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의 진화 (40주년 특별 기념판) - 이기적 개인으로부터 협력을 이끌어내는 팃포탯 전략
로버트 액설로드 지음, 이경식 옮김 / 시스테마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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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의 진화>가 다루는 내용은 반복적 죄수의 딜레마 게임이다. 너무나 유명한 게임이라 더 설명할 필요가 없겠지만, 그래도 정리를 한 번 해보자. 당신과 어떤 사람이 농사를 짓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두 사람은 각각 협력이나 불협을 택할 수 있다. 둘 모두 협력을 택하면 쌀을 3포대씩 가져가고 한쪽이 협력, 다른 쪽이 불협을 택하면 불협 쪽이 5포대, 다른 쪽은 아무것도 가져가지 못한다. 둘 다 불협을 택하면 각각 1포대를 얻는다. 선택에 따른 경우의 수는 협력-협력, 협력-불협, 불협-협력, 불협-불협 총 네 가지다.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상대방이 협력자든 양아치든 당신은 무조건 '불협'을 택해야 이득이다. 불협-협력은 5포대, 불협-불협은 1포대의 가능성이 생기지만 반대는 3포대와 0포대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게임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굳이 성악설을 들이밀지 않더라도 사람들이 왜 이기적이고 세상은 이토록 각박한지 알게 된다. 역시 남을 잘 믿으면 그저 호구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인가?


그런데 이 게임에 '반복적'이라는 조건을 추가하면 상황이 사뭇 달라진다. 인간인 이상 배반을 당했을 때 그저 '허허' 웃으며 넘길 수만은 없다. 그래서 배반을 한 번 당한 사람은 이후 그 사람과 절대로 협력하지 않는다고 가정해 보자. 이들이 1년 동안 같이 했을 때 얻는 수익은 최초의 배반자가 16포대, 최초의 협력자는 11포대다. 흠, 이 정도면 처음 겪은 그 더러운 기분이 가시진 않겠지만 그래도 굶어 죽을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얼마 후 이 마을에 C가 이사를 온다. C는 B와 비슷한 사람이었다. C는 처음부터 B와 협력했고 1년 내내 그 기조를 유지하여 총 36포대를 수확한다. 하지만 A와는 똑같은 상황이 벌어져 11포대를 얻게 된다. 이후 세 사람이 같은 마을에 10년 동안 같이 살았다고 생각해 보자. A는 B, C와의 관계에서 12포대씩 얻어 10년간 총 240포대를 수확한다. 반면 B와 C는 A와의 관계에서 12포대, 그 외의 관계에서 36포대를 수확해 총 480포대를 얻게 된다. A보다 무려 2배를 버는 것이다!! B와 C는 잉여 생산물을 팔아 그 돈으로 A의 땅을 사들인다. 그리고 그 땅을 D라는, B, C와 매우 비슷한 성향의 사람에게 판다. 이것이 잔인하게만 보이는 인간 세상에 '협력'이 등장할 수밖에 없는 과학적 이유다.


이 책은 정말로 놀랍다. 호혜주의를 기반으로 한 이타주의가 자연적으로 진화할 수 있는 이유를, 윤리나 도덕에 기대지 않고 수학적으로 증명해 내기 때문이다. 만약 당신이 속한 조직에 협력을 뿌리내리고 싶다면 이 책은 아주 중요한 사실 몇 가지를 알려준다.


첫째, 사람들에게 상호작용이 장기적으로 계속된다는 믿을 주는 것이다. 회사를 다니는 동안 너는 저 사람과 계속 일할 수밖에 없다. 이 조건 하나가 매우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


둘째, 더 이상 협력을 바랄 수 없는 쓰레기 같은 팀이어도 협력으로 성과를 내는 사람들을 소수만 수혈해도 팀 전체를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이다. 총인원이 10명인 팀에 협력자가 3명, 불협자가 7명이라고 가정해 보자. 보수는 매달 측정되어 불협-불협이 1백만, 협력-협력이 3백만, 불협-협력이 5백만을 가져갈 수 있다. 첫 해에 불협자 7명이 가져갈 수 있는 보수의 총액은 협력자 3명으로부터 각각 1,600 만씩 총 4,800만, 불협자 6명으로부터 각각 1,200 만씩 총 7,200만, 합해서 1억 2천만 원이다. 반면 협력자 1명이 얻을 수 있는 보수는 2명의 다른 협력자로부터 각각 3,600 만씩 총 7,200만, 불협자 7명으로부터 각각 1,100만 원씩 총 7,700만, 합해서 1억 4천9백만 원이다!!!


당신이 저 팀의 불협자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사회생활에는 믿을 사람 하나 없다는 바보 같은 편견을 계속 유지하며 1.2억의 연봉을 받겠는가? 아니면 내년부터 저 순진하고 멍청한 호구들 편에 서서 1.8억의 연봉을 가져가겠는가?


윤리보다 중요한 건 산수다. "인간은 불의는 참아도 불이익은 참지 못한다." 세상 모든 것을 산수로 환원할 수 있다면, 정말 걱정할 일이 하나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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