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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학 ㅣ 펭귄클래식
아리스토텔레스 지음, 김한식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인간이 여타의 동물들과 사뭇 다른 것 중 하나는 단순하게 내뱉어지는 감탄사의 어휘가 아닌 세분화된 음성으로 의미 있는 단어들을 창조할 수 있고, 이러한 언어를 통해 타인에게 자신의 감정이나 경험의 내용들을 전달하며 이를 공유하고 스스로의 사고 능력을 키워 가는데 있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인간이 느끼게 되는 기쁨이라든지 슬픔에 관한 그 표현의 발로는 아마도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생각해 볼 것은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정제하여 의미 있게 타인에게 전달 할 것인가와 어떻게 학문적으로 접근할 것인가에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정형화 된 교과서와 같은 텍스트를 찾게 되었고 마침내 그 중심에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이 있음을 본다. 시학은 오늘날 문학이라 통칭되어지는 시창작의 본질과 원리를 체계화하여 정립하려 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할 수 있겠으며, 아리스토텔레스 자신만의 독자적인 이론을 통해 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것에서 적어도 문학에 관심을 두고 있는 독자라면 한번 시간을 두고 통독해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다. 개인적으로 고전에 관하여 한걸음 가까이 접근하고자 했기에 이 책을 선택 하게 되었지만 사실 고전이란 것이 그렇듯 그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며 따라가기에는 그리 만만치 않았던 책으로 기억 된다. 하지만 그의 사상과 관련하여 그가 피력하고자 하는 근원적인 문학의 본질을 살펴봄으로서 우리가 흔히 말하는 희극과 비극, 서사시와 극시에 대한 그의 견해에서 많은 것을 알게 된듯하고 그 동안 잘 모르고 있었던 서양 문예비평에 대한 핵심을 주해를 통해 한층 가까이서 들여다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큰 만족을 얻게 된 책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시학은 아리스토텔레스가 누구에게나 알리고 싶은 출판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 그가 학생들을 위해 강의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서, 그 내용이 상당히 개략적일 수밖에 없으며 주제별로 체계적으로 다루어져 있다기보다 상당히 뒤섞여져 있고, 구체적인 부분에서도 다분히 함축적이고 간략하게 적혀져 있어서 오늘날 이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아직까지도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 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많은 학자들에게 우선시 되고 있는 것은 고대 그리스의 비극 작품들과 호메로스의 서사시를 대상으로 창작원리를 명쾌하게 분석해 놓음으로서 이 책이 서구 문학 이론의 역사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시학에 남아 있는 것은 비극을 상세하게 분석한 내용뿐이며 희극적인 것은 다루어지지 않았는데, 아리스토텔레스는 비극과 희극은 재현방식은 같지만 재현의 대상이 다르다는 점에서 비극은 고상하고 고귀한 것이며 희극은 경박하고 저속한 것이라고 구분지어 말하며, 또한 비극과 서사시는 그 방식은 대립되지만 그 대상은 동일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그는 비극으로서 특징을 가지려면 줄거리, 성격, 표현, 사상, 볼거리, 노래를 지니고 있어야 하는데, 여기서 비극의 구체적인 목적은 연민과 두려움을 불러일으킴으로서 감정의 정화 즉 카타르시스를 실현하는데 있다고 이야기 한다. 이외에도 이 책 안에는 비극의 정의와 효과 그리고 그 구조와 특성 등을 포함하여 서사시와 비극의 차이점이 구체적으로 설명되어 있고, 비극과 관련한 그의 견해가 두루 담겨 있어 여러 가지로 음미할 내용이 많은 책이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또 하나 우리가 시학과 관련하여 비교하여 눈여겨 봐두어야 하는 것은 아리스토텔레스와 그의 스승인 플라톤과의 시 창작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점이다. 이를테면 시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플라톤은 시라는 것은 도덕적인 가치가 없는 것이며 시인은 단순한 모방자에 불과하다고 말하지만, 그는 시의 모방은 그대로 베껴내는 것이 아닌 유기적인 결합을 통해 하나의 창조과정이며 그런 의미에서 시인을 창작자로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은 그 주된 내용이 시와 관련한 세부적인 것을 다루고 있긴 하지만 비극적인 것에 그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서사시나 희극은 비극에 비해 상당히 열등한 것으로 치부해버리며 개인의 감정이나 주관을 노래한 서정시에 관한 언급이 없다는 점에서 상당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시학을 놓고 볼 때 이 책은 그의 철학적 사유가 녹아든, 시란 과연 무엇이며 시 창작에 대한 원리를 포함하여 그 본질을 체계화함은 물론이고 이를 통해 서양 문예비평에 그 기초를 이루는데 그 토대가 되었으며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아직까지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되어야 마땅하지 않을까 싶다. 따라서 어떤 학문이든 원론적인 것을 그냥 지나치거나 배제하고서 그 실체를 가늠하거나 제대로 인식할 수 없듯이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문학을 접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봐야 하는 좋은 책이 아닌가 싶다. 문학이든 예술이든 고전이라는 호칭은 모범이 되는 충분한 가치와 의미가 있는 작품일 때야 비로소 얻게 되는 말이다. 누구나 고전을 가까이 하고 싶은 생각을 하게 되지만 막상 다가서면 왠지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고전은 아닐까 싶다. 하지만 고전이 담고 있는 그 내용이 우리에게 다가왔을 때 지적인 그 깊이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시학 원문을 바탕으로 기존의 다른 주해서와는 달리 현대적 시각으로 독자들에게 풍부하고 알찬 해설을 통해 고전중의 고전으로 알려져 있는 시학을 이제 본격적으로 감상해 봄은 어떤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