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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톈 중국사 10 : 삼국시대 ㅣ 이중톈 중국사 10
이중텐 지음, 김택규 옮김 / 글항아리 / 2018년 5월
평점 :
이중톈 선생은 삼국시대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 듯하다. 하, 은상, 주부터 시작하여 현대 중국까지 거의 8천 년을 이어온 대 중화의 역사에서 위, 촉, 오가 갈라져 소동을 벌인 건 후한 말기까지 쳐도 채 100년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볼 땐 거의 해프닝에 가까운 이 시대가 이토록 많은 조명을 받는 게 가당한 일인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대중은 역사가 아니라 영웅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영웅이 잘 짜인 허구 속에서 조미료를 듬뿍 묻힌 채 탄생했다면, 애초에 사실 따위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 유비는 그렇게 성인군자가 아니었고, 제갈량은 군사적으로 무능했으며, 관우는 오만방자했고, 주유가 제갈량에게 자격지심을 느낀 적은 없으며, 천하를 세 개로 나눠 '정립'하자는 의견은 '연의'에서 바보 멍청이로 나오는 노숙이라는 사실을 아무리 떠들어봐야 소용이 없는 것이다. 누군가의 말마따나 승자는 역사를 쓰고, 패자는 소설을 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이 헛소리에 이끌리는가? 그것은 소설이 꿈을 이루어주기 때문이다.
전통사회의 중국인들에게는 꿈이 있었다고 한다. 첫째는 부락시대로 돌아가려는 '대동의 꿈'. 두 번째는 신화와 사실이 뒤엉켜 지낸 하, 은상, 주의 고대로 돌아가려는 꿈이었다. 그런데 이 두 꿈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지자 비로소 '태평성대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태평성대의 꿈도 세 가지 내용으로 나뉜다. 우선 인자하고 지혜로운 황제가 나타나기를 바라는 '성군의 꿈'이 있고 관리들이 청렴하기를 바라는 '청관의 꿈'이 있다. 그리고 성군과 청관의 출현을 기대하기 어려워지면 누군가 불의에 맞서 의협심을 발휘해 주길 바라는데 이것이 바로 '협객의 꿈'이다.
성군, 청관, 협객은 중국인이 천년에 걸쳐 꿔온 꿈이다."
(p.226)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는 사람들이 이 세 꿈을 꿀 수 있게 도와주었다. 성군이 등장하면 자신이 협객이나 청관이 되어 천하를 평정하고 백성을 이롭게 한다. 그러니 유비, 관우, 장비, 제갈량이 여타 다른 영웅들을 압도하는 것이다.
삼국시대는 원래 원소와 조조의 노선투쟁이 주요 쟁점이었다. 사족이라 불리는 명문세가 지주계급이 유가를 바탕으로 통치하는 국가와 선발된 서족 관리들이 법가를 바탕으로 다스리는 나라. 조조는 승리한 듯 보였지만 아주 아주 짧았고 역사는 다시 사족 지주의 손에 넘어가 사마씨의 진이 건국된다.
역사적으로 볼 때 법가가 제국을 다스리는 통치 철학으로는 적합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다. 진시황이 그랬고 조조도 그랬으며 조조를 쏙 빼닮은 제갈량도 마찬가지였다. 그렇다면 유가는 어땠을까? 전한과 후한을 합쳐 400년을 이었으니 정답은 유가였을까? 사마씨가 유가를 들고 법가의 조조를 내쫓았으니 역시 정답은 유가인 걸까? 하지만 이후 사마씨의 진나라가 보인 추태를 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정답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
중국인들은 위진남북조라는 369년의 대혼란을 겪고 나서야 겨우 그 실마리를 얻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