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이 된 철학교수
프랭크 맥클러스키 지음, 이종철 옮김 / 북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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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의 저자 프랭크 맥클러스키는 철학과 교수다. 그는 그 곳에서 고대 그리스 철학을 가르쳤다. 그 시대의 철학은 이 세계를 유지하기 위해 우리가 가져야할 덕목이 무엇인지 묻는 것이었다. 

논리적으로 다듬어진 답들은 교과서에 빼곡히 적혀 있지만 아무래도 피부에 와 닿지는 않는다. 희생과 용기를 이해하는 건 머리지만 차도로 뛰어드는 아이를 가로채는 건  두 팔과 다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의 
철학 교수라면 누구나 앎과 실천을 통일하고픈 욕망에 사로잡히곤 한다. 그렇게만 된다면 강의는 압도적인 위엄을 갖추게 될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존경을 받는 위대한 시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철학교수가 소방관이 된데는 아마도 이런 계산이 깔려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미국에서 Fireman이라고 하면 엄청난 존경을 받는다고 한다. 아이들은 크롬 도금으로 번쩍이는 소방차를 보면 오줌을 지릴 정도로 흥분한다. 그래서인지 의용소방대원이라는 것이 끊이지 않고 모집되는 모양이다. 

의용소방대란 자원봉사의 성격이 짙지만 지자체의 보조금과 각종 기부금을 받아 월급, 보험가입, 교육 심지어 퇴직금까지 지급하는 일종의 정부 기관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이 곳의 구성원들은 월급과 퇴직금을 바라고 모여든 사람들은 아니다. 그들은 엄연히 생업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을 희생하는 대가로 위험한 삶을 넘겨받은 고귀한 시민들이다. 미국의 경우 1,148,850명의 소방관 중(2008년 기준) 무려 72%에 달하는 827,150명이 이렇게 바보같은 거래를 한 사람들이라고 한다. 


 

 

 <출처: Flickr,  ricardomakyn

 

길에서 만나면 평범하고 온순해 보이는 사람들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이글거리는 불 속으로 뛰어드는 이유가 뭘까? 그저 어릴적 추억을 잊지 못하는 어른들의 로망인 걸까? 아니면 Xsports마저 싫증난 사람들의 철없는 취미인 걸까? 마호팩 펄스의 소방대원들은 거의 대부분이 마호팩 펄스 출신의 부모나 형제를 가진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아주 어려서부터 불 냄새를 맡으며 자라왔고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 순간 Fireman이 되어 있었다. 이건 의무나 사명과는 느낌이 다르다. 그들은 그저 되야할 것이 된 것 뿐이다.

프랭크 맥클러스키 또한 이런 운명에따라 마호팩 펄스의 소방서에 발을 디뎠다. 머시 대학의 철학 교수는 결코 지식과 실천을 통합하기 위해서라든가 존경받는 아버지, 용감한 시민이 되기 위해 Fireman을 선택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그냥' 소방관이 됐고 출동한 화재 현장에서 주변의 모든 것들을 무로 돌리는 오렌지 빛 신에 완전히 사로잡혔다.

그런데 그 순간 프랭크 맥클러스키는는 자신이 왜 그 자리에 서 있어야 하는지 깨달았다. 여지껏 살아왔던 모든 시간들이 바로 그 화재 현장으로 빨려들고 있었다.

출동을 마치고 돌아온 소방관들은 여느때처럼 농담을 주고 받으며 피자를 먹고 맥주를 마셨다. 소방서 뒤뜰의 잔디밭에는 따스한 햇빛이 비추고 있었다. 그는 그 속에 섞여 조용히 울려오는 가슴의 소리를 들었다. 그 소리는 자신이 왜 소방관이 됐는지를 말해주고 있었다. 

 

 

  

살다보면 때로 길을 잃는 경우가 있다. 내가 나일 수 있게 해주는 오래된 신념과 내가 진짜 바라는게 무엇인지 속삭여주던 마음의 소리가, 더이상 들리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럴 때 시간을 멈춰두고 지난날을 돌아본다. 이 시간 여행 속에서 사람들은 올바른 길을 되찾을 때도 있지만, 오히려 더 캄캄한 미로 속에 갇히곤 한다. 탈출구를 찾아 이리저리 헤매보지만 문득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새 제자리다. 어둠을 몰아내기 위해 피운
불빛은 어느새 어둠의 일부가 된다. 애타게 기다려 보지만, 잊혀진 소리는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저자는 머리말에 이 책을 '고향으로 가는 여행에 관한 이야기'라고 썼다. 본문 중에는 '우리 모두는 올바른 길을 알기 어려운 인생에서 전기를 맞게 된다'라고도 썼다. 길을 잃고 괴로워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큰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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