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를 넘겨 목차를 확인하는 순간,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이야기의 슬픔이 전해져오는 것 같아 심호흡을 하고 페이지를 넘겨갔다.
사전 정보를 통해 이 소설이 자전적 소설임을 알았기에 더 처연한 감정이 앞섰는지도 모르겠다.
부모의 불화로 일찍부터 가정의 울타리가 견고하지 못했던 소녀 V는 일찍 어른아이가 된다.
V는 불안정한 듯 쓸쓸하고 허한 마음을 독서 탐닉으로 달래고, 성적 조숙아로 자란다.
이혼한 어머니와 단둘이 살면서 어느 날 어머니를 따라 디너파티에 나가 50세 작가 G를 만난 게 모든 불행의 시작이었다.
G는 자신의 주특기인 문학을 이용해 온갖 달콤한 말로 포장한 편지 공세로 소녀 V를 유혹하고, 14세 소녀 V는 그에게 몸과 마음을 모두 바친다.
아빠보다 더 나이가 많은 어른에게 끌리는 자신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것을 사랑이라 믿었고, 엄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 관계에 직행한다.
그러나 G가 관계 맺고 있는 어린 소녀가 자신 뿐만이 아니라는 걸 알게되었고, G는 소설을 핑계로 거짓말로 일관한다.
결국 V는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된 상태로 G를 떠나 새로운 삶을 살고자 하지만 끊임없이 V의 삶 주변을 겉돌며 정상적인 삶을 방해하는 G의 환영에 시달려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