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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전쟁 -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새로운 지정학 전투, 2022 세종도서 교양부문
클라우스 도즈 지음, 함규진 옮김 / 미래의창 / 2022년 2월
평점 :
얼마 전 코스피의 주가지수가 안 좋게 출발했던 날, 모 증권회사의 코멘트중에 한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지속적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글을 읽었다. 코스피가 다른 나라의 PER 대비 상당히 저평가된건 잘 알려진 사실인데, 이에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로 인한 불확실성이 반영되는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기도 하다.
한반도의 리스크를 통해 부를 얻는자들과 이른바 보수층이 지속적으로 권력을 양분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라지지 않을 리스크로 보인다. 아울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탈냉전 이후 전세계적으로 국경분쟁이 높아가고 있다. [국경전쟁]은 세계적인 지정학자인 영국의 클라우스 도즈 교수가 저술했으며 현 싯점에서 꼭 읽어볼만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상 섬과 같은 상태에 노혀있는 한국인들은 살아가며 국경을 체험하기 어렵다. 대부분 비행기를 통해 타국에 입국하게 되면 우리는 그 나라의 국경안에 놓이게 된다. 그나마 유럽여행을 할 경우 국경선을 넘으며 미약하게나마 체험을 한다. 오래 전 금강산 여행을 갈 일이 있었는데 그때 휴전선을 넘으며 국경의 존재에 대해 실감을 했던 경험이 뚜렷하게 떠오른다.
이렇게 국경은 우리 삶과 멀리 있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분쟁에서 볼 수 있듯이 국경을 마주하고 국경 문제로 골머리를 앓으며 때로는 국경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운다. 아울러 국경을 넘다가 숨지는 사람들이 있다. 국경은 왜 중요할까? 원론적인 대답이지만, 국제적으로 승인된 국경은 한 나라의 영토를 승인해주기 때문이다.
국제 협정에 따라 어떤 지역이 국가로 인정받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4가지 조건 중의 하나가 바로 영토다. 그리고 그 영토를 결정하는 것이 바로 국경선이다. 하지만 국경은 이동하기도 하고 사라지고 다시 만들어진다. 강대국들의 점유와 그들만의 협의로 그어버린 세계 곳곳의 국경선(특히 아프리카의 자로 잰듯한 국경선)은 현재의 긴장과 분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산맥과 강, 바다로 이루어진 천연 국경도 지구 온난화와 기후 변화로 인한 빙하의 감소, 물의 범람, 해수면 상승 등의 이유로 현재의 국경도 수시로 바뀔 여지가 있다. 오늘날 비자와 여권을 가진 부유국의 시민들은 국경을 넘어 자유로이 이동을 하지만, 빈국과 분쟁 지역의 사람들은 국경에 가로막혀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다.
지정학적인 리스크로 인해 영토분쟁에만 신경을 쓰지만 사실 기후 위기와 극단적인 환경 변화도 국경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계기를 만들어준다. 태평양의 해저 화산이 폭발하며 통가는 국토의 대부분이 화산재에 덮여 마비상태에 놓여있다. 뿐만 아니라 몰디브등 여러 나라가 해수면의 상승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결국 러시아는 자국민을 보호한다는 구실 아래 사실상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이에 국제 사회는 긴장 상태로 빠져들어가고 있으며, 한때 소비에트 연방의 일원이었던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조지아도 과거의 국경선을 되찾고자 하는 러시아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아울러 세계 곳곳에서 여러 민족과 인종, 종교까지 얽히면서 분리와 통합을 외치는 주장과 함께 내전으로 격화되기도 한다.
팬데믹의 위기와 함께 국경봉쇄 조치가 이루어지고, 스마트 국경의 미명 아래 현대인들은 국가의 감시에 놓여있는 상태다. 이런 엄혹한 상황에서 이 책은 국경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아젠다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줄만큼 잘 씌여졌다. 과연 인류에게 국경은 어떤 의미를 가져오게 될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