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허균의 맛 - 『도문대작』, 조선 미식선비의 음식 노트
김풍기 지음 / 글항아리 / 2026년 2월
평점 :
<허균의 맛>은 <도문대작>에서 기원한다. 도문대작이란 푸줏간 앞을 지나며 입맛을 크게 다신다는 뜻이다. 한나라 환담의 <신론>에 나오는 말로, 먹고 싶은 걸 먹을 수 없는 처지에 음식을 떠올리며 스스로를 위로하는 마음의 표현이다. 나도 이 짓을 꽤 많이 했다. 출퇴근할 차비가 없어 회사에서 숙식을 하던 시절. 일하는 내내 나는 동료와 함께 먹고 싶은 음식을 '말'로 주고받았다. 그러면 정말로, 기분이 나아졌다.
허균은 1610년 10월 19일 과거 시험을 관리하는 시관으로 발령을 받는다. 정시는 아니고 별시였다. 광해군이 선조의 3년상을 무사히 치르고 세자를 책봉한 데다 그 세자의 입학 및 관례 등 경사가 이어져 특별히 치러진 시험이었다. 이 과거의 급제자 명단을 사람들은 '자제서질지방' 또는 '자서제질사돈방'이라고 물렀다. 아들, 동생, 사위, 조카, 사돈을 위한 명단이라 비꼰 것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정치인들은 다를 게 없었다.
허균은 이 시험의 총책임자는 아니었으나 가장 크게 당한 관리였다. 그는 함열로 귀향을 간다. <도문대작>은 그 시절 제대로 먹지 못한 허균이 좋아하는 음식을 상상하며 글로 옮긴 책이다. 허균은 중앙 정치를 하기 전 지방을 두루 돌아다니며 여러 음식을 먹어본 것 같다. 태어난 곳이 강릉 바닷가니 그 옛날 내륙에서는 엄두를 내지 못하는 식재료도 많이 접해봤을 것이다. 당대의 천재로 불린 사람이라 차이에도 민감했을 것이고 글쓰기에 특출 난 재능을 지녔으니 표현도 범상치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어찌 <허균의 맛>을 그냥 지나칠 수 있겠는가?
하지만 <도문대작>은 감상평이라기보다는 메모에 가까운 글 모음집이다. <허균의 맛>은 그 짧은 글들을 저자의 해설로 엄청나게 불려놓은 책이다. 애초에 원재료가 진한 맛이 아닌데 물까지 많이 탔으니 어찌 간이 맞겠는가? 슴슴하다면 최고의 칭찬이 될 것이다. 그거보다는 싱겁다는 쪽이 더 가깝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