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를 이탈하셨습니다
코붱(김연정) 지음 / SISO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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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를 이탈하셨습니다

 

  내 자신 아무나 올 수 있는 자리였다. 출산휴가 단 3개월 동안 자리를 비웠을 때 조바심과 불안함을 느낀 건 나뿐이었다. 인사치레(?)로 나 없음 안 돌아간다고 해주는 동료들의 말이 진심인 줄 알았다. 하지만 대체근무자는 똑소리나게 일을 했고 내가 돌아오자 손볼 것 없이 모든 것이 완. . . !

 

  아이는 내가 없으면 잠을 안 잔다고, 못 잔다고 그렇게 가족들은 날 세뇌했다. 어쩔 수 없이 늦게 늦게 퇴근한 날이 있었다. 아이는 누가 없어가도 모를 정도로 새근새근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당황한 나.

 

  저자는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입사 포부에 면접관이 했던 한 마디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런 일은 없어요.” 그렇다. 하긴 내가 직장에 없어서 모든 업무가 올스톱된다면 인생은 너무 피곤하겠지. 다행이다.

 

  저자가 만들어 낸 신조어이자 합성어인 백수 라이터는 백수의 삶을 사는 동시에 자신을 설명하고자 이런 단어를 생성했다고 전했다. 입에 착 붙는다. 나도 두 가지 다 하고 싶다. 백수와 라이터.

 

  저자는 퇴사 전 돈이 얼마나 없으면 내가 불행해질까라고 생각해본 뒤 계산한 결과, 60만원이었단다. 실비보험비, 휴대폰비, 경조사비 등 고정비와 주유비, 병원비 등 변동비를 모두 포함해서. 이 정도면 최소한 한달은 사람 구실하며 살 수 있었다고. 그리하여 좋았던 점은 이것을 파악해 두어 좀 더 계획적으로 소비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한다. 백수인 자신의 행복은 월 60만원에서 나온다니 행복의 값이 60만원인 셈이다. 난 얼마일까? 화수분이었으면 좋겠지만 스쳐 지나가는 월급을 보며 나도 생각해보았다.

 

  제목은 경로를 이탈했다고 하나 백수가 결코 잘못된 삶은 아니다. 자발적이든 타인의 강요나 권고이든 현실적으론 백수가 무지 많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없음 안된다지만,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을 위해 돈보다 하고자 하는 일, 좋아하는 일을 찾아가며 쉬는 삶도 꽤 괜찮다고 본다. 저자와 같이 말이다. 무조건 틀렸다고 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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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적 세계관 강의 - 시간을 관통하는 통찰의 힘
최용준 지음 / 도서출판CUP(씨유피)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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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경적 세계관 강의

 

  책은 한동대 교수님의 저서답게 수업교재의 느낌이 강했다. 여러 참고 문헌과 각주가 눈에 띄었다. 저자 역시 한동대에서 교재로 사용하기 좋게 구성하였다고 소개했다. 기독교 대학을 졸업한 나도 이러한 성경적 세계관 강의는 자세히 들어본 적이 없어 참 좋은 기회였다. 말세지말에 하나님 나라의 세계관을 갖고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은 참 중요한 것 같다. 특히 요즘같이 유례없는 자연재해와 전염병으로 온 세계가 신음하고 있을 때 모든 삶의 영역에서 하나님의 뜻대로 살아가기 원하는 이들이 꼭 읽어야 할 필독서라고 생각한다.

 

  세계를 바로 보고 이해하기 위해 저자는 4가지 질문을 던졌다. 첫째는 기원의 문제다. 모든 것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창조와 진화적 세계관을 중점적으로 비교하며 의미를 다뤘다. 둘째는 악의 문제다. 세상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일까? 주위를 둘러보아도 이 세상은 낙원보단 고통에 가깝다. 그 뿌리는 무엇인지 다룬다. 셋째는 그렇다면 궁극적인 해결은 무엇인지를 다루며 마지막으로 최종 완성의 문제를 언급한다. 이 세상의 마지막은 어떻게 되는가에 대해서 종말의 모습을 바로 알고 예측한다.

 

  목회자이자 신학자로서 저자가 창조와 타락, 구속과 완성의 뼈대를 알기 쉽게 해설한 이 책은 독자의 지적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영적, 도덕적인 상대주의 속에서 혼란스러운 삶에 놓여진 그리스도인들에게 영적 지침서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성경 제일 첫 권인 창세기에서 항상 의문이었던, 선악과의 존재로 인류가 타락했던 사건도 세계관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올바른 안경을 쓰고 선악과를 바라보면 그것은 절대 먹지 말아야할 열매였지만, 인본주의적인 세계관이라는 잘못된 안경을 쓰고 본다면 먹음직하고 보암직하며 탐스럽기도 한 나무 열매로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잘못된 세계관은 사물을 왜곡해서 잘못 인식하게 만들고 잘못된 결과를 낳는다!

 

  성경적 인간관은 양면적이기도 해서,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창조된 만물의 영장이지만 동시에 전적으로 부패한 죄인이다. 그리하여 예수를 믿고 의롭게 된 죄인이 새로운 피조물은 거듭나며 세상을 넉넉히 이길 수 있다.

 

  ‘한 번 더 생각하기라는 코너를 통해 각 챕터별로 궁금해 마지않는 질문들을 올려 스터디를 하며 서로 의견과 생각을 교환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다. 우리의 시선이 삶을 결정한다. 길이요 진리이신 주만 따르며 바른 세계관을 택하여 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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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나를 좋아하게 만드는 법 - 관용, 인간관계의 고통을 없애줄 확실한 키워드
백강이 지음 / 책이있는마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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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나를 좋아하게 만드는 법

 

  아주 가까운 사람이 걸핏하면 화를 잘 낸다. 파르르 성질을 부리며 불같이 화를 내는 모습을 보면 말을 걸기 무서울 정도다. 도대체 내가 생각하기에 별것 아닌 걸로 왜 저렇게 분노할까란 의구심이 들 때가 많은데 화를 내는 사람은 다 이유가 있어서 화를 내는 중일테다. 그렇다손 치더라도 그렇게 발화하는 건 자신과 상대 모두에게 나쁜 영향을 줄 텐데 난감하기 이를 때 없다. 하지만 분노하는 사람이 그런 것까지 생각하고 화를 내겠는가? 이미 쏟아버린 마음이 모두를 상하게 하는 건 시간문제일 테지. 책은 관용을 이야기한다. 책 전체에 걸쳐서 사랑하고 이해하고 그것을 조건 없이 하라고 말한다. 앞서 얘기한 화를 내는 상대방을 생각해보면, 일단 그가 화를 내는 상황 자체를 부정하지는 말라고 했다. 그것이 화를 잘 내는 사람을 관용하는 법이라고.

 

  제목답게 누구나 나를 좋아하게 만들 수 있을까? 백이면 백 완벽하게 그럴 순 없다고 본다. 내가 성인이라 할지라도. 물론 대다수가 좋아하게 만드는 법은 바로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관용을 베풀 때 이루어진다. 타고난 성격이나 불가피한 환경, 제어 불가능한 타인 등 우리를 힘들게 하는 모든 것을 포용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이 바로 관용이기 때문이다.

 

  관용은 용서와 이해, 사랑이라는 키워드를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전적으로 수용하는 고귀한 행위, 그것은 용서이며 부적절한 상황마저도 개선시킬 수 있는 저력이 있는 행위가 바로 이해이다. 타인의 과거를 인정해주고 현재의 그를 존중해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가를 바라지 않는 선행과 불평을 감사로 바꿀 수 있는 가치, 바로 사랑을 지닌다면 이 책에서 한마디로 이야기하는 관용을 제대로 실천할 수 있을 것이다.

 

  자기 의견만 내세우는 사람, 비관적이거나 폭력적인 사람, 음흉하고 불평이 많은 사람 등등 언급한 이들의 특징만 보아도 골치가 아프다. 하지만 이들을 먼저 이해할 수 있겠는가? 이들이 왜 이런 사람이 되었는지 생각해본다면 말이다. 이를테면 폭력적인 사람은 연약한 자아를 갖고 있기에 도리어 자신의 문제를 외부로 폭발시키는 격이다. 자신의 문제를 내면적으로 감당할 수 없기에 그의 정신이 얼마나 부실한지 이해해야 한다. 그런 사람에겐 사랑과 관용이 필요하다!

 

  우리가 관용을 베푼다면 상대뿐만 아니라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이 이렇게나 많다. 상대적 개념의 패착에서 벗어나게 되고 삶의 경이로움을 체험할 수 있게 되며, 설득하려 하지 않고도 설득할 수 있다. 또한 아픔을 치유하게 되며 불행의 악순환을 멈추게 하며 수평적인 세계관을 습득할 수도 있다. 침을 튀겨가면서 말하지 않아도 사람을 설득할 수 있는 기적 같은 일. 경험해보고 싶지 않은가? 조건 없는 관용 덕분에 관계가 회복되고 사람을 끌어당길 수 있는 것이다. 물론 행위자의 내공이 상당해야겠다. 처음부터 잘 할 수는 없지만 충분히 시도할만한 가치가 있다. 관용의 압도적 힘으로부터 나의 인생과 인간관계를 회복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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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를 쓰다 - 지혜로운 삶을 위한 성경 잠언 필사북
대한성서공회 편집부 엮음 / 생각속의집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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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를 쓰다

 

  언젠가부터 좋아하는 작가나 책이 생기면 그것을 따라 적는 습관이 자리 잡았다. 통째로 옮겨 적는 것이 가장 좋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을 땐 곳곳에 박혀있는 주옥같은 문장을 다이어리에 옮겨 적는 것을 낙으로 여겼다. 마치 내가 쓴 것처럼 마음이 충만해지기도 했고 이렇게 글을 쓰고 싶다는 열망도 강해졌다.

 

  그렇지만 내가 가장 먼저 필사한 책은 바로 성경이다. 아마 주일학교 어린 시절부터 요절을 암송할 때 처음 성경을 따라 적었던 것 같다. 공과책에 옅은 색으로 따라쓰기 좋게 성경말씀이 적혀있어 그 위에 덧칠하듯 글씨를 쓰고 외우며 마음에 새겼었다. 이번 서평활동은 그래서 더 의미 있는 것 같다. 코로나로 인해 교회로 예배드리러 가지 못한지 수개월이다. 그래서 더욱, 생명의 양식인 성경을 붙들고 의지하게 되었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다. 필사는 책을 되새김질하는 과정이라고. 특히 지혜의 말씀이라 일컫는 잠언을 필사하며 읽고 쓰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을 꼭 실천하며 행동에 옮기는 삶을 갈망하게 됨을 강하게 느꼈다.

 

  꼭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좋다. 인생의 도움이 되는 잠언이 가득하여 지혜의 왕이었던 이스라엘의 솔로몬을 만날 수 있다. 난 글씨체가 큰 편이라 걱정했는데 이 잠언 필사북은 여백이 많아 그런 부담을 떨쳐낼 수 있었다. 각 장이 한 페이지에 딱 떨어지는 묘한 쾌감을 느낄 수 있다. 무지가 아니라 밑줄이 그어있는 공간이라 삐뚤빼뚤하게 쓸 염려도 없다. 잠언은 서사형이 아니라서 순서대로 필사할 필요도 없다. 원하는대로, 페이지를 넘겨 마음에 합한 장부터 써내려가도 무방하다.

 

  목차를 펼치기 전, ‘기록한 것만이 마음에 새겨집니다란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필사의 당위성이 느껴져 더욱 이 쓰는 행위가 즐거워졌다. 하지만 말씀을 더 깊이 깨닫기 위해선 단순히 읽기를 넘어 묵상이 필요하다. 묵상하기엔 조용히 말씀을 읊조리며 필사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읽고 읊조리고 필사하면서 기도로 마음에 새긴 말씀은 우리 삶에 큰 변화를 이끌 것이라 단언한다.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미로 같은 삶에서 하나님이 주시는 참평안을 얻고 싶다면 이 지혜의 잠언을 필사하면서 주님을 만나기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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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을 담는 거리의 예술가 - 빌 커닝햄에 대하여
데보라 블루멘탈 지음, 마샤 디언스 그림, 이정아 옮김 / 우리동네책공장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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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을 담는 거리의 예술가

  이번 책을 계기로 빌 커닝햄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다. 패션 스트릿 사진작가라 할 수 있는데, 30페이지의 짧은 쪽수로도 그의 매력에 빠져들기에 충분했다. 책 제목과 같이 뉴욕 시내를 활보하는 이들의 패션을 보고 개성을 찾아내며 그것을 카메라에 담는 일을 일로 생각하지 않고 종일 재미있게 지낼 뿐이라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신념대로 살아간 그였다. 빌 커닝햄은 87세의 일기로 끝맺을 때까지 열정과 자유를 좇으며 많은 이들의 존경까지 받았다. 사람들의 관심이 자신에게 집중되기 보단 다른 이들에게 집중되길 바랐고 정부가 주는 최고의 영예인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수여했을 때도 주목받는 것을 불편하게 여겼다. 이렇듯 거리 패션 사진의 창시자라고 불릴만한 빌 커닝햄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어 검색을 해봤다. 빠르게 변하는 패션 트렌드를 대중들에게 쉽게 알려준 지대한 역할을 했다. 특히 뉴요커들의 모습을 담기 위해 항상 똑같은 자전거를 타고 라이딩 샷을 찍은 것으로 유명한데 무려 자전거를 서른 대나 도둑맞을 만큼 비바람을 마다않고 뉴욕 시내를 누볐다고 한다.

 

  책 표지의 파란색 자켓과 베이지색 팬츠, 자전거를 타고 카메라를 손에 든 일러스트는 인상적이었다. 푸른색 자켓과 자전거가 그의 상징적 아이콘 같았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돈은 가장 싼 것이다. 자유가 가장 값진 것이다. 나는 협찬 받은 공짜 드레스를 입은 셀러브리티들에게 관심이 없다. 그냥 나는 잘 만들어진 옷에 관심이 있다.” . 굉장히 주관이 뚜렷한 말이다. 최근 연예인들이 협찬 받은 옷을 입고 sns에 올리곤 하는데, 그런 ppl 홍보 논란이 있는 이들은 아마 믿고(?) 거를 것 같은 빌 커닝햄의 신념이 돋보인다.

 

  작년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전시회에 다녀온 적이 있었다. 사진 작가에 관심있는 이라면 들어본 인물일텐데, 유명한 포토그래퍼이다. 그가 거리 풍경이나 스냅 사진의 대가였다면, 오늘 서평 도서의 주인공인 빌 커닝햄은 패션에 특화된 작가로서 스트릿 패션 포토 그래퍼의 전설이라 할만하다. 정작 빌은 평생 소박하고 검소하게 살았지만 그가 남긴 사진들은 하나같이 개성이 넘치고 눈을 뗄 수 없었다. 눈이 녹아 질척거리는 뉴욕의 거리를 구두가 젖을세라 깡충 뛰어넘는 남자며, 횡단보도를 시크하게 걷고 있는 두 여성의 패션은 또각거리는 하이힐과 분홍색 주름치마가 흩날려 향기마저 느껴지는 것 같다. 무릎까지 파인 검은색 나팔바지를 입고 승용차를 타려는 여성의 모습도 재밌다.

 

  87세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왕성하게 활동한 빌 커닝햄을 본받아 우리나라에도 청담동, 강남 패션 피플들을 찍으려는 작가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색감이 눈에 띄는 일러스트들이 보고 싶다면 당장 이 책을 펼쳐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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