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바꾸는 글쓰기 - 문학적 향기를 따라서
안재성 지음 / 목선재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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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농의 딸로 논밭에 하염없이 코를 박고 지내던 시절, 저는 제 삶의 변화를 꿈꾸며 글을 긁적기리시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문학이 인간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최소한 내 삶만큼은 분명히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p.16) 베트남 극빈층 가정에서 태어난 작가 응웬옥뜨의 글이다. 그녀의 말처럼, 글쓰기로 밥벌이를 하지 않아도 좋다. 일기장을 마주하며 오늘 하루를 끄적여나가기만 해도 자유와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


혼자만의 유희가 아니다. SNS, 포털 사이트처럼 인터넷 기반의 각종 매체들이 활성화되면서 글쓰기의 활용도가 늘어났다. 전업 작가로 등단하거나 기자 등 전문적인 업에 종사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방법으로 생활에 유익을 준다. 취미로 서평, 블로그 활동을 하면서 관심과 영향력을 인정받는 네티즌들이 상당하다. 니아가 <오베라는 남자>,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의 작가 프레드릭 베크만은 트럭 운전수를 하면서 SNS에 소설을 올려서 일약 세계적인 작가로 거듭났다. <마션>, 그레이 시리즈 등 블로그나 팬픽 소설이 대중적인 인기를 끈다. 우리나라도 많은 작가들이 주요 포털사이트의 연재란 같은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작품활 동을 하고 있다. 서점가에서 글쓰기 책이 여전히 인기 있는 이유다. 


그 중에 <인생을 바꾸는 글쓰기>의 매력은 바로 저자 안재성씨의 약력에 있다. 민주화운동으로 청년기를 보냈고, 20 여 권 가량의 다양한 분야 서적을 집필하였다.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과 억울한 사람들의 사연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을 위해 싸우는 정의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며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가려 한다."는 작가의 포부가 인상적이었다. 다사다난한 한국의 세태 속에서 작가가 말하는 글쓰기란 무엇일까가 궁금했다.

책은 마냥 저자의 문제 의식만을 강조하지 않는다. 작문, 특히 문학에 관한 기초와 실제 적용을 예를 들어 친절하게 설명한다. 총 4부로 나눠져 있는데, 구성과 목차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었다. 문학적 기법과 구성을 알고 있어도, 머릿속에 정리되지 않으면 실제 작품을 읽거나 글을 쓸 때 의식하지 못하여 활용력이 떨어진다. 예컨대, 직유법을 설명하는 장이다. 원관념과 보조관념의 거리가 너무 가까우면 상투적이 되고, 너무 멀면 폭력적이 되는데, 현대시가 어려운 주된 이유 중 하나는 비유에서 거리가 너무 멀어지고 폭력적이 되었다고 설명한다.  이렇듯 막연하게 느끼던 것들을 명쾌하게 설명해 준다. 문체에 관한 장은 여러 문체들의 특성을 살펴보고 김훈, 이문구 등 관심 작가들의 예가 나와서 솔깃했다.


책은 글쓰기에 관한 틀과 방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소설 등 문학 애독자들에게는 문학 작품에 대한 이해력을 높인다. <인생을 바꾸는 글쓰기>를 읽고, 평소 선호하는 작가가 어떤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는지, 구성법과 묘사, 문체와 같은 작가의 특성은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면 독서의 내공이 한층 두터워지겠다. 글쓰기 입문자에게는 친절한 매뉴얼이 되어 줄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 글쓰기는 당신의 기억 속에 갇혀 있던 즐겁고 슬프고 감동적인 이야기들을 세상 속으로 풀어놓는 작업이다. 마음속 싶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무거운 기억들과 생각을 종이 위에 내려놓음으로써 당신의 삶을 자유롭게 해줄 것이다. 글쓰기는 당신을 자유럽게 한다."(p.245) 생 떽쥐베리, 샤르트르, 토마스 만, 헤밍웨이(p.41~56)처럼 인생의 주제의식을 가지고 이 책과 함께 글쓰기를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 삶이 한결 풍요로워질 것이다.

" 글쓰기는 당신의 기억 속에 갇혀 있던 즐겁고 슬프고 감동적인 이야기들을 세상 속으로 풀어놓는 작업이다. 마음속 싶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무거운 기억들과 생각을 종이 위에 내려놓음으로써 당신의 삶을 자유롭게 해줄 것이다. 글쓰기는 당신을 자유럽게 한다."(p.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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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정리법 - 머리가 새하얘질 때 반격에 필요한
아카바 유지 지음, 류두진 옮김 / MBC C&I(MBC프로덕션)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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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이 하얘지고 말문이 막히는 순간이 있다. 나중에 돌아서서 아차, 그 때 이렇게 말했어야 하는데 하면서 논리적인 대구가 떠올라 머리카락을 쥐어뜯기도 한다.  후회하지 말고 상황이 닥칠 때 빨리 생각하고 대처할 수 있는 단련법, 혹은 매뉴얼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고민하게 된다. <생각정리법>은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 의견을 확실히 말하는 38가지 방법"을 담았다.

 

대화법의 본질은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아니다. 문제 파악력과 해결력이 커뮤니케이션의 수준을 결정한다. 즉, 생각하는 힘, 정리하는 힘, 순간적으로 대응하는 힘이 중요하다. 겉만 번지르르한 말이 아니라 그러한 힘을 가진 말만이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고, 반격의 기회도 만들어 낼 수 있다.(p.206)

 

저자는 말문이 막히는 원인을 현안에 대해 깊이 사고하지 않거나 자신감이 부족한 탓이라고 한다. 막연하게 내가 말주변이 없거나 표현력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하지만, 본질적인 부분은 문제 파악력과 해결력이고 이를 뒷받침할 자신감이었다. 핵심을 모르면 헛다리를 짚게 되고, 자꾸 자신감은 떨어지는 것이다. 실제로 사고 프로세스나 틀을 모르는 사람들이 있는데, 업무의 효율성이 부족하고 머릿속에 데이터가 있어도 막상 상황에 부딪히면 논리적인 대응을 하지 못한다. 또한 자신감이 부족하면 심한 긴장과 불안으로 사고 회로가 종종 마비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하우 38가지 포인트를 여덟 단계별로 나누어 소개하는데, 기본적으로 평소에 관심사와 취미에 관하여 정보를 의심하는 습관, 깊이 생각하는 연습을 통해 사고력의 근육을 키우고, 남에게 자주 자신의 의견, 생각을 표현한 후에 검증받으며 시뮬레이션하기를 권한다. 생각과 말도 계속 연습해야지 단련되고 자신감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사고법과 실전 처세법을 조언하고 있다.

 

사고력 증진을 위해서 항상 한 단계 더 나아간다는 끈질긴 마음가짐과 의문점이 생기면 바로 검색하는 자세를 기르라고 한다. 프리젠테이션이나 회의석상에서 상대방의 질문에 답하고 당황하지 않으려면 미리 준비해야 하는데, 이는 사고력과 사전 지식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렇다고 마냥 자료 찾기에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금물이다. 생각은 항상 빠르게 하는 습관을 길러야 실전에 대비할 수 있다. 책에서 권하는 메모하기, 가설 세우기, 제로베이스 사고법은 생각의 체계를 세워서 효율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데 유용하다.

 

실천적인 면에서는 신속하게 대답하고 반박하라고 한다. 대답에 뜸을 들이거나 어물쩡거리면 상대방에게 신뢰를 주기가 어렵고, 더 많은 질문과 반박의 빌미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시뮬레이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또한 책은  의외로 논리라는 강박에서 벗어나라고 한다. 논리에 집중하다보면 생각이 많아져서 오히려 허둥되기 쉽다. 차라리 논리에 구애되지 않고 솔직 담백하게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저자는 '하고 싶은 말 3가지만 하기'(p.113) 규칙을 활용하면 명확하게 자기 생각을 표현하기 쉽고 상대방에게 충분히 논리적 어필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사고 프로세스와 대처법을 연습하고 실천하면 사고력과 언변, 대응력이 한층 개선될 것이다. 특히 1분 메모법은 저자가 3주만 연습하면 변화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자부하는 만큼 한번 활용할 만하다. 실전에서 논리 강박에서 벗어나 '하고 싶은 말 3가지만 하기' 등 구체적인 노하우도 많은 도움이 된다. 또한 생산적인 방향이 아닌 권력형 괴롭힘, 반대를 위한 반대에 대처하는 처세법도 다뤘다.

 

저자 아키바 유지는 맥킨지에 입사하여 서울사무소에서 관록을 쌓았고, 현재는 벤쳐캐피탈 회사를 공동창업하여 경영 지원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이러한 경영 일선의 경험을 살려 업무 노하우, 사고 프로세스에 관한 여러 저술을 하였는데, <생각정리법>은 비즈니스, 조직 환경에서의 노하우를 많이 담았다. 직장 생활에서 스피치 능력과 자기 표현력은 필수인 시대다. 일상생활에서 자기 의견을 말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독자들 뿐만 아니라, 업무 해결력과 표현력 부족으로 고민하는 직장인은 한번 읽어볼 만하다.

대화법의 본질은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아니다. 문제 파악력과 해결력이 커뮤니케이션의 수준을 결정한다. 즉, 생각하는 힘, 정리하는 힘, 순간적으로 대응하는 힘이 중요하다. 겉만 번지르르한 말이 아니라 그러한 힘을 가진 말만이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고, 반격의 기회도 만들어 낼 수 있다.(p.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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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 개정증보판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 / 갈라파고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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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에 250명의 아기가 이 지구상에 새로이 태어나는데, 그중 197명이 이른바 제3세계라 불리는 122개 나라에서 태어난단다. 그리고 그들 중 많은 수가 곧 이런 '이름도 없는 작은 이들의 묘'에 묻히는 운명을 맞는 거야. / 프랑스의 철학자 레지 드브레는 이들을 가리켜 "나면서부터 십자가에 못 박힌 아이들"이라고 표현했어.(,p.79~80)

기아와 관련된 언론 매체의 기사, 프로그램을 보면서 안타까웠지만 한편으론 안도했다. 굶주림은 아프리카 등 일부 빈민국에서 일어나는 일이었고, 막연한 동정심에 기부를 하며 안도를 했다. 적어도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를 읽기 전까지 만성적인 기아가 이렇게 전세계에 만연한 문제였고, 희생자 수가 심각한지 깨닫지 못했다.

2005년 기준으로 10세 미만의 아동이 5초에 1명씩 굶어 죽어가고 있으며, 비타민 A 부족으로 시력을 상실하는 사람이 3에 1명꼴이다. 그리고 세계 인구의 7분의 1에 이르는 8억 5,000만 명이 심각한 만성 영양실조 상태에 있다. 기아에 희생당하는 사람이 2000년 이후 1,200만 명이나 증가한 것이다.(p.32)

 

10여 년이 지난 일이니 많이 개선되었을까. 만성 영양실조 인구가 "2015년 유엔 기아보고서에 의하면 기아 인구는 7억 9,500만 명으로 다소 줄었"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 세계 식량수급의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1990년에 8억 2,200만 명이었던 수치가 2005년에 도리어 증가했던 전례를 볼 때, 이러한 수치는 유동적일 뿐이라는 절망적인 추정을 하게 만든다.

식량 생산량이 부족해서일까. 아니다. 이미 세계 식량생산량은 이미 1984년 기준 120억 명을 먹여살릴 수 있는 자급력이 충분했다. 2015년 세계 인구가 73억 명이니 식량은 넉넉하다. 19세기 토마스 멜서스의 '자연도태' 관점으로 죄책감을 씻을 명분이 없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는 이러한 구조적 부조리를 파헤쳤고, 장기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올랐다. 이번에 최근의 자료와 수치들을 업데이트하여 개정증보판이 발행되었다.

 

책은 유엔 식량특별조사관으로 십년 가까이 근무한 저자 장 지글러가 아들 카림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철저하게 자녀의 눈높이에 맞춰서 설명하지만, 그 이면에는 어른도 알지 못했던 전세계 사회구조적인 문제들이 드러난다. 특히 제3세계 빈곤과 기아가 단순히 그들의 무능력이나 나태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절실히 깨닫게 한다.

많은 사람들이 반문했을 것이다. 왜 전세계적으로 식량은 남아도는데 몇 억 인구가 굶주릴까. 많은 구호단체들이 꾸준히 활동하지만 기아가 없어지지 않을까. 선진국들이 빈곤 국가에 지원과 기부를 하는데도 해결되지 않을까.  안타깝지만 이러한 질문들이 얼마나 순진했던지 스스로가 부끄러웠다.

 

각종 전쟁과 정치적 불안정으로 구호단체들의 활동이 제약되고 심지어 구호물품이 독재자들과 군벌들의 뱃속을 채우는 현실, 그럼에도 한 명의 아이라도 살리기 위해서 구호활동을 멈출 수 없는 딜레마. 예산과 물자가 부족해 눈 앞에 죽어가는 아이들의 구호 요청을 선별하고 돌려보내야 하는 사정이 절절했다.

 

기아를 유발하는 선진국들의 이면에 경악했다. 인도적 얼굴을 하고 빈곤국에 각종 기부와 지원을 하는 반면, 한편으론 구조적인 기아를 고착화시켰다. 농산물 보조금을 통해 덤핑 가격으로 제3세계에 수출하여 빈곤국의 식량 자립을 막아버리고, 육류와 식물  연료 생산에 사용되는 막대한 곡물량은 기아를 해소하는 데 일조하기에 충분한 양이었다. 심지어 경제적 종속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정치적 개입까지 서슴지 않았다. 예컨대, 칠레 인민전선의 아옌대, 부르키나파소의 상카라 제3세계 혁명적 지도자들은 자국의 빈곤과 기아에 맞서 싸웠지만, 다국적 기업과 미국, 프랑스 등 강대국들의 정치, 경제 논리에 무참히 스러져갔다. 책은 안타까운 그들의 혁명사까지 다루고 있었다. 그런데도 단순히 빈곤국들이 문제 해결 의지가 없다고 단언하며 비난할 수 있을까. 결국 강대국은 인도적 가면을 쓰고 자국의 이익을 앞세웠던 것이다.

 

무엇보다 식량을 일종의 투자 대상으로 보는 금융과두제, 신자유주의적 행태가 화근이었다. 시카고 거래소에서 식량 투기가 이루어지고, 빈곤국들은 울며겨자먹기로 가격에 따른다.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 안에는 최소한 도덕적 공감력이 전제되어 있었지만, 금융자본이 조장한 식량 경매 가격은 일말의 온정조차 담지하지 않는다. 또한 네슬레를 비롯한 다국적 식품 기업들은 이미 선진국도 함부로 규제하기 힘든 거대 공룡들이다. 거래소의 투기 세력과 다국적 기업의 이익 앞에서 제3세계 국가들의 무력함은 기아로 나타난다.

 

몇 달러치의 항생제와 영양분 부족으로 빈곤국 아이들이 시력을 잃고 굶어 죽는 이면에는 구조적인 부조리가 도사리고 있었다. 단순히 먼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실제로 우리나라도 불과 몇 십년 전까지 만성적 기아와 빈곤을 겪었고, 현재 북한 인구 대다수가 시달리고 있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기조에 대한 반성이 일었다. 단순히 경제적 인식에서 벗어나 금융과두제가 양산한 근본적인 문제들에 각성하는 것은 어떨까. 특히 기아와 관련해서 말이다. 이제는 막연한 동정이 아닌 구체적 현실을 직시하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학교에서도 가르쳐 주지 않았던 기아 문제를 얇은 한 권의 책이 일깨워주고 있다. 그 힘이 놀라울 따름이다. 계속 개정판이 발매되길 바란다. 바뀐 수치들을 확인하며 기아 문제가 얼마나 개선되었는지 한 눈에 알수 있도록, 나아가 끊임없이 문제를 환기할 수 있도록 말이다.

1분에 250명의 아기가 이 지구상에 새로이 태어나는데, 그중 197명이 이른바 제3세계라 불리는 122개 나라에서 태어난단다. 그리고 그들 중 많은 수가 곧 이런 `이름도 없는 작은 이들의 묘`에 묻히는 운명을 맞는 거야. 프랑스의 철학자 레지 드브레는 이들을 가리켜 "나면서부터 십자가에 못 박힌 아이들"이라고 표현했어.(,p.7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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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이 아닌 선택
디오도어 루빈 지음, 안정효 옮김 / 나무생각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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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모순적이다. 행복을 갈망하지만, 반면에 자기증오와 파괴성이 내면에 도사리고 있다. 상당수 신경증과 정신질환은 살기 위한 원초적 방편이자 몸부림이지만, 그것들은 오히려 삶의 의욕을 꺾어버리고 자살 같은 극단적인 선택의 동인으로 작용한다. 마치 활로를 찾아서 필사적으로 헤매었으나 깨어보니 가시밭길 지옥도를 걷고 있었다고나 할까.


<절망이 아닌 선택>은 자기증오와 관용을 다룬다. 자기증오는 단순히 지나치게 높은 기준과 잣대로 자기를 재단하거나, 스스로를 비난하고 평가절하하는 의식적인 행태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자기조소, 고통스러운 기억 되씹기, 자해, 자살과 같이 결과적으로 드러나는 영역뿐 아니라, 우울증, 불면증, 완벽주의, 우유부단함, 죄의식 등 알게 모르게 삶 전반에 영향을 주는 상태들을 포함한다. 나아가 자아와 현실 인식을 왜곡하는 환상, 기대, 권태 등도 자기 증오의 양상들이다.


반면에 관용이란, "실질적인 자아의 이익을 도모하는 모든 생각과, 느낌과, 기분과, 통찰과, 행동이다.""자기증오에 대한 하나뿐인 해독제이며, 신경증적인 절망이 아닌 인간의 유일한 선택이요 특권이다."(p. 205) 이는 자기합리화 같은 방어기제나, 혹은 나르시즘이 아니다. 오히려 그러한 것들은 현실의 자아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왜곡하는 자기증오이고, 관용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고 자기이해능력을 키우는 과정이다.


인간에게 가장 강력한 치료 효과를 내는 요소는 관용이다. 건설적인 성장과 인간의 창조적인 가능성으로서 그것이 지닌 잠재력은 거의 무한하다. / 인간에게 치료 효과를 저해하는 가장 강력한 요소는 자기증오다. 파괴적인 가능성으로서 그것이 지닌 잠재력은 거의 무한하다. /오늘날까지 이러한 양단성으로부터 해방된 인간을 배출해낸 문화는 존재하지 않았다. 이런 면에서 인간의 정신적 구조가 지닌 분열성은 보편적인 현상이다.(p.18)


인간 내면에서 자기증오와 관용의 역학구도가 형성되어 있는데, 자기증오의 시작은 인격 대부분이 형성되는 성장기, 특히 부모와의 관계에서 주로 만들어진다. 정상적인 애착관계를 형성하면서 아이의 욕구와 감정을 존중해줄 때 아이에게 올바른 자기조정능력이 생기지만, 문제는 세상 모든 부모가 자녀들의 인격과 감정, 욕구를 존중해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외려 육아를 분재하듯 다루는 부모들이 있다. 자신의 욕망과 기대를 자식에게 과도하게 주입시키고 자신이 바라는 이상적인 인간상을 강요한다. 그러한 환경에서 부모의 과도한 기대와 억압에 비례해 아이는 자신도 모르게 가혹한 잣대로 스스로를 심판하고, 자기증오의 굴레에서 평생을 고생하게 된다. 지나치게 관대한 태도, 방임 또한 부모가 육아를 회피하는 행동의 일환으로, 아이에게 자기증오를 심어주게 된다. 부모에게 의지할 수 밖에 없는 환경 속에서 스스로 살아남기 위한 무의식적 선택이 오히려 자기증오와 절망의 길로 자신을 내몰았을 것이다.

참된 시각, 참된 선택, 관용의 선택은 예상되는 반발로부터 해방되고 두려움으로부터 해방된 분위기 소게서 이루어진다. 나의 여러 가지 감정에 귀를 기울이고 스스로 결론에 이른 다음 스스로 선택하는 과정을 거치는 선택, 진지한 선택의행위는 관련된 문제가 무엇이거나 간에 지극히 중요하다.(p.283~284) 


아마도 <절망이 아닌 선택>을 읽는 독자들은 심리학에 조예와 관심이 있거나, 신경증과 같은 심리적 문제에 개선 의지를 갖고 있지 않을까 싶다. 인간의 조건들은 항상 이상적이지 않다. 오히려 부족하고 비루한 나 자신을 인정하는 데서 건설적인 성장이 시작될 것이다. 책을 통해 알게 모르게 나를 지배하고 괴롭혔던 자기증오의 절망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관용의 길, 내가 진정 원하는 참된 '선택'의 길로 나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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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시민의 조건 - 한국인이 알아야 할 민주주의 사용법
로버트 파우저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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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13 20대 총선 결과는 국민들을 놀라게 했다. 사전 여론조사와 달리, 여당의 과반 의석이 무너졌으며, 야당의 승리로 귀결되어 여소야대 정국이 만들어졌다. 삼십여 년 가까이 공고하게 지속된 지역기반 정치의 균열이 일어난 것은 특기할 사안이다. 영남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의미 있는 의석수를 만들어내는 등 전국정당으로 거듭났으나, 텃밭이던 호남에서 국민의당에 참패했다. 정치 지형의 변화는 괄목할 만했고, 다시금 민의(民意)와 민주주의에 대해 성찰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부제가 한국인이 알아야 할 민주주의 사용법인 <미래 시민의 조건>은 시의적절하다. 저자 로버트 파우저는 서울대학교 최초의 외국인 국문학과 교수로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한국에서 국문학을 가르칠 정도로 한국 문화에 해박하면서 동시에 미국인인 제 3자의 시각을 갖고, 한국 사회 시민의 역할, 민주주의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먼저 시민이란 무엇인가에 집중한다. '시민'의 역사적 연원과 사상을 다양하게 살펴본 후, 한국이란 토양에서 시민의 역할을 역설한다. 시민이란 공동체 내에서 권리와 책임을 가진 사람으로, 저자는 "시민은 개인이지만 '개인의 자유와 해방'에 대한 책임과 함께 공동체 '집단의 힘과 번영'에 대한 책임도 있다. 이 두 책임 사이에 갈등이 생길 수 있지만, 그러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민주주의가 나온 것이다."(p.180)라고 한다.

 

<미래 시민의 조건>은 특정 이데올로그와 날선 비판보다 균형 잡힌 민주 시민의 역량을 강조한다. 독자에 따라선 이러한 입장이 뜨뜻미지근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저자가 30여년 간 한국, 일본과 인연을 맺고 체험한 경험담과 한, 미, 일 삼국의 민주주의를 비교하고 고민한 흔적을 담았다. 이 책의 매력포인트다.

 

책은 한국 사회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다루고 있다. ​군사독재를 비롯한 굴곡진 한국 현대사의 이해, 보수와 진보의 대립, 세대 갈등의 기저에 있는 집단주의와 개인주의의 시각차, 사회적 자본을 획득하기 위한 치열한 교육열과 경쟁사회의 모습, 다문화 문제, 특히 군사정권 하에서 주입된 배타적인 민족주의를 넘어 한국 특유의 '문화적 기둥'을 어떻게 세울 것인가, 서울대 외국인 교수 시절 느낀 형식적인 국제화의 허울 등 진지하게 성찰해야 할 문제들을 짚어 보고, 그리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시민의식과 정치 참여를 주장한다.

 

저자는 토머스 '팁' 오닐 전 미국 하원의장의 말을 인용한다. "모든 정치는 로컬(local)이다."(p.201) 제왕적 대통령제를 위시한 권력집중형 구조, '강남'의 부의 집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분산형 권력구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연방제, 내각제, 재벌 구조 해체를 논의해 보고, 나아가 시민 참여형 풀뿌리 민주주의의 확산을 궁극적으로 지향한다. 저자가 직접 서촌 한옥에 살면서 서촌주거공간연구회를 조직해 지역 사회 활동에 참여한 것처럼, 단순히 제도적인 차원에서 나아가 적극적인 시민 활동을 통해 민주 사회의 일원으로서 책임감을 느끼길 권한다.

 

"영어의 'idiot'(바보 또는 멍청이)는 고대 그리스어의 '무식한 사람'이라는 말에서 나왔다. 그리스에서 무식한 사람은 공동체에 대해 관심이 없고 공동체의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이다. 즉 시민으로서 공동체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도 않고 참여하지 않는 사람은 바보라는 의미이다."(p.26)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라고 했던가. 결국 헬조선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역량은 민주시민의 적극적인 정치 참여에 있을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 이 책을 통해 민주주의가 얼마나 귀중하고 부서지기 쉬운 것인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또한 무엇보다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은 시민의 관심과 노력에 달려 있다는 것을 거듭 강조하고 싶다."(p.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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