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의 여행법 - 10년 차 기획자가 지켜온 태도와 시선들
조정희 지음 / SISO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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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의 여행법

 

내 생애 해외여행은 2번이었다. 나이에 비하면 겨우라는 생각이 든다. 한 번은 직장동료와 갔던 대만, 또 한번은 신혼여행으로 간 호주였다. 두 나라 모두 내가 계획하고 일정을 짜지 않았다. 그저 따라다녔을 뿐이다. 그래서 주도적이지 못했다. 물론 그 나라에 대해, 여행에 대해 무지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오늘의 책 <기획자의 여행법>을 읽어보니 기획자의 입장에서 여행을 기획하고 떠나는 일련의 과정을 나도 경험하고 싶어졌다!

 

여행이 어떻게 기획의 씨앗이 될 수 있는지 문제를 해결하는 고민의 과정을 담은 책이라 할 수 있었다. 저자는 누구나 보지만, 누구도 본 적 없는 여행지에 숨은 사람들의 욕망과 트렌드를 읽었다. 그녀에게 여행은 타인의 표정, 행동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방식이자 틀이었다. 나 또한 어딘가에서 이방인으로서 느끼는 감정과 마주하는 사람들의 시선이 내가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니었음을 알게 해주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여행은, 다양한 관점을 가질 수 있고 기획의 깊이를 더해준다. 저자만의 여행세포를 이 책에서 발견해보자.

 

소유보다 가치 있는 건 경험 같다. 그것은 장기 기억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유리하다. 그리하여 오감이 동원되며 훗날 이야깃거리가 많아질 여행을 추구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지혜롭다. 타인과 추억을 공유하며 친밀감이 생기기에는 여행이 딱인 것 같다. 인생 또한 다채로워짐은 두말할 것 없고.

저자는 여행하는 동안 틈틈이 자료를 버리고 분류한다고 하였다. 각종 리플렛, 티켓, 영수증은 제때 정리하지 않았을 때 쓰레기로 직행하기 쉽다. 물론 필요 없는 자료는 과감하게 버리는 용기도 필요하다. 저녁에 숙소에 들어와 본격적으로 정리 기준에 맞춰 분류하고 붙여넣는다. 여행의 목적은 무엇인지, 어떤 키워드에 관심이 있는지에 따라서 말이다. 언제든 자료를 재구성할 수 있는 바인더로 노트를 한정하고 의미 있는 사진도 수집해나간다. 정리정돈은 정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장점도 가지고 있지만 기획하는 제품과 서비스에 관한 비어있는 정보를 파악하려는 목적도 있다. 여행을 저자가 기획한 일상의 프레임에 조합하는 과정. 재미있어 보인다.

 

저자는 유럽 여행을 갈 때마다 자신만의 도시를 만들었다. 포도밭이 있는 전원도시 바하라흐는 대성당이나 신전같은 흔한 유적지 하나 없는 대신 라인강을 끼고 있는 강변 풍경이 전부다. 이곳에서 꽉 막혔던 마음에 숨통이 터지는 기분이라고 한다. 싱그러운 포도향이 나를 감싸며 현실을 떠나 자신만의 도시에서 쉬다 오는 행동은 바쁘고 번잡한 일상에서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한 노력일 테다. 대도시를 벗어나 한 달 살기, 귀농, 나만의 소도시 찾기는 요즘의 트렌드였다. 이런 의미에서 기획자란 사람들이 원하는 가치를 누구보다 예리하게 파악하며 고민하는 역할이 아닐까?

 

기획은 이득보다 가치를 추구한다. 기획자는 좀 더 이타적인 시선이 담기도록 들여다보아야 하며 고객의 시선으로 눈높이를 맞춰가야 외면받지 않는다. 여행법이라는 키워드로 기획자의 면면을 들여다볼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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