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을 담는 거리의 예술가 - 빌 커닝햄에 대하여
데보라 블루멘탈 지음, 마샤 디언스 그림, 이정아 옮김 / 우리동네책공장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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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을 담는 거리의 예술가

  이번 책을 계기로 빌 커닝햄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다. 패션 스트릿 사진작가라 할 수 있는데, 30페이지의 짧은 쪽수로도 그의 매력에 빠져들기에 충분했다. 책 제목과 같이 뉴욕 시내를 활보하는 이들의 패션을 보고 개성을 찾아내며 그것을 카메라에 담는 일을 일로 생각하지 않고 종일 재미있게 지낼 뿐이라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신념대로 살아간 그였다. 빌 커닝햄은 87세의 일기로 끝맺을 때까지 열정과 자유를 좇으며 많은 이들의 존경까지 받았다. 사람들의 관심이 자신에게 집중되기 보단 다른 이들에게 집중되길 바랐고 정부가 주는 최고의 영예인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수여했을 때도 주목받는 것을 불편하게 여겼다. 이렇듯 거리 패션 사진의 창시자라고 불릴만한 빌 커닝햄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어 검색을 해봤다. 빠르게 변하는 패션 트렌드를 대중들에게 쉽게 알려준 지대한 역할을 했다. 특히 뉴요커들의 모습을 담기 위해 항상 똑같은 자전거를 타고 라이딩 샷을 찍은 것으로 유명한데 무려 자전거를 서른 대나 도둑맞을 만큼 비바람을 마다않고 뉴욕 시내를 누볐다고 한다.

 

  책 표지의 파란색 자켓과 베이지색 팬츠, 자전거를 타고 카메라를 손에 든 일러스트는 인상적이었다. 푸른색 자켓과 자전거가 그의 상징적 아이콘 같았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돈은 가장 싼 것이다. 자유가 가장 값진 것이다. 나는 협찬 받은 공짜 드레스를 입은 셀러브리티들에게 관심이 없다. 그냥 나는 잘 만들어진 옷에 관심이 있다.” . 굉장히 주관이 뚜렷한 말이다. 최근 연예인들이 협찬 받은 옷을 입고 sns에 올리곤 하는데, 그런 ppl 홍보 논란이 있는 이들은 아마 믿고(?) 거를 것 같은 빌 커닝햄의 신념이 돋보인다.

 

  작년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전시회에 다녀온 적이 있었다. 사진 작가에 관심있는 이라면 들어본 인물일텐데, 유명한 포토그래퍼이다. 그가 거리 풍경이나 스냅 사진의 대가였다면, 오늘 서평 도서의 주인공인 빌 커닝햄은 패션에 특화된 작가로서 스트릿 패션 포토 그래퍼의 전설이라 할만하다. 정작 빌은 평생 소박하고 검소하게 살았지만 그가 남긴 사진들은 하나같이 개성이 넘치고 눈을 뗄 수 없었다. 눈이 녹아 질척거리는 뉴욕의 거리를 구두가 젖을세라 깡충 뛰어넘는 남자며, 횡단보도를 시크하게 걷고 있는 두 여성의 패션은 또각거리는 하이힐과 분홍색 주름치마가 흩날려 향기마저 느껴지는 것 같다. 무릎까지 파인 검은색 나팔바지를 입고 승용차를 타려는 여성의 모습도 재밌다.

 

  87세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왕성하게 활동한 빌 커닝햄을 본받아 우리나라에도 청담동, 강남 패션 피플들을 찍으려는 작가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색감이 눈에 띄는 일러스트들이 보고 싶다면 당장 이 책을 펼쳐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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