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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더 트리스
퍼시벌 에버렛 지음, 송혜리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7월
평점 :
백인의 시체가 발견된다. 목에는 가시철조망이 감겨있다. 어떤 힘으로 당겼는지는 모르겠지만 목이 거의 잘릴 지경이다. 바지는 반쯤 내려가 무릎에 걸쳤고, 고환이 잘려있다. 백인의 두 고환은 낡은 옷을 걸친 흑인의 시체가 쥐고 있다. 보안관은 무릎을 꿇고 범죄 현장을 유심히 바라보지만 이 기이한 장면을 설명할 단서를 찾지 못한다. 시체는 집 안 화장실에서 발견됐다. 집에는 가족들이 있었다. 그들은 화장실로 들어가기는커녕 집 안에 들어오는 사람조차 보지 못했다. 그 말이 모두 맞다면 살인은 유령의 짓이 분명하다.
보안관을 더 당황하게 만든 건 죽은 것이 분명한 흑인의 시체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시체 안치소에는, 역시 사람이 있었다. 눈을 피해 들어올 수 있는 뒷문은 수년 동안 열린 적이 없었다. 시골뜨기들을 믿지 못한 주정부가 특별 수사관 2명을 현장으로 파견한다. 그리고는 곧 사라졌던 시체가 발견된다. 특별 수사관의 수사력 때문이 아니었다. 그 흑인이 또 다른 백인의 시체 옆에 나타난 것이다. 처음 모습 그대로. 백인의 고환을 두 손에 쥔 채.
이제 특별 수사관은 연방 정부에서 파견한 FBI까지 포함해 3명이 된다. 특별함이 셋이나 모였음에도 수사는 전혀 실마리를 찾지 못한다. 추가된 특별함에 비례해 무능이 더해지는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사건은 미시시피에서 시작했으나 시카고로 옮겨간 뒤 전국으로 확산한다. 그때마다 지역의 경찰들이 수사에 합류하지만 도움이 되는 이들은 거의 없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는 인종간 폭동으로 변질된 뒤에야 수사는 겨우 실마리를 잡는다. 그렇다고 해결로 향한 것은 아니었다. 작가는 수사관들의 무능을 의도한다. 미국 남부는 흑인 린치의 역사를 해변의 모래 알갱이만큼 품은 곳이다. 정확히 그 시대의 사람처럼 보이는 흑인의 시체가 백인의 살해 현장에 나타나고, 백인 보안관은 차라리 없는 게 더 도움이 될 만큼 의미 없는 존재로 그려진다. 파견된 '특별' 수사관은 모두 흑인이다. 이들도 쓸모없는 건 마찬가지지만 어쩌면 그들은 무능을 연기한 것일지도 모른다. 사건이 해결되기를 작가가 원치 않기 때문이다. 그는 흑인 특별 수사관들과 손을 잡고 이야기를 혼돈 속에 방치한다.
<더 트리스>의 초반부는 상당한 흡입력을 발휘한다. 살인의 형태가 기이할 뿐만 아니라 누구도 알 수 없는 방식으로 시체가 사라졌다 나타나기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이 트릭을 어떻게 구성했는지 궁금해하지 않을 독자는 단언컨대 이 지구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이 기대를 품고 나아간 독자는 소설이 100페이지쯤 남았을 때 불안감을 느낄 테고 아마 마지막 페이지에 이르러서는 책을 집어던졌을 것이다. 퍼시벌 에버렛은 명백히 다른 의도를 가지고 이 책을 집필했다. 이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산산이 부서진 기대에서 오는 허탈감을 막을 방법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