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이야기 : 최초의 의심 기묘한 이야기
그웬다 본드 지음, 권도희 옮김 / 나무옆의자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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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이야기>를 향한 이 기묘한 감정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모르겠다. 사실상 넷플릭스 원톱 콘텐츠라 볼 수 있는 글로벌 메가 빅히트작. 그러나 나는 이 시리즈를 꾸준히 앉아 끝까지 본 적이 없다. 찔끔찔끔 건드리다가 포기하기를 몇 번, 이제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마음의 짐이 됐다. 그렇게 재밌다는데 이상하게 집중이 안된다. 내게 <기묘한 이야기>를 정리하는 딱 하나의 단어는 '지루함'이다.


<기묘한 이야기 - 최초의 의심>을 읽기로 결정한 건 그래서 매우 의아한 선택이지 않았나 싶다. 사실 그때 나는 정말 재미있는 소설을 찾아 몇 주를 헤매던 중이었다. 이러쿵저러쿵 막론하고 그냥 다음 줄에 어떤 문장이 쓰여 있는지 궁금해 미칠 것 같은 소설 말이다. 한 가지 기대를 걸었던 건 이 책이 시리즈의 프리퀄이었다는 사실이다. 오리지널 시리즈는 별로였지만 프리퀄은 다르지 않을까? 게다가 영상을 꼼꼼히 보지 않았으니 독서가 유발하는 풍부한 상상력이 방해를 받지도 않을 것이다. 배경과 캐릭터에 마음대로 색을 칠하고 모양을 그려가며 읽는 즐거움. 이 생각이 얼마나 헛된 바람이었는지는 다섯 페이지도 채 읽지 않아 깨닫고 말았지만.


아마 오리지널 시리즈에 '일레븐'이라는 여자 주인공이 나올 것이다. 인기가 대단한 걸로 아는데, <최초의 의심>은 이 일레븐의 탄생, 즉 그의 어머니 테리 아이브스에 대한 이야기다. 아마 시리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꽤나 흥미진진한 소재가 될 수는 있을 것 같다. 이 책의 등장인물들이 거기서도 나오는지는 모르겠지만, 혹시 그렇다면 아 얘가 걔구나 하는 반가움도 느낄 수 있을 것 같고. 하지만 소설 자체를 놓고 보면 시즌4 홍보용으로 나눠준 공짜 팸플릿 소설 이상으로 쳐주기가 힘들다. 인물은 여기저기 씹다 붙여 놓은 껌처럼 산만한 데다 지독히도 평면적이다. 소설이 짧지 않은데, 대부분 불필요한 이야기들을 구질구질 늘어놓은 탓이다. 도대체 재밌는 얘기는 언제 나오냐고! 속으로 비명을 지르길 수십 번, 결국 소설은 폭죽 하나 제대로 터트려보지도 못한 채 끝나고 만다.


소설을 읽고 나니 오히려 이 시리즈를 완주해야겠다는 큰 용기를 얻었는데, 오리지널 시리즈가 이것보다 재미가 없기는 힘들겠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다시 한번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중간에서 다시 시작하지는 않을 예정이다. 시즌1, '제1장: 윌 바이어스의 실종'부터 제대로 들어가 볼 예정이다. 이 마지막 여정이 결코 실패로 끝나지 않기를!


p.s - 이 글을 쓴 바로 그날 시즌1을 정주행 했다. 군데군데 건너뛰며 보기는 했지만 상당히 재미있었다! 역시 사안의 판단에는 경험하기 전에 설정한 기준에(준거점) 큰 영향을 받는다는 행동 경제학의 논리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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