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 230 Days of Diary in America
김동영 지음 / 달 / 2007년 9월

그저 많은 여행 에세이 중의 하나이겠거니 하고 본 책인데, 생각보다 좋았다. 좋은 점은 여행 중 일어나는 일들, 어려움을 책에 실은 점이다. 그게 이 책만의 특징은 아니다. 너무 시적으로 적어서 독자가 짐작하기 어렵게 쓰지 않았다. 알기 쉽게 써놓은 점이 좋다. 가끔은 시적인 글들이 있어도, 그의 글은 대부분 이해하기 쉬운 편이었다. 또한, 기존 작가들이 잘 이야기하지 않는 점들을 적은 것도 좋았다.

예를 들어, ‘혼자 여행하느라 여자가 그리웠다‘는 이야기는 에세이에서 보기 힘든 고백이다. 대부분, 여행지에서의 이성과의 만남을 아름답게 그리기 일쑤인데, 실제를 보여주어 좋았다. 자칫 독자들이 부담스러워하거나 꺼려할 수도 있는 이야기인데 말이다. 책 마지막 즈음에는 ’나의 글들아 네가 유명해져 내게 많은 인세를 가져다줘. 그럼 난 큰 집을 살 수도 있을 거야‘ 라고 했다. 미워할 수가 없다.

여행을 떠나는 사람에게는 자신만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작가는 처음 도전한 방송작가 일에서 쫓겨났다. 이게 계기가 되어 여행을 했다. 어떤 사람은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여행을 떠나는데, 이 작가는 여행을 하라고 방송국에서 잘린 게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이도 딱 서른. 다들 떠나고 싶어 하는 나이. 아직 학생인 나는, 잘린다는 느낌을 모른다. 그래서 그렇겠지만 여행을 다니면서 성숙해지고, 책도 내고 결과적으로 좋은(?)일이 아니었을까 속단해본다.

작가는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인 잭 케루악이 쓴 『길 위에서(On the road)』주인공이 갔던 길을 따라서 여행을 한다. 또 길을 가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 뮤지션이 보고 느꼈던 것을 경험해 보기위해 그들이 갔던 곳을 가기도 한다. 기억 남는 에피소드는 1. 영어가 통하지 않아 너무 피곤하여 한 여관에서 말을 하지 않았더니, 말을 못하는 장애인인줄 알고 따뜻한 대접을 받았다는 이야기 2. 마음에 드는 친구가 생겼는데, 알고 보니 게이였다. 그리고 진지하게 만나보자고 제의를 받은 이야기 3. 경찰관에게 심문을 받다가 경찰관을 감동시킨 이야기.

이 중에서 세 번째 에피소드가 특히 마음에 남았다. 저자가 동양인이었기 때문에 엄하게 이루어진 심문이었다. 여기에는 왜 왔느냐, 여행은 왜 왔느냐, 왜 혼자 왔느냐 등등. 말도 안 되는 심문을 했다. 심문 중에 작가가 잭 케루악을 좋아하고, 그레이플 데드, 스티브 밀러 밴드를 좋아한다고 했다. 그랬더니, 검문관은 작가가 미국 젊은이들보다 미국 문화에 대해 더 잘 안다며 긴장을 풀었다. 경찰관은 불법 이민자들이 많고, 특히 아시아계 사람을 의심할 수 없었다면서 사과를 하였다. 이 에피소드는 역시 문화의 힘은 크다는 점을 다시 알려주었다. 험악한 분위기마저 부드럽게 녹일 수 있는 무엇.

어떤 여행 에세이에는 드라마 같은 일이 전혀 없기도 한데, 이 책에는 드라마와 같은 일이 많다는 것도 장점이다. 여행을 떠난 사람의 글을 읽는 것은 그 사람이 여행지에서 느낀 것들, 마주친 것들을 따라 읽는다는 점에 가장 큰 의의가 있을 테니 말이다. 나도 그래서 여행 에세이를 읽는다.

저자는 좋아하는 사람이 보고, 가보았던 곳을 가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생선 작가에게 배워야 할 점이라고 생각하였다. 나는 아직 소설 주인공이 거닐었던 무대를 찾아가는 것보다, 노래 가사의 배경이 되는 곳을 거니는 게 좋다. 에피톤 프로젝트의 노래 ‘이화동’처럼 말이다. 내가 여행을 가게 된다면, 읽었던 책들에서 영감을 받은 장소로 가는 것도 좋겠다. 그렇게 나도 떠나보면 생선작가를 알게 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