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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풀 크리처스 - 그린브라이어의 연인, 판타스틱 픽션 블루 BLUE 3-1 ㅣ 판타스틱 픽션 블루 Blue 3
캐미 가르시아.마거릿 스톨 지음, 김승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1월
평점 :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 독서를 주요 취미로 삼고 있는 그 누구에게도, 저마다 특정분야의 책에 대해 관심을 적게 가지거나 혹은 가급적 외면하게 되는 경우가 있고 혹은 그와는 반대인 상황이 있게 마련이다. 사실 이전에는 책이 주로 다루고 있는 내용이 판타지 형태를 띠고 있거나 현재는 일어날 가망성이 없는 먼 훗날 미지의 세계를 다룬 작품들에 대해서는 그것이 베스트셀러인 경우라 하더라도 거의 손을 떼다시피 했었다. 그런 이유로 이 책을 읽으면서도 솔직히 작품의 내용에 대해 중간에 집중력을 잃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감이 적지 않았으나, 이 책은 오히려 내게 있어서 그다지 친숙하지 않았던 판타지 소설에 대한 새로운 흥미는 물론이고 깊은 관심에 대한 동기를 부여 해준 나름대로 의미 있는 작품으로 다가온 책이다. 600페이지가 넘는 상당한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읽는 내내 다채롭게 전개되는 책의 내용에 깊게 몰입하도록 만든 이 작품은, 두 남녀의 아름답고 순수한 사랑의 과정에 판타지의 요소가 적절하게 가미되어 있어 재미는 물론이고 잔잔한 감동까지를 불러 일으켜주고 있기에 많은 독자들에게 한번 읽어 보기를 권하고 싶은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그 내용에 따른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장면이 그려지는 이유로, 원작을 바탕으로 영화가 제작된다면 싶은 생각을 했었는데 앞으로 영화로 선보일 예정이라고 하니 영화로 보는 그 느낌은 또 어떠할지 자못 기대가 되기도 하며, 개인적으로 이와 같은 장르에 속한 로맨스 판타지의 다른 어떤 작품과 객관적인 비교를 한다 해도 그 대중성과 문학성이 결코 뒤지지 않는 근래에 보기 드문 매우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 작품의 주 배경은 어떤 외부의 간섭과 변화도 싫어하며 오로지 자신들의 전통과 생각만이 옳은 것이며 그 이외의 것은 모두 터부시되는 극도로 폐쇄된 미국 남부의 어느 조그만 마을이다. 이런 환경에 동의하진 않지만 주인공 이선 웨이트는 자신의 선조들이 이곳에 정착한 이래로 으레 그렇듯 마을 사람들의 영향력 아래 이곳에서 태어나 16살의 젊은 청년으로 자라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이 마을에 리나 두케인이라는 외지의 한 소녀가 이곳으로 이주해왔다는 사실을 알고 다음날 학교에서 그녀를 만나게 되는데, 그녀의 모습은 자신이 매일 밤 꿈꾸는 악몽 속에 나타나는 이름 모를 여인의 모습과 똑같음을 알고 관심을 갖기에 이른다. 하지만 그녀는 마을 사람들로부터 자유분방하고 이곳 사람이 아니라는 이유로 마을과 학교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했고 그런 그녀를 옆에서 지켜보며 안타까움을 갖게 된 그는 그녀를 보호하려고 애를 쓴다. 시간이 흐르면서 두 주인공의 마음속에는 어느새 상대방에 대한 사랑이라는 묘한 감정이 움트게 되지만, 두 사람 앞에는 결코 쉽게 사랑할 수 없는 기구한 운명이 가로 놓여 있음을 알게 되고, 이들은 자신들의 사랑을 위하여 보이지 않는 저주의 힘을 풀기 위해 목숨을 담보로 새로운 모험에 돌입 하게 되는, 전반적으로 애절하고 아름다운 사랑이 흐르면서도 흥미진진하고 매혹적인 내용이 담겨져 있다.
영화든 책이든 사랑을 테마로 삼는 작품들은 많은 것은 그것이 누구나 보편적으로 느낄 수 있는 감정이어서 여러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얻는데 좋은 소재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 역시 사랑의 이야기가 그 바탕에 깔려있지만 전개과정에 있어 판타지적 신비함은 물론이고 스릴과 미스터리 같은 요소들이 적절하게 잘 나타나있어 독자들로 하여금 은연 중 책 속으로의 몰입에 빠져들게 하는 요인이 있는듯하고, 그 내용에 있어서도 단순하게 눈요기 식의 재미나 끼워 맞추기와 같은 억지스런 면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작품을 위한 저자들의 노력이 상당했음을 느끼게 한다. 특히 이 작품을 읽으면서 인상적이었던 것 중 하나는 등장인물들의 섬세한 심리 묘사나 매끄러우면서도 감칠맛 나는 언어의 표현에서 더할 나위 없는 독서의 즐거움과 다양한 상상력을 동원하게 하는 묘한 매력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책장을 덮으면서 자연스럽게 후속편에 대한 기대가 생각날 정도로 아쉬움을 크게 남기게 했던 이 책은 아마도 로맨스 판타지를 좋아하는 독자들로부터 상당히 긍정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책을 자주 접하면서도 이런 장르의 작품을 많이 보아오진 않았지만 이 책을 통해 판타지 소설에 대한 신선함을 느끼면서도 선입관을 불식 시키는 의외의 좋은 경험을 하지 않았나 싶다.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이 많은 독자들로부터 폭넓은 사랑을 받았으면 싶고 조만간 후속작품으로 다시 만났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