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우리의 인생이 겨울을 지날 때 - 얼어붙은 시간 속에서 희망을 찾는 법
캐서린 메이 지음, 이유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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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샘에서 무료로 큐레이션된 전자책이다. 이제 코로나의 끝이 어느 정도 가시권으로 들어온것 같은 싯점에서 인생의 혹독한 시기를 겨울에 비기며 이겨내는 작가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에세이다. 번역체로 읽어도 상당히 우아하고 세련된 필치를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원전으로 읽어준다면 더욱 맛깔스럽지 않았을까 추측했다.


이 책은 저자 캐서린 메이가 9월 인디언 서머 시즌부터 이듬해 3월까지 겨울을 나는 동안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을 담담히 기록한 회고록이다. 저자는 마흔 번째 생일을 코앞에 둔 어느 날, 그녀는 갑작스런 남편의 맹장염, 자신의 건강 문제로 인한 실직, 아들의 등교 거부 등 연거푸 닥쳐온 시련들과 마주하게 된다.


작가 캐서린 메이는 그럭저럭 무난하고 열심히 살아왔던 자신에게 인생에서 혹독한 겨울의 시기가 찾아왔음을 깨닫게 된다. 이에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동면의 시기, 윈터링(WINTERING)에 대한 담담하고 지적인 서사를 통해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따뜻하고 찬란한 봄을 맞이 할 수 있는 지혜를 배우게 된다.


저자는 영국 위트스터블의 바닷가 마을에서 남편, 아들과 함께 수많은 계절이 지나가는 것을 보며 글을 써왔다. 캔터베리 크라이스트처치 대학교에서 문예창작 프로그램 디렉터로 일하다가 현재는 전업작가로 활동중이다.

[우리의 인생이 겨울을 지날 때]는 2020년 팬데믹 위기에 지친 독자들에게 인생 최악의 순간 나에게 꼭 필요했던 책, 세상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이 마음을 정화시킨다는 찬사를 받으며 영미권 서점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출간 두 달 만에 미국에서만 10만 부가 팔렸고, 많은 화제를 불러일을켰다고 한다.


책 속의 몇 몇 구절들을 살펴보자면,


엄청난 자기 절제에다 행운까지 따른 덕분에 평생토록 건강과 행복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해도 겨울을 피해갈 수는 없다. 부모님은 나이 들어 세상을 떠나게 될 것이고, 친구들은 사소하게나마 우리를 배신하기 마련이며, 권모술수가 판치는 세상 역시 우리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살아가다 보면 우리는 어디쯤에선가 넘어지게 되고, 겨울은 그렇게 조용히 삶 속으로 들어온다.
--- p.18

무자비할 정도로 분주히 돌아가는 오늘날의 세상에서, 우리는 겨울의 도래를 영원히 뒤로 미뤄두려고 한다. 겨울을 온전히 느끼려고도 하지 않고, 그것이 우리를 어떻게 헤집어놓는지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혹독한 겨울은 때로는 우리에게 이롭게 작용한다. 따라서 무턱대고 겨울을 무의미하고 신경이 마비되는, 의지박약의 나날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이 시기를 무시하거나 없애버리려는 시도도 멈춰야 한다. 겨울은 실재하며 우리에게 물음을 던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겨울을 삶 안으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야 한다.
--- pp.20~21

할머니의 죽음 이후, 누군가가 유령의 모습으로 돌아온다면 바로 할머니일 것이라고 믿었다. 한밤중에 위안의 빛을 뿜으며 할머니가 내 침대맡에 나타나지 않아서 얼마나 쓰라린 실망에 빠졌었는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러나, 슬픔이란 바로 그런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만날 수 있다면 모든 것이 괜찮아질 것만 같은 간절한 그리움. 할머니가 떠나신 첫해에 그런 마음이 가장 사무쳤지만, 그 후로도 그리움은 사그라지지 않는다. 내가 열일곱 살이었을 때는 말할 생각을 못했지만, 지금은 하고 싶은 말이 있다. 그땐 알지 못했지만, 지금은 아는 것들이 있다.
--- p.80

누군가 월급만 준다면 걱정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아도 될 듯싶다. 나는 이 기나긴 밤에 무엇을 걱정하고 있나? 돈. 죽음. 실패. 태양이 침몰하면 비로소 일어날, 조용한 종말의 친숙한 기사들(요한계시록에 등장하는 세상을 멸망시키는 네 기사를 의미한다 ? 옮긴이). 나는 절벽 끝에 서 있는 내 집이 영원히 아래에 있는 바위로 떨어질까 봐 걱정한다. 나는 완전한 소멸은커녕 그저 놓쳐버린 월급봉투를 걱정한다. 나는 빚이 너무 많다.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 나는 이 지구상에서 40년을 살면서 내세울 만한 것도 없다. 먼지 쌓인 책더미가 있을 뿐.
--- pp.108~109

아무리 나 자신의 시간을 절박하게 원할지라도, 아들을 망가뜨리면서까지 학교로 돌려보내고 싶지는 않았다. 아이의 만족할 줄 아는 능력보다는 미래를 위한 자격 조건에 대해 걱정하는 것이 응당 엄마에게 기대되는 태도겠지만, 나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잠재력을 계발하는 것과 불행해지지 않는 것 두 가지가 서로 충돌하는 개념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행복은 우리가 배우는 것들 중에서 가장 위대한 기술이다. 그것은 어두운 구석으로 몰아두어야 하는 우리의 일부, 의도적으로 순진하게 구는 사람이 지닌 부끄러운 영역이 아니다.
--- p.164

그러나 행복이 하나의 기술이라면, 슬픔 역시 그렇다. 아마도 학창 시절을 거치면서, 혹은 힘든 일들을 거치면서, 우리는 슬픔을 무시해야 한다고, 책가방 속에 슬픔을 쑤셔 박아놓고는 애초에 없었던 것처럼 행동해야 한다고 배운다. 하지만 어른이 된 우리는 때때로 그 또렷한 외침에 귀 기울이는 법을 익혀야 한다. 그것이 바로 윈터링이다. 슬픔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것.
--- pp.164~165

극한의 추위와 맞닥뜨리는 것은 우리를 상투적인 표현인 ‘지금 이 순간’으로 데리고 갔다. 이 순간, 우리의 정신은 과거나 미래에 연연하거나 끝없는 할 일 목록을 적는 것으로부터 벗어날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추위가 우리를 지나치게 잠식하지 않는지 경계하며 바로 여기서, 바로 지금, 우리의 몸에 온 신경을 집중해야 했다.
--- p.250

여성의 목소리는 언제나 남성의 목소리가 결코 받지 않는 도전에 직면한다. 여성이 너무 부드럽게 말하면 친절한 생쥐 취급을 받고, 반대로 목소리를 높이면 앙칼지다고 욕을 먹는다. 마거릿 대처가 정치 인생을 시작할 때 권위를 내보이기 위해 웅변 수업을 들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그녀의 목소리는 국가가 가진 여성에 대한 공포의 무게를 짊어져야 했고, 여성들이 제대로 된 판단력을 가졌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했다. --- pp.292~293


갑작스런 팬데믹으로 인해 전세계가 시름을 앓았다. 살다보면 혹독한 추위의 겨울이 찾아오는걸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런 사실을 때로는 부정한다. 자기계발 시대에 맞춰 고난은 이겨내야만 한다고 강요되지만 저자는 때로는 삶에서 후퇴가 필요할때도 있고 겨울은 그 자체만으로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아무튼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인생은 다 그렇게 살아지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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