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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ㅣ 환상문학전집 14
오스카 와일드 지음, 이선주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도리언 그레이는 아름답기만 했다.
이 책을 보면서 파우스트랑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파우스트는 세상의 모든 지식과 신비를 알아도 참을 수 없는
허무에 악마와 거래를 하는 학자다. "인간은 나쁜 길로 가는 때에도 자신이 무슨 짓을 하는 지 알고 있다"(정확하지 않음)
라는 예수님의 말처럼 그는 자신이 행하는 쾌락, 행동을 알았기 때문에 죽기 전에 그의 행동을 깨닫고, 그의 영혼은
천국으로 인도되어 간다. 그럼 도리언 그레이는? 그는 자신이 타락해간다는 걸 알았을까?
물론, 그는 알 수 밖에 없다. 그의 초상화가 그의 영혼을 말해주고 있으니 말이다.
그럼 마지막에, 그의 영혼은 구원받은 건가? 그의 영혼을 반영하는 초상화는 20대의 젊음 , 순수를 간직하고 도리언은
추하게 늙은 모습으로 죽었으니 말이다. 아니면 그저 초상화에 반영되던 그의 영혼이 실제의 그에게로 옮겨온 것 뿐?
아마 후자가 맞겠지 싶다.
사람들이 도리언 그레이라는 '절대적인 미'를 보고 그를 '절대적인 선'으로 여겼듯이 우리는 '아름답다=착하다' 라고
쉽게 생각한다. 그리고 이 공식을 쉽게 깨지 못한다. 바질이 이 공식을 깨고, 그레이를 신에게 인도하려 했으나 실패했
을 뿐이다. 그레이는 외모가 변하지 않음을, 청춘을 믿고 영혼을 팔았다. 영혼이 외모에 반영되지 않아 그레이는 점점
더 타락했다. (신이 있다면) 신들은 항상 늙지 않고, 아름답다고 여겨진다. 신들은 어떻게 타락하지 않을 수 있을까?
선천적으로 선한 존재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일까?
외모만 아름다운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까? "사람은 모두 착해야 한다. 타락하지 말아야 한다. " 라는 건 모두에게 주어
진 의무인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