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이 세상의 중심이다 - 상 - 균형인편 뇌과학자가 쓰는 육아서 3
김의철 지음 / 프리윌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너는 이 세상의 중심이다(,)

 

복잡한 인간을 파악한다는 건 꽤나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혈액형별 성격유형이랄지 MBTI 성격검사와 같은 것이 흥미로워 보이는 것도 그 때문이다. 아이를 키우다 보니 선천적으로 타고난 기질이나 환경에 의한 후천적인 영향 모두 관심이 깊다. 모난 행동을 하면 누굴 닮은 것인지 궁금하기도 하다.

 

오늘 읽은 책은 뇌과학자가 쓴 육아서로써 균형아이를 키우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했다. 뇌를 건강하게 키우는 일에 초점을 맞춰보자고 말이다. 적어도 초등학교 5~6학년까지는 매우 중요했다. 균형아이는 우뇌아이들처럼 말솜씨가 화려하진 않지만 말을 잘한다고 느껴진다. 그 이유는 상대를 공감시키는 힘이 크기 때문이었다. 균형아이는 어른이 되어도 마음을 열고 하는 대화에 능하다. 아이들은 균형이건, 좌 우뇌건 억울한 일을 많이 당한다. 이를테면 동생 때문에 야단도 맞고 밥을 빨리 안 먹는다고 등짝 스매싱을 맞기도 한다. 그러나 균형아이는 그렇게 한 대 맞고 그만이다. 어른이 되어 대인관계가 원만해지는 것은 맞을 줄 아는 능력 때문이다. 누군가를 면박주거나 따지지 않는 특징도 균형아이의 특징이다. 아이들의 하는 말을 잘 들어보면 균형인지 아닌지 감별할 수 있다. 아직 뇌들보 완성 전이어서 우뇌, 좌뇌 또는 잡탕일수도 있지만 우뇌아이들은 누군가를 면박하는 것이 일상이고, 좌뇌아이들은 따지고 든다. 균형아이들은 뇌 때문에 자동적으로 면박도, 따지지도 않는다.

 

이 외에도 여러 특징이 있었다. 균형인들 중엔 양손잡이가 많았고 어른이 되어선 가정적인 경우가 많았다. 균형인이라고 단점이 없진 않았다. 이들의 약점은 능동적으로 나서는 일이 적다. 학급의 반장보단 소모둠의 리더를 즐겨 맡곤 한다. 너무 정직하고 순수한 것이 장점이자 단점이다. 그리고 예술성이 상대적으로 부족하여 악기, 성악, 작곡 등의 재능은 없다. 한가지를 오랫동안 파고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얼굴에 철판을 까는 능력도 부족하고 너무 긍정적이라 탈인 경우도 많다!

 

11세 이전에 결정된다는 이 뇌들보에 대해 알아보자. 아이를 엄하게 채찍질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A군의 사례에서 장애인급 뇌손상을 입은 경우도 아이를 강하게 키우려는 믿음을 가진 부모의 잘못 때문이었다. 다 잘하기를 바라는 부모는 사실 잘하는 것도 없고, 못 하는 것도 없는 두뇌의 소유자인 균형아이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책에선 엄마의 두뇌 타입에 따른 균형아이의 조합이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를 자세히 다룬다. 이를테면 매사에 철두철미한 강좌뇌 완벽주의 엄마는 아이에게 냉기라는 견디기 힘든 대목을 심어준다. 넉넉하고 유연해야 될 아이에게 냉기가 흐르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다. 강좌뇌는 육아가 적성이 아님을 직언했다. 또한 손상이 많은 강우뇌 엄마 밑에 있는 아이 역시 빨리 독립시키는 것이 상책이라 했다. 균형아이가 균형엄마를 만날 확률은 50%인데 가장 많은 경우면서 가장 운이 좋은 경우라 할 수 있었다. 배우지 않았지만 아이를 잘 이해하는 엄마는 본능적으로 극우뇌, 우뇌, 좌뇌, 균형아이 어느 자녀나 잘 이해해준다. 특히 뇌들보에 가장 악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학과목 사교육인데 이것은 전혀시키지 않기를 당부했다. 비는 시간을 메워주는 것은 음악, 미술분야면 족하다. 동네 놀이터를 실컷 뛰게 해주는 것이 훨씬 좋다!

 

대표적인 균형인들을 소개하기도 했는데 그 중 SM엔터테인먼트 회장인 이수만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변두리 가수에서 아이돌의 레전드로라는 부제가 붙었다. 그는 장년층에겐 가수로, 청소년들에겐 프로듀서로 더 익숙하다. 아이돌이 익숙지 않던 시절부터 아이돌 가수 시대를 예측하고 기획된 팀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그의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은 균형인의 특징이었다. 그는 록, 발라드를 주로 제작하여 실패를 맛본 뒤 현진영 음반을 제작하며 깨달은 랩댄스의 가능성을 기반으로 HOT를 제작해 성공했다! 이러한 판단력과 진취성 또한 균형인의 모습이다.

 

대부분 부모가 입힌 균형아이들의 뇌손상에 대해서도 자세히 읽어보았다. 미취학기부터 초등5학년 사이에 손상된 모습을 예로 든다면 한 번 울기 시작하면 울음끝이 길거나 단 것을 많이 먹는 것, 수학에서 풀었던 것을 못 풀기도 하는 뒤죽박죽의 현상을 보이는 것 등이다. 이들은 성인이 되어 버럭질이 심하고, 외모 가꾸기에 시간과 돈을 많이 쓰며, 철저히 개인주의적이고 이기적인 모습을 보인다. 폭넓은 시야와 먼 안목을 갖고 태어난 균형아이들은 편향된 이들의 평가에 기죽지 말기를. 박학다식을 천박한 잡지식이라 매도하지 말기를. 융합학문이 대두되는 요즘엔 숲을 보지 못하고 하나만 파는 이들이 설 곳이 없다. 균형인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을 당장 펼쳐보시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돌봄이 아니라 인생을 배우는 중입니다 - 요양보호사가 쓴 요양원 이야기
전계숙 지음 / 책익는마을 / 202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돌봄이 아니라 인생을 배우는 중입니다

 

우리 집의 구성원은 각각 유아, 30, 6~70대다. 오늘날 65세 이상은 노인 인구로 집계되는 현실에서 우리 집은 두 분이 계시는 것이다. 어쩔 땐 불안감이 엄습해올 때가 있다. 점점 노화로 몸이 편찮아 지시고 거동까지 불편하실 때가 오겠지. 라는 생각에. 나 또한 언젠가 늙어 노인이 될 것이고 그때도 지금처럼 건강했으면 참 좋겠지만 그러리란 보장이나 확신이 없다. 돌봄은 어린 시절 엄마 품이 전부였던 그 시절처럼 또다시 되돌아와 존중받아 마땅한 어르신에게 부여된다.

 

오늘 읽은 책 <돌봄이 아니라 인생을 배우는 중입니다>은 인생의 마지막을 빛내는 돌봄의 자리 일선에 계신 요양보호사의 이야기다. 보호자로서 경험했던 요양원, 요양보호사로서 근무하는 요양원. 그리고 그곳에서 생의 마지막을 기적처럼 살아가시는 어르신들의 이야기다. 그분들의 하루를 있는 그대로 기록하고 그 가운데서 삶의 존엄과 의미를 찾고 싶었던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요양보호사들의 처우와 부모님의 마지막을 맞이하는 자녀들, 부모의 보호자가 된 그들이 알아둬야 할 것들을 말해주고 싶었다고 한다.

 

밤을 걷는 그대들에게 띄우는 편지라는 제목이 눈에 띄었다. 시적인 표현과는 다르게 요양원의 적막을 깨며 복도로 나오신 어르신들의 에피소드였다. 자식과 손주에 대한 기억보다는 시집오기 전 동네 총각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기억을 안고 사는 인기녀 어르신부터 한여름에 겨울 패딩에 털모자를 쓰고 휠체어에 앉으신 군인 어르신까지. 밤을 걷는 그대들이 살았던 삶에서 어떤 기억이 그대들을 이 깊은 밤에 불러내는지 모르겠지만 행복하셨으면 정말 좋겠다고. 언제 적 기억이라도 그 끝을 잡고 잠시 걸어보시라는 저자의 말에 어르신들의 삶에 대한 존중의 태도가 보여 멋졌다.


저자는 돌봄이 아니라 인생을 배우는 중이라고 했다. 이십 년 넘게 사회생활을 했지만 조직에 적을 둔 적이 없었던 저자는 여자들, 특히 요양보호사들 특유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했다고 한다. 요양보호사들끼리 감정 싸움을 하게 되는 것은 일과 관련된 데서 시작되어 너무 사소해 미쳐버릴 것 같은 일들로 서로를 자극하게 되고 적대적 관계로까지 확대되고 만다고 했다. 그만큼 살아온 방식과 가치관 등 모든 것이 다른 이들이 한 곳에 모여 생활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리라. 자신을 바꾸지 못하는 건 깨닫지 못한 채 상대방을 내 기준에 맞춰 바꾸려고 한다면. 고립을 자초하는 싸움닭에 되어 있었다는 저자는 신입들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본다며 섞여보니 결국 섞여지더라는 고백을 했다. 백세시대에 걸맞은 실버 일자리지만 사회에서 비하하는 시선은 감내해야 할 몫이기도 했다. 어르신들처럼 함께 늙어가며 그들의 노화와 고통, 방황을 이해하게 된다고 말했다.

 

치매 어르신이나 인지 기능이 있는 어르신도 해당 요건이 되면 입소할 수 있었다. 후자의 경우 고정관념이 갈비뼈 사이에 박혀 아집에 뭉친 모습이 목격된다고. 노인인권과 노인 학대 관련 교육을 받고 감정을 조절하는 것도 업무이나 이기심에 인지상정을 이해 못 하는 어르신을 보면 이성이 작동하지 않을 때가 있어 괴롭다고. 어르신들에게 인지상정과 역지사지를 알려드려야 하지만 요양보호사도 사람이기에 감정 조절이 무척 힘들다는 고백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어느 누구도 치매로 요양원에서 삶을 마감하기를 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르신뿐만 아니라 그들의 보호자도 현장에서 만날 수 있는데 자신의 부모를 맡겨놓고 요양보호사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이기적인 보호자가 있는 반면 끝까지 예를 갖춰 부모를 보내드린 요양보호사에게 진심의 감사를 표하는 보호자도 있다. 그들도 미래에 돌봄을 받는 입장이 될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린 모두 미래 어떤 상황에 처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우리는 지금 우리의 미래를 돌보고 있는 것이다라는 문장이 가슴 깊이 남아있다.

 

노환, 질병, 통증과 죽음이라는 손님. 누구도 피해갈 수 없음을 인정한다면 우린 이들과 적절히 동행하는 연습을 해야 할 것이다. 돌봄을 통해 인생을 배우고 있는 중인 저자와 같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획자의 여행법 - 10년 차 기획자가 지켜온 태도와 시선들
조정희 지음 / SISO / 202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획자의 여행법

 

내 생애 해외여행은 2번이었다. 나이에 비하면 겨우라는 생각이 든다. 한 번은 직장동료와 갔던 대만, 또 한번은 신혼여행으로 간 호주였다. 두 나라 모두 내가 계획하고 일정을 짜지 않았다. 그저 따라다녔을 뿐이다. 그래서 주도적이지 못했다. 물론 그 나라에 대해, 여행에 대해 무지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오늘의 책 <기획자의 여행법>을 읽어보니 기획자의 입장에서 여행을 기획하고 떠나는 일련의 과정을 나도 경험하고 싶어졌다!

 

여행이 어떻게 기획의 씨앗이 될 수 있는지 문제를 해결하는 고민의 과정을 담은 책이라 할 수 있었다. 저자는 누구나 보지만, 누구도 본 적 없는 여행지에 숨은 사람들의 욕망과 트렌드를 읽었다. 그녀에게 여행은 타인의 표정, 행동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방식이자 틀이었다. 나 또한 어딘가에서 이방인으로서 느끼는 감정과 마주하는 사람들의 시선이 내가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니었음을 알게 해주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여행은, 다양한 관점을 가질 수 있고 기획의 깊이를 더해준다. 저자만의 여행세포를 이 책에서 발견해보자.

 

소유보다 가치 있는 건 경험 같다. 그것은 장기 기억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유리하다. 그리하여 오감이 동원되며 훗날 이야깃거리가 많아질 여행을 추구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지혜롭다. 타인과 추억을 공유하며 친밀감이 생기기에는 여행이 딱인 것 같다. 인생 또한 다채로워짐은 두말할 것 없고.

저자는 여행하는 동안 틈틈이 자료를 버리고 분류한다고 하였다. 각종 리플렛, 티켓, 영수증은 제때 정리하지 않았을 때 쓰레기로 직행하기 쉽다. 물론 필요 없는 자료는 과감하게 버리는 용기도 필요하다. 저녁에 숙소에 들어와 본격적으로 정리 기준에 맞춰 분류하고 붙여넣는다. 여행의 목적은 무엇인지, 어떤 키워드에 관심이 있는지에 따라서 말이다. 언제든 자료를 재구성할 수 있는 바인더로 노트를 한정하고 의미 있는 사진도 수집해나간다. 정리정돈은 정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장점도 가지고 있지만 기획하는 제품과 서비스에 관한 비어있는 정보를 파악하려는 목적도 있다. 여행을 저자가 기획한 일상의 프레임에 조합하는 과정. 재미있어 보인다.

 

저자는 유럽 여행을 갈 때마다 자신만의 도시를 만들었다. 포도밭이 있는 전원도시 바하라흐는 대성당이나 신전같은 흔한 유적지 하나 없는 대신 라인강을 끼고 있는 강변 풍경이 전부다. 이곳에서 꽉 막혔던 마음에 숨통이 터지는 기분이라고 한다. 싱그러운 포도향이 나를 감싸며 현실을 떠나 자신만의 도시에서 쉬다 오는 행동은 바쁘고 번잡한 일상에서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한 노력일 테다. 대도시를 벗어나 한 달 살기, 귀농, 나만의 소도시 찾기는 요즘의 트렌드였다. 이런 의미에서 기획자란 사람들이 원하는 가치를 누구보다 예리하게 파악하며 고민하는 역할이 아닐까?

 

기획은 이득보다 가치를 추구한다. 기획자는 좀 더 이타적인 시선이 담기도록 들여다보아야 하며 고객의 시선으로 눈높이를 맞춰가야 외면받지 않는다. 여행법이라는 키워드로 기획자의 면면을 들여다볼 수 있어 좋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침묵에서 말하기로 - 심리학이 놓친 여성의 삶과 목소리
캐럴 길리건 지음, 이경미 옮김 / 심심 / 202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침묵에서 말하기로

 

인류에서 반은 여성인데 왜 여성은 모든 면에서 배제되었을까? 심리학 이론도 마찬가지였다. 여성은 열등하고 미숙한 존재로 자리매김했고 남성을 표본으로 삼아 우월하게 만들어졌다. 저자 캐럴 길리건은 하버드대 최초의 여성학 교수로서 그동안 남성 위주의 심리학계를 근본부터 바꿔놓았다는 평을 듣는다. 도덕발달 이론으로 모든 심리학 교과서에 실리는 대가 콜버그의 연구를 정면으로 반박하며 기존 이론이 여성을 발달에 실패한 것으로 해석했다면 길리건은 다르다는 논리를 펼쳐 여성을 포함한 자신만의 도덕 발달 이론을 제시했다. 정신분석이론의 프로이트의 부정적이며 부차적인 여성의 심리묘사를 길리건만의 긍정적이고 직접적인 설명으로 대체했다.

 

다르다는 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 즉 틀린 것이 아니다. 분명 남성과 여성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다른 차이점이 많다. 남성의 시각에서 여성의 특징을 비하하고 이해할 수 없다고 여기는 것은 미숙한 생각이 아닐까? 이를테면 여아들은 남아들처럼 오이디푸스기 전 단계의 관계양식을 부정하는 관점으로 자신을 규정하지 않는다. 관계, 특히 의존의 문제에 대해 여성과 남성은 다른 경험을 한다. 어머니로부터 필수적으로 분리해야 하는 남성은 독립에 있어서 성 정체성과 밀접하게 연관되지만 여성적 정체성은 어머니로부터의 분리나 개인화 과정에 달려 있지 않으므로 오히려 분리에 위협을 느끼는 것이다. 따라서 남성은 관계 맺는 것에, 여성은 개인화 과정에 어려움을 느끼는 경향이 있다. 그러므로 심리학에서 독립의 실패를 발달상의 장애로 인식한 것은 순전히 남성의 시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여성은 타인의 요구에 응답하는 삶을 살아오면서 이기적, 부도덕하다고 평가받을 주장을 하지 않고선 주도권을 행사할 방법이 없었다. 그것은 여러 형태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 책은 무려 40여 년 전의 책이라 지금보다 더 보수적이었던 사회에서 출간되고 어떤 파장을 일으켰을지 상상이 된다. 프로이트를 비롯해 피아제, 콜버그 등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심리학자들이 여성을 배제하며 이론을 완성시켜 나갔다는 사실을 확실히 지적하며 여성과 남성, 양쪽의 목소리를 모두 듣고 관찰한 결과 돌봄의 윤리를 새 기준으로 제시한 것이다. 사회적 여성성으로 억압과 모순, 괴리를 경험한 여성이라면 이 책에서 실마리를 찾기 바란다. 치열히 대항해온 투쟁의 역사와 거대한 연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남성의 경험이 모든 인간의 경험을 대변한다는 이론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캐럴 길리건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보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노년철학 하기 - 다시 살아가고 배우기 위한 인문학 더 생각 인문학 시리즈 15
오하시 겐지 지음, 조추용 옮김 / 씽크스마트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노년철학 하기

 

과거에 비해 수명이 길어진 것은 좋은 것일까? 그 어떤 나라보다 고령화 사회가 빠르게 진행되어감에 따라 노인 인구가 늘어나고 있고 노인을 바라보는 시각은 여러 각도로 존재한다. 우리나라 노인복지 지출이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란 결과가 발표되면서 대표적 노인복지 혜택으로 꼽히는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제도도 이슈다. 단순히 지하철 노선의 적자만 고려해 무임승차 연령을 조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과, 지하철 유지관리를 위해 써야 할 돈이 지하철 무료 우대권에 쏟아 부어지며 한계에 봉착했다는 의견이 나뉜다. 세대 갈등은 노인복지문제를 더욱 심화시킨다. 65세 이상 지하철 무임승차가 자살과 우울증 감소, 경제활동으로 인한 의료비 절감 등 사회경제적 편익을 고려해도 효과가 충분히 입증되었음에도 말이다. 또한 노약자석은 노인전용석인 것마냥 막무가내로 자리를 양보하기를 요구하는 어르신도 많다. 노인의 존재가 어쩌다 이렇게 골칫덩이로 전락했을까.

 

오늘 읽은 도서 <노년철학 하기>는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노인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문명방식과 사회 전체에 연결되어 있다고 단언한다. 하지만 70대 이후 노인의 사회적 역할론이 중요하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역할을 수행하는 버팀목이 될 것이기에. 그렇다면 청장년 세대가 부정적이고 비판적으로 노인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지지 않을까? 이 책에서 다루는 노년철학의 궁긍적인 목표는 세대간의 연결이었다. 긴 노후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이정표를 제공해주는 이 책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저자는 노인 스스로가 가진 다양한 불안을 배경으로 죽음과 마주 보며 자신의 인생을 총괄하기 위한 준비활동으로서의 종활을 이야기한다. 자신의 간병, 의료, 신변정리, 상속절차 등을 모두 포함하며 바람직한 삶의 최후 모습을 보여준다. 죽음에 대한 준비활동은 예부터 동서양의 현인들에게 반복적으로 언급되어 왔다. 일본인인 저자는 일본인의 일반적인 죽음의 인식에 대해 평범하고 온화하다고 설명한다. 자연과 일체된 죽음, 자연의 일부임을 받아들이는 방법. 그러나 이러한 담백한 생사관에 대해 분노하는 사람이 있다. 파스칼은 인간은 가볍게 죽음에 몸을 맡기려 한다고 하며 죽음을 가볍게 취급하지 말 것을 이야기했다.

 

생명의 근원으로서의 식물을 언급하며 인류가 몸을 일으켜 세우고 직립이족보행이라는 천지 수직의 식물적 신체를 얻었다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일본 신화에서도 일본인은 식물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듯하다. 인간의 정신이나 사회가 헤겔의 주장대로, 공존하는 식물정신에서 투쟁하는 동물정신으로 이행했다면 인간 신체의 내부와 대조적으로 대우주와 공명하고 살아가고자 하는 식물생명론은 노년기에 들어간 인간의 또 다른 삶을 의미하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동식물의 삶의 차이를 비교한 철학적 의미가 마음에 와닿는다.

 

책은 장평이 넓어 문장을 읽기가 편했다. 노년기의 철학을 논하기에 적합한 편집의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