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 나를 지키고 관계를 지키는 일상의 단단한 언어들
김유진 지음 / FIKA(피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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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어제 저녁을 먹으면서 약간 기분이 나빴다. 3살인 우리 아이가 어머니가 먹여주는 양파를 맛있게 잘 받아먹자 난 우리 00이 채소도 너무 잘 먹네~최고!” 하고 치켜세워주었다. 그러자 어머니가 “00이는 채소 잘 먹는데 넌 채소 잘 안 먹는 거 같더라.” 이러시는 거다. 난 내가 채소를 편식한다고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제가요? 저 채소 잘 먹는데.”라고 응수했더니 어제 먹은 떡볶이에 파도 좀 남기고...” 이러시는 게 아닌가. 떡볶이에 들어있는 파를 아예 안 먹은 것도 아니고 파 쪼가리 몇 개 남겼다고 평소 채소를 안 먹는다는 취급을 하시니 억울했다. 그렇다면 그동안 먹은 채소비빔밥과 입맛에도 맞지 않던 국수에 부추를 넣은 것도 꾸역꾸역 먹었던 건 기억하지 못하시나? ‘남김없이 싹싹 긁어먹길 원하셨던 거겠지...’ 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기분이 안 좋았다. 말 한마디에 어색해진 순간이었다.

 

나는 말로 실수하지 않기 위해 말을 많이 하진 않는 편이다. 말하는데 항상 신경쓰다보니 스스로 에너지가 고갈된 느낌을 받는다. 이 책에 표현된 대로 필터링이 너무 촘촘해서 문제다. ‘나를 검열하는 데 에너지를 쓰지 않기란 제목의 챕터가 그래서 더욱 눈에 들어왔다. 시부모님과 한 집에 살면서 내 생각과 감정을 100% 있는 그대로 내보이는 건 예의 없는 거라 많이 숨기고 참곤 했다. 그래서 좀 마음이 울퉁불퉁해진 것 같다. 얼마 전 중간에서 남편이 내 말을 오해해 잘못 전달하는 바람에 어머니와 나도 서로 오해를 하고 말았다. 직접 얘길 하면서 풀긴 했지만 이렇듯 말은 조심스러운 성질의 것 같다. 말을 가려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솔직하고 느슨하게,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방법도 중요한 것 같다. 날 너무 옥죄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작가 마크 트웨인이 한 말이 있다. “인간은 달과 같아서 어느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면이 있다.” . 문제는 그 어두운 면이 다른 사람의 말에 자극받아 상처가 된다는 점이다. 난 어떤 말이나 행동에 유난히 힘들어하는지 생각해보았다. 그것을 스스로 아는 것만으로도 상처를 덜어낼 수 있다고 저자는 말했다. 사람들에게 존경받고 인기 있는 사람은 그 상처를 잘 보살피고 품위 있게 드러내는 사람이다. 일일이 가시를 드러내고 살면 초라해진다. 내가 생각하기에 난 ‘00대까지 나온 애가 공무원시험에 합격 못했다는 그 말이 한동안 비수였다. 그게 내 어두운 면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익숙해지기도 했고, 이젠 그 말에 휘둘리지 않는다. 그 길이 전부도 아닐뿐더러 불합격이 그동안의 내 시간을 부정할 수도 없으므로. 난 점점 단단해지고 있다. 오늘의 서평도서 제목처럼 나를 먼저 지키고, 관계를 지킬 수 있는 일상의 단단한 언어들을 의도적으로 가까이하고 그런 좋은 대화와 말들을 쌓아 열등감에서 벗어나야지. 내가 나를 인정하는데 무슨 기준이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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