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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주는 것들과의 이별 - 불편한 감정 뒤에 숨어버린 진짜 나를 만나다
손정연 지음 / 타인의사유 / 2020년 10월
평점 :
상처 주는 것들과의 이별
누구나 크고 작은 상처가 있다. 그리고 사실 사람들은 남에게 별 관심이 없다. 이 지론을 가지고 살아왔지만 그래도 여전히 내 상처가 가장 아팠고 남에게 내 모습을 들키기 싫었다. 내 안에 있는 상처의 집을 허물어뜨리기 위해 내 삶을 힘들게 만드는 상처들과 정면으로 만나고 제대로 이별하는 방법을 알고 싶었다. 마침 이 책이 그랬다. 소스토리 마음상담코칭 대표이자 수많은 이들의 마음을 처방해주는 심리 상담 전문가인 저자 손정연님은 어린 시절부터 지속된 힘겨운 기억부터 일상에서 순간순간 겪게 되는 작은 트러블까지 내 삶을 어렵게 만드는 모든 상처들과 잘 이별하기 위한 심리학 수업을 개시했다.
총 4파트로 나뉘어진 목차를 세세히 살펴보았다. 일상에서 반복적으로 주고받는 상처들을 살펴보면서 개인의 독특한 패턴을 발견할 수 있도록 안내하기 시작하여 겉으로 드러나는 상처들의 원형이 시작된 시점을 인식하는 방법과 그것을 이해하는 방법을 다루었다. 그래서 알게 된 상처가 겉으로 표출되는 외현화, 참고 견디는 내현화를 곪아가는 상처를 목도했다. 마지막은 이 마음의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가 장착해야할 마음 백신을 소개했다.
보통 일상에서 상처받는 대부분의 경우는 ‘말’ 로 인한 것이 많다. 사실 사람들은 어떤 말이 문제가 되는지 알고 있다. 그러나 망각한 채 살아간다고 한다. 어떤 경우는 의무적인 배려가 상처가 되기도 한다. 이 책에 나오는 부부의 사례를 보면 서로에게 도리를 다했음에도 불편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었다. 남편은 자기 행동의 동기를 인식하지 못하고 상대에게 표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신의 마음보다 타인의 욕구에 먼저 반응하며 배려하는 것에 익숙해진 탓이라고 볼 수 있었다. 자꾸 삐딱선을 타는 경우나 남을 믿지 못하는 의심병 등 방어 태세를 갖춘 이들과의 관계도 피곤하다.
혜원이란 여성은 최근 승진 시험에 떨어지며 스스로 느끼는 그 수치스러움 때문에 자발적 아웃사이더의 길을 택했다. 그녀가 바라는 이상적 모습은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멋진 커리어 우먼이었다. 자신의 처지가 애처롭고 억울할 뿐이었던 그녀는 자존심이 세서 자신의 감정 외엔 아무것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런 경우 혜원씨는 자존감이 높은 사람인 척 했으나 그저 자존심에 지나지 않은, 열등감을 장착한 사람이었다. 건강하지 못한 자기애와 불안정한 자존심은 타인의 인정과 기대를 갈구하며 그것을 만족시킬 수 있을 때만 스스로 가치 있다고 여긴다. 책은 이렇듯 여러 사례를 들어 우리의 불완전한 민낯을 보게 만들었다.
대상관계치료자인 위니콧은 자기의 개념을 참자기와 거짓자기로 구분했다고 한다. 우린 나에게 상처 주는 ‘나’를 버려야 할 것이다. 처방전 중 하나는 ‘내려놓음’ 이다. 마음속에 열등감으로 가득 찬 짐들을 내려놓고, 너무 애쓸 필요가 없다. 요즘 주목받는 ‘마음 챙김’ 도 상처를 키우는 생각의 패턴을 바꾸는 훈련으로 우리의 곪아가는 상처를 도려낼 수 있다. 이것은 평가나 판단, 비판의 시각을 내려놓고 ‘감각’을 통해 느껴지는 ‘사실’ 만을 관찰하는 것이다. 상대가 얼굴을 찡그렸다고 ‘마음에 들지 않다는 것이군’ 이란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얼굴을 찡그렸다’ 라는 사실만 보는 것이 그것이다. 그러니 그 정보만으론 상처받을 이유가 없다. 책은 상담자로서 만난 내담자들의 사례를 들어 그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독자들에게도 그것을 알려주었다.
무엇보다 마지막 챕터인, ‘상처의 집을 비우는 다섯 가지 열쇠’ 라는 해결책을 자세히 정독했다. 더 이상 감정을 억압하지 말고 녹슨 감정을 다루는 방법을 상세히 설명했다. 나와 거리를 두며 자기객관화 즉, 객관적 자아의 힘을 발견하도록 조언했다. 공감의 힘도 언급하였고 이미지 재구성을 통한 기억의 맥락을 바꾸는 방법도 알려주었다. 삶의 우선순위를 찾으며 포기할 수밖에 없던 것을 받아들이고 내려놓는 방법도 제시했다. 책에 삽입된 목표-행동 기록지 작성연습법도 꽤 괜찮아보였다.
책을 읽으며 나를 알아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상담 심리학 도서 중 많은 부분 동감하며 도움을 받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