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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약이 되는 클래식
차평온 지음 / 예솔 / 2020년 10월
평점 :
마음에 약이 되는 클래식(차평온 음악 에세이)
클래식은 마약이다. 마약같이 중독성이 있다는 의미보단 오늘 저자의 이야기대로 마음에 약이 되는, 마약이다. 클래식의 개그맨 지휘자로 불리는 피아니스트 출신의 차평온님이 음악에세이를 출간했다. 그는 클래식 음악 자체의 감동과 훌륭함을 넘어서, 그 안에 들어있는 인생의 희로애락과 철학까지 이야기했다. 자신의 어린 시절과 유학시절, 자녀와의 음악 활동 등 삶과 연결시킨 클래식 음악 이야기를 함께 들어보자.
책은 총 4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1악장은 ‘빠르고 활기차게’를 뜻하는 알레그로 아니마토로 시작한다. 원래 템포는 시간이란 뜻의 이탈리아 말이다. 음악 에세이답게 이러한 템포 지시어로 목차를 구성한 것이 신선했다. 빠른 음악적 맥락, 숨과 맥박과도 같은 이 박자는 베토벤의 작 ‘하일리겐슈타트의 유서’ 나 헨델의 ‘왕궁의 불꽃놀이’ 같은 클래식을 소개하며 기대를 고조시켰다. 2악장은 느리고 감동적으로, 3악장은 익살스럽고 유머러스하게, 마지막 4악장은 빠르고 화려하게 예술가들의 클래식 음악작품을 선보였다. 무엇보다 3악장에서 제일 먼저 소개된 거슈윈 심포닉 재즈인 ‘랩소디 인 블루’ 가 눈에 띄었다. 부제는 ‘짜장이냐 짬뽕이냐’ 였다. 6명이나 되는 저자의 식구들은 점심을 먹으러 중국집에 가서도 의견 일치를 보기 쉽지 않았단다. 결국 짜장, 짬뽕, 탕수육을 모두 시켜먹었다고. 그럴 땐 반반씩 섞어 나오는 듀얼 푸드(짬짜면 같은) 가 인기다. 음악에서도 클래식과 재즈 장르를 한 번에 맛볼 수 있는 작품이 바로 이것이다. 조지 거슈윈은 미국 할렘가에서 흑인들이 즐기던 재즈를 수준 높은 예술의 경지로 올려놓은 작곡가였다. 저자의 소개대로 1924년 뉴욕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거슈윈의 피아노 독주로 상당 부분 즉흥으로 연주되었다고 한다. 엄청난 반향까지 불러일으켰다. 책엔 악보 일부를 함께 실어 악기 구성이나 짜임새를 보여주었다. 불협화음과 다소 불안정한 리드믹한 음악이 이어지다가 휴식 같은 편안함을 보여준다. 금관악기의 화려한 기교가 과장되게 첨가되며 마지막엔 오케스트라와 피아노가 내지를 수 있는 절제 없는 사운드가 클라이맥스다.
클래식에 관심이 많은 나는 이 책을 보며 음악의 배경과 함께 작품의 흥미로운 전반적인 설명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그것도 주제를 부각시켜 교훈과 감동까지 주니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기분이다. 책 페이지 끝마다 연주를 감상할 수 있는 QR 코드도 제공되어 즉시 감상할 수 있는 것도 포인트다. 다른 음악 에세이들과 달리 악보가 삽입되어 악보를 볼 줄 아는 연주자들은 더욱 이해도가 빠를 것 같다. 음표와 쉼표들을 보며 우리 인생에서도 이런 유쾌한 마음의 처방전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