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에 교양 한 스푼 - 세상의 엄마들이여! 교양을 장착하라!
백미정 지음 / 대경북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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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에 교양 한 스푼

 

행복한 엄마가 되고 싶었다. ‘작가의 가장 중요한 의무는 독자를 사랑하고 독자의 안녕을 빌어주는 것이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계신 백미정 작가님의 책은 엄마작가로서 수많은 엄마독자들을 보듬어주는, 그야말로 너른 품 같았다. 결혼하고 엄마가 되고나니 왠지 모르게(알아도 모른 척 하는 걸까) 불편하고 애매한 삶이 되어 억울하기까지 한 나는 오늘 읽은 책을 통해 우아한 교양을 장착하고 싶어졌다. 커피야 매일 손에 들고 있는 것이니 거기에 교양 한 스푼을 얹어 작가님의 말마따나 엄마라는 정체성과 나 자신을 고양시킬 수 있는 성장 동력을 갖고 싶었다.

 

책은 철학과 양육, 글쓰기와 시, 그리고 사회와 존엄이라는 6가지 구성으로 나누어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가며 자신과 자녀의 본질을 탐구해가는 엄마의 모습이 이렇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책읽기를 좋아하던 난 글쓰기라는 행위를 좀 더 적극적으로 해나가고 있다. 블로그에 올리는 포스팅부터 서평과 글쓰기 공모전 참여까지. 글쓰기는 저자와 같이 나를 달래주는 몇 안 되는 방법이다. 그래서 3<엄마와 글쓰기>부터 발췌해 읽어보았다. ‘글은 삶의 굳고 말이 엉킬 때 쓰는 것이라 했던가라는 문장으로 시작된 글은, 때론 숨김이 필요했던 대화에서 온전히 나를 드러내는 행위인 것 같다. 저자는 말했다. 대화와 관계가 불안해질 때 자신이 창피해지는 글을 써야겠다고. 그것이 없어지진 않겠지만 조절할 수 있고, 착각이나 오해일 수도 있음을 알 수 있으니까.

 

아이가 18개월을 지나갈 때쯤 흔히들 하는 말로, 1818()이 나올 정도라 들었다. 고집도 세지고 떼도 늘고 오죽하면 그 소리가 입에 맴돌까 싶었는데 나도 똑같았다. 단지 속으로 외쳤을 뿐. <어중간한 경과 조치>란 챕터에선 저자가 아들의 로션, 안경닦이, 양말 셔틀을 하며 나지막하게 말한 새끼...”라는 말이 일맥상통하게 느껴졌다. 객관, 주관적 세계관 사이의 어중간한 경과 조치로 일단 멈춰보는 중용의 자세, 에포케를 외쳐볼까? 저자와 나 스스로에게 안아주고 싶었다. (나도 다음엔 18대신 에포케를 말해봐야지)

 

책은 라이팅북처럼 질문을 던지고 독자가 답을 쓸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해주었다. 차분히 앉아 질문들을 곱씹으며 진지하게 써봤다. 3년 후 내 나이와 내가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 있길 원하는지, 현재완료형으로 써보자는 저자의 말에 내가 바라는 미래의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그때 우리 아이와 난 많은 곳을 함께 여행 다니고 싶다. 부모님이 환갑 여행을 다녀올 때 그곳에서 어느 엄마와 아들이 함께 다니는 모습을 보며 내게도 꼭 자녀와 함께 많은 경험과 여행을 하기를 당부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 개인적으론 작가님처럼 책을 내고 싶다. 브런치라는 플랫폼에서 글을 쓰는 이들이 책도 출간하는 모습을 보며 부러웠다. 나도 좀 더 정진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글을 드리고 싶다는 게 3년 후 나의 바라는 모습이다.

 

아무나 될 수 없는 엄마. 그리고 교양까지 장착해 성숙하고도 변화와 성장을 두려워하지 않는 엄마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오늘 읽은 책으로 느낀 사유와 충전으로 앞으로의 내 삶을 행복하게 꾸려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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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약이 되는 클래식
차평온 지음 / 예솔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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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약이 되는 클래식(차평온 음악 에세이)


클래식은 마약이다. 마약같이 중독성이 있다는 의미보단 오늘 저자의 이야기대로 마음에 약이 되는, 마약이다. 클래식의 개그맨 지휘자로 불리는 피아니스트 출신의 차평온님이 음악에세이를 출간했다. 그는 클래식 음악 자체의 감동과 훌륭함을 넘어서, 그 안에 들어있는 인생의 희로애락과 철학까지 이야기했다. 자신의 어린 시절과 유학시절, 자녀와의 음악 활동 등 삶과 연결시킨 클래식 음악 이야기를 함께 들어보자.

 

책은 총 4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1악장은 빠르고 활기차게를 뜻하는 알레그로 아니마토로 시작한다. 원래 템포는 시간이란 뜻의 이탈리아 말이다. 음악 에세이답게 이러한 템포 지시어로 목차를 구성한 것이 신선했다. 빠른 음악적 맥락, 숨과 맥박과도 같은 이 박자는 베토벤의 작 하일리겐슈타트의 유서나 헨델의 왕궁의 불꽃놀이같은 클래식을 소개하며 기대를 고조시켰다. 2악장은 느리고 감동적으로, 3악장은 익살스럽고 유머러스하게, 마지막 4악장은 빠르고 화려하게 예술가들의 클래식 음악작품을 선보였다. 무엇보다 3악장에서 제일 먼저 소개된 거슈윈 심포닉 재즈인 랩소디 인 블루가 눈에 띄었다. 부제는 짜장이냐 짬뽕이냐였다. 6명이나 되는 저자의 식구들은 점심을 먹으러 중국집에 가서도 의견 일치를 보기 쉽지 않았단다. 결국 짜장, 짬뽕, 탕수육을 모두 시켜먹었다고. 그럴 땐 반반씩 섞어 나오는 듀얼 푸드(짬짜면 같은) 가 인기다. 음악에서도 클래식과 재즈 장르를 한 번에 맛볼 수 있는 작품이 바로 이것이다. 조지 거슈윈은 미국 할렘가에서 흑인들이 즐기던 재즈를 수준 높은 예술의 경지로 올려놓은 작곡가였다. 저자의 소개대로 1924년 뉴욕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거슈윈의 피아노 독주로 상당 부분 즉흥으로 연주되었다고 한다. 엄청난 반향까지 불러일으켰다. 책엔 악보 일부를 함께 실어 악기 구성이나 짜임새를 보여주었다. 불협화음과 다소 불안정한 리드믹한 음악이 이어지다가 휴식 같은 편안함을 보여준다. 금관악기의 화려한 기교가 과장되게 첨가되며 마지막엔 오케스트라와 피아노가 내지를 수 있는 절제 없는 사운드가 클라이맥스다.

 

클래식에 관심이 많은 나는 이 책을 보며 음악의 배경과 함께 작품의 흥미로운 전반적인 설명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그것도 주제를 부각시켜 교훈과 감동까지 주니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기분이다. 책 페이지 끝마다 연주를 감상할 수 있는 QR 코드도 제공되어 즉시 감상할 수 있는 것도 포인트다. 다른 음악 에세이들과 달리 악보가 삽입되어 악보를 볼 줄 아는 연주자들은 더욱 이해도가 빠를 것 같다. 음표와 쉼표들을 보며 우리 인생에서도 이런 유쾌한 마음의 처방전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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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팩트에 끌리지 않는다 - 사실보다 거짓에 좌지우지되는 세상 속 설득의 심리학
리 하틀리 카터 지음, 이영래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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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팩트에 끌리지 않는다

 

미국 대선이 닷새 앞으로 다가왔다. 어제 뉴스를 보니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후보와 정권 교체를 노리는 바이든 후보가 경합 지역을 중심으로 막판 유세를 이어가고 있었다. 격전지인 미시간 주 유권자들의 인터뷰를 들어보니 미국 사회의 극심한 분열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미시간 주의 주민들은 여론이 트럼프에게 불리하게 나오고 있지만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바이든이 공산주의자라는 얘기도 사실처럼 이야기했다. 4년 전 미국에서 사장 근소한 차이로 트럼프의 손을 들어줬던 곳이라 이곳의 선택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었다.

 

오늘 읽어본 서평 도서의 뒤표지에 트럼프를 언급하고 있어서 서두로 꺼내보았다. ‘미국 중산층은 왜 막말의 아이콘 도널드 트럼프를 욕하면서 뽑았을까?’ 란 한 줄의 의문이 흥미로웠다. 이 책 <뇌는 팩트에 끌리지 않는다> 는 마음을 바꾸도록 사람들을 설득하는 일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려는 상대방의 인간적 본능을 극복하는 어렵고도 도전적인 과제에 대해 설명하는 책이었다. 그렇다. 우리의 뇌는 팩트에 좌우되지 않았다. 트럼프가 수백만 유권자를 끌어들일 수 있었던 이유는 상당수의 대중이 듣고 싶어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기 때문이었다. 자신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어떻게 느끼는지, 그들에게 중요하고 의미 있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있었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알아내어 지지자들이 기억하고 반복해서 말할 수 있는 간단하고 명확한 서사를 만들었다. 기업이 상품을 팔 때도 스토리텔링 기법을 많이 활용하는 이유도 이것이다. 좋은 스토리가 있는 것을 넘어서 그것을 잘 전달하는 문제 또한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것이 설득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책은 5부로 나누어 <나는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 <사람들은 무엇을 듣고 싶어 하는가>, <강력한 메시지는 어떻게 탄생하는가>, <마음을 움직이는 스토리를 만들어라>, 그리고 <이제, 당신만의 설득을 시작하라>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 중에서 난 사람들이 무엇을 듣고 싶어 하는지 니즈를 파악하고 싶었다. 안티까지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저자는 부정적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설득하는 방법으로 능동적 공감법을 제시했다. 살충제 제조업체가 유전자변형 농산물을 만들고 농약을 만들었기에 악덕 대기업으로 비춰지고 있었던 사례를 들었다. 이 회사가 농부와 농업에 지속가능한 농작물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는 사실은 많은 이들이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공통된 기반을 찾는 것이 시급했다. 이 회사가 타깃 고객에게 어떤 도움을 주고 있는지를. 품종 개량의 혁신이나 회사의 소프트웨어를 농부들이 활용해 좀 더 정확한 영농으로 낭비를 막는 모습 같은 것을 보여줄 가능성이 있었다. 특히 많은 농부들이 이 회사의 스마트폰 앱과 기타 디지털 기기들을 활용해 장기적 결정을 내리는데 도움을 받고 있는 것을 착안했다. 그리하여 이 회사는 대자연의 선물이 그들이 속한 곳을 떠나지 않게 하자. , , 에너지의 사용을 줄이자라는 아이디어를 내어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 스토리는 능동적 공감이 반영된 광고였다. 단지 자신들이 훌륭한 회사라고만 말했다면 소비자의 무시를 받았을 것이다.

 

이처럼 마음을 움직이는 스토리는 어떻게 탄생하는지, 그것이 얼마나 강력한지 알게 된다면 이 책에서 제시하는 설득 기술과 전략을 당장 시도하게 될 것이다. 인간의 본능을 공략하는 이 비밀을 알고 싶다면 어서 책을 펼쳐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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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적인 것도 습관이다 - 욱하는 감정 때문에 될 일도 안 되는 사람들을 위한 7가지 심리 기술
미즈시마 히로코 지음, 박미정 옮김 / 생각의날개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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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적인 것도 습관이다

 

감정은 타인에게 전염되는 바이러스와도 같다. 이 비유가 요즘 코로나19라는 시국에 예민한 우리들에게 조금 쉽게 와 닿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사실 감정을 잘 사용한다면 상대에게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자신이 얼마나 나약할 수 있는지를 드러내는 요소이기도 하다.

 

이 책은 대인관계요법 전문 정신과의사의 저서로서 흥분하고 욱하는 감정 때문에 될 일도 그르치는 이들을 위해 쓴 자기계발서이다. 인간은 자신의 감정을 잘 다룰 때 스스로를 컨트롤 할 수 있는데 그건 꽤나 쉽지 않은 일이다. 얼마 전 구급차를 막아 세운 택시기사가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도로에서 구급차와 접촉사고가 나자 사고 처리부터 해라며 구급차를 10여 분 간 막아선 혐의를 받았다. 구급차에서 호흡곤란을 호소하던 폐암환자가 그날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순간의 감정으로 한시가 급한 상황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만 것이다. 이렇듯 사람은 왜 감정적이 되는지, 그런 감정적인 사람은 어떤 특성을 갖고 있는지, 그래서 쉽게 감정적이 되지 않기 위한 방법과 습관들이 무엇인지 그리고 감정적인 사람과 잘 지내는 방법까지 이 책은 전방위적으로 알기 쉽게 설명해주었다.

 

특히 악의가 없는 상대방에게 화가 나는 상황을 이야기할 때는 자신의 영역을 침범당해 불쾌했던 감정이 느껴져 많이 공감되었다. 이를테면 너를 생각해서라는 말이 벌써 거슬리는 것이다.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나인데 설령 그것이 틀린 말이 아닐지라도 기분이 나쁜 것이다. 왜 기분 나쁘고 거슬리는지를 살펴보면 듣는 이가 그 말을 고맙게 받아들여야 된다는 의무감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자기감정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불쾌하다는 최초의 감정을 소중히 여길 것을 당부했다.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아야 한다는 룰을 평소에도 잘 느끼고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또한 감정적이 되는 이유는 옳음에 집착하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옳은 것은 사람마다 다르고 그것은 폭력적이 될 수 있다. 또한 옳음이 기준이 같더라도 그것을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관용도 필요하다. 누구나 공격을 당하면 방어하기 마련이므로 우린 서로에게 관대할 필요가 있다.

 

책은 사례와 핵심을 맨 앞과 뒤에 배치하고 그것을 서술하면서 중요한 부분에 밑줄을 긋는 방식을 보여주었다. 감정을 그저 참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애초에 감정적이 되지 않은 것이 중요하리라. 그리고 자신과 상대의 감정적인 상태를 잘 관찰하고, 인간관계에서 손해 보는 일이 없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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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주는 것들과의 이별 - 불편한 감정 뒤에 숨어버린 진짜 나를 만나다
손정연 지음 / 타인의사유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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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주는 것들과의 이별

 

누구나 크고 작은 상처가 있다. 그리고 사실 사람들은 남에게 별 관심이 없다. 이 지론을 가지고 살아왔지만 그래도 여전히 내 상처가 가장 아팠고 남에게 내 모습을 들키기 싫었다. 내 안에 있는 상처의 집을 허물어뜨리기 위해 내 삶을 힘들게 만드는 상처들과 정면으로 만나고 제대로 이별하는 방법을 알고 싶었다. 마침 이 책이 그랬다. 소스토리 마음상담코칭 대표이자 수많은 이들의 마음을 처방해주는 심리 상담 전문가인 저자 손정연님은 어린 시절부터 지속된 힘겨운 기억부터 일상에서 순간순간 겪게 되는 작은 트러블까지 내 삶을 어렵게 만드는 모든 상처들과 잘 이별하기 위한 심리학 수업을 개시했다.

 

4파트로 나뉘어진 목차를 세세히 살펴보았다. 일상에서 반복적으로 주고받는 상처들을 살펴보면서 개인의 독특한 패턴을 발견할 수 있도록 안내하기 시작하여 겉으로 드러나는 상처들의 원형이 시작된 시점을 인식하는 방법과 그것을 이해하는 방법을 다루었다. 그래서 알게 된 상처가 겉으로 표출되는 외현화, 참고 견디는 내현화를 곪아가는 상처를 목도했다. 마지막은 이 마음의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가 장착해야할 마음 백신을 소개했다.

 

보통 일상에서 상처받는 대부분의 경우는 로 인한 것이 많다. 사실 사람들은 어떤 말이 문제가 되는지 알고 있다. 그러나 망각한 채 살아간다고 한다. 어떤 경우는 의무적인 배려가 상처가 되기도 한다. 이 책에 나오는 부부의 사례를 보면 서로에게 도리를 다했음에도 불편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었다. 남편은 자기 행동의 동기를 인식하지 못하고 상대에게 표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신의 마음보다 타인의 욕구에 먼저 반응하며 배려하는 것에 익숙해진 탓이라고 볼 수 있었다. 자꾸 삐딱선을 타는 경우나 남을 믿지 못하는 의심병 등 방어 태세를 갖춘 이들과의 관계도 피곤하다.

 

혜원이란 여성은 최근 승진 시험에 떨어지며 스스로 느끼는 그 수치스러움 때문에 자발적 아웃사이더의 길을 택했다. 그녀가 바라는 이상적 모습은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멋진 커리어 우먼이었다. 자신의 처지가 애처롭고 억울할 뿐이었던 그녀는 자존심이 세서 자신의 감정 외엔 아무것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런 경우 혜원씨는 자존감이 높은 사람인 척 했으나 그저 자존심에 지나지 않은, 열등감을 장착한 사람이었다. 건강하지 못한 자기애와 불안정한 자존심은 타인의 인정과 기대를 갈구하며 그것을 만족시킬 수 있을 때만 스스로 가치 있다고 여긴다. 책은 이렇듯 여러 사례를 들어 우리의 불완전한 민낯을 보게 만들었다.

 

대상관계치료자인 위니콧은 자기의 개념을 참자기와 거짓자기로 구분했다고 한다. 우린 나에게 상처 주는 를 버려야 할 것이다. 처방전 중 하나는 내려놓음이다. 마음속에 열등감으로 가득 찬 짐들을 내려놓고, 너무 애쓸 필요가 없다. 요즘 주목받는 마음 챙김도 상처를 키우는 생각의 패턴을 바꾸는 훈련으로 우리의 곪아가는 상처를 도려낼 수 있다. 이것은 평가나 판단, 비판의 시각을 내려놓고 감각을 통해 느껴지는 사실만을 관찰하는 것이다. 상대가 얼굴을 찡그렸다고 마음에 들지 않다는 것이군이란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얼굴을 찡그렸다라는 사실만 보는 것이 그것이다. 그러니 그 정보만으론 상처받을 이유가 없다. 책은 상담자로서 만난 내담자들의 사례를 들어 그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독자들에게도 그것을 알려주었다.

 

무엇보다 마지막 챕터인, ‘상처의 집을 비우는 다섯 가지 열쇠라는 해결책을 자세히 정독했다. 더 이상 감정을 억압하지 말고 녹슨 감정을 다루는 방법을 상세히 설명했다. 나와 거리를 두며 자기객관화 즉, 객관적 자아의 힘을 발견하도록 조언했다. 공감의 힘도 언급하였고 이미지 재구성을 통한 기억의 맥락을 바꾸는 방법도 알려주었다. 삶의 우선순위를 찾으며 포기할 수밖에 없던 것을 받아들이고 내려놓는 방법도 제시했다. 책에 삽입된 목표-행동 기록지 작성연습법도 꽤 괜찮아보였다.

 

책을 읽으며 나를 알아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상담 심리학 도서 중 많은 부분 동감하며 도움을 받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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