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가신 사랑 나쁜 사랑 3부작 1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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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면서도 미워하는

사랑하지만 부정하고 싶은 성가신 사랑

 


<나폴리 4부작> 베스트셀러 작가로 유명한 엘레나 페란테의 소설을 처음 만나보았다.

<나폴리 4부작>보다 훨씬 이전에 쓴 <나쁜사랑 3부작> 중 그녀의 데뷔작 <성가신 사랑>을 가장 먼저 읽어보았다.

스토리가 이어지는 연작이 아닌 각기 독립적인 작품들이지만 딸, 아내, 어머니 등 여성의 생애주기에 따른 사랑과 존재에 대한 이야기들로,

<성가신 사랑>은 딸의 입장에서 어머니의 존재를 응시하는 작품이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분위기와 도입부에 바로 등장하는 어머니의 죽음으로 인해 심상치 않은 소설이란 느낌으로 읽어나갔다.

주인공이자 딸인 델리아가 어머니의 장례식을 치른 후 어머니의 죽기 전 행적을 더듬는 현재 시점의 이야기와, 과거의 유년시절 기억들이 교차서술된다.

어머니에게 추파를 던지는 뭇 남성들의 시선, 의처증이 다분하고 폭력적인 아버지로 인해 얼룩진 과거에 치중하며 읽다가, 어머니의 죽음에 얽힌 미스테리를 밝히는 추리물인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읽은 작품이다.

소설 초두에 등장했던 말이 말미에 다시 등장하며 델리아의 유년시절 기억이 왜곡되었다라는 반전이 펼쳐지며 작품 전체를 처음부터 다시 되돌아보게 된다.

유년 시절은 과거시제로 영원히 머물러 있는 거짓말의 공장이다.

적어도 내 유년 시절은 그랬다.

성가신 사랑 p.266

 


내가 증오한 사람은 오직 한 사람,

내 어머니 마리아뿐이었다.

내가 해하고 싶었던 사람도 어머니 뿐이었다.

진실도 한계도 없는 거짓된 언어를 가지고 놀게 나만 홀로 이 세상에 내버려두었기 때문이다.

<성가신 사랑> p.274

델리아는 아름다운 매력을 지닌 어머니를 사랑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어머니의 매력으로 비롯되는 여타의 상황들로 어머니를 지독히 미워했던 것 같다.

어머니를 탐하는 남자들의 시선과 가정폭력이 끊이지 않는 상황 모두가 어머니의 매력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생각한 것 같다.

원죄와도 같은 어머니의 아름다움으로 인해 어머니가 언제든 자신을 버리고 홀연히 떠나가버릴 것 같은 불안감이 커졌으리라.

뒤늦게 자신의 왜곡된 기억을 바로보며 자신이 어머니에게 갖고 있었던 이중적인 감정을 깨닫고 만다.

폭력적인 아버지에 지나치게 얽매이며 읽다보니 주인공이 엄마에게 갖고 살아온 감정을 놓치며 읽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재독이 필수인 책이 되었다.


델리아는 또한 자신이 그 누구보다 어머니를 그대로 닮았음을 확인하게 된다.

너무도 사랑하지만 부정하고 싶은 존재였던 어머니처럼 자신을 같은 잣대로 부정하며 살아왔다.

사랑하지만 부정하고 싶었던 성가신 존재인 어머니는 이제 떠나고 없다.

어머니의 죽음을 통해 진실에 가닿으며 델리아가 좀더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리딩투데이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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