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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나잇 - 아직 잠들지 못하는 당신에게
박근호 지음 / 히읏 / 2022년 1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오랫동안 불면증을 겪으며 수 많은 밤을 지새운 작가가 같은 시간대에 자신처럼 잠 못드는 타인을 생각하며 써내려갔다고 말을 한다. 평소 아침 일찍 일어나는 새벽형 인간이라서 불면증에 대한 고통을 자주 겪지는 못하지만 가끔 잠 못들때 고통을 떠올려보면 힘이 들었다. 그런 힘들었던 순간들을 모아 자신의 삶에서 의미있는 시간과 함께 읽을만한 에세이로 펴냈다.
저자는 새벽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여섯번째 책을 세상에 선보였다. 박근호 작가는 나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을 위한 책을 쓰면서 살고 있으며, 하지 못한 말을 마음에 담고 사는 사람에 관해 쓴 책을 시작으로 이별, 행복, 상실과 깨달음에 관해 책을 펴냈다. 아울러 위에도 적었듯이 자신처럼 못 자는 사람이 많을 거라는 확신이 들어서 이 책을 썼다고 말한다.
작가는 평소 소심한편에 생각과 걱정이 너무 많은 스타일이다.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과 불면증에 고통을 겪는 또 다른 분들을 위해 잠든 시간에 홀로 깨어있다는것이 괴롭다는 사실을 착안해 위로차 조용조용하게 독자에게 따뜻한 텍스트로 말을 건넨다.
아울러 전작에 비해 이번 책이 그의 가장 솔직한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며 글을 썼다고 한다. 저자는 불면의 밤에 남들과 조금 다른 포인트에서 위로를 받을 때가 있는데, 바로 늦은 시간 집으로 갈 때나 잠이 오지 않는 새벽에, 편의점을 가다가 불이 켜진 집을 발견했을 때가 그렇다고 한다. 살짝 비슷한 느낌을 받았던적이 있기에 동질감을 받았다.
담담하게 자신이 걸어왔던 삶과 소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꼈다. 책속의 문장들을 살펴보자면,
어쩌면 자기 자신을 미워한다는 건 자기 자신을 그 누구보다 사랑하고 있다는 것과 같은 말일지도 모른다. 흔히 자기 자신을 믿어주는 것의 시작은 스스로를 칭찬하고 예뻐해 주는 거라는 말을 하고는 한다. 하지만 내가 나를 믿어주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오히려 그 반대가 아닐까. 난 잘할 거야, 난 최고야라고 스스로를 쓰다듬는 게 아니라 때로는 실패하고 때로는 부족하고 때로는 잘 못 할지라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거. 그게 자신을 믿어주는 방법의 시작이 아닐까. 못해도 괜찮다. 실수해도 괜찮다. 그것 좀 안 되면 어때서?
--- pp.20~23, 「내가 나를 미워하는 밤」 중에서
하지만 당신은 알았으면 한다. 예고도 없이 비가 엄청 많이 내렸기 때문에 무지개가 뜬 거라는 걸. 옷을 몇 겹 껴입어도 몸이 시릴 만큼 추웠기 때문에 함박눈이 내렸다는 걸. 힘들 땐 힘든 게 영원할 것 같이 느껴지지만 그래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무지개는 비가 와야 뜬다는 걸. 슬프고 힘든 일이 일어나야 우리에게 아름다운 일도 찾아온다는 걸.
--- pp.28~32, 「헤어지고 했던 행동 중에 가장 후회되는 것」 중에서
그래도 낭만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고 싶다. 이별한 친구가 있으면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축하해줄 일이 있으면 어깨동무하고 길거리를 걷고 싶다. 밤바다가 보고 싶다는 이유로 기차에 올라타고 싶다. 너무 어두워서 바다가 제대로 보이지 않더라도 말이다. 낭만 있게 살자. 낭만만은 잃지 말자.
--- pp.43~47, 「낭만」 중에서
누군가에게 나 이런 것 때문에 슬퍼, 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도저히 생기지 않는 밤. 나 말고는 달도 별도 모두 평온하게 잠든 것 같은 밤. 도무지 어쩔 수 없는 기억과 아픔이 나를 삼킬 때면 방안에서, 차 안에서, 거실에서 슬픈 노래 하나 크게 틀어놓고 운다. 그냥 우는 게 아니라 편하게 운다. 세상이 떠날 것처럼 크게. 그러고 나면 조금은 속이 시원해진다.
--- pp.90~95, 「도무지 어쩔 수 없는 밤」 중에서
앞으로도 마음 아픈 일은 여전히 일어날 것이고 난 또 나를 보호하겠다는 명목으로 나만의 영역을 만들 것이다.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굳게 문을 닫겠지. 그러다 또 나도 모르게 어떤 사람한테는 그 문을 활짝 열겠지. 내가 왜 이러지 하면서. 자꾸 네 앞에서는 솔직해지네. 어쩌면 이 말은 당신이라는 존재가 나한테 꽤 특별한 사람이라는 것을 뜻할지도 모르겠다.
--- pp.130~134, 「누구도 들어올 수 없는 방」 중에서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찾아온다는 건 내가 그만큼 열심히 했다는 뜻이었다는 걸. 이제 막 시작했는데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든 게 아니라 목적지 근처까지 최선을 다해서 달려왔기 때문에 포기하고 싶은 생각도 드는 거라는 걸.
--- pp.185~191, 「4시간 동안 걸어서 출근했던 날」 중에서
후각을 이용해서 기억을 저장하는 방식은 청각이나 시각과 달리 기억과 감정을 정리하는 뇌 영역에 밀접해 있기 때문에 어떤 냄새를 맡으면 어떤 기억이 되살아난다고 한다. 정말 좋은 순간이 있다면 그때 냄새를 깊게 맡는 것도 좋겠다. 먼 훗날 내 삶이 최악이라고 느껴지는 날 문득 행복했던 그때가 떠오르게끔. ---
작가의 '우리 같은 사람들이 밤에 잘 자기 위해서는 평소에 마음을 잘 보살펴주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요.' 라는 말과 함께 불면의 밤을 건너고 싶은분들에게 일독을 권해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