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 경제학
도모노 노리오 지음, 이명희 옮김 / 지형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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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 경제학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내가 사람의 행동을 마음대로 조종하고 싶어 하는 구제불능의 소시오패스기 때문이다,라고 하는 건 48.6% 맞는 말이고, 사실 예전부터 비주류 학문의 혁신 이론들에 크게 마음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남들이 믿어 의심치 않는 통념에 알 수 없는 부아가 치밀어 깽판을 치고 싶은 청개구리의 마음이랄까. 아무튼 너무 많은 사람들이 무언가를 당연하게 생각할수록 그것이 틀렸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바쳐왔던 기억이다.


물론 괴벽에 따른 선호기는 하지만 보통 사람이라도 이 분야에 한번 발을 디디면 서서히 스며들어 결국 헤어 나올 수 없는 매력을 지닌 게 바로 행동 경제학이다. 모두가 Yes라고 할 때 큰 소리로 No를 외치는 과감한 판단은 과연 세상의 이치를 꿰뚫는 놀라운 이성의 발현일까 아니면 그냥 비뚤어진 심리의 발현일까?


언뜻 행동 경제학의 실험 결과들은 항상 최적의 판단을 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의 노력을 조롱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실수를 하면서 배워나가는 게 인생의 기본인데, 실험실에서 저지른 작은 실수 하나로 인간의 본성을 매도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 이는 행동 경제학이 세상에 나온 지 수십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진행 중인 논쟁이다.


이 학문의 치명적인 단점은 몇 개의 공리로부터 쌓아 올린 단일 이론이 아니라는 점이다. 예컨대 전통 경제학은 모든 경제 주체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합리적인 판단을 내린다는 대명제를 통해 그들의 행동을 예측한다. 생산비용과 이익이 주어진다면 경영자는 몇 명을 고용해 몇 개를 생산할지 계산할 수 있다. 현대 경제학은, 특히 금융의 경우 아예 로켓을 개발하던 물리학자들이 대거 투입되어 오로지 수치와 공식이 정의하는 학문이 됐다. 행동 경제학에도 원리가 있지만 이는 상황별로 정의된다. 이럴 때는 이렇게 행동하고 저럴 때는 저렇게 행동한다는 걸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기술한다는 말이다. 게다가 그 결론은 구체적인 공식으로 정리하지도 못한다. 예컨대 인간은 자기 자본의 30%를 잃게 되는 상황에서 그 손해를 만회할 수 있지만 오히려 더 크게 만들 수도 있는 리스크를 취할 확률이 46.24% 증가한다 와 같은 이야기를 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행동 경제학을 읽고 나면 곁가지만 만지다 끝난 것 같은 느낌이 들 수도 있다. 재미있는 얘기는 참 많이 들었는데, 그래서 뭐 어쩌란 말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는 거다. 그래서 나는 책에서 소개한 상황들을 내 인생과 직업 생활에서 중요한 판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들과 1:1로 대응시킨 뒤 각각 어떤 행동을 취해야 가장 이득이 되는지 정리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사람들이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리스크를 취하고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상황에선 이득이 줄더라도 확실하게 얻을 수 있는 선택을 한다면 이를 이용해 내 서비스의 팝업 문구는 어떻게 적어야 할까?라는 질문을 적고 다양한 해결책을 궁리해보는 것이다.


문구 하나 바꾸는 걸로 뭐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오겠느냐 의심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지만(사실 거의 전부다) 몇 번의 실험을 통해 충분히 의미가 있음을 데이터로 확인한 바 있다. 그러니 혹시 비슷한 상황에 있다면 용기를 갖고 끝까지 진행해보기 바란다. 사람들이 다 안된다고 하는 걸 끝까지 추구해 뒤통수를 치는 것만큼 통쾌한 일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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