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개의 고양이 눈 - 2011년 제44회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
최제훈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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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 읽기를 결정했을 때 개인적으로 이 작품에 대한 일종의 기대감이랄까 같은 두 가지의 강렬한 느낌을 가지고 있었는데, 먼저 뫼비우스의 띠가 그려진 책 표지의 그림에서 왠지 모를 신비한 모호성이 그 하나였고, 나머지는 미스터리 소설에 많은 호감을 가지고 있는 터여서 한편의 마법 같은 미스터리를 담고 있다는 책의 간략내용이 심상치 않게 받아 들여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내내 생각했던 건 이야기의 시작이 어디서부터였고 과연 어디에서 어떻게 끝나는 걸까하는 알 듯 모를 듯의 호기심과 더불어, 전개의 내용이 마치 음악의 도돌이표와 같이 끝없이 돌고 있다는 당혹스러움에 그 흐름의 중심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에 대한 정신적 혼란이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건데 결과적으로 아마도 작가는 이 작품에 대해 독자가 느끼게 되는 이러한 감정을 미리 구상하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처한 상황으로 몰고 가려고 한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이를테면 강을 두고 건너편에 도달하기 위해 중간쯤 왔을 때의 느낌처럼 처음으로 되돌아가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이대로 계속 앞으로 진행하여 갈지에 대한 갈등을 겪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곤란하고 난처한 상황에 대해 거부감이 들지 않았던 것은, 이 작품의 구성이 내게는 더 없이 흥미롭고 신선하게 다가왔다는 것과, 또한 그 전개부분에 있어 무궁무진하게 펼쳐지는 다양한 이야기가 독자의 입장에서 결코 어떤 따분함이나 건조함이 없이 맛깔스럽고 재미있게 받아들여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스터리 분야의 책을 좋아 하는 독자가 있다면 의외로 즐거운 독서의 시간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다.

이 작품은 폭설이 내리는 인적이 드문 어느 외딴 산장에 각기 다른 초면의 여섯 명의 남녀가 함께 모이면서부터 시작되는데, 이들은 연쇄 살인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카페회원들로 카페주인의 정중한 초대를 받고 이곳을 찾아 왔다가, 외부의 침입이 없는 밀실 속에 하나 둘씩 의문의 죽음을 당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여기까지만 보면 이 책은 으레 다른 어떤 추리 소설과 비슷해 보지만 문제는 그 다음에 연결되는 내용이 판이하게 달라져 또 다른 시점에서 죽음과 공포에 대한 이야기가 개별적으로 그려지고, 그 이야기 속에 또 다른 이야기가 복잡다단하게 끊임없이 전개되어 가고 있어, 독자들로 하여금 책 속으로 은근히 빠져들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대개 우리가 작품을 읽으면서 느끼게 되는 미스터리의 묘미는 책 속에서 전개되는 이야기의 어느 특정한 사건에 대한 것으로 한정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그러한 사건에 관련한 미스터리 보다는 이야기의 구성과 그 안에 존재하는 소재 부분에 대한 미스터리를 다루고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고, 작가는 이러한 점을 치밀하게 파고들어 국내 소설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다소 독특하면서도 재미있는 한편의 중후한 작품을 만들어 우리에게 선보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하나의 서사적 이야기를 두고 이와 연계한 또 다른 네 개의 이야기가 독립적이지만 유기적으로 전개되는 이 작품은, 독자가 내용을 통해 무언가 이야기의 실마리가 찾아간다 싶음을 느끼려고 할 때면 어느새 새로운 이야기가 불쑥 튀어나와 독자의 눈을 다른 방향으로 돌리게 만들고, 그래서 그 이야기 속에 다시 한참 빠져 읽다 보면 이것이 애초 처음의 이야기와 묘한 연결 관계를 이루며 약간 어긋난 반복을 되풀이 하고 있어, 해결의 실마리를 두고 주위를 뱅뱅 돌게 만드는 마치 우주 속을 유영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갖게 한다. 그래서 책을 읽다보면 전개되는 이야기가 때로는 궤변처럼 여겨지는가 하면 사뭇 진지하게 다가서기도 해서 독자로부터 그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묘한 매력이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또한 현실에서 직접 경험한 이야기 인지 아니면 그저 환상 속에만 존재 하는 이야기인지 그 구분을 짓기가 매우 애매모호한 경계의 사이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면서 섬세한 묘사와 함께 흥미 있는 내용이 다양하게 펼쳐지는 이 작품은,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에 텍스트가 절묘한 매치를 이루는 매우 특이한 구성의 새로운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전개되던 글의 흐름에서 그 배경이나 시점이 어느 순간 갑자기 돌변해버리거나, 구체적인 결말은 어디로 온데간데없이 은근슬쩍 사라져버리는 통에 가중되던 흥미의 맥이 허무하게 무너지고 있어 이러한 점은 일부 독자들에게 오히려 반감을 일으킬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문학성과 대중성이라는 두 가지 측면을 모두 맛볼 수 있게 한 이 작품을 통해, 개인적으로 이 작가의 작품 중 이 책이 나와 첫 대면임에도 그의 다른 소설은 과연 어떤 느낌을 전해 줄까 하는 호기심이 자연스레 불러일으키게 하는 동기가 된듯하고, 바라 건데 미로 속에 펼쳐지는 이 작품의 이야기가 다른 많은 독자들로부터 좋은 호응을 얻었으면 싶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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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와 불량선비 강이천 - 18세기 조선의 문화투쟁
백승종 지음 / 푸른역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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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지난 역사 이야기 중에서 후대에 이르러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하여 거의 침잠하다시피 한 각종 여러 사건이나 이에 얽힌 인물에 관한 내용은 언제나 그렇듯 우리의 호기심은 물론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는듯하다. 사실 역사 속에 나타난 많은 이야기들이 기록자에 의해 과연 객관적인 입장에서 썼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긴 하지만, 당시 상황들에 대한 구체적인 것이 그러한 자료이외에 이를 근거할만한 다른 여타의 대안이 없다고 보면, 이 책 저자의 말대로 있는 내용을 그대로를 받아들이되 문제의식을 가지고 단순하게 참과 거짓이라는 사실에만 그칠 것이 아닌 다양한 시각에서 이를 상세하게 살펴보고, 논리적으로 역사의 사실이 담고 있는 그 본질을 찾아가야 하는 것이 바로 역사를 배우는 우리의 진정한 자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역사에 관련한 책을 볼 때마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그 동안 우리는 역사의 내용에 대해 너무 단편적인 사실만을 가지고 마치 역사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알고 있는 양 순진한 생각으로 지금까지 흘러 온 것은 아닌지 하는 반성을 하게 될 때가 많다. 개인적으로 이 책은 역사의 내용 중 논의할 만한 그 일부를 따로 떼어내어 심층적으로 다룬 책이어서 선택한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내게 있어서는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을 폭넓게 만들어주는데 상당한 도움을 주었던 책으로 남아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일부 사람들에게는 이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이 그리 중요하지도 않은 지나간 역사의 단순한 이야기로 치부해 간단하게 넘겨버릴 수도 있을 법하지만, 저자가 내세우고자 하는 강이천이라는 한 인물의 발자취를 함께 따라가다 보면, 이 내용이 과거 어느 한 시점에 그냥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닌 오늘 우리의 현실에 비추어 연속선상에 있다는 점에서 여러 가지 생각해 볼만 한 의미 있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는 생각이다.

중국 주자에 의해 집대성 된 성리학은 우리나라 조선시대 통치의 주요 이데올로기였음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성리학은 세상의 모든 이치를 각종 수양과 공부를 통해서 먼저 깨달음을 중시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반면에 실사구시의 정신이 약하고 배타적인 면도 적지 않다고 본다. 이 책은 강이천이라는 정조 때에 한 선비가 성리학을 버리고 당시 평민 지식인층에서 유행했던 정감록과 같은 예언서에 심취하며 천주교에도 깊은 관심을 보이면서 이상주의를 꿈꾸던 상황에서, 자신과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교류하게 되는데 그 기세가 점차 확대되자 이에 위협을 느끼게 된 왕권을 포함한 기득권층으로부터 제재를 받게 되는 내용을 상세하게 담고 있는데, 저자는 당시 진행되던 이러한 과정을 정조와 강이천 간의 문화적 지배 권력을 둘러싸고 벌인 하나의 문화투쟁으로, 당시 이와 관련한 여러 인물들의 다양한 시각에서 이를 파헤쳐 보며 그 의의를 되새기고자 했다. 대체적으로 우리는 알고 있는 정조는 규장각의 설치와 더불어 문예부흥과 진보적인 개혁정치가로 이해하고 있지만, 저자는 정조를 도교나 불교는 물론이고 당시 새로 도입된 천주교에 대해서 이를 포용하지 못하고 상당히 적대적으로 대했으며, 더구나 문학에 있어서도 패관소품을 엄격히 금하는 정책을 시행해 사상적인 통제를 가하는 등 여러 부분에서 당시 기득권층이었던 노론벽파라 불리는 양반 집단과 결탁해 보수적인 정치성향을 가진 군주였다고 말한다. 그리고 정조의 이러한 입장은 당시 여러 상황에 비추어 볼 때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한편 강이천의 입장에서 그는 성리학적 지배 이데올로기에 의한 기존의 지배질서에 반감을 가진데다가 자신의 사상적 자유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정감록에 심취하며 천주교의 사상과 맞물린 무언가 새로운 변화를 모색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이유로 결국 그는 기득권층으로부터 사회 혼란을 부추기고 혹세무민 했다는 죄목으로 옥사를 당하게 되지만 생각해보면 이는 그가 시대를 너무 앞서갔기에 일종의 희생양이 된 억울한 측면이 있지 않나 하는 것이다.

강이천이라는 인물을 둘러싸고 정조가 벌인 문화투쟁의 내용은 결과적으로 보면 사회 안정이라는 명분은 얻었을지 몰라도 조선 후기의 지배체제가 더욱 보수화 되는 경향을 띠게 했고, 결국 사회개혁은 물론이고 개화의 흐름이 서서히 불기 시작했던 당시 시대의 상황을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게 되는 경직된 구조가 고착화 되는 원인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즉 개혁의 주체가 되어야 할 세력들이 이를 거부하고 받아들이지 않음으로서 이후 밀려드는 외세의 세력과 사회변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자체적으로 무너지는 결과를 초래한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이다. 특히 저자는 당시 사회 상황이 오늘 우리의 현 시국과 너무 닮아 있다고 진단하며 만약 그렇다고 본다면 이를 위해 지금 우리는 어쩌면 개혁을 위한 동력을 찾아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야 하는 상황인지도 모를 일이다.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문득 생각났던 것은 우리가 지난 역사를 통해 오늘의 사회를 바라보고 인식하는데 있어 혹시 편협적인 시각에 사로잡혀 그 핵심을 제대로 보질 못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이 있음을, 그리하여 안일하고 구태의연한 사고에 젖어 마침내 정치에 대한 무관심을 넘어 사회개혁에 필요성까지를 느끼지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 싶고, 무엇보다 개인적으로는 그 동안 단편적으로만 알아왔던 역사의 일부분을 다양한 시각에서 들여다봄으로서 그 인식의 확대를 꾀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내게는 여러 가지로 유익한 책이었던 것으로 기억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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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의 환자들 - 정신분석을 낳은 150가지 사례 이야기
김서영 지음 / 프로네시스(웅진)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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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때로 이성적인 것과는 별개로 평소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가도 어떤 특별한 상황만 되면 자신이 의도하지 않았던 돌출된 행동을 보이거나, 혹은 어느덧 자신도 모르게 익숙하게 배어버린 평범하지 않은 특이한 습관들로 인해 남들로부터 지적당해 곤혹스러웠던 기억들이 있었을 것이며, 만약에 그렇지 않다면 언젠가 스스로 문득 그런 유사한 점을 은연 중 발견하거나 인식하게 되었을 때 적잖은 당황스러움을 느꼈던 경험들이 한번쯤 있었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가끔은 그것의 원인이나 이유가 무엇인지를 그래서 나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에 심리학이나 정신분석에 관한 호기심이나 궁금증을 가져본 적이 있었을 듯싶다. 또한 꿈의 경우만 보더라도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전혀 엉뚱한 꿈을 꾸게 될 때도 뒤끝이 이상하여 개운치 않은 기분을 느낀 묘한 상황이 나에겐 결코 없었다고 이야기 할 사람은 아마도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여러 이유에서 본다면 아마도 이 책은 그 동안 우리가 궁금하게 여겼지만 쉽게 다가가기가 결코 쉽지만은 않았던 프로이트가 자신의 생애에 걸쳐 이룩해놓은 정신분석의 실체적인 세계를 조금 가까이 들여다보게 함으로서, 이를 통해 우리의 인문적 교양상식은 물론이고 우리의 삶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지식과 더불어 우리를 은근이 붙들어 매고 있는 어떤 미세한 정신적인 증상들을 주체적으로 심도 있게 파악하는데 도움을 주는 좋은 참고 서적이 되리라는 생각이어서 이런 분야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독자들이라면 한번 읽어보았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사실 개인적으로 심리학 관련한 책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으면서도 이에 쉽게 접근하지 못했던 것은 전문적인 용어나 이해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사실 이 책 역시도 부분적으로는 조금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있기는 했지만, 집중력을 가지고 관심 있게 들여다본다면 누구나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의 세계를 그리 어렵지 않게 이해하고 다가 설 수 있으리라고 보며, 더구나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과 연관되어지는 두 인물, 즉 칼 구스타프 융과 자크 라캉의 견해를 함께 둘러 볼 수 있어서 폭넓고도 자유로운 정신분석으로의 접근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 책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에 관하여 일반인에게는 조금 건조하고 따분하게 여겨질 수 있는 이론적인 내용에 치우치기보다는, 프로이트를 찾아 마음의 상처로부터 자유를 얻고 싶어 하는 여러 환자들을 통해 나타난 여러 실제 사례들 중 우리가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을 중심으로 엮어져 있는데, 이를 테면 우리가 흔히 꾸게 되는 꿈이나 여러 사람들과 주고받는 대화중에 건네지는 농담 속에 숨겨져 있는 진실이 무엇인지를 찾아본다든지, 특정물건이나 이름을 쉽게 잊어버리는 경우 혹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할 때 나타나는 현상 등 우리 생활에 단편적인 내용을 통하여 우리가 정신분석의 다양한 방법론은 배울 수 있도록 했으며, 또한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을 더욱 깊이 이해하기 위해 프로이트와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 했던 융과의 차이점 그리고 많은 전문가들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다시 프로이트로 돌아가야 한다고 역설하는 라캉의 관계를 서술해 놓았다. 생각해 볼 것은 프로이트의 정신 분석 이론은 수많은 시행착오와 노력 끝에 만들어 졌지만 이것이 언제나 정답으로 여겨지지 만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그가 분석한 내용을 통해 우리가 일상생활에 놓이게 되는 여러 상황 중에서 극도의 혼란이나 불편을 느끼게 될 때, 어떻게 하면 원래의 편안한 자신의 모습으로 되돌아 올 수 있는지에 대한 최선의 방법을 찾는 것이 아마도 이 책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중요한 요점 아닐까 싶고, 그것이 바로 우리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을 이해해야하는 근본적 원인이 되기도 하는듯하다.

저자는 서두에서 정신분석은 우리의 삶에 관한 모든 이야기라고 단정 지으면서, 우리가 흔히 느끼게 되는 죄책감, 허전함, 외로움, 사랑과 같은 감정의 기저에 억압이나 부정 그리고 거부나 욕망의 본질을 읽어내고 풀어 가는데 중요한 도구라고 말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정신분석은 우리가 인간으로 살아가는데 있어 결코 무시하거나 배제 할 수 없는 하나의 중요한 수단은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우리는 이를 이해하고 가까이하려 하기보다는 은연 중 자기 자신을 학대하거나 남의 탓으로 돌려 엉뚱한 방향에서 자기 자신을 바라본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여하튼 자신과 관련한 여러 내면적인 문제는 결코 남이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설사 자신을 옭아매는 매듭의 끈이 아무리 복잡하게 엉켜 있다 해도, 시간을 가지고 침착하게 해결하려 든다면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지 않고도 우리는 얼마든지 행복한 미래의 삶을 도모할 수 있는 여지가 있지 않을까 싶다. 따라서 이 책은 어쩌면 우리가 인생을 살아오면서 어쩔 수 없이 지니게 된 여러 고통스런 정신적 문제들을 스스로 쉽게 해결 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는 책인지도 모른다. 만약 오늘 당신의 마음 한 구석에 어쩔 줄 모르며 안고 있는 고민과 걱정과 불안이 있다면, 이 책에서 제시한 여러 이야기에서처럼 자신과의 솔직한 대화를 통해 현명한 정신분석의 방법을 시도해 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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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밤 세계문학의 숲 4
바진 지음, 김하림 옮김 / 시공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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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회의 구성원으로 필히 지니게 되는 여러 정서들 중에서 서양과 동양의 분명한 가치관의 차이점을 보이는 것 중 하나는 아마 가족에 대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가족을 이루는 형태에서부터 가족들 간에 형성되는 유대감과 역할 등 가정을 이룬다는 본질적인 면에서는 모르겠지만 이를 바라보고 인식하는 시각들이 조금은 다른듯하다. 물론 어느 쪽이 더 나은지는 우리가 논리적으로 명확하게 판단 할 수는 없지만, 가정이라는 공간에서 서로 소통하고 융화하며 조화를 이루는데 있어 궁극적 목표인 행복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방법론적인 것은 한번 깊이 생각 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이 책은 전쟁이라는 혼란스런 격변기속에 나타난 중국의 어느 한 지식인 부부의 평범한 가정사를 통해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족이라는 단어가 가진 그 진정한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 보게 하는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이다. 특히 이 소설은 가족이라는 것이 우리에게 있어 언제나 든든한 후원의 배경이 되는 긍정적인 구성체가 되기도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이것이 때로는 구속과 속박의 둘레가 될 수도 있음을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는데, 가족을 구성하며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과연 가족이란 무엇이며 어떤 존재여야 하는지를 놓고 여러 가지 의미심장한 내용을 전달 해주는듯해서 많은 독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일독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먼저 이 책의 내용은 오늘날 우리가 겪게 되는 가족의 문제와도 상당히 밀접한 연관이 있어서 많은 독자들로부터 충분한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책의 제목에서도 그렇고 작품의 시대적 배경에서도 마찬가지로 책 속에 흐르는 그 바탕의 분위기가 상당히 우울하고 암울하게 다가오는 이 작품은, 중일전쟁이 막바지에 이른 1940년대 후반 가난과 전쟁이라는 공포 속에 가난한 어느 가정의 이야기가 애잔하게 그려져 있다. 소설 속에는 세 명의 주요 인물이 등장하는데, 전쟁으로 인해 교육 사업에 대한 젊은 시절 자신이 간직해왔던 순수한 꿈을 잃어버리고 비록 나약하지만 긍정적이며 도덕적인 삶을 중시하며 살아가려는 한 남자와 그와 가족관계를 이루는 부인과 노모가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 그 구성원이 되어 함께 살아가지만 그들이 바라는 행복한 가족의 삶과는 거리가 먼, 언제부턴가 불행하고 어두운 하루의 일상을 반복하며 살게 된다. 이 불행의 주요원인은 남자를 중심에 두고 노모와 부인 간에 벌어지는 고부간의 심각한 갈등인데, 대학교육을 받아 신세대적인 가치관을 지닌 며느리와 전통적인 관습과 체면을 중시하는 노모가 사소한 일에도 서로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첨예하게 대립하며 급기야는 상대방을 비난하고 신뢰하지 못하는 관계에까지 이르게 되면서 마침내는 순탄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만다. 더구나 문제가 되는 것은 중간자적인 입장에서 이러한 상황을 알고도 이를 조정하지 못하고 우유부단하게 처신하고 마는 남자의 소극적인 행동이다. 결국 더욱더 심해지는 고부간의 갈등을 견디지 못한 며느리는 자신의 남편을 설득하여 당분간 떨어져 있기를 원하게 되고 이를 기점으로 평범했던 한 가족이 철저하게 몰락하고 마는 불행한 결과를 가져오면서 최종적으로는 가정 파괴의 책임에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 책은 사회의 변화에 따른 세대 간의 가치관 정립에 대한 혼란과 당시 전쟁으로 인해 피폐된 민중들의 초라한 삶을 한 가족의 형태를 빌어 대입시켜 당시 일상생활의 사실적인 표현으로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고 있음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저자의 등장인물들에 대한 섬세한 심리적 묘사가 매우 뛰어나 독자들을 작품 속으로 자연스럽게 흡입하게 만드는 은근한 매력을 발산하는 소설이 아닐까 싶다. 우리의 굴절된 인생의 모습을 보는 것과 같은 일종의 사회적 고발적인 작품으로까지 보여 지는 이 소설은 당시 시대적 상황에 따른 작위적인 인간 군상들의 여러 모습들을 간접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다는 것과, 서로 대립될 수밖에 없는 이성과 감정의 사이에서 고뇌하는 우리들의 삶을 가급적 객관적인 시각에서 다루고 있어서 독자들로 하여금 문학이 우리에게 주는 그 진정성을 깊이 느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다. 더불어 이 작품에 나오는 주인공이 어느덧 집안의 가장이라는 굴레를 뒤집어 쓴 채 자신의 어머니와 아내와의 사이에서 벌어지는 날카로운 신경전에 어느 편에도 서지 못하게 되는 거부할 수 없는 딜레마에 빠져 자신의 처지에 대해 결국 비굴한 삶을 선택해야만 했고, 그런 이유로 숙명적인 인생의 길을 걸어가야 했던 한 인간의 고독한 발자취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 주지 않나 싶다. 가족이라는 틀을 구성하여 같은 곳을 바라보고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 우리의 인생이 반드시 행복해진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사전에 전제 되어야 할 것은 이 책에서 드러난 것처럼 가족 구성원 간의 서로 깊은 신뢰와 사랑을 바탕으로 한 포용과 관용이 우선되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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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풀 크리처스 - 그린브라이어의 연인, 판타스틱 픽션 블루 BLUE 3-1 판타스틱 픽션 블루 Blue 3
캐미 가르시아.마거릿 스톨 지음, 김승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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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 독서를 주요 취미로 삼고 있는 그 누구에게도, 저마다 특정분야의 책에 대해 관심을 적게 가지거나 혹은 가급적 외면하게 되는 경우가 있고 혹은 그와는 반대인 상황이 있게 마련이다. 사실 이전에는 책이 주로 다루고 있는 내용이 판타지 형태를 띠고 있거나 현재는 일어날 가망성이 없는 먼 훗날 미지의 세계를 다룬 작품들에 대해서는 그것이 베스트셀러인 경우라 하더라도 거의 손을 떼다시피 했었다. 그런 이유로 이 책을 읽으면서도 솔직히 작품의 내용에 대해 중간에 집중력을 잃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감이 적지 않았으나, 이 책은 오히려 내게 있어서 그다지 친숙하지 않았던 판타지 소설에 대한 새로운 흥미는 물론이고 깊은 관심에 대한 동기를 부여 해준 나름대로 의미 있는 작품으로 다가온 책이다. 600페이지가 넘는 상당한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읽는 내내 다채롭게 전개되는 책의 내용에 깊게 몰입하도록 만든 이 작품은, 두 남녀의 아름답고 순수한 사랑의 과정에 판타지의 요소가 적절하게 가미되어 있어 재미는 물론이고 잔잔한 감동까지를 불러 일으켜주고 있기에 많은 독자들에게 한번 읽어 보기를 권하고 싶은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그 내용에 따른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장면이 그려지는 이유로, 원작을 바탕으로 영화가 제작된다면 싶은 생각을 했었는데 앞으로 영화로 선보일 예정이라고 하니 영화로 보는 그 느낌은 또 어떠할지 자못 기대가 되기도 하며, 개인적으로 이와 같은 장르에 속한 로맨스 판타지의 다른 어떤 작품과 객관적인 비교를 한다 해도 그 대중성과 문학성이 결코 뒤지지 않는 근래에 보기 드문 매우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 작품의 주 배경은 어떤 외부의 간섭과 변화도 싫어하며 오로지 자신들의 전통과 생각만이 옳은 것이며 그 이외의 것은 모두 터부시되는 극도로 폐쇄된 미국 남부의 어느 조그만 마을이다. 이런 환경에 동의하진 않지만 주인공 이선 웨이트는 자신의 선조들이 이곳에 정착한 이래로 으레 그렇듯 마을 사람들의 영향력 아래 이곳에서 태어나 16살의 젊은 청년으로 자라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이 마을에 리나 두케인이라는 외지의 한 소녀가 이곳으로 이주해왔다는 사실을 알고 다음날 학교에서 그녀를 만나게 되는데, 그녀의 모습은 자신이 매일 밤 꿈꾸는 악몽 속에 나타나는 이름 모를 여인의 모습과 똑같음을 알고 관심을 갖기에 이른다. 하지만 그녀는 마을 사람들로부터 자유분방하고 이곳 사람이 아니라는 이유로 마을과 학교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했고 그런 그녀를 옆에서 지켜보며 안타까움을 갖게 된 그는 그녀를 보호하려고 애를 쓴다. 시간이 흐르면서 두 주인공의 마음속에는 어느새 상대방에 대한 사랑이라는 묘한 감정이 움트게 되지만, 두 사람 앞에는 결코 쉽게 사랑할 수 없는 기구한 운명이 가로 놓여 있음을 알게 되고, 이들은 자신들의 사랑을 위하여 보이지 않는 저주의 힘을 풀기 위해 목숨을 담보로 새로운 모험에 돌입 하게 되는, 전반적으로 애절하고 아름다운 사랑이 흐르면서도 흥미진진하고 매혹적인 내용이 담겨져 있다.

영화든 책이든 사랑을 테마로 삼는 작품들은 많은 것은 그것이 누구나 보편적으로 느낄 수 있는 감정이어서 여러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얻는데 좋은 소재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 역시 사랑의 이야기가 그 바탕에 깔려있지만 전개과정에 있어 판타지적 신비함은 물론이고 스릴과 미스터리 같은 요소들이 적절하게 잘 나타나있어 독자들로 하여금 은연 중 책 속으로의 몰입에 빠져들게 하는 요인이 있는듯하고, 그 내용에 있어서도 단순하게 눈요기 식의 재미나 끼워 맞추기와 같은 억지스런 면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작품을 위한 저자들의 노력이 상당했음을 느끼게 한다. 특히 이 작품을 읽으면서 인상적이었던 것 중 하나는 등장인물들의 섬세한 심리 묘사나 매끄러우면서도 감칠맛 나는 언어의 표현에서 더할 나위 없는 독서의 즐거움과 다양한 상상력을 동원하게 하는 묘한 매력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책장을 덮으면서 자연스럽게 후속편에 대한 기대가 생각날 정도로 아쉬움을 크게 남기게 했던 이 책은 아마도 로맨스 판타지를 좋아하는 독자들로부터 상당히 긍정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책을 자주 접하면서도 이런 장르의 작품을 많이 보아오진 않았지만 이 책을 통해 판타지 소설에 대한 신선함을 느끼면서도 선입관을 불식 시키는 의외의 좋은 경험을 하지 않았나 싶다.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이 많은 독자들로부터 폭넓은 사랑을 받았으면 싶고 조만간 후속작품으로 다시 만났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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