 통찰이 필요하다. 제러드 라이언스는 수리경제학이나 통계학에 기반한 시각이 아닌 경제의 시스템적 사고를 지향한다. 저자에 따르면 세계 경제가 '제 5차 산업혁명'으로 이행하고 있는데,  5차 산업혁명이란 일반적으로 '제 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정보통신기술 융합 산업을 비롯하여 인공지능, 녹색 혁명, 바이오기술 혁신을 포괄적으로 지칭한다.



<거대한 전환>은 경제를 움직이는 네 가지 영역으로 다가올 세계 경제 질서를 전망한다. 경제와 금융, 소프트 파워, 하드 파워, 글로벌 시스템과 정책이다. 경제적 측면에선 '세계경제를 움직이는 슈퍼맨'으로 중국, 무역, 영감 : 신기술의 성장, 땀 : 인구와 노동력의 변화, 중산층의 성장, 도시화를 들고 있다. 단순한 경제 전망서보다 세계경제를 화두로 한 미래학 서적으로 볼 수 있겠다. 우리나라는 양극화가 심화되고 중산층 붕괴가 논의되고 있는 현실에서 중산층의 성장 키워드는 의아스럽다. 이것은 신흥국의 성장을 의미한다. 과거 중국이 메이드 인 차이나(중국산)였다면, 이제는 보우트 바이 차이나(bought by china, 중국의 구매력)를 주목하는 식이다.(p.68)



대체로 비관적인 경제 예측이 많은 가운데, 제러드 라이언스는 긍정적인 시각을 견지한다. "여기서 핵심은 앞으로 다가올 수십 년간 세계경제는 굉장히 흥미로운 성장기를 맞이하리라는 점이다. … 만일 세계 경제가 실제로 성장한다면, 신흥국의 경제활동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고 미국 경제는 다시 한 번 부흥기를 맞을 것이다."(p.24) 미국의 혁신 역량, 중국 경제의 성장세, 신흥국은 성장 잠재력을 일정 부분 달성하고 유럽은 경제적 판단을 적절히 한다면 다시금 전 세계적인 경제 발전기가 도래하리라는 관점이다.

다만 제러드 라이언스는 2008년 경제위기의 원인은 4G, 즉 글래스 스티걸법의 폐기, 그린스펀의 통화정책 실수, 거버넌스의 부재, 탐욕(Greed)을 들고 있다. 글래스 스티걸법이란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을 분리하는 법안으로 1999년 폐지되었다. 낙관적인 분위기 속에서 금융 전체가 투기적 성향을 띄게 되었고, 이른바 닌자금융,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를 유발했다는 것이다. 수익성을 줄이는 대신에 금융의 안정성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유럽의 경우, 저자는 영국의 정치와 통화 정책의 독립성을 위하여 브렉시트를 지지했고 심지어 유로존이 붕괴될 것이라 예측한다. 유럽 연합은 통화 동맹을 바탕으로 한 정치 동맹의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고, 해법에 따라 유럽 경제의 양상이 달라질 것이다. 메르켈 총리는  단일통화 동맹으로 야기된 정치적, 경제적 문제를 관리하는 역량을 보여주었다.



<거대한 전환>은 시스템적 관점에서 세계 경제를 진단하고 전망한다. 경제를 움직이는 네 가지 영역과 세계 경제의 여섯 가지 동력을 잣대로 분석한다. 현재를 진단하기 위해 경제사와 과거 경제 위기 사례를 살펴보는데, 우리나라가 IMF 구제 금융을 받아야 했던 동아시아 외환위기 사태도 있다. 제러드 라이언스는 금모으기 운동을 거론하며 짧은 시간 고도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한국의 역량을 칭찬하지만 일부 무역회사가 이득을 편취했던 사실은 몰랐으리라. 읽으면서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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