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 할까요? 7 - 허영만의 커피만화
허영만.이호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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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인생이란 커피 한 잔이 가져다주는 따스함에 관한 문제다.


- 리처드 브로티건(p.242)



허영만 화백의 <커피 한잔 할까요?> 7권이 출간되었다. 독자와 커피 마니아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작품. 반가운 작품이다. 허영만 화백 데뷔 40주년 기념작이자, 커피를소재로 했다. 철저한 고증뿐 아니라, 커피향에 진한 인생을 담았다. 커피와 인생, 정보와 스토리.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그래서 반갑다.



우리나라 커피 소비량은 일 년에 일 인당 428잔으로 20세 이상 성인이 하루 1.5 잔씩 마시는 셈이고, 일인 기준 세계 6위다. 전체 소비량은 10위권이며, 아시아에선 일본에 이어 두번째다. 과거 믹스와 인스턴트 커피가 대부분을 차지했다면, 이제는 원두 커피 소비량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온라인 서점 알라딘도 원두를 판매한다. <커피 한잔 할까요?>에 눈길이 간다.





주인공 강고비는 '2대 커피'에서 바리스타 수업을 받고 있다. 카페 주인이자 커피 명인 박석은 원두 선별부터 로스팅까지 단계마다 수 개월, 심지어 몇 년을 가르친다. 지겨울 만큼 깐깐한 도제식 수업. 이름 그대로 고비 고비마다 커피 열정으로 몇 년을 버틴다. 마치 <미생>의 장그래가 떠오른다. 허영만 화백이 윤태호 작가의 스승인지라 누가 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바리스타로서 미생이었던 강고비가 박석 밑에서 완생, 커피 명인으로 거듭나는 과정은 장인(匠人) 정신이 느껴진다. 한마디로 감동이다.





커피향에 담긴 인생은 다양하다. 제주도 시골에서 커피전문점을 열고 현지 주민들과 소통하는 부부, 사업 실패 후 주차관리인을 맡으면서 2대 커피의 맛에 심취한 가장. 알콜 중독에서 벗어나 이제는 어엿한 집안의 기둥이 되려고 노력한다. 외동딸을 시집보내는 홀로 된 택시기사 아버지. 딸과 사위에게 쉰내 대신 향긋한 커피향을 전하고 싶다. 딸은 커피맛에 취한 아버지가 외도하는 것 같아서 못내 질투난다. 홀아비 아버지, 시집가는 외동딸. 우리네 이웃과 닮았다. 커피 한잔에 서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고, 커피향을 맡으며 한순간 삶의 쉰내를 벗고 새로운 힘을 낸다. 커피맛의 대중적인 표현인 '비터스위트'. 씁쓸한 단맛. 삶과 닮았다. 신맛, 단맛, 짠맛, 감칠맛의 복잡한 향미. 눈시울이 붉어진다.




 

​그러나 <커피 한잔 할까요?> 7권은 향긋한 커피향과 감동 스토리만 전하지 않는다. '1년에 약 2,400개 이상 카페가 오픈하고, 프렌차이즈는 이미 10,000여 점을 넘었다. 일년 이내에 셋 중 하나가 폐업하고 5년 이상 유지되는 카페는 30%미만'이다. 원두 소비량이 증가하는 만큼, 더 많은 점포가 문을 연다. 몇 걸음 지나서 혹은 길 건너 같은 상호의 프렌차이즈 카페를 심심찮게 본다. 창업준비자에겐 이미 레드오션 시장이다.



7권은 특히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담고 있다. 동네 커피 명가로 유명한 <2대 커피>와 <성이 커피>도 대형 프렌차이즈의 여파에 걱정한다. 과거 경리단길, 홍대 인근 골목에 특색 있는 가게들이 결국 자리를 내줘야했던 역사가 떠오른다.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 개성 있는 소규모 가게들이 문을 열어서 이른바 '망리단길'로 불리고 있지만, 언제 다른 지역의 전철을 밟을지 모를 일이다. 작품은 냉엄한 현실을 담고 있다.





<커피 한잔 할까요?>에 담긴 커피 정보와 스토리텔링은 철저한 고증에서 나온다. 7권 48화에선 강고비가 신메뉴 삼대 라테를 개발한다. 시럽을 여러 번 덧바른 군밤으로 만든 라테. 단순히 작가의 머릿속에서 나온 메뉴가 아니다. 현직 바리스타와 파티시에의 도움을 받아 직접 만들었다. 권말 부록으로 취재일기를 수록했는데, 회차별로 취재담과 정보를 담았다. 커피 전문서적에 버금갈 지식, 매회 작품 배경이 되는 정보를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커피와 관련된 시사 문제도 다룬다. 치열한 커피숍 시장, 그 와중에 법정 소송까지 진행되는 메뉴 표절 문제, 그리고 젠트리피케이션까지. 커피 한잔에 인생뿐 아니라 사회 문제까지 녹였다. '취재 일기'에 자세한 내용을 첨부하여, 특히 7권은 생각할 거리가 많다. 커피와 삶, 냉엄한 사회 현실까지 담은 <커피 한잔 할까요?> 7권. 읽고 나니 허영만 화백의 장인 정신이 진하게 감돈다. "커피 잔이 바뀌어도 커피는 변하지 않는다"는 바리스타 명인 박석의 독백은 작가의 내러티브가 아닐까.

때때로 인생이란 커피 한 잔이 가져다주는 따스함에 관한 문제다. - 리처드 브로티건(p.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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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7-01-11 23: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벌써 7권째..아..진짜 빠르게도 나오는군요!^^

캐모마일 2017-01-12 00:08   좋아요 0 | URL
생각해보니 세월이 참 빠르네요...

:Dora 2017-01-12 12: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허영만씨는 과연 ☕를 좋아할까요..?

캐모마일 2017-01-12 17:53   좋아요 0 | URL
아마 싫어했더라도 만화 그리면서 마니아되셨을 듯하네요.^^
 
버티는 삶에 관하여 (2017 리커버 한정판 나무 에디션)
허지웅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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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허지웅씨 <친애하는 나의 적>을 읽고 있는데, 독특해서 재밌습니다. 공감 가는 부분도 있구요. 개인적으로 허지웅 씨가 편한 스타일은 아니지만 그 편하지 않음이 매력 같기도 해요. 그리고 나무 에디션은 한정판이라도 처음 접하는 기획이라서 신선하네요. 소장가치가 있어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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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바이벌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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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으로 구매했습니다. '내 집의 주춧돌 역할을 한 사람들에게 바칩니다.' 라는 헌사로 뱀파이어의 브램 스토커, 크툴루 신화의 창시자 러브크래프트, 애슈턴 스미스 등 거장들의 이름을 거론합니다. 스티븐킹의 초자연 호러 스릴러. 오랜만에 구미에 딱 맞는 작품을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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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1-10 15: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러브크래프트 전집을 다시 읽고 있습니다. 킹의 소설에 러브크래프트와 애슈튼 클라크 스미스를 오마주한 장면이 있을 것 같군요. ^^

캐모마일 2017-01-11 01:22   좋아요 0 | URL
개인적으로 초자연적 공포물을 좋아해서 러브크래프트류에 관심이가네요. 거기다 스티븐킹이라니...빨리 읽고 소통하고 싶습니다.

캐모마일 2017-01-11 01:58   좋아요 0 | URL
러브크래프트 포스팅 유익하게 읽었습니다. 덕분에 저자에 대해서 몰랐던 부분까지 알게 됐습니다.^^
 
언데드 다루는 법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42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 지음, 최세희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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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장르소설에 관심이 생겼는데 흥미로운 책이 출간돼서 즐겁습니다. 뱀파이어를 다룬 전작도 독특한 관점으로 독자에게 어필했다는 평을 읽으니 기대가 커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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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그날의 기록> 이북이 100% 페이백 이벤트 중입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도 이제 천일이 되었습니다. 여전히 당일 대통령의 행적은 묘연하고, 실체는 규명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일각에선 지겹다고 합니다. 어떤 국회의원은 심지어 자식은 마음 속에 묻는 것이라며 유가족들에게 또다른 상처를 남겼습니다. 무려 몇백 명 단원고 학생과 일반 승객이 수장된 사건. 천일이 지났는데도 지지부진합니다. 국가적 참사가 제대로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는데, 어떻게 가슴에 묻고 어떻게 지겨울 수가 있겠습니까.

 

 

이번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지자 더불어 세월호 조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아직 사실관계는 명확하지 않으나, 정황이 드러날수록 실망을 넘어 경악스럽기까지 합니다.

 

 

 

<세월호, 그날의 기록> 페이백 이벤트. 세월호 천일이 지난 지금, '세월호, 그날'을 기억하자는 취지같습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 외상(트라우마)를 다룬 책입니다. 적지 않은 분량을 트라우마와 장애, 치유에 할애했습니다. 트라우마 자체보다 무서운 것이 있습니다. 바로 후유증입니다.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 자책감, 수치심, 우울감이 더 큰 심리적 고통을 일으킵니다. 안산 단원고 지역은 서민 학군이었습니다. 유가족은 생전에 물질적으로 풍족하게 키우지 못한 자책감에 가슴을 쳤습니다. 수학여행비를 겸연쩍게 물어보던 그 메시지가 가슴을 아립니다.

 

 

참사 이후로 어땠을까요. 유가족은 되려 비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더러는 하나님의 뜻이라며, 더러는 왜 제주도까지 여행을 갔느냐며, 일부 종교계 인사들은 물색없는 발언을 했습니다. 정치권에선 정치 이념 논쟁으로 끌고 갔고, 조사는 지지부진한 채 유가족들은 가슴앓이를 해야 했습니다.

 

 

트라우마 연구 권위자 데셀 반 데어 콜크 박사는 말합니다. 외상 후 장애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를 무기력이라고 합니다. 참사 당시의 무기력, 참사 후 조사 과정과 천일 동안 희생자들이 어떻게 참변을 당했는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무기력. 우리 사회가 유가족에게 크나큰 무기력을 안겼습니다.

 

 

트라우마의 관점에서, 세월호 특조위에 수사권을 요구하고, 단식농성을 하고, 노란 리본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트라우마가 남긴 무기력에 맞서려는 투쟁입니다. 한순간 자식을 잃고 가족을 잃은 상처는 어느 정도일까. 단장의 아픔이라고 합니다. 장이 끊기는 아픔이란 뜻입니다. 살기 위해서 대항합니다. 트라우마의 관점에서 다시금 고려해야 합니다. 우리 사회가 씻을 수 없는 트라우마에 저항하는, 외상 후 장애에 싸우는 유가족을 사지로 내몰지 않았는지 말입니다. 데셀 반 데어 콜크 박사가 일생을 바친 트라우마 연구 결과 <몸은 기억한다>를 읽으며 다시금 세월호를 떠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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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1-10 15: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부가 세월호와 관련된 책을 펴낸 창비, 문학동네 지원를 삭감하라고 지시했다고 합니다. 출판계도 최순실 블랙홀을 피하지 못하는군요..

캐모마일 2017-01-11 01:20   좋아요 0 | URL
허....정말 손을 안 뻗힌 데가 없네요. 문화예술계를 헤집어놨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