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나도 그랬으니까 - 이근후 정신과 전문의가 알려주는 서툴지만 내 인생을 사는 법
이근후 지음, 조은소리.조강현 그림 / 가디언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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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나도 그랬으니까

 

아이가 양치질을 배우는 중이다. 칫솔을 들고 솔이 있는 부분으로 닦아야 하는데 플라스틱 부분을 이에 문지른다. 뱉어야하는 물은 삼켜버린다. 안되겠다 싶어 아이에게 따라하라면서 ~~” 하고 입을 벌리려고 하니 ~”라고 동그랗게 입을 모아 엄마인 날 황당하게 만든다. 피식 웃음이 났다. 나도 그랬을 테니까. 뭐든지 처음은 어렵고 서툴다.

 

우린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전 세계적인 전염병 코로나19로 몸살을 앓고 있다. 불안과 공포에 휩싸여있고 마스크조차 제대로 쓰지 못해(혹은 쓰기 싫어서) 강제적인 조항까지 만들어가며 안전에 힘쓰고 있다. 모두들 이 생경한 상황에 서툴고 힘들어하고 있는 듯하다. 오늘의 서평도서 <괜찮아 나도 그랬으니까>는 정신과 전문의가 들려주는 따뜻한 응원이다. 서투름에 그치지 않고 그것이 쌓이고 쌓여 결을 이루고 결국 익숙해진다는 진실. 시간이 필수라는 사실.

 

책은 에세이형식으로 한 챕터당 3페이지를 넘지 않는다. 짤막한 글에서도 깨달음을 주는 대목이 어느 곳에나 내 눈을 사로잡고 있었다. 4부로 나뉘어 <나만의 인생>, <성장과 성공>, <관계와 소통>, <생각해 보았으면 하는 것>이란 제목을 달고 있는데 난 특히 2,3부에 관심이 갔다. 실패도 나의 경험이고 나의 일부, 즉 나의 자산이라는 문장이 있었다. 실패라는 말에 함몰되어 스스로 나를 괴롭힌다는 건 얼마나 어리석은 행동인가. 나도 수많은 실패를 겪어왔지만 그 시간들이 헛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모두 성공을 향한 과정일 뿐이다!

 

나이가 들수록 인간관계에 대해 고찰을 많이 하게 되는데, 특히 고부간의 갈등은 여느 며느리건 있는 것 같다. 시어머니 말을 들으면 시어머니 말이 옳고, 며느리 말을 들으면 며느리 말이 옳다는 옛말이 있단다. 이처럼 쌍방의 말을 들어보지 않고 진위를 아는 게 쉽지 않다는 말이다. 나도 얼마 전에 신랑에게 했던 말이 와전되어 어머니 귀에 들어가 난감했던 적이 있었다. 그래서 신랑과 싸웠다. 책엔 반성하는 순서를 나부터 시작해보라고 권한다. ‘내 탓이로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나에게서 원인을 찾는 것이다. 물론 모든 상황이 그렇진 않겠지만 이러한 태도는 인간관계에 있어 윤활유 역할을 할 것이다.

 

모든 건 선택이고 어떤 선택도 책임을 진다면 가치 있는 일이다. 저자는 서툴지만 내 인생을 살기 위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유익한지 여러 방면으로 조언해주었다. 이 따뜻한 응원을 마주하고 싶다면 책을 펼쳐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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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직업에서 감정노동이 발생한다 - 감정노동 직업군의 정의
윤서영 지음 / 커리어북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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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직업에서 감정노동이 발생한다

 

감정노동이라는 말이 거북스럽다는 편견이 있는 것 같다. 왠지 을의 입장을 대변하는 단어 같기도 하고 말이다. 선진국은 법률용어로 감정노동 대신 직장 내 스트레스를 사용한다. 우리나라는 감정노동과 직장 내 괴롭힘을 구분해서 사용하고 있지만 말이다. 많은 학자들이 거의 모든 직업에서 감정노동을 느끼고 있다는 주장에 동의하고 있다. 감정노동해결연구소의 원장으로 이 책을 쓴 저자는 감정노동 직업군의 정의부터 긍정적, 중립적, 부정적 감정노동의 직업군에 이르기까지 10년의 연구를 책에 담아 알려주었다.

 

사실 웃어야 하는 것만이 감정노동이 아니다. 많은 서비스업, 이를테면 백화점 점원이라든지 승무원 같은 직업군이 제일 먼저 떠오르는데 저자는 내 진짜 감정과 다른 감정을 표현하는 모든 상황이 감정노동이라고 정의했다. 책에선 30가지 정도의 직업을 예로 들어 감정노동을 많이 수행하는 종사자를 보여주었다. 주로 많은 고객이나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이었고 인생에서 극한의 스트레스를 받는 사건(출산, 죽음 등)과 연관된 직업이 많았다. 이런 공통점을 가진 종사자를 보면 객실 승무원, 고객 상담원, 응급구조사, 사회복지사, 경찰, 유치원 교사, 스포츠 매니저 등이었다.

 

이 책에서 신선했던 것은 중립적 감정노동에 관한 부분이었다. 정서적 중립을 요구당하며 객관적, 공정한 자세를 유지하는 것 또한 심각한 스트레스를 유발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들은 별도로 정신건강 관리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했다. 대표적으로 판사, 장의사, 심판, 의사 등이 있었다.

 

책은 각종 도표와 그림 등 참고문헌을 많이 실어 전문적이며 신뢰성 있는 정보를 많이 보여주었고, 이해하기 쉽도록 대화체의 문장을 삽입해 실감나는 사례를 제시했다.

 

나를 비롯해 내 주변엔 긍정적 감동노동 직업군이 많았다. 교사나 심리상담사가 몇 있다. 대부분의 교사는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상황에 노출된다. 문제아를 통제하는 상황을 제외하곤 말이다. 이를테면 학생에 대해 애정을 갖는 것, 열정을 학생들에게 드러내는 것 등이다. 친절하게 수업하고 학생들과 즐겁게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 주를 이뤄야한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교사도 중립적인 감정노동의 일환으로 개인감정을 숨기거나 위험한 실험을 할 땐 긍정적 감정을 숨겨야 하고, 부정적인 감정노동으로 때론 학생을 엄하게 지도하는 상황도 생긴다. 이처럼 다양한 감정노동을 표현하는 직업은 감정노동이 더 높게 나타나는 특성을 지닌다. 교사도 감정노동보호매뉴얼대로 극한상황에 대한 훈련을 받고 최소화할 방안을 마련해야 하겠다.

 

참혹한 범죄현장 등 다양한 외상사건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직업군인 경찰도 극심한 감정노동으로 심리적 고통이 어마어마할 것 같다. 이들에게 적절한 심리치료가 없다면 우울, 강박이나 불안감 등의 증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웃음치료와 같은 방안이 있는데, 실제 행복한 상황은 아니라도 행복하다고 뇌를 속여 도파민을 촉진하는 것이다. 국내에선 감정노동자 보호법이 있지만 아직도 감정노동직을 서비스직으로 한정해 적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루 빨리 동일한 보상기준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일을 하며 감정노동이 발생하는 것은 불가피하더라도 이것을 해소하는 방안은 반드시 알아두고 적용해야 하겠다. 모든 직업 안에 정신건강을 위한 다양한 커리큘럼이 개발되길 바라며. 저자의 바람대로 감정노동에 대한 확장된 시각을 갖게 되어 알찬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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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보다 오늘, 더 성장하고 싶은 너에게
정서연 지음 / 마음시선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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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보다 오늘, 더 성장하고 싶은 너에게

 

이런 질문을 해보았다. “만일 오늘 밤 신이 나타나서 당신이 어떤 일을 하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약속하면, 어떤 직업을 선택하겠습니까?” 나카고시 히로시의 <좋아하는 일만 하며 재미있게 살 순 없을까?> 라는 책에 나오는 천직을 찾는 질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현재 다니는 회사를 그만두고 싶은 이유는 뭔지 등에 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좋아하는 무언갈 잘하는 능력까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것이 남들보다 뛰어나다고 해서 엄청난 능력을 보유하지 않아도 좋다. 그저 남들과 차별화되는, 나만의 개성이라고 하면 좋을까? 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과 글 쓰는 것에 관심이 있다. 기회만 된다면 지금 하는 일을 그만두고 다른 길, 즉 글 쓰는 일에 몰두하고 싶다. 글을 쓰기 위해 소재를 찾으러 다니고 그것에 대해 탐구하며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싶다.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기회가 될 것 같다. 저자는 회사를 나오든 중요한 건 나 자신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늘 서평도서 <어제보다 오늘, 더 성장하고 싶은 너에게>는 제목처럼 성공보다 성장을 바라는 나를 위해 읽었다. 성공이 남들의 이목이나 외적인 만족이라면 성장은 나만 느낄 수 있는 내적인 충만감일터. 저자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공공기관을 6년 근무하고 그만뒀다. 꽤 큰 용기라고 생각한다. 정년이 보장되는 직장이 많지 않아서다. 하지만 그녀는 재직 중 아웃풋을 내고 싶었으나 겸직이 안 되는 상황 때문에 실험할 기회조차 없었다고. 일하면서 열심히 한만큼 보상도 주어지지 않는 것이 답답했다. 자신을 가만히 살펴보니 워라밸보단 열정을, 누가 시키는 것보다 내가 기획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을 선호한다는 결론이 나왔단다. 그리하여 이곳에선 주체적으로 일을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사직서를 제출했다.

 

현재에 집중하고 몰입하기 위해선 내가 원하는 일을 해야 한다. 자율성이 바탕이 되기 때문에 누가 시켜서 하는 일보다 성취와 보람을 느낄 수 있다. 스펙이 사회적 지위를 보장해줄 순 있어도 그것은 취업 후 급속히 하락하는 가치다. 반면 내 머리와 몸에 새겨진 성장의 흔적은 만료가 없다. 멋진 말이라 가슴이 뛰었다. 책에 나온 대로 실행하고 싶다. 생각에 갇혀 실행에 다다르지 못한 적이 얼마나 많았었나. 돈과 시간이라는 유무형의 자원이 필요하지만(이것이 망설이는 많은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저자는 실행 자체를 너무 커다란 가치로 간주하지 말자고 이야기한다. 그저 하나의 할 일을 실행하는 마음으로 할뿐. 그냥 하면 된다.

 

책은 단단한 나로 살아가기 위해 여러 가지 조언을 마다하지 않는다. 돈 버는 방법과 투자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나를 어떻게 브랜딩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창직에 대한 개념도 알게 되었는데 말 그대로 새로운 규칙으로 새로운 직업을 창출해내는 것이다. 기존 노동시장에 기대지 않고 나만의 아이디어, 기술을 활용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니 스타트업 창업에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창직도 고려해볼 만하다.

 

이렇듯 타인과 비교 없이 지금, 여기서 내가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저자는 말해주었다. 도움이 될 만한 지식도 있었고 마음을 어떻게 챙겨야하는지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깊이 사색하며 나를 성장시켜나갈 방법을 모색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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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책갈피 인문학 - 아이의 미래가 기적처럼 바뀌는 엄마 책 읽기의 힘
김선호 지음 / 상상출판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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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책갈피 인문학

 

나는 아이에게 공부를 강요하고 싶지 않다. 적어도 내가 책 읽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어 아이 스스로 책을 가까이하길 바라고 있다. 퇴근 후 짬짬이 독서를 하니 아이도 자기가 읽고 싶은 책을 내 옆으로 가져와 나름대로 보는 걸 목격하니 기쁘다. 요맘때쯤 부모의 모든 행동과 말을 다 따라하고 있어 이 독서하는 모습을 자주 노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엄마라는 위치뿐 아니라 로서도 독서와 사색을 즐기고 싶다. 시간은 많지 않지만 틈나는 대로 책을 읽고 있으면 내가 존재하는 것 같아 행복하다. 육아와는 다른 행복이다. 오늘의 서평 도서 <엄마의 책갈피 인문학>는 엄마의 불안을 멈추고 아이의 자존감을 자연스럽게 만들어주는데 도움이 되는, 엄마의 독서에 관해 이야기한다.

 

엄마에서 학부모가 되면 스스로 잘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 때가 올 것 같다. 이때 책에서 답을 찾는 방법이 꽤 효과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자녀교육서와 인문소양서, 심리도서 등을 꾸준히 읽을 시간과 공간을 가지라고 조언한다. 초등교사로서 부모 필독서를 분석해주어 소개된 책들을 먼저 읽어보려 한다. 무려 30권이나 된다.

 

목차를 살펴보니 분리와 훈육 등에 대한 아이심리에 대한 것부터 시작되었다. ‘대인관계생활학습’, 금융지식이나 전략적 직관에 관한 미래교육’, 마지막으론 엄마만의 시간, 내면아이들을 다룬 부모공부이렇게 5장으로 나뉘어 있었다. 이수련 작가의 <잃어버리지 못하는 아이들>이란 책을 제일 처음 소개하면서 아이들은 엄마를 버리면서 큰다는 부제를 달았다. 애착에 대한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그것 못지않게 현명한 분리도 필수적이다. 어른이 되려면 어린 시절 아낌없이 사랑을 듬뿍 받아야하지만 반드시 그 사랑을 잃어버려야 한다는 모순적인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그렇지만 애착에 머물기만 하고 분리를 하지 않으면 어린아이에 머물게 되어 아이는 늘 불안할 것이란 설명을 들으니 이해가 되었다. 여기서 아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저자는 말했다. 엄마의 원래 자리는 아빠의 배우자. 한 사회의 구성원이었다. 아이만 애착관계를 능동적으로 끊는 게 아니라 엄마와 아이 동시에 양쪽에서 끊어야 관계가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니 고심할 부분이다. 일례로 잠자리 분리를 예로 드니 확! 와 닿았다. 애착보다 분리가 더 어려운 영역이라니 자녀에게 사랑받기를 포기하는 것부터 시작하자는 저자의 말이 아프게 다가온다.

 

소개된 몇몇 책들은 이미 읽어본 책들이기도 했지만 다시 정독하고 싶어졌다. <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자존감 수업> 이 그렇다. 특히 글 쓰는 아이가 살아남는다는 내용에선 <강원국의 글쓰기>가 소개되었다. 저자는 이제 고등학생이 되어있을 제자, 민규의 사례를 들었다. 민규가 쓴 조폭아저씨와 친하게 지내는 꼬마 아이의 이야기는 반 아이들이 너무 재미있어 돌려 읽는 글이었다. 담임으로서 함께 읽어보니 매우 단순한 구조의 단문이고 말도 안 되는 부분도 간혹 있었으며 문장완성도도 높지 않았으나 스토리가 좋았다. 글을 쓴 민규 스스로도 그것에 재미를 느꼈고 좋은 글은 고유한 목소리가 들어있다는 걸 저자는 깨달았다고 한다. 아이가 글을 잘 쓰는 아이가 되길 바란다면 아이의 고유 욕망을 읽어야 한다는 말도 귀담아 들었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나로서도 이 행위가 나의 또 다른 아바타라는 말에 동감한다.

 

읽었지만 자녀교육과 엄마인 나의 발전에 어떻게 적용할지 몰랐던 책들까지 <엄마의 책갈피 인문학>은 상세히 설명해주었다. 저자가 그동안 공부하고 효과를 본 책이기에 나도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책들 중에서 먼저 이 책들을 읽고 도움을 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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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 나를 지키고 관계를 지키는 일상의 단단한 언어들
김유진 지음 / FIKA(피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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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어제 저녁을 먹으면서 약간 기분이 나빴다. 3살인 우리 아이가 어머니가 먹여주는 양파를 맛있게 잘 받아먹자 난 우리 00이 채소도 너무 잘 먹네~최고!” 하고 치켜세워주었다. 그러자 어머니가 “00이는 채소 잘 먹는데 넌 채소 잘 안 먹는 거 같더라.” 이러시는 거다. 난 내가 채소를 편식한다고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제가요? 저 채소 잘 먹는데.”라고 응수했더니 어제 먹은 떡볶이에 파도 좀 남기고...” 이러시는 게 아닌가. 떡볶이에 들어있는 파를 아예 안 먹은 것도 아니고 파 쪼가리 몇 개 남겼다고 평소 채소를 안 먹는다는 취급을 하시니 억울했다. 그렇다면 그동안 먹은 채소비빔밥과 입맛에도 맞지 않던 국수에 부추를 넣은 것도 꾸역꾸역 먹었던 건 기억하지 못하시나? ‘남김없이 싹싹 긁어먹길 원하셨던 거겠지...’ 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기분이 안 좋았다. 말 한마디에 어색해진 순간이었다.

 

나는 말로 실수하지 않기 위해 말을 많이 하진 않는 편이다. 말하는데 항상 신경쓰다보니 스스로 에너지가 고갈된 느낌을 받는다. 이 책에 표현된 대로 필터링이 너무 촘촘해서 문제다. ‘나를 검열하는 데 에너지를 쓰지 않기란 제목의 챕터가 그래서 더욱 눈에 들어왔다. 시부모님과 한 집에 살면서 내 생각과 감정을 100% 있는 그대로 내보이는 건 예의 없는 거라 많이 숨기고 참곤 했다. 그래서 좀 마음이 울퉁불퉁해진 것 같다. 얼마 전 중간에서 남편이 내 말을 오해해 잘못 전달하는 바람에 어머니와 나도 서로 오해를 하고 말았다. 직접 얘길 하면서 풀긴 했지만 이렇듯 말은 조심스러운 성질의 것 같다. 말을 가려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솔직하고 느슨하게,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방법도 중요한 것 같다. 날 너무 옥죄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작가 마크 트웨인이 한 말이 있다. “인간은 달과 같아서 어느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면이 있다.” . 문제는 그 어두운 면이 다른 사람의 말에 자극받아 상처가 된다는 점이다. 난 어떤 말이나 행동에 유난히 힘들어하는지 생각해보았다. 그것을 스스로 아는 것만으로도 상처를 덜어낼 수 있다고 저자는 말했다. 사람들에게 존경받고 인기 있는 사람은 그 상처를 잘 보살피고 품위 있게 드러내는 사람이다. 일일이 가시를 드러내고 살면 초라해진다. 내가 생각하기에 난 ‘00대까지 나온 애가 공무원시험에 합격 못했다는 그 말이 한동안 비수였다. 그게 내 어두운 면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익숙해지기도 했고, 이젠 그 말에 휘둘리지 않는다. 그 길이 전부도 아닐뿐더러 불합격이 그동안의 내 시간을 부정할 수도 없으므로. 난 점점 단단해지고 있다. 오늘의 서평도서 제목처럼 나를 먼저 지키고, 관계를 지킬 수 있는 일상의 단단한 언어들을 의도적으로 가까이하고 그런 좋은 대화와 말들을 쌓아 열등감에서 벗어나야지. 내가 나를 인정하는데 무슨 기준이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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