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코리아 2022 -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의 2022 전망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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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는 해마다 연말이면 꼭 읽고 넘어가야될것 같은 책이 되어버렸다. 사실 해마다 읽다보니 동어반복적인 요소도 있고 살짝 지겹기도 해서 패스할까 생각해보지만 그래도 현직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상, 트렌드를 파악하기에 이만한 정보통도 없다는 생각에 훑어본다.


서점에 가보면 트렌드 코리아와 비슷한 컨셉의 책들을 정말 많이 볼 수 있는데, 오리지널격인 미래의 창에서 발간하는 시리즈에 먼저 손이간다. 그만큼 선점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해본다. 2022년은 조금 바쁘게 시작했던지라 해를 훌쩍 넘겨서 이제야 클리어했다.


집필진들이 매해 어떤 주제를 선택할지 상당히 고민할것 같은데 올해도 띠에 연결점을 맞춰 'Tiger or Cat'으로 정했다고 한다. 호랑이냐 고양이냐에서 짐작이 가지만 이런 컨셉의 방향을 잡았다고 밝힌다.


"팬데믹 위기 상황에 얼마나 잘 대처하느냐, 기업보다 진화의 속도가 더 빠른 소비자들의 니즈를 어떻게 맞출 것인가, 더 나아가 유권자들의 마음을 어떻게 얻을 것인가? 거침없이 포효하는 호랑이가 될 것인가, 고양이가 될 것인가? 우리 모두는 큰 갈림길에 놓여 있다."


그렇다면 2022년의 주요 키워드는 무엇으로 정했을까?


Transition into a ‘Nano Society’ 나노사회

극도로 파편화된 사회에서 공동체는 개인으로 모래알처럼 흩어지고 개인은 더 미세한 존재로 분해되며 서로 이름조차 모르는 고립된 섬이 되어간다. 나노사회는 본서에 소개되는 주요 트렌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여러 변화의 근인根因이다. 나노사회는 쪼개지고 뭉치고 공명하는 양상을 띠며,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는 경향이 있다. 나노사회의 메가트렌드 아래, 선거의 해 2022년을 맞이하는 대한민국은 분열의 길이냐 연대의 길이냐를 가늠하는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Incoming! Money Rush 머니러시

미국 서부에 골드러시가 있었다면 오늘날 대한민국에는 머니러시 현상이 있다. 한 우물만 파는 사람은 없다. 모두들 투자와 투잡에 나서며 수입의 파이프라인을 여러 개 꽂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대출을 끼고 투자하는 ‘레버리지’는 기본이다. 머니러시 트렌드는 자본주의 사회의 속물화 현상을 드러내는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각자 ‘성장’과 ‘자기실현’의 수단으로 돈벌이에 나선다는 점에 서 개인적 ‘앙터프리너십’의 발현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Gotcha Power' 득템력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획득’하는 것이다. 돈만으로는 살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다. 뭔가를 얻기 위해서는 돈은 기본이고 시간, 정성, 인맥, 때로는 운까지 필요하다. 경제적 지불 능력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희소한 상품을 얻을 수 있는 소비자의 능력을 ‘득템력’ 이라고 부르고자 한다. 상품 과잉의 시대, 돈만으로는 부를 표현할 수 없는 현대판 구별짓기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Escaping the Concrete Jungle - ‘Rustic Life’ 러스틱 라이프
바다뷰 말고 논밭뷰. 불멍, 풀멍. 촌스러움이 힙해지고 있다. 러스틱 라이프란 날것의 자연과 시골 고유의 매력을 즐기면서도 도시 생활에 여유와 편안함을 부여하는 시골향向 라이프스타일을 지칭한다. 러스틱 라이프는 도시와 단절되는 삶이 아니라 도시에 살면서도 소박한 촌스러움을 삶에 더하는 새로운 지향을 의미한다. 과밀한 주거·업무 환경에서 고통받는 대도시나, 고령화와 공동화 현상으로 시름을 겪고 있는 지자체 모두 러스틱 라이프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Revelers in Health - ‘Healthy Pleasure’ 헬시플레저

“좋은 약은 입에도 달다.” 건강관리가 중요하지 않았던 때가 없었지만, 전 세계를 휩쓴 역병의 시 대에 건강과 면역은 모두의 화두다. 특히 눈여겨봐야 할 것은 젊은 세대가 더 이상 건강과 다이어트를 위해 고통을 감수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왕 할 거라면 즐겁게. 헬시플레저Healthy Pleasure 트렌드가 뜬다. 성인병 예방을 위해 병원을 찾는 20대가 급격히 늘어나는 ‘얼리케어 신드롬’도 눈여겨봐야 한다.

Opening the X-Files on the ‘X-teen’ Generation 엑스틴 이즈 백
밀레니얼과 MZ세대는 모두 X세대의 후예들이다. 도무지 알 수 없다는 뜻에서 ‘X세대’라는 명칭을 부여받은 그들. 그 많은 X세대는 다 어디로 갔을까? 그들은 지금의 MZ보다 더 큰 충격으로 세대 담론의 출발을 알렸던 신세대의 원조였다. 기성세대보다 풍요로운 10대를 보낸 이 새로운 40대는 개인주의적 성향을 가지며, 자신의 10대 자녀와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한다는 면에서 ‘엑스틴X-teen’이라고 부를 수 있다. X세대는 사실상 지금의 시장을 떠받치고 있는 기둥이다.

Routinize Yourself 바른생활 루틴이

자기 관리에 철저한 신인류가 나타났다. 스스로 바른생활을 추구하며 루틴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이들을 ‘바른생활 루틴이’라고 부르고자 한다. 근로 시간의 축소와 재택근무 확산으로 인한 생활과 업무의 자유도가 높아지면서, 오히려 자기 관리에 대한 욕구가 커졌고 스스로를 통제해 생산성을 높이고자 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루틴이의 자기통제 노력은 업글인간식 자기계발이 아니라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힐링을 도모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며, 미세행복을 추구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Connecting Together through Extended Presence 실재감테크

 
22살의 가상인간 ‘로지’는 과거 잠시 나왔다가 사라진 사이버가수 ‘아담’과 무엇이 다른가? 로지의 창조자가 그녀가 ‘가상인간’임을 밝히기 전까지 사람들은 그녀가 실제 인물인 줄 알았다. 온라인 줌회의에 지친 사람들은 이제 개더타운에 모여서 일하고 회의한다. 실제보다 더 실제 같은 가상의 공간. 실재감테크는 이렇듯 가상공간을 창조하고, 그 안에서 다양한 감각 자극을 제공하고, 인간의 존재감과 인지능력을 강화시켜 생활의 스펙트럼을 확장시키는 기술을 말한다.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가짜인가? 그 경계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Actualizing Consumer Power - ‘Like Commerce’ 라이크커머스

어제 먹은 블랙라벨 스테이크, 친구 페이스북을 보다가 맛있어보여서 구매했다. 립스틱을 사려고 하는데 뭐가 좋을까? 송혜교나 이영애가 광고한 것도 좋겠지만, 내가 팔로우하는 뷰티 크리에이터 민스코가 소개한 오버스머지 제품을 구매한다. 이제 쇼핑몰로 들어가지 않는다. 그냥 SNS를 하다가 태그를 따라 들어가서 구매하는 ‘상시’ 쇼핑 시대가 열렸다. 크리에이터들은 남의 제품을 파는 데서 더 나아가 자기가 만들어서 자기가 홍보하고, 자기가 판다. ‘좋아요’에서 시작하는 D2C 커머스의 시대. 이를 ‘라이크커머스’라고 부르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다.

Tell Me Your Narrative 내러티브 자본

서사narrative는 힘이 세다. 강력한 서사敍事, 즉 내러티브를 갖추는 순간, 당장은 매출이 보잘것없는 회사의 주식도 천정부지로 값이 오를 수 있다. 테슬라가 그랬다. 그러니까 테슬라의 주가는 머스크의 꿈이 수치로 반영된 것이고, 그 꿈은 강력한 내러티브에 뿌리를 두고 있다. 브랜딩이나 정치의 영역에서도 자기만의 서사를 내놓을 때 단번에 대중의 강력한 주목을 받는다. 2022년에 치러질 두 번의 선거는 치열한 ‘내러티브 전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2022년을 새로운 도약의 원년으로 삼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것이다. “나만의 내러티브는 무엇인가?”



각 이슈별로 정독을 해보니 집필집이 많은 고민을 했다는 흔적이 느껴진다. 코로나와 4차산업혁명의 대두가 맞물려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는 세상이다. 각 키워드를 감안해 요즘 세상을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극도로 세분화되고 파편화된 나노사회. 가족과 공동체가 파편화된 세상에서 오롯이 스스로를 책임져야 하는 사람들은 저마다 돈을 좇고(머니러시) 부를 과시하는 득템에 올인한다. 누구는 러스틱 라이프를 즐기며 시골스러움에서 위안을 얻고, 바른생활 루틴이로 살면서 소소한 자신감과 미세 행복을 찾는다.


X세대의 노래, 걱정말아요 그대를 따라 부르며 직장의 젊은 꼰대 상사를 떠올려본다. 친구의 SNS에서 본 밀키트와 화장품이 좋아보여 그냥 구매한다. 따로 쇼핑몰에 들어가는 건 너무 귀찮아. 몸에 좋다는 산양삼과 무화과도 챙겨 먹어야겠다. 다이어트 중이지만 아이스크림도. 저칼로리니까 괜찮겠지.


오늘도 뉴스는 온통 대선후보들 얘기뿐이다. 누가누군지 잘 모르겠다. 딱히 떠오르는 그들만의 이야기가 없는 것 같다. 잠들기 전, 로지의 인스타에 들어가 그녀의 일상을 체크하고 좋아요를 누른다. 최근에 알았다. 가상인간이라는 걸. 하지만 상관없다. 세계관이 같으니까. 재택이지만 출근시간에 맞춰 알람을 설정한다. 이렇게 루틴이로 사는 게 마음이 편하다.(소개글 발췌)"


마지막 장을 넘기며 올해도 숙제를 마친것 같이 일단 뿌듯했다. 개인적으로 클린턴의 선거구호에 맞춰 올해를 바라본다면 '바보야 문제는 정치야'라는 단어를 만들어봤다. 마지막 키워드 내러티브가 과연 어떻게 먹힐런지 정말 궁금한 2022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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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위스퍼링 룸 스토리콜렉터 80
딘 쿤츠 지음, 유소영 옮김 / 북로드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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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 쿤츠의 제인 호크 3부작중 두 번째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전작에 비해 더욱 스케일이 커졌으며 이제는 냉혹한 킬러의 면모까지 갖춘 제인 호크의 복수극이 장대하게 펼쳐진다.


1편에서 모종의 세력에 의해 제거될 목표로 정해진 사람들을 단지 자살하게 만든 소재를 다뤘다면, 2편은 더 나아가 기계처럼 인간을 지배하는 한층 진일보된 기술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프랑켄 하이머 감독의 [맨츄리안 켄디데이트]를 중요한 기제로 다루며 세뇌당한 인간들과 그들을 지배하는 거대한 지배세력, 그리고 이에 맞선 정의로운 사람들의 스토리 플롯이 기본축이다.


소설의 줄거리를 간단하게 살펴보자면,


"미네소타주에서 특수아동교육에 헌신해온 여교사 코라 건더슨이 자신이 운전 중인 차량에 스스로 불을 질러 자신은 물론 46명의 시민들이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난다. 법무부 관할 아래 FBI가 사건 수사를 전담하는 과정을 수상히 여긴 그 지역 보안관 루서 틸먼은 코라의 빈집에서 그녀의 일기에 숨어 있는 비밀스러운 단어들을 발견한다.


그는 코라가 다른 사람들에게 끔찍한 일을 저지르기 이전에 그녀 자신에게 일어난 끔찍한 일이 무엇이었는지 추적하기 위해, 그녀가 몇 달 전 학회 참석차 방문했다는 켄터키주의 작은 마을 아이언 퍼니스를 방문한다.

한편 남편 닉의 갑작스러운 자살의 배후를 파헤치면서, 인류의 뇌를 통제하려는 권력 집단의 실체에 한 걸음씩 다가가던 FBI 요원 제인 호크는 어느새 조직을 배신한 불량 요원이자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수배자가 된 처지다.


이미 텔레비전 방송을 통해 얼굴이 알려진 그녀는 가발, 안경, 콘택트렌즈, 메이크업으로 변장하고 다니며, 일회용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GPS 없는 개조 도난차량을 타고 다니는 데 익숙해졌지만, 전국에 촘촘하게 깔린 국가안보국의 감시망 역시 날로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그녀는 기자인 로렌스 해너핀에게 접근하여 자신이 지금까지 밝혀낸 사실, 즉 실리콘밸리 억만장자 데이비드 제임스 마이클과 부패한 정부각처 관계자들이 컴퓨터 모델을 통해, 문명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어갈 것으로 예측된 이들에게 나노임플란트 통제 메커니즘을 주사하여 특정 시기에 자살하도록 명령한다는 거대한 음모의 실상을 기사화해주길 기대한다.


또한 그의 전화를 도청해 알게 된, 데이비드 제임스 마이클의 측근 변호사 랜들 라킨을 납치하여, 데이비드 제임스 마이클의 거주지들에 대한 정보를 실토하게 한다. 이에 따라 제인은 다음 행선지를 켄터키주 아이언 퍼니스로 정한다.

자신들 곁에 널린 의문투성이 죽음의 진실을 추적하는 길에 아이언 퍼니스에서 마주친 27세의 FBI 요원 출신 제인과 51세의 시골 보안관 루서. 늘 크리스마스인 마을이라는 별칭대로 깨끗하고 친절하고 정돈되고 아름답지만, 아이도 개도 스마트폰 보는 이도 없는 아이언 퍼니스의 이 이상한 거리에는, 여태껏 대비해온 지옥보다 한층 더 깊은 어둠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소개글 발췌)"


아름답지만 강인한 여전사 제인 호크가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과 연관이 있을 수 있는 나노임플란트와 그리고 이에 결합된 거대악의 세력에 불굴의 투혼과 의지로 대결하는 과정이 섬세하게 그려진다. 아울러 소설의 이면에 기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는가에 대해 디스토피아적인 관점도 살펴볼 수 있는 스릴러물이다. 이 장대한 이야기가 어떻게 마무리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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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화살 - 작은 바이러스는 어떻게 우리의 모든 것을 바꿨는가
니컬러스 A. 크리스타키스 지음, 홍한결 옮김 / 윌북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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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보기 드물었던 팬데믹 코로나가 세상을 덮치고 이에 관한 많은 책들이 서서히 출간되고있다. 그중 [신의 화살]은 2020년 발간된 서적들 가운데 타임스에서 최고의 걸작으로 선정된 책이다. 저자인 니컬러스 크리스타키스는 2009년에는 [타임]에서 발표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되었으며, 같은 해와 이듬해 2년 연속 [포린 폴리시] 선정 세계 100대 지성에 이름을 올린 의사 겸 학자다.


저자에 대해 간단하게 알아보자면,


"의사이자 사회학자. 예일대에서 생물학 학사 학위를, 하버드 의대에서 박사 학위와 공중보건학 석사 학위를,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은 통섭형 학자다.

하버드 의대에서 13년간 교수로 활동하다가 현재는 예일대 휴먼네이처 연구소 소장으로 지내며, 예일대에서 뛰어난 교수에게 주는 지위인 스털링 교수로 의과대, 사회학과, 생태·진화생물학과, 통계·데이터과학과, 생체의공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과학 지식과 인문학적 혜안을 동시에 지닌 이 시대 독보적인 석학으로, 국제적 공중보건 프로그램을 진두지휘했으며 네트워크 과학의 관점으로 전염 현상을 연구하고, 사회학의 관점으로 전염이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탐구해왔다.(소개글 발췌)"


저자는 통섭형 학자답게 의학, 사회학, 역학, 데이터과학, 유전학을 넘나들며 코로나가 시작되고 난 이후부터 저술싯점까지 인류가 겪은 상황을 깊숙하게 조망한다. 아울러 과거의 팬데믹과 비교를 하며, 의학자, 사회학자, 생물학자, 공중보건학자라는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 그는 그만이 볼 수 있는 아주 포괄적인 시선으로 팬데믹을 진단한다.


소개글을 통해서 이 책에 대해 좀더 알아보자면,


"아울러 코로나19의 역학적 특성을 들어 이전의 신종바이러스와는 다르게 범지구적인 재앙을 겪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분석하고, 유전학 기술을 통해 확산의 과정을 파악해나간다. 또한 데이터과학의 측면에서 각 나라에서 시행했던 비약물적 개입이 유행병 확산을 제지하는 데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알아본다.

이처럼 전염병의 인과관계를 하나하나 정교하고 치밀하게 분석하는 일은 단순히 코로나19의 사실적 기록 그 이상이다. 크리스타키스 교수는 전 세계적 쇼크 상황을 정돈된 언어로 우리 앞에 펼쳐 보이며 우리 사회와 구성원들이 나아갈 생각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그동안 우리가 뉴스를 통해 접했던 산발적이고 단편적인 지식들을 넘어, 의학, 사회학, 유전학, 데이터과학 등의 학문적 여과장치를 통과한 가장 핵심적인 지식이 여기 있다. 우리가 겪은 팬데믹을 지적으로 통찰한 단 한 권의 역작으로, 하버드 교수인 스티븐 핑커는 이 책을 두고 세상과 우리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놓은 바이러스를 이해하려면 이 책을 읽어야 한다. 현재 우리에게 대단히 중요한 책이다라고 평했다."


그리스 역사를 통해 멋진 서문으로 그의 문학적인 서사능력도 상당히 돋보인다.

"트로이전쟁 중 아폴론은 은 활을 겨누고 화살을 빗발치듯 퍼부어 그리스인들에게 역병을 안겼다. 그리스인들이 자신을 섬기는 신관의 딸 크리세이스를 납치해 가서 풀어주지 않은 데 대한 벌이었다. [일리아스에 묘사된 트로이전쟁이 일어난 지 3000년이 지난 지금, 나는 눈앞에 펼쳐지는 사태를 바라보며 나도 모르게 아폴론의 보복을 떠올렸다. (프롤로그)"


저자의의 독보적인 시선을 통해 우리는 코로나19가 우리에게서 무엇을 가져가고 무엇을 남겼으며 그 작디작은 바이러스가 드러낸 우리 사회 이면의 진실은 무엇인지 선명히 보게 된다. 더불어 앞으로의 인류가 겪게 될 변화에 대한 실질적인 지침을 얻게 된다. 코로나에 관해 이제까지 읽은 책들중 가장 인상적인 책이었다. 일독을 권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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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러티브 뉴스
셰릴 앳키슨 지음, 서경의 옮김 / 미래지향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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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이 다가옴에 따라 각종 매체에서 연일 여러가지 뉴스가 보도된다. 그야말로 정보가 넘치고 흘러 범람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가짜뉴스와 오보들을 잘 골라내야되는건 구독자의 몫이 되어버렸다. 그나마 가짜뉴스는 어느 정도 구분이 가능하지만 자신의 편향적인 생각을 가미한 뉴스는 진위여부를 가늠하기 매우 어렵다.


책의 제목인 내러티브 뉴스는 바로 그런 언론인들의 행태를 말한다. 내러티브 뉴스라는 개념은 뉴스를 설계하고 만들어내려는 시도이며, 힘 있는 자들이 여러분의 견해를 규정하고 제한하기 위해 들려주고자 하는 스토리라인을 가리킨다. 내러티브의 목적은 특정 아이디어를 사회 속에 깊숙이 심음으로써 더 이상 그에 대해서 질문이 나오지 않도록, 아니 아예 질문을 할 생각조차 못 하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


저자인 셰릴 앳키슨은 CNNCBS에서 수 많은 주요 탐사보도를 해왔고, 에미상 탐사보도 부문 5회 수상한 경력의 언론인이다. 그녀는 무당파이며 뉴스의 사실여부에 입각해 보도를 해왔으나 자신이 근무하고 있는 CBS를 비롯해 여러 언론에서 이른바 트럼프 죽이기를 일삼으며 내러티브 뉴스를 자행하는 모습을 보며 이 책의 집필을 결심했다고 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ABC, NBC, CNN, CBS, 뉴욕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등 세계적 언론사의 기자들과 내러티브 뉴스에 대한 증언을 인터뷰했다. 아울러 프리랜서로 활악하며 취재의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들은 내용을 바탕으로 코로나바이러스, 반백신, 미투 운동, 여론조사, 트럼프 정부에 대한 공격등의 각종 민감한 사안들을 공정한 시각으로 서술한다.


원래 내러티브란 기자들이 다른 누군가가 뉴스를 설계하고 만들어내려고 시도하는 것을 잡아냈을 때 묘사하는 단어였다. 따라서 우리가 미디어를 통해 얻는 정보는 우리에게 닿기 전, 어떤 내용이 방송될지 선택되어지고, 내용이 다듬어지며, 그리고 조작된다. 뉴스는 이제 더 이상 진실만을 말한다고 보기 어렵다.

저자가 취재한바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언론계는 진실의 부재 상황에 놓여있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으며 이는 세계적인 추세라고 한다. 주요 원인으로 기자들이 자신의 개인적 의견이나 선택된 내러티브가 객관적 사실과 그에 따른 진실보다 더 중요하다고 배우기 때문이다.

우리는 소셜 미디어, TV, 신문 등의 매체를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 그리고 이들이 전해주는 정보를 뉴스라고 부른다. 그런데, 뉴스가 세상의 일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지 않고, 그들이 보여주고자 하는 세상을 보여준다면 끔찍한 상황이다. 우리는 그런 상황에 빠지지 않도록 뉴스를 오독하지 않는 능력을 길러야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말하고 생각한다고 착각하거나 보고 싶은것만 바라보는 확증편향의 성향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새로운 현실에 익숙해져 가고 있으며, 이미 받아들인 사람들도 있다. 이 책을 통해 오늘날 정보의 통제와 조작이 되는 상황에서 벗어나 올바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을 길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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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 1~2 세트 - 전2권 (완결)
연상호.최규석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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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하반기에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의 원작만화다. 직전에 공개된 [오징어게임]과 같은 반향을 이뤄내지 못했지만 그래도 많은 화제와 함께 작품성을 인정받은걸로 알고 있다. 먼저 스케치에 해당하는 연상호 감독의 애니메이션을 감상하고 이어 원작만화를 보고 드라마를 보기로 정했다. 그런 계획의 일환으로 정초에 가벼운 마음으로 최규석 작가의 날카로운 컷 감을 오랜만에 느끼며 재미있게 읽었다.


만화는 먼저 웹툰으로 공개됐는데 완결되기 전부터 넷플릭스의 낙점을 받고, 드라마 제작이 확정됐다. 영화 [부산행]으로 천만 관객을 돌파한 연상호 감독과 만화 [송곳]으로 두터운 팬층을 확보한 최규석 작가의 콜라보레이션으로 만화가 그려졌다


먼저 줄거리를 간단하게 살펴보자면,

"어느 날 서울 한복판에서 지옥의 고지를 받는 사람이 나타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는 고지 대상자에게 이름, 지옥에 간다는 사실, 그리고 지옥에 가기 전까지 남은 시간을 알려준 뒤 홀연히 사라진다. 그리고 정해진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지옥의 사자들이 들이닥쳐 고지 대상자를 갈기갈기 찢어죽이고 태워죽인다.

온 힘을 다해 도망쳐도 소용없다. 그가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일단 지옥의 고지를 받은 사람은 차마 눈뜨고 지켜보기 힘들 정도의 무지막지한 고통을 겪으며 사지가 찢어지고 타들어간다. 더욱 끔찍한 것은 이 지옥의 시연은 죄인이 지옥에 가서 영원히 치를 고통의 일부일 뿐이라는 것.

이 땅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정의롭지 않은 인간들에게 천재지변처럼 들이닥친 신의 선고. 이 초현실적인 현실을 감당하기 위해, 사람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참회를 요구하며 정의의 사자로 변신해간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 땅 위에 스스로 지옥을 건설해가는데...."

지옥의 고지와 함께 사회는 혼돈에 빠지며 여러 인물들이 등장한다.

"화살촉 리더

“우리나라에 지옥의 고지를 받은 사람이 있다!! 그리고!!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바로! 죄인이 지옥에 가는 상황을 생중계한다는 거!! 화살촉! 화살촉! 우리 식구들 그동안 어땠나요? 눈먼 자들 사이에서 눈떴다는 이유로 얼마나 많은 조롱과 멸시를 받았나요? 그러나!! 이틀 뒤면 전 국민, 전 인류가 우리의 말에 귀기울이게 될 것!! 식구들의 시련은 이 순간을 위한 준비였던 것!”

정진수 새진리회 의장


“인간은 왜 죄를 지을까요? 죄는 인간이 죄짓고자 하기 때문에 있는 겁니다. 그걸 부정하면서 인간은 수치심, 죄의식, 속죄, 참회를 잃어버렸습니다. 신은 우리에게 너무나 직설적으로 지옥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신의 의도는 명확합니다. 너희는 더 정의로워야 한다.”

진경훈 형사
“경찰은 잡는 거야. 나쁜 놈을 죽였든 착한 놈을 죽였든 세상을 구하려고 죽였든 재미로 죽였든 살인한 놈은 잡는다. 그게 우리 일이야.”

박정자
“뭐든 상관없으니까… 제 죄는 아무거나 붙여주세요… 그냥 아무거나… 이건 행운이에요. 엄마라고 뭐 하나 제대로 해준 것도 없는 저한테 온 기회예요. 제발 저희 애들이 아무도 모르는 데서 잘살 수 있게 도와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자신이 어떤 죄를 저질렀는지 정확히 모른채 지옥으로 끌려가는 사람들! 과연 신이 있다면 그의 의도는 무엇일까? 책에서는 신의 존재라기 보다 어떤 초자연현상을 통해 인간 스스로 지옥을 만들어나간다는 의도를 조심스럽게 드러낸다. 영화와 만화의 경계를 넘어서는 무한한 상상력이 전혀 다른 세계관을 보여준다. 드라마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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