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바꾸는 법 - 기억 조작의 최전선, 과거를 바꾸려는 한 신경과학자의 이야기
스티브 라미레스 지음, 김명주 옮김 / 김영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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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어떻게 존재하는지 상상하다 보면 생각의 미로에 갇히게 된다. 이른 아침 카페에 앉아 글을 써 내려간 경험. 초콜릿 향이 은은한 스콘을 먹고 캐모마일 차를 삼킨 기억은 그 기억을 만든 현실만큼 분명한 흔적을 머릿속 어딘가에 남기는 것 같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스콘이 브라우니가 되고 캐모마일이 루이보스로 변해 함께했던 누군가의 기억과 명백한 차이를 보일 때면, 기억이란 물리적 실체 없이 그때그때 만들어지는 상상이라는 생각도 든다.


100년 전 독일의 동물학자 리하르트 제몬은 이 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제몬은 기억이란 뇌 속에 남겨진 일종의 물리적인 각인이라고 주장했다(p. 11). 경험은 뇌의 어딘가에 고랑을 남긴다. 경험은 기억의 조각가이자 건축가인 셈이다.


기억이 물리적 결과물이라면 어디에 저장되는지가 궁금할 것이다. 초창기 과학자들은 해마를 지목했다. 해마에 손상이 생긴 사람들이 기억을 떠올리는 데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구가 계속되면서 기억은 단지 뇌의 특정 부위에 저장되는 단순한 현상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다. 일군의 데이터 덩어리가 하드디스크에 조각조각 저장되는 것처럼 기억은 뇌의 다양한 부위에 흔적을 남긴다. 해마는 일종의 인덱스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정 기억을 떠올리기 위해 뇌의 어떤 분위를 어느 순서로 활성화시켜야 하는지 그 방법이 적혀 있을 뿐 기억 자체가 저장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해마 없이 기억을 떠올리는 것도 가능하다. 태어날 때부터 뇌에 칩을 이식해 모든 경험이 뇌에 각인될 때 발화한 신경망의 패턴과 변화를 기록하고 그 경험에 관여한 감각 정보를 요약해 날짜와 제목을 붙여 디지털화하는 것이다. 그럼 스마트폰을 열어 특정 기억을 검색해 실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심지어 기억과 경험을 분리할 수도 있다. 중독이란 쾌감을 다시 경험하기 위해 특정 행위를 반복하는 현상이다. 만약 그 쾌감의 기억을 원하는 대로 활성화할 수 있다면 중독 치료에 혁신적인 길이 열릴 것이다.


경험에서 기억을 떼어냈다면 기억에서 감정을 분리하는 것도 가능할까? 트라우마는 기억 그 자체보다는 그 기억이 불러일으키는 감정이 원인이다. 트라우마에서 불안과 공포를 떼어내면 경험을 냉정하게 받아들이고 삶의 일부로 더 쉽게 내면화할 수 있다. 그런 조작이 인간의 정체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우려가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온 생을 공황과 우울 속에서 지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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