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마시는 커피는 어디서 온 거지?

커피의 정치학 - 공정무역 커피와 그 너머의 이야기
다니엘 재피 지음, 박진희 옮김 / 수북 / 2010년 12월

    커피의 정치학은 최근 몇년 전부터 화제가 되고 있는 '공정무역 커피'에 관한 책이다. 난 '공정무역 커피'하면 떠오르는  

   게  아름다운 가게의 커피들이다. 엄마가 사오시고, 아는 언니가 다른 사람 선물로 고른 공정무역 커피. 그 언니는 이렇게 

    말했다. "선물 주는 사람은 공정무역 커피를 사서 커피 생산자를 도와줄수 있어서 좋고, 받는 사람은 공정무역 커피에  

     대해 조금이라도 생각하게 될 거 아니야? 주는 사람 좋고, 받는 사람 좋은 선물이지~"  

      공정무역을 다룬 책이라고 해서 저자가 공정무역을 지나치게 이상화하지 않는다. 공정무역 자체의 한계점과 공정무역  

       운동사회 내부의 갈등들도 깊이있게 다루고 있다. 또 멕시코의 공정무역 커피재배 농가를 찾아가서 인터뷰하며  

       우리가 도와주려고 하는 그들의 삶이 어떤지도 보여준다.  

       공정무역이 시작하게 된 직접적인 이유는 '잘 사는 나라의 국민이 못 사는 나라의 국민이 생산하는 것을 구매해  

        저들의 삶이 풍요로워지게 하자'이다. 그런데 이 이유의 밑바탕에도 다양한 속내가 존재한다.   

       '남반구 국가들이 못 사는 건, 북반구 국가로 시장 진입을 하지 못해서다'  

        '북반구 국가들이 남반구 국가들에게 정당한 가격을 지불하지 않아서이다' 

        '북반구가 잘 사는 건 남반구의 부를 뺏고, 성장하지 못하게 해서이다'   

         이 속내가 공정무역 운동진영 내부의 노선 차이이고, 운동의 목표를 다르게 한다. 시장 진입을 도와주는데서 그치는 

      가, 공정한 분배까지 도와주는가 더 나아가 세계 시장의 변혁을 꾀하는가. 우리가 마시는 커피가 그들에게는 큰 의미가 

      있다는 말. 진부하지만 역시 사실이다. 어쨌거나 이 운동이 동력을 받아 움직이려면, 소비자든 스타벅스와 같은 대량  

      구매자들이 공정무역 커피를 구입해야 할 터이다. 공정무역 커피 시장은 날로 성장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하지만  

       이런 성장세라면 공정무역 커피가 커피시장의 진정한 '공정'무역을 이루어서 다른 상품분야로까지 나아가기엔 

        시간이 한참 걸릴 듯하다.  

         저자는 마지막에 가서 지금의 불공정한 시장을 바꾸고, 조금이라도 더 공정한 시장을 만들려면 소비자, 시민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중요한 건 운동 진영 내부만의 이슈가 얼마나 일반시민들에게로  

         퍼져 나가느냐 이겠다. 일반 시민들이 일반적으로 뚜렷한 행동을 하지 않는 경향으로 보아 힘들 것 같아서, 나도 

         한숨이 쉬어지는 대목이다. 가장 좋은 건, 국제사회의 협약, 조약, 기구등을 통해 제도화하면서 시민들도 같이  

         행동하는 것인데 말이다. 그런 날이 안 오더라도 오게 하는 게 시민의 자세라고 저자는 이야기하며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