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이 아니라 인생을 배우는 중입니다 - 요양보호사가 쓴 요양원 이야기
전계숙 지음 / 책익는마을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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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이 아니라 인생을 배우는 중입니다

 

우리 집의 구성원은 각각 유아, 30, 6~70대다. 오늘날 65세 이상은 노인 인구로 집계되는 현실에서 우리 집은 두 분이 계시는 것이다. 어쩔 땐 불안감이 엄습해올 때가 있다. 점점 노화로 몸이 편찮아 지시고 거동까지 불편하실 때가 오겠지. 라는 생각에. 나 또한 언젠가 늙어 노인이 될 것이고 그때도 지금처럼 건강했으면 참 좋겠지만 그러리란 보장이나 확신이 없다. 돌봄은 어린 시절 엄마 품이 전부였던 그 시절처럼 또다시 되돌아와 존중받아 마땅한 어르신에게 부여된다.

 

오늘 읽은 책 <돌봄이 아니라 인생을 배우는 중입니다>은 인생의 마지막을 빛내는 돌봄의 자리 일선에 계신 요양보호사의 이야기다. 보호자로서 경험했던 요양원, 요양보호사로서 근무하는 요양원. 그리고 그곳에서 생의 마지막을 기적처럼 살아가시는 어르신들의 이야기다. 그분들의 하루를 있는 그대로 기록하고 그 가운데서 삶의 존엄과 의미를 찾고 싶었던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요양보호사들의 처우와 부모님의 마지막을 맞이하는 자녀들, 부모의 보호자가 된 그들이 알아둬야 할 것들을 말해주고 싶었다고 한다.

 

밤을 걷는 그대들에게 띄우는 편지라는 제목이 눈에 띄었다. 시적인 표현과는 다르게 요양원의 적막을 깨며 복도로 나오신 어르신들의 에피소드였다. 자식과 손주에 대한 기억보다는 시집오기 전 동네 총각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기억을 안고 사는 인기녀 어르신부터 한여름에 겨울 패딩에 털모자를 쓰고 휠체어에 앉으신 군인 어르신까지. 밤을 걷는 그대들이 살았던 삶에서 어떤 기억이 그대들을 이 깊은 밤에 불러내는지 모르겠지만 행복하셨으면 정말 좋겠다고. 언제 적 기억이라도 그 끝을 잡고 잠시 걸어보시라는 저자의 말에 어르신들의 삶에 대한 존중의 태도가 보여 멋졌다.


저자는 돌봄이 아니라 인생을 배우는 중이라고 했다. 이십 년 넘게 사회생활을 했지만 조직에 적을 둔 적이 없었던 저자는 여자들, 특히 요양보호사들 특유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했다고 한다. 요양보호사들끼리 감정 싸움을 하게 되는 것은 일과 관련된 데서 시작되어 너무 사소해 미쳐버릴 것 같은 일들로 서로를 자극하게 되고 적대적 관계로까지 확대되고 만다고 했다. 그만큼 살아온 방식과 가치관 등 모든 것이 다른 이들이 한 곳에 모여 생활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리라. 자신을 바꾸지 못하는 건 깨닫지 못한 채 상대방을 내 기준에 맞춰 바꾸려고 한다면. 고립을 자초하는 싸움닭에 되어 있었다는 저자는 신입들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본다며 섞여보니 결국 섞여지더라는 고백을 했다. 백세시대에 걸맞은 실버 일자리지만 사회에서 비하하는 시선은 감내해야 할 몫이기도 했다. 어르신들처럼 함께 늙어가며 그들의 노화와 고통, 방황을 이해하게 된다고 말했다.

 

치매 어르신이나 인지 기능이 있는 어르신도 해당 요건이 되면 입소할 수 있었다. 후자의 경우 고정관념이 갈비뼈 사이에 박혀 아집에 뭉친 모습이 목격된다고. 노인인권과 노인 학대 관련 교육을 받고 감정을 조절하는 것도 업무이나 이기심에 인지상정을 이해 못 하는 어르신을 보면 이성이 작동하지 않을 때가 있어 괴롭다고. 어르신들에게 인지상정과 역지사지를 알려드려야 하지만 요양보호사도 사람이기에 감정 조절이 무척 힘들다는 고백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어느 누구도 치매로 요양원에서 삶을 마감하기를 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르신뿐만 아니라 그들의 보호자도 현장에서 만날 수 있는데 자신의 부모를 맡겨놓고 요양보호사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이기적인 보호자가 있는 반면 끝까지 예를 갖춰 부모를 보내드린 요양보호사에게 진심의 감사를 표하는 보호자도 있다. 그들도 미래에 돌봄을 받는 입장이 될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린 모두 미래 어떤 상황에 처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우리는 지금 우리의 미래를 돌보고 있는 것이다라는 문장이 가슴 깊이 남아있다.

 

노환, 질병, 통증과 죽음이라는 손님. 누구도 피해갈 수 없음을 인정한다면 우린 이들과 적절히 동행하는 연습을 해야 할 것이다. 돌봄을 통해 인생을 배우고 있는 중인 저자와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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