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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트랜지션, 베이비
토리 피터스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25년 4월
평점 :
<디트랜지션, 베이비>가 나에게 맞는 소설인지 알아보려면 등장인물의 관계를 살펴보면 된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세 명의 '여자'다. 세 명은 확실히 전부 '여자'다. 이 말이 이상하게 느껴지는 독자들을 위해 먼저 용어를 정리해 보겠다.
시스 젠더란 생물학적 성별과 자신이 인지하는 성 정체성이 일치하는 성별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대부분의 사람들이다. 이 세상의 많은 사람들은 시스 젠더를 갖고 산다. 고민할 것도, 고통받을 것도 없는 성별이다.
반면 생물학적 성별을 자신이 인지하는 정체성에 따라 트랜스 한 것을 트랜스 젠더라 한다. 남녀, 여남의 구분은 없다. 트랜스에는 내, 외과적 방법이 존재한다. 내과적 방법은 원하는 성별의 특징을 발현시키는 호르몬을 장기적으로 투여하는 것이다. 외과적 방법은, 말 그대로다.
디트랜지션은 트랜스를 되돌리는 것을 의미한다. 남자가 되고 싶었던 여자가 다시 여자로 돌아가거나 여자가 되고 싶었던 남자가 다시 남자로 돌아간다. 트랜스를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디트랜지션은 치유, 회복, 나아가 회개처럼 보이겠지만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다. 그들은 '정상인들'의 세상에서 트랜스로 살아가는 게 너무나 힘들어, 다시 돌아가는 것이다.
이 소설에는 세 명의 여자, 정확하게 말하면 1명의 시스 젠더 여성, 1명의 트랜스 여성, 1명의 디트랜스 남성이다. 그중 핵심 인물은 디트랜스 남성 에임스. 그는 제임스였다 에이미가 된 뒤 지금은 다시 에임스로 살아가는 디트랜스 남성이다. 카트리나라는 아시아계 시스 젠더 여성과 연애 중인데 오랜 시간 호르몬 치료로 불임이라고 생각했지만 기적이 일어나 그녀를 임신시켰다.
이 축복을 알리는 자리에서 에임스는 자신이 한 때 트랜스 젠더였다는 사실을 밝힌다. 여러분은 카트리나가 받았을 충격에 쉽게 공감할 것이다. 비난의 창끝은 대부분 에임스에게 향할 확률이 높다. 트랜스 젠더라는 사실을 숨기고 연애를 한 것도 모자라 피임을 소홀히 하다니. 도대체 한 시스 젠더 여성의 인생을 어디까지 망칠 셈인가? 하지만 만약 그가 책임을 지겠다면, 남편이 되어 평생 아이의 아버지로 살아가겠다면 당신은 에임스를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문제는 이 에임스라는 '남자'가 자신이 아버지가 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는 것이다. 시스 젠더 남성이 갖는 흔해빠진 부담과 혼란에 대한 얘기가 아니다. 자신이 평생 아버지로 살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다. 에임스가 아빠로 시작해 언젠가 엄마가 된다면 카트리나는 이런 생각을 할 게 분명하다.
내가 왜 그때 저 새끼를 죽이지 않았을까?
이야기는 혼란에 빠진 에임스가 전 트랜스 여자 친구 리즈를 만나 숨이 막힐 정도로 야심적인 제안을 던지면서 대막장의 이야기로 나아간다.
"난 너에게 이 아이의 어머니가 되는 걸 고려해 달라고 말하는 거야."(p. 60)
리즈가 늘 어머니가 되고 싶어 했던 건 맞다. 문제는 에임스가 리즈의 전 '여자' 친구이자 시스 젠더 여성을 임신시킨 디트랜스 남성이라는 것이다. 리즈는 말한다.
"너 완전히 맛이 갔구나."(p. 63)
누군가는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하나의 마을이 필요하다고 했다. 마을을 마련하는 게 어렵다면 세 명의 엄마는 어떤가? 에임스는 새로운 가족의 형태를 창조하려 한다. 과연 세 여성은 성별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