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사랑 나쁜 사랑 3부작 2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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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삶의 나락 끝에서 되찾은 여성의 자아


엘레나 페란테의 나쁜 사랑 3부작 1권 <성가신 사랑>을 스산한 감정으로 읽었기에, <버려진 사랑>을 펼칠때도 마음이 추락할 대비를 하고 읽어나갔다.

아니나 다를까 엘레나 페란테는 도입부 또는 첫 문장에 결정적인 사건을 단도직입적으로 선포한다.

그 시작이 <성가신 사랑>에서는 '어머니의 죽음'이었다면, <버려진 사랑>은 '남편의 이별 통보'다.

 


 

남편은 성공가도를 달리고, 두 아이는 잘 자라고 있고, 집은 반짝반짝 윤기를 머금은 채 모든 게 잘 유지되오고 있었다.

15년간의 결혼생활 동안 남부러울 것 없는 평온한 생활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한 주인공 올가는 당황스러울 뿐이다.

올가는 배우자의 외도를 맞닥뜨린 상대가 으레 겪는 당혹스러움, 매달림, 분노, 우울, 절망 모든 단계를 겪는다.

하필 그 시기가 찌는 듯한 무더위가 작열하는 한 여름이다.

자기 몸 하나 추스르기도 힘든 육체와 정신의 붕괴 속에서 가사와 육아까지 모든 게 엉망이 된다.

사랑스럽던 아이들이 날로 밉상이 되어 자신을 더 힘들게 하는 것만 같다.

 

지옥같은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우연히 남편의 외도 상대와 마주친 후 격력한 분노감이 치솟고, 급기야 배신의 치욕을 감당할 수 없어 하룻밤 일탈을 하기도 한다.

하룻밤 일탈로 원하던 충족감도 얻지 못한 채 정서적 허무함이 깊어지는 찰나 자신의 부주의로 아이가 극도로 아프고 키우던 반려견이 사경을 헤매게 된다.

올가는 그 상황속에서 온전하게 대처를 하지 못한 채 속수무책으로 환영에 시달리며 정신적 추락을 경험한다.

 


 

삶의 바닥 끝까지 내려간 올가는 가까스로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살피며 현실을 직시한다.

지옥의 몇달 동안 황폐해진 자신의 모습을 직시하고, 내려놓았던 자신의 꿈도 떠올린다.

이대로 모든 걸 포기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 올가는 눈 앞에 벌어진 일부터 하나씩 다잡아 간다.

나아가 아내, 엄마의 존재로 무감하게 살아온 시간을 되돌아보며 자신에 집중한다.

홀로서기를 위해 일을 시작하고, 멈췄던 글쓰기를 다시 시작하는 올가의 모습에서 뭉클한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남편의 배신이라는 정신적 공황을 겪은 후 뒤늦게라도 자신의 일과 육아에 모두 공을 들이려는 올가와 달리,

여전히 자신의 새로운 가정생활에 아이들이 걸림돌이 된다는 식으로 육아 책임을 올가에게 떠넘기려는 전남편의 무책임한 태도에 화가 치밀기도 했다.

 

이기적인 사랑의 본모습을 사랑이 깨어진 후에야 제대로 볼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올가는 더이상 나약한 버려진 여자가 아니라 자아의 중심에 선 여자이기에 그녀의 미래가 염려되지 않는다.

기쁜 마음으로 따뜻한 응원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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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세계에서도
이현석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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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작가 이현석 첫 소설집

현실을 응시하고 외면하지 않는 소설

 


삶의 다양한 층위를 담아내는 의미에서 소설을 참 좋아한다.

활자로 이루어진 매체를 통해 때로는 절절한 감동을, 때로는 묵직한 사색의 여운을 맞이하는 것은 소설의 큰 매력이라 하겠다.

의사이자 소설가로 활동하고 있는 이현석 작가의 소설집 <다른 세계에서도>는 오랜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등단작 <참(站)>을 비롯해 2020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표제작 <다른 세계에서도> 등 총 8편의 단편에는 사회 역사를 관통하는 윤리적 문제가 내포되어 있다.

동성애와 생활동반자라는 새로운 가족의 개념과 의료인의로서 경험한 글쓰기의 경계를 생각해보게 하는 <그들을 정원에 남겨두었다>

낙태법 폐지에 따른 여성의 임신 또는 임신중지에 대한 자기 행복추구의 의미를 새롭게 고찰하게 하는 <다른 세계에서도>

만화 캐릭터 라이파이를 통해 가녀린 영웅의 대담한 발차기를 통해 진정한 어른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게 하는 <라이파이>

소외되는 탈북귀순 의사의 집념과 코로나 상황의 접목이 인상적이었던 <부태복>

술술 읽어갔지만 의미가 잘 와닿지 않았던 사랑의 계급성을 다룬 <컨프론테이션>

산업현장에서 빈번히 발생하고도 철저히 감춰지는 노동자의 죽음을 다룬 <눈빛이 없어>

1980년대 5.18 역사의 참상 속에서도 난무했던 여성혐오, 그때의 여인들은 지금 잘 살고 있을지 보듬는 <너를 따라가면>

구금시설에서의 선의를 빙자한 암묵적 폭력의 정당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참(站)>

다양한 현실의 문제를 예리하게 응시하는 작가의 사회인식이 놀라웠다.

 


문학이 받는 오해 중 현실을 외면한다라는 게 있다면, 이 작품이 그런 오해를 일소할 수 있지 않을까?

작가가 던지는 현실의 문제에 대한 냉철한 질문들은 사회문제에 종종 무감해지는 독자를 자극하고 깨어나게 하기 충분하다.

읽고 생각하고 행동하게 하는 책이 좋은 책이라고 하는데, 이현석 작가의 <다른 세계에서도>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책속 현실을 직시하고 응시하게 한다.

그리고 외면하지 않게 한다.

외면하지 않는 응시도 넓은 의미에서는 행동의 실천이지 않을까?

의사로서의 본업과 별개로 소설가로서 아름다운 영향력을 발휘하는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작가를 기억하며 꾸준히 차기작의 애독자이고싶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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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가신 사랑 나쁜 사랑 3부작 1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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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면서도 미워하는

사랑하지만 부정하고 싶은 성가신 사랑

 


<나폴리 4부작> 베스트셀러 작가로 유명한 엘레나 페란테의 소설을 처음 만나보았다.

<나폴리 4부작>보다 훨씬 이전에 쓴 <나쁜사랑 3부작> 중 그녀의 데뷔작 <성가신 사랑>을 가장 먼저 읽어보았다.

스토리가 이어지는 연작이 아닌 각기 독립적인 작품들이지만 딸, 아내, 어머니 등 여성의 생애주기에 따른 사랑과 존재에 대한 이야기들로,

<성가신 사랑>은 딸의 입장에서 어머니의 존재를 응시하는 작품이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분위기와 도입부에 바로 등장하는 어머니의 죽음으로 인해 심상치 않은 소설이란 느낌으로 읽어나갔다.

주인공이자 딸인 델리아가 어머니의 장례식을 치른 후 어머니의 죽기 전 행적을 더듬는 현재 시점의 이야기와, 과거의 유년시절 기억들이 교차서술된다.

어머니에게 추파를 던지는 뭇 남성들의 시선, 의처증이 다분하고 폭력적인 아버지로 인해 얼룩진 과거에 치중하며 읽다가, 어머니의 죽음에 얽힌 미스테리를 밝히는 추리물인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읽은 작품이다.

소설 초두에 등장했던 말이 말미에 다시 등장하며 델리아의 유년시절 기억이 왜곡되었다라는 반전이 펼쳐지며 작품 전체를 처음부터 다시 되돌아보게 된다.

유년 시절은 과거시제로 영원히 머물러 있는 거짓말의 공장이다.

적어도 내 유년 시절은 그랬다.

성가신 사랑 p.266

 


내가 증오한 사람은 오직 한 사람,

내 어머니 마리아뿐이었다.

내가 해하고 싶었던 사람도 어머니 뿐이었다.

진실도 한계도 없는 거짓된 언어를 가지고 놀게 나만 홀로 이 세상에 내버려두었기 때문이다.

<성가신 사랑> p.274

델리아는 아름다운 매력을 지닌 어머니를 사랑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어머니의 매력으로 비롯되는 여타의 상황들로 어머니를 지독히 미워했던 것 같다.

어머니를 탐하는 남자들의 시선과 가정폭력이 끊이지 않는 상황 모두가 어머니의 매력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생각한 것 같다.

원죄와도 같은 어머니의 아름다움으로 인해 어머니가 언제든 자신을 버리고 홀연히 떠나가버릴 것 같은 불안감이 커졌으리라.

뒤늦게 자신의 왜곡된 기억을 바로보며 자신이 어머니에게 갖고 있었던 이중적인 감정을 깨닫고 만다.

폭력적인 아버지에 지나치게 얽매이며 읽다보니 주인공이 엄마에게 갖고 살아온 감정을 놓치며 읽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재독이 필수인 책이 되었다.


델리아는 또한 자신이 그 누구보다 어머니를 그대로 닮았음을 확인하게 된다.

너무도 사랑하지만 부정하고 싶은 존재였던 어머니처럼 자신을 같은 잣대로 부정하며 살아왔다.

사랑하지만 부정하고 싶었던 성가신 존재인 어머니는 이제 떠나고 없다.

어머니의 죽음을 통해 진실에 가닿으며 델리아가 좀더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리딩투데이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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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러시아 원전 번역본) - 톨스토이 단편선 현대지성 클래식 34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홍대화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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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고전은 가라!

삶의 지혜를 일깨우는 톨스토이 단편선!


한동안 방대한 분량의 관념적인 고전을 읽다가 톨스토이 단편선을 접했는데, 아이들에게 읽어주는 세계명작, 전래동화처럼 술술 읽혔다.

알고보니 이 글은 톨스토이가 <안나 카레리나> 집필 이후 사상적인 전환을 겪으며, 평범한 민중이 이해할 수 있도록 더 쉽고 더 단순하게 이야기체로 집필한 동화라고 한다.

어쩐지 시작부터 서사가 분명한 이야기가 귀에 쏙쏙 와닿았다.


수록된 10개의 단편은 복음서를 바탕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기독교적 윤리관을 평범한 민중이 이해할 수 있도록 이야기로 구성한 것들이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사랑이 있는 곳에 하나님이 있다>, <두 노인> 사람은 하나님의 가르침인 '사랑'으로 살아가고, 주변 이웃에게 사랑을 베풀며 실천적 사랑을 행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초반에 불길을 잡지 못하면 끌 수가 없다>, <촛불>, <대자> 악을 악으로 갚지 말고 넓은 마음으로 용서하고 포용하라는 가르침을 전한다.

<바보이반>, <사람에게는 얼마만한 땅이 필요한가>인간의 이기심과 탐욕이 가져올 수 있는 비극을 이야기하며, 순수하고 정직한 노동, 자족적인 삶의 자세를 통해 참된 행복을 누릴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노동과 질병과 죽음>, <세 가지 질문>은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소중하며, 그 순간을 함께하는 사람이 소중한 사람이며, 매 순간 선을 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교훈을 담고 있다.


 

진리는 어렵고 복잡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쉽고 편안하게 와닿는 이야기를 통해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 깨닫게 된다.

모든 이야기가 일상을 되돌아보게 했다.

사랑, 용서, 자족, 감사하는 마음, 현재를 살기!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생활속에서 실천하기!

어렵지 않게 진리를 일깨워준 톨스토이의 단편선이 내게 되새겨준 가르침 들이다.

 

짬을 내어 톨스토이의 대표작들을 더 읽고 싶다.

그의 문학관이 어떻게 변화해 말미에 이 동화를 썼는지 알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전쟁과 평화>, <부활>, 그리고 문고판으로 읽은게 전부인 <안나 카레리나>를 꼭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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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있잖아, 그거! 푸른숲 새싹 도서관 10
츠지타 노부코 지음, 양병헌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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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라고 말해도 척척 통하는 따스한 일상!

그거 있잖아, 그거!

이렇게만 말해도 척척 알아듣고 필요한 물건도 가져다주고, 원하는 게 무언지 알아차리는 엄마!

엄마는 어떻게 '그거'라고만 말해도 다 알아들을까?

제목에서 유추되는 에피소드가 궁금해 책을 펼치자 정말이지 우리들의 엄마는 모든 '그거'를 척척 알아듣는다.

모든 사람의 말과 행동을 유심히 살피고 귀를 기울이는 엄마의 따뜻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살짝 아이들한테 미안해졌다.

아이들이 가끔씩 얼버무리거나 떼를 쓰며 '그거'라고 말을 할 때, 그렇게 말하면 다른 사람이 어떻게 알아듣냐며 정확하게 말해야 한다고 다그쳤었단 말이다.

누구나 알아들기 쉽게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말을 하는 습관을 들이게 하려는 좋은 의도였지만,

그림책 속 엄마처럼 인간관계 속에서 섬세하게 상황을 살피며 척척 알아듣고 상대의 기분을 맞춰주는 세심함도 필요하리라~


꼭 엄마만이 아니라 아빠도, 오빠도, 언니도, 동생도 누구든 상대의 말과 기분을 헤아리고 대화한다면

흔히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다'는 말처럼 브레이크 없던 소통이 일어날 것이다.

문득 <오래 보아야 예쁘다. 너도 그렇다>라는 나태주의 시가 생각난다.

자세히 오래 보면 그 사람의 마음이 보이고 예쁘게 보이는 것처럼,

넓고 따뜻한 마음으로 상대를 바라보고 싶게 하는 책이다.

 

16장의 짧은 분량의 그림책으로 아이와 재미있게 읽고, 에피소드로 역할극을 해봐도 참 좋을 책이다.

<몽실북클럽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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