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내게 오시네
아룬다티 로이 지음,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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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 메리는 아룬다티 로이의 어머니다. 인도에서 태어났고, 아삼 지방의 외딴 차농장에서 부관리인으로 일하던 남자와 결혼했다. 메리는 늘 교사가 되고 싶어 했고 자격증도 갖고 있었다. 그 꿈은 두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사그라들었지만 그녀의 남편이 외딴 차농장의 다른 남자들처럼 알코올중독자가 되자 다시 타오르기 시작했다.


메리는 이혼 후 영국 식민정부에서 고위 공직자로 일하던 아버지의 별장을 무단으로 점거해 살았다. 아버지는 어머니와 별거했고 자식들과도 수년간 연을 끊고 살았다. 그러다 아룬다티 로이가 태어난 해에 세상을 떠났다. 식민정부의 고위 공직자는 자식과 아내를 학대하던 남자였다. 아내의 바이올린 연주를 들은 외국의 전문가가 당신 아내의 실력은 대형 음악회를 단독으로 열 정도라고 진지하게 얘기하자 아내를 구타하고 바이올린을 박살 냈다. 아이들에게 하던 행동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마더 메리의 자녀 학대는 그녀의 아버지로부터 온 것이 분명하다. 메리는 무일푼의 이혼녀로 시작해 지역에서 제일가는 학교를 세웠다. 그녀의 제자들은 버스에서의 강간을 티타임쯤으로 여기는 인도인과는 차원이 다른 교양과 격식, 품격을 갖춘 사람으로 자라났다. 메리는 사상의 자유를 가르쳤고 불의에 저항하는 법을 알려줬다. 그녀는 로즈 장학생 출신으로 옥스퍼드를 졸업한 뒤 고향에서 식품회사를 운영하던 자신의 오빠보다 지역에서 유명한 사람이 되었다. 그녀는 트라반코르 기독교 사회와 싸워 여자도 부모의 유산을 동등하게 물려받을 수 있도록 상속법을 고쳐 썼다.


인도라는 곳에서, 여자의 몸으로.


아룬다티 로이의 비극은 이런 것이었다. 어린아이의 유일한 사랑이자 전부일 수밖에 없는 인간으로부터 체계적인 학대, 지독한 사악함, 지옥의 온갖 변주를 경험했음에도 자신의 현재를 있게 한 사람, 그러니까 정부의 폭력에 저항하고, 소설을 써 부커상을 받고, 카스트를 혁파하고, 인도의 영원 불멸한 구태와 싸우는 용기와 재능이 바로 그녀로부터 온 것임을 안다는 것.


메리가 죽었을 때 로이의 심장은 산산조각 났다. 로이는 자신의 반응이 그렇게까지 격렬하다는 사실에 당혹스러웠고, 적잖이 부끄럽기까지 했다. 그녀의 오빠는 로이의 아픈 곳을 날카롭게 찔렀다.


난 네 반응을 이해할 수 없어. 엄마는 누구보다도 너에게 제일 모질었잖아.(p. 13)


어떤 사람을 죽을 만큼 사랑하면서 동시에 두려워하고, 미워하고, 영원히 만날 수 없는 곳으로 도망치고 싶은 게 가능한 일일까? 그런 모순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인정해주지 않는다는 사실, 내가 사랑하는 만큼 나를 사랑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데서 오는 것 같다. <어머니 내게 오시네>는 평생 그 모순을 부수고 갈고 녹여온 삶을 기록한 에세이다. 이 처절한 이야기를 유머와 드라마를 섞어 노래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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