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한중일 세계사 11 - 서남전쟁과 위구르 봉기 본격 한중일 세계사 11
굽시니스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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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시니스트 작가가 꾸준하게 펴내고 있는 시리즈 한중일 세계사가 벌써 13권까지 나왔다. 몰아서 보려고 10권 이후 조금 쉬다가 11권부터 3권을 연달아 보기로 했다. 이번권의 부제는 서남전쟁과 위구르 봉기로 근대화 시기 일본과 중국이 겪어야 했던 마지막 내홍을 다룬다.

일본에서는 아직도 추앙을 받고 있는 사이고 다카모리를 중심으로 모인 불평 사족의 불만이 폭발해 폭풍전야의 분위기를 연출하고, 중국에서는 무슬림 봉기의 불길이 중앙아시아와 접해 가뜩이나 정세가 불안한 신강으로 번진다. 신강 위구르의 문제는 현재 중국에서도 뜨거운 감자에 속하는 이슈인데 과연 제 2의 우크라이나 사태가 될지 지켜볼일이다.

​11권은 서남전쟁으로 구시대의 잔재를 청산한 일본과 신강 원정으로 서북부의 거대한 땅을 다시 정복한 청이 반란의 시대를 넘어서 근대국가로 어떻게 변신하는가에 대해 다음의 포인트를 맞춰서 보면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 규슈가 불타오른다. 사족들을 반란으로 치닫게 한 분노는 무엇 때문인가?
- 유신지사 2군의 이토 히로부미, 깜짝 내무경 취임은 그의 친화력 덕분이다?
- 영국과 러시아의 그레이트 게임으로 출렁이는 중앙아시아, 위구르의 명운은?
- 찻집 무용수에서 무슬림의 수호자로 풍운아 야쿱 벡은 어떻게 왕국을 건설했을까?
- 내륙을 지킬 것인가, 바다를 지킬 것인가? 새방과 해방의 갈림길에선 중국


신강 위구르편을 보며 예전에 인상적으로 읽었던 [그레이트게임]을 떠올렸다. 아프가니스탄을 위시해 많은 탄국가들이 정말 복잡하고 미묘하게 얽히고 섥혀있을뿐더러 제국주의와의 결합으로 인해 현재 중앙아시아는 상당히 불안한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지켜보며 인류가 전쟁의 그늘을 언제 벗어날것인가에 대해 심히 우려스럽다.


11권도 꽤 재미있게 읽어줬다. 마지막으로 책의 뒷장에 있는 간단 요약본을 올려보니 전체적인 얼개를 살펴보려면 한번쯤 읽어보시길...

​"각종 근대화 사업으로 재정난에 직면한 일본봉록 지급을 정지하는 등 사족 해체에나선다. 이에 사이를 중심으로 뭉친 불평 사족 세력이 무장봉기를 일으키고, 일본 정부가 강경하게 대응하면서 마지막 내전인 서남전쟁이 벌어진다. 반란세력은 규슈 전체를 가로지르며 끝까지 저

항하지만, 결국 근대화된 정부군에게 패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한편 중국에서는 감숙과 섬서의 등간혁명에 이어 신강에서도 무슬림 봉기가 벌어진다. 청조의 압제를 벗어나고자 떨쳐 일어난 위구르들이

내분을 겪는 동안, 파미르고원을 건너온 야쿱 벡이 신강 전역을 통일해 무슬림 왕국을 세운다. 이에 영국과 러시아가 벌이는 그레이트 게임의 여파가 신강까지 번질 조짐을 보인다. 

신강 재정복에 나선 청군을 앞에 두고 야쿱 벡은 영국의 중재로 존속을 꾀한다. 하지만 좌종당의 거침없는 진격과 야쿱 벡의 급사로 청조는

서북부의 거대한 땅 신강을 손쉽게 재정복한다. 이렇게 일본과 중국은 대반란의 시대를 넘어 20세기를 향해 차근차근 전진하는데.... 반란의 불길을 가까스로 짓뭉갠 두 나라의 운명은 어디로 향하는가?

"신장은 중국 서부 안보의 거대한 공간 장갑, 중앙아시아를 향한 대마(馬), 파키스탄을 통한 인도양 진출 루트의 핵심 그리고 그냥 거대한 넓이 그 자체로 강대한 국력의 현현이니… 베이징이 그 땅을 유지하기 위해 그곳의 사람들을 짓뭉개는 일은 18세기에도, 19세기에도, 20세기

에도, 21세기에도 계속됩니다." _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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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서로를 미워하는가 - 편 가르기 시대 휘둘리지 않는 유권자를 위한 정당정치 안내서
에즈라 클라인 지음, 황성연 옮김 / 윌북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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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웠던 대선의 열기가 지나가고 잔잔하게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 상실감에 빠져 정치를 다시는 보지 않겠다는 사람들, 승리의 기쁨에 환화하며 뭔가를 기대하는 사람들, 이도 저도 아닌 그냥 무덤덤한 사람들까지 이제 일상으로 복귀해 자신들이 삶에 집중하고 있다. 오늘날 정치는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아울러 부제에도 나와있듯이 정치는 왜 똑똑한 사람을 바보로 만들까?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과거에 비해 놀라울 정도로 많은 정보와 함께 이른바 양극화의 심화에 따른 결과가 아닐까 생각된다. 사실 내가 지지하는 정당보다, 저 정당의 저 사람만큼은 안된다는 신념하에 사람들은 분열되어가고있다.


물론 영악한 정치인들은 이런 심리를 잘 파악해 이용한다. 이대남과 반페미니즘의 어젠다를 잘 활용해 표를 획득한 후, 요즘은 다른쪽으로 스텝을 옮겨가는걸 볼때, 좀더 현명해져야만 프로파간다에 휘둘리지 않고 그나마 내 삶을 올바르게 정립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 책은 미국의 현직 언론인이 현장에서의 경험과 인터뷰, 방대한 전문 자료를 한데 모아 정치 양극화의 현상을 분석했다. 저자는 VOX의 창립자이자, [뉴욕 타임스] 칼럼니스트, 자신의 이름을 딴 팟캐스트 진행자인 에즈라 클라인이다. 클라인 저널리즘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정치 평론가로 활약한 그의 첫번째 책이다.


저자는 트럼프가 당선된 배경을 정확하게 분석해 사람들의 행동 동기를 분석화 결과, 정치양극화 현상에 주목하게 된다.우리 편과 저쪽 편만 있는 정치, 빨간색과 파란색으로만 구분되는 정치는 대선에서 본것처럼 한국뿐 아니라 미국도 다르지 않다.

이 책의 특징은 양극화를 만들어내는 한 인물을 악으로 설정한다거나 유권자 개인의 비합리를 지적하며 비난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같은 시스템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그리고 같은 심리 기제를 가진 인간이라면 서로가 서로를 미워하는 이 문제적 메커니즘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에 저자는 역사적, 심리학적, 정치적으로 분석해나간다.

진보적인 경향의 저자는 버락 오바마를 포함하여 일선의 정치인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한 현장의 목소리와, 인터넷 태동기부터 매체의 변화를 목격해온 젊은 저널리스트로 분열된 관점이 아닌 상호보완적인 시선으로 자신의 견해를 밝힌다.  


도대체 왜 우리는 서로를 미워하며, 양극화에 해법은 있는 것일까? 이 질문에 응답하는 클라인의 명쾌한 분석을 실은 이 책은 미국에서 만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다만, 미국정치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다양한 사례와 인물들 정치적인 차이로 인해 텍스트를 해독하는데 다소 어려움을 겪을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정치 양극화가 심화되어가고있는 한국에서도 한번쯤 충분히 통할만한 의제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선에서 이른바 보수를 선택한 한국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까 몹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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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비밀과 거짓말 - 서양 음악사의 잃어버린 순간들
유윤종 지음 / 을유문화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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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에 관한 뒷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가쉽이라기 보다는 사실에 근거를 둔 야사와 같은 이야기를 담고 있어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거나 아니면 클래식을 자주 듣지 않더라도 우리가 알고 있는 음악가들에 관한 재미있는 일화들이 수록되어있다.

저자는 동아일보 문화부장과 문화기획팀장,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사무국장,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소식지 [월간 SPO] 편집장을 지내고, 현재 동아일보 문화 전문 기자로 재직 중인 유윤종 기자다. 클래식에 관한 전문가가 아름다운 음악 작품과 거장들에 얽힌 뒷이야기를 밝히는 이 책은 총 스무 개의 이야기가 다뤄진다.


목차를 통해 어떤 음악가들에 관한 일화들이 수록된지 살펴보자면,


명곡의 뒤안길
슬픔에 찬 작곡가가 음악으로 표현한 유서 - 차이콥스키 교향곡 「비창」
미완성 명곡 - 완성을 위한 다양한 시도
음악사 속의 위작 - 「카치니 아베마리아」는 카치니의 곡이 아니다
‘유령 괴담’과 함께 부활한 명곡 - 슈만 「바이올린 협주곡 D단조」
음악 속의 새소리 - 자연이 창조한 명가수를 모방하다
비브라토 - 네 현을 둘러싼 손 떨리는 논쟁
음악 속의 암호 - 조스캥에서 엘가까지

인간과 음악, 음악과 인간
드보르자크와 기차 - ‘기차 마니아’의 원조가 되다
베토벤과 신들러 - 악성의 전기를 쓴 ‘믿을 수 없는’ 비서
안토니오 살리에리 - 모차르트의 아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다
알마 말러 - 대작곡가 남편의 삶을 왜곡한 ‘팜므파탈’
장 시벨리우스 - 사라진 교향곡과 30년 동안의 침묵
괴테와 음악 - 같은 가사에 붙은 여러 가지 선율들

세월을 관통한 음악
1848년 혁명 속의 작곡가들 - 스메타나, 카를교에 바리케이드를 쌓다
동구권 붕괴에 기여한 지휘자들 - 피셔 이반과 쿠르트 마주어
파시즘이 사랑한 작곡가 - 레스피기와 오르프
미술사학자, 히틀러의 죽음을 맞히다 - 브루크너와 곰브리치
베네치아의 카니발 - 파가니니와 쇼팽의 영감을 자극한 선율
젓가락 행진곡 - 러시아 민족주의 작곡가들을 매혹시키다
이스라엘 국가와 ‘왓 어 원더풀 월드’ - 교향시와 국가, 가요로 거듭 변신한 노래


음악가의 일상과 꿈, 그리고 가장 내밀한 곳에 숨겨 둔 비밀까지 흥미진진한 역사적 사실을 통해 클래식에 좀더 가까워질 수 있다. 클래식 대가가 남긴 아름다운 음악 작품을 듣고 거기에 매료될수록 우리는 좀더 그에 대해 알아보고 싶어진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대가의 인간적이고 일상적인 면모를 돌아보고 명곡 뒤에 남은 이갸기를 살펴볼 수 있다.

이 책은 음악가가 쌓은 이력과 그가 남긴 작품의 형식 같은 객관적인 지표 너머에 숨어 있는 진실에 다가선다. 서양 음악사가 품은 비밀과 거짓말을 들추어 써 내려간 이야기다. 저자가 다수의 지면에 음반 리뷰와 공연평을 실으며 오랜 시간 동안 클래식의 전방위에서 활동해 온 저자가 넓고 깊은 시선으로 서양 음악사의 이면을 살폈다.


소개글을 통해 어떤 의문을 가지고 이 책이 씌여졌는지 살펴볼 수 있다

"저자는 서양 음악사에서 풍문처럼 떠돌던 뒷이야기에 주목했다. 콜레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차이콥스키의 「비창」은 어쩔 수 없이 자살해야만 했던 그의 음악적 유서였을까? 탄생 80여 년 만에 세상에 드러난 슈만 「바이올린 협주곡 D단조」의 존재를 알린 것은 정말 요하임의 유령이었을까?


바흐와 슈만, 브람스가 음이름 암호를 넣어 작곡한 곡은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진 것일까? 말러 사후에 그의 삶을 왜곡한 아내 알마는 과연 어떤 사실을 숨기고 무엇을 꾸며 냈을까? 살리에리는 진짜로 모차르트를 죽였을까? 『서양미술사』로 추앙받는 미술사학자 곰브리치는 어떻게 히틀러가 사망한 사실을 가장 먼저 알아냈을까?(소개글 발췌)"

이처럼 저자는 잘못된 대접을 받을 뻔한 명곡이 어떻게 진가를 드러냈는지, 대가들이 어떻게 작품 속에 비밀을 숨겼는지를 들여다본다. 또한 우리에게 익숙한 작곡 거장들의 알려지지 않은 친근한 면모나, 긴 세월 동안 오해를 받아 온 진면목을 밝힌다. 클래식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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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인자의 마음을 읽는 이유 - 모두가 안전한 세상을 위한 권일용의 범죄심리 수업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9
권일용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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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1호 프로파일러로 잘 알려진 권일용 교수의 책이다. 방송에서 자주 봤던 기억이 있는분인데, 경찰에서 퇴직을 하시고, 교수로 근무하시며 이렇게 책까지 펴내시며 적극​적으로 활동중이시다. 이 분의 전작으로 공저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를 만나봤는데, 유영철, 정남규, 강호순등 연쇄살인범의 수사에 직접 참여하며 그들의 심리를 바틍으로 씌여졌는데 꽤 흥미롭게 읽었다.


아울러 21세기 북스에서 시리즈로 펴내고 있는 인생명강의 9번째 책이기도 하다. 인생명강 시리즈는 대한민국 대표 교수진이 펼치는 흥미로운 지식 체험을 모토로 역사, 철학, 과학, 의학, 예술 등 전국 대학 각 분야 최고 교수진의 명강의를 책으로 옮겼다. 뿐만 아니라 도서뿐만 아니라 온라인 강연, 유튜브, 캐스트를 통해 지식 콘텐츠를 접할수도 있다.


저자인 권일용 교수의 경력을 간단하게 살펴보자면,


"대한민국 경찰청 제1호 프로파일링 마스터를 거쳐 현재 동국대학교 경찰사법대학원 겸임교수, 광운대 범죄학과 겸임교수, 경찰청 한국KCSI학회 법심리분과위원장, 경찰청 과학수사·해양경찰청 과학수사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30여 년간 약 3천 건 이상의 강력사건 범죄현장에 투입되었으며, 1천여 명에 달하는 범죄자를 대면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CSI) 범죄분석관, 경찰청 범죄행동분석팀장, 경찰수사연수원 교수(프로파일링, 강력수사담당)를 역임했고 경찰 최초 프로파일링팀의 창설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소개글 발췌)"


이 책은 범죄에 관한 대중심리서로 요즘 부쩍 많이 발생하고 있는 가스라이팅, 아동 학대, 데이트 폭력, 디지털 범죄, 스토킹 등 범죄가 일어나는 과정, 범죄 유형별 심리학 이론, 범죄자의 의도 간파하는 법 등을 실제 프로파일링 사례와 함께 소개한다.


얼마 전 매스컴상으로 많이 알려진 데이트 폭력 사건으로 회사의 부장님 자녀가 실제 사망한 사건을 보며, 단순하게 남녀간의 다툼으로만 볼 범죄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나아가 조주빈등 온라인상의 성폭력으로 남의 인생을 짓밟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보고된다. 이 책은 이러한 범죄 피해를 줄이기 위한 인식의 전환부터 사회를 위한 따뜻한 안전망을 만들고자하는 저자의 견해가 담겨있다.


또한 범죄를 분석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알아둘 휴리스틱, 확증편향, 귀인 이론, 자기효능감, 이상심리라는 다섯 가지 이론 외에도 공격성, 죄책감 등 해소하지 못한 부정적 감정이 범죄로 이어지는 사례를 다룬다. 이를 통해 범죄자의 심리를 파악할 수 있으며, 이런 범죄에 노출당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효과까지 생길 수 있다. 장르소설을 좋아하는 독자의 입장으로 매우 흥미롭게 읽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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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우리의 인생이 겨울을 지날 때 - 얼어붙은 시간 속에서 희망을 찾는 법
캐서린 메이 지음, 이유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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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샘에서 무료로 큐레이션된 전자책이다. 이제 코로나의 끝이 어느 정도 가시권으로 들어온것 같은 싯점에서 인생의 혹독한 시기를 겨울에 비기며 이겨내는 작가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에세이다. 번역체로 읽어도 상당히 우아하고 세련된 필치를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원전으로 읽어준다면 더욱 맛깔스럽지 않았을까 추측했다.


이 책은 저자 캐서린 메이가 9월 인디언 서머 시즌부터 이듬해 3월까지 겨울을 나는 동안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을 담담히 기록한 회고록이다. 저자는 마흔 번째 생일을 코앞에 둔 어느 날, 그녀는 갑작스런 남편의 맹장염, 자신의 건강 문제로 인한 실직, 아들의 등교 거부 등 연거푸 닥쳐온 시련들과 마주하게 된다.


작가 캐서린 메이는 그럭저럭 무난하고 열심히 살아왔던 자신에게 인생에서 혹독한 겨울의 시기가 찾아왔음을 깨닫게 된다. 이에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동면의 시기, 윈터링(WINTERING)에 대한 담담하고 지적인 서사를 통해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따뜻하고 찬란한 봄을 맞이 할 수 있는 지혜를 배우게 된다.


저자는 영국 위트스터블의 바닷가 마을에서 남편, 아들과 함께 수많은 계절이 지나가는 것을 보며 글을 써왔다. 캔터베리 크라이스트처치 대학교에서 문예창작 프로그램 디렉터로 일하다가 현재는 전업작가로 활동중이다.

[우리의 인생이 겨울을 지날 때]는 2020년 팬데믹 위기에 지친 독자들에게 인생 최악의 순간 나에게 꼭 필요했던 책, 세상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이 마음을 정화시킨다는 찬사를 받으며 영미권 서점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출간 두 달 만에 미국에서만 10만 부가 팔렸고, 많은 화제를 불러일을켰다고 한다.


책 속의 몇 몇 구절들을 살펴보자면,


엄청난 자기 절제에다 행운까지 따른 덕분에 평생토록 건강과 행복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해도 겨울을 피해갈 수는 없다. 부모님은 나이 들어 세상을 떠나게 될 것이고, 친구들은 사소하게나마 우리를 배신하기 마련이며, 권모술수가 판치는 세상 역시 우리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살아가다 보면 우리는 어디쯤에선가 넘어지게 되고, 겨울은 그렇게 조용히 삶 속으로 들어온다.
--- p.18

무자비할 정도로 분주히 돌아가는 오늘날의 세상에서, 우리는 겨울의 도래를 영원히 뒤로 미뤄두려고 한다. 겨울을 온전히 느끼려고도 하지 않고, 그것이 우리를 어떻게 헤집어놓는지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혹독한 겨울은 때로는 우리에게 이롭게 작용한다. 따라서 무턱대고 겨울을 무의미하고 신경이 마비되는, 의지박약의 나날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이 시기를 무시하거나 없애버리려는 시도도 멈춰야 한다. 겨울은 실재하며 우리에게 물음을 던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겨울을 삶 안으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야 한다.
--- pp.20~21

할머니의 죽음 이후, 누군가가 유령의 모습으로 돌아온다면 바로 할머니일 것이라고 믿었다. 한밤중에 위안의 빛을 뿜으며 할머니가 내 침대맡에 나타나지 않아서 얼마나 쓰라린 실망에 빠졌었는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러나, 슬픔이란 바로 그런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만날 수 있다면 모든 것이 괜찮아질 것만 같은 간절한 그리움. 할머니가 떠나신 첫해에 그런 마음이 가장 사무쳤지만, 그 후로도 그리움은 사그라지지 않는다. 내가 열일곱 살이었을 때는 말할 생각을 못했지만, 지금은 하고 싶은 말이 있다. 그땐 알지 못했지만, 지금은 아는 것들이 있다.
--- p.80

누군가 월급만 준다면 걱정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아도 될 듯싶다. 나는 이 기나긴 밤에 무엇을 걱정하고 있나? 돈. 죽음. 실패. 태양이 침몰하면 비로소 일어날, 조용한 종말의 친숙한 기사들(요한계시록에 등장하는 세상을 멸망시키는 네 기사를 의미한다 ? 옮긴이). 나는 절벽 끝에 서 있는 내 집이 영원히 아래에 있는 바위로 떨어질까 봐 걱정한다. 나는 완전한 소멸은커녕 그저 놓쳐버린 월급봉투를 걱정한다. 나는 빚이 너무 많다.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 나는 이 지구상에서 40년을 살면서 내세울 만한 것도 없다. 먼지 쌓인 책더미가 있을 뿐.
--- pp.108~109

아무리 나 자신의 시간을 절박하게 원할지라도, 아들을 망가뜨리면서까지 학교로 돌려보내고 싶지는 않았다. 아이의 만족할 줄 아는 능력보다는 미래를 위한 자격 조건에 대해 걱정하는 것이 응당 엄마에게 기대되는 태도겠지만, 나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잠재력을 계발하는 것과 불행해지지 않는 것 두 가지가 서로 충돌하는 개념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행복은 우리가 배우는 것들 중에서 가장 위대한 기술이다. 그것은 어두운 구석으로 몰아두어야 하는 우리의 일부, 의도적으로 순진하게 구는 사람이 지닌 부끄러운 영역이 아니다.
--- p.164

그러나 행복이 하나의 기술이라면, 슬픔 역시 그렇다. 아마도 학창 시절을 거치면서, 혹은 힘든 일들을 거치면서, 우리는 슬픔을 무시해야 한다고, 책가방 속에 슬픔을 쑤셔 박아놓고는 애초에 없었던 것처럼 행동해야 한다고 배운다. 하지만 어른이 된 우리는 때때로 그 또렷한 외침에 귀 기울이는 법을 익혀야 한다. 그것이 바로 윈터링이다. 슬픔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것.
--- pp.164~165

극한의 추위와 맞닥뜨리는 것은 우리를 상투적인 표현인 ‘지금 이 순간’으로 데리고 갔다. 이 순간, 우리의 정신은 과거나 미래에 연연하거나 끝없는 할 일 목록을 적는 것으로부터 벗어날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추위가 우리를 지나치게 잠식하지 않는지 경계하며 바로 여기서, 바로 지금, 우리의 몸에 온 신경을 집중해야 했다.
--- p.250

여성의 목소리는 언제나 남성의 목소리가 결코 받지 않는 도전에 직면한다. 여성이 너무 부드럽게 말하면 친절한 생쥐 취급을 받고, 반대로 목소리를 높이면 앙칼지다고 욕을 먹는다. 마거릿 대처가 정치 인생을 시작할 때 권위를 내보이기 위해 웅변 수업을 들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그녀의 목소리는 국가가 가진 여성에 대한 공포의 무게를 짊어져야 했고, 여성들이 제대로 된 판단력을 가졌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했다. --- pp.292~293


갑작스런 팬데믹으로 인해 전세계가 시름을 앓았다. 살다보면 혹독한 추위의 겨울이 찾아오는걸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런 사실을 때로는 부정한다. 자기계발 시대에 맞춰 고난은 이겨내야만 한다고 강요되지만 저자는 때로는 삶에서 후퇴가 필요할때도 있고 겨울은 그 자체만으로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아무튼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인생은 다 그렇게 살아지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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