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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의 정원 ㅣ 서미애 컬렉션 4
서미애 지음 / 엘릭시르 / 2026년 1월
평점 :
<인형의 정원>은 작가가 과거에 썼던 작품들을 <서미애 컬렉션>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출판한 책 같다. 컬렉션의 순서가 시간순인지는 모르겠다. <인형의 정원>은 컬렉션 중 4번째 작품이다. 이 책은 2009년에 대한민국 추리 문학대상을 받았다. 1994년에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가 활동을 시작했으니 <인형의 정원>은 어느 정도 완숙기에 쓰인 책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인형의 정원>은 치밀한 소설이라기보다는 단순 명쾌한 TV드라마 각본에 가깝다. 범인은 자신을 쫓는 경찰 수사팀에 자기가 죽인 피해자의 머리를 잘라 택배로 보낸다. 이 대목에서 '대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이 소설이 잘 맞을 것이다. 다행이다.
나에게는 이런 설정 자체가 재미에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영향을 주는 지점은 동기였다. 범인은 왜 이런 행동을 하는가? 그게 잘 보이지 않으면 다음 장에 대한 흥미가 뚝 떨어진다. 동기와는 무관할 정도로 파격적인 설정이라면 감안할 여지는 있다. 그래서 이 소설이 나온 시기를 앞에서 지루하게 늘어놓은 것이다. 그 당시에 이런 이야기는 충격일 수 있었겠지만 이제 와서야 손에 든 사람들에게는 글쎄.
어쩌면 내가 추리, 서스펜스라 불리는 장르의 문법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걸 수도 있다. 돌아보면 그 사람들은 아주 작은 부스러기들을 문장에 구두점만 한 크기로 뿌려놓는 것 같다. 행간을 세세하게 탐색해 증거를 끌어모은 뒤 부족한 부분을 채워 넣는 재미. 나는 그 정도로 똑똑한 독자는 아니고, 그 정도로 애정을 가진 독자는 더더욱 아니다. 히가시노 게이고도, 스티븐 킹도, 아서 코난 도일도, 애거사 크리스티도,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는 걸 보면 그냥 '안 맞다'는 결론이 가장 명확하지 않나 싶다.
그런데 나는 데이비드 핀처나 코엔 형제는 더럽게 좋아하는데! 난 정말 재미있는 서스펜스를 읽고 싶다. 미스터리어도 좋다. 푹 빠져서 그 작가의 작품을 모조리 찾아 읽고 신간이 나오기를 <마인드 헌터> 시즌3 보다 더 기다리게 하는 그런 소설.
<인형의 정원>이 좋았던 점은 따옴표로 되어 있는 인물의 대사들만 읽어도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 이 소설을 드라마 각본처럼 느꼈는지 모른다. 대사와 대사 사이의 지문들은, 솔직히 왜 썼는지 모르는 것들이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