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셔스
사파이어 지음, 박미영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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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여기 한 소녀가 있다. 그녀는 4살 때부터 부모에게 하루가 멀게 정신적 육체적으로 무자비한 가정폭력과 성폭력에 시달리다가 급기야는 12살에 자신의 아버지로부터 강제적인 성폭행에 의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다운증후군인 아이를 낳게 되었고, 곧이어 16살에도 똑같은 폭행으로 둘째 아이를 낳게 된다. 이것도 모자라 그녀는 짐승 같은 아버지로부터 에이즈라는 병까지 얻은 채로 불행한 굴레에 갇혀 힘겨운 영혼으로 홀로 서있었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그 누구도 그녀를 구출해 주지 않았다. 다소 의아스럽고 마치 해외토픽에나 나올 만큼 충격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책은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과 함께 온통 내 가슴을 먹먹하게 한 그야말로 책을 읽는 내내 안타까움이 들게 했던 작품으로 기억 된다. 아마도 어떤 이는 소설에나 나올법한 이러한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보고 결코 있을 수없는 이야기라며 폄훼하듯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눈을 좀 크게 뜨고 양지에 가려 그늘진 우리 사회의 구석을 자세히 한번 살펴보라고 말해주고 싶은 생각이 든다. 솔직히 설사 책의 내용과 똑같을지는 않을지언정 이와 유사한 상황이 우리의 사회에도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임에도 아직까지 우리가 잘 모르고 있거나 아니면 이를 알고도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니 하고 회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은 아이 스스로의 인격은 무시당한 채 부모로부터 가정 내에서 행해지는 무자비한 체벌과 성폭력, 그리고 단지 공부를 잘하지 못하고 뚱뚱하고 못생겼다는 이유만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받아야하고 멸시 당하는, 사회폭력에 무방비 상태로 놓인 바로 우리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그려내어 우리의 마음에 경종을 울리는 사회고발적인 내용과 그러한 악조건 하에서도 존중받는 인격체로 살아가기 위해 비록 험난한 현실이지만 한 가닥 희망을 버리지 않고 이를 극복하고 이겨내려는 한 소녀의 감동적인 내용이 잘 조화 되어 있어서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잔잔하고도 애틋한 여운을 주는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이다.

제 82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하기도 한 영화 프레셔스의 원작인 이 소설은 미국 할렘가의 어느 소외된 한 가정을 배경으로 어려서부터 부모에게 짐승 같은 대우를 받으며 폭력과 겁탈을 당하는 프레셔스라는 12살 어린 소녀의 고백적인 수기 형식으로 되어 있는 있는데, 그 내용이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어서 당시 미국사회의 많은 사람들에게 적잖은 충격은 물론이고 충분한 공감과 감동을 주었던 작품이기도 하다. 매일같이 부모로부터 잦은 학대로 인해 노예와 같은 삶을 살아가던 주인공은 자신의 아버지로부터 강제적인 성폭력에 첫 아이를 출산하면서 집안에서는 사회연금을 타기위한 일종의 도구로 전락하게 되고, 외모적인 것으로 학교에서는 친구들로부터 왕따를 당하는 현실에서 그녀는 스스로 나는 아무에게도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는데 왜 이런 고통스런 현실을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된다. 가혹한 친구들의 놀림에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우연하게 알게 된 대안학교에서 그녀는 새로운 선생님을 만나게 되는데, 선생님으로부터 이제껏 단 한 번도 느끼지 못했던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는 따뜻한 배려와 격려를 듣게 되고, 그곳 학교에서 만난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친구들과 마음을 열고 대화를 하면서, 그녀는 그 동안 세상의 좋지 않은 면을 바라보고 살았던 부정적인 시각을 버리고 배움을 통해 어두웠던 과거의 기억으로부터 벗어나 새롭고 희망적인 삶을 살아 갈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된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문득 생각이 난 것은 우리의 학교교육이나 사회제도가 도덕적이고 정의로운 삶을 가르치면서도 실상의 내용을 보면 그것과는 상당히 괴리된 현실이 나타나고 있지 않는가 하는 것이다. 마치 곧 다가올 우리의 미래가 누구나 살기 좋고 행복한 세상인 양 떠들어 대고 있지만 뉴스의 사회면만 보더라도 극도의 이기주의와 천민자본주의에 물든 우리의 타락한 모습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어, 실제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을 생각하면 그리 낙관적이지만은 않아 보인다. 더구나 자신의 이상과 꿈을 가지고 힘찬 날개 짓을 해야 할 순수한 우리의 청소년들에게 있어서 이러한 현실은 일탈적인 행위를 부추기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어 사실 자못 불안한 현실인 것 같기도 하다. 어느 누구든 세상에 태어나 사랑받은 기억보다는 버림받고 학대 받은 기억을 유지한 채 살아가고픈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우리 주위를 조금만 자세히 둘러보면 이 책의 주인공처럼 양지에 가려 그늘진 구석에서 홀로 외로이 자신의 아픔을 달래며 오늘을 억지로 버티며 살아가는 우리의 아이들이 분명 있을 것으로 본다. 어둠속에서 밝은 빛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비관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그들에게 과연 필요한 것은 무엇 일까. 아마도 그것은 우리 어른들의 따뜻한 관심과 격려 그리고 사랑이 아닐까 싶다. 이 작품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가정폭력에 대한 심각성을 재인식하고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고 못 배우고 외모적인 것으로 인해 차별하게 되는 편협적인 시각으로부터 부디 자유로웠으면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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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일의 레시피 키친앤소울 시리즈 Kitchen & Soul series 1
이부키 유키 지음, 김윤수 옮김 / 예담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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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우리는 살아가면서 자신을 중심으로 해서 가족을 포함한 그 주위에 있는 여러 친구 그리고 존경하는 스승이나 선배 등 이외에도 직간접적으로 맺어져 있는 사람들과 적잖은 마음의 공감과 교류를 통해 날마다 자신의 역사를 새로이 만들어 간다. 그러한 사람들로부터 파생되는 사랑과 우정, 존경심이나 포용과 같은 단어가 주는 진정한 의미를 깊이 되새기고 가치 있는 인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느끼면서 말이다. 그러나 때로 우리는 정작 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곁에 포진해 있으면서 그 고마움을 주는 존재인지를 모르고 이를 망각하고 지내다가 어느 날 문득 그 대상들이 자신에게서 멀어져 하나 둘씩 사라져 가고 나서야 그들이 자신에게 있어 정말 소중한 사람들이었음을 뒤늦게 깨달을 때가 있다. 특히 이중 가족의 존재는 더욱더 그렇다 할 것이다. 철없는 생각과 일탈의 행동을 보이던 경우에도 언제나 가까이에서 따스한 손길을 내밀어 주던 이가 있었을 것이고, 자신에게 짐 지워진 세상의 무게가 버거워 절망의 순간 앞에 다다랐을 때에도 그들은 진심으로 용기를 잃지 말고 살아 갈수 있도록 아낌없는 응원을 해주었을 것이며, 행여 실수로 뼈아픈 상황에 처해 맞이한 괴로운 현실에서도 그들은 마치 자신의 일인 양 안타까워하며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를 생각하며 고민했을 것이다. 따라서 아무리 각박한 세상을 살아간다 해도 아마도 우리가 결코 잊지 말아야 할 일이 있다면, 자신과 함께하면서 변치 않는 위로와 용기를 주던 그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생각하며 이들의 존재를 언제든 감사히 받아들여야 할 일이란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 책은 오늘을 살아가면서 더러 그 존재의 중요함을 알지 못하고 지나쳐버리는 우리 주위에 많은 사람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더불어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감동적인 소설이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은 어느 한 가정에 엄마라는 실체가 문득 사라져버리고 가족이라는 의미가 점차 퇴색해져가면서 쓸쓸하고 고독한 시간에 머물러 있게 된, 우리가 어쩌면 한번은 겪게 될 수도 있는 가족 간의 우울한 상황을 배경으로 그 구성원들을 통해 지나간 아름다운 추억을 떠올리며 뒤늦은 회한의 감정을 추스르면서 이를 극복해가는 감동적인 내용이 담겨져 있는 작품이다. 어느 날 자신의 아내를 급작스럽게 잃으면서 그 동안 아내가 차지해 온 빈자리를 감당하지 못하던 주인공은 매일 같이 무의미한 하루를 살아가게 된다. 그는 딸아이 하나를 낳고 먼저 떠나버린 첫 번째 부인을 잃고 홀로 아이를 키우며 살아가다가 자신의 누나를 통해 우연하게 알게 된 새로운 여자와 두 번째 결혼을 하면서 그녀의 능동적이며 정성스런 내조 덕분에 행복한 생활을 영위해 왔었는데 이제 더 이상 그녀를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게다가 불행이란 연속적으로 오는 것인지 몰라도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시집가서 행복한 삶을 영위하리라 믿었던 애지중지 키운 딸이 아내의 49재 중 남편의 외도로 충격을 받고 상심한 채 이혼을 전제로 집으로 무작정 찾아 온 것이다. 그러나 이런 곤란한 상황을 미리 예견했던 것일까 그의 아내는 살아생전에 이토모라는 여자를 통해 자신이 만든 레시피로 요리를 만들어 49재가 슬프고 우울하지 않는 분위기가 되지 않도록 해달라는 부탁을 해놓았는데 그녀는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낮선 이곳을 방문하게 된다. 결국 죽은 아내가 이전에 만들어 놓은 레시피는 집안에 드리워졌던 슬픔과 고독을 말끔하게 씻어주는 역할을 하게 되고, 죽음으로 인해 그 동안 이어져왔던 가족의 유대감이 어느 한 순간 단절된 것이 아닌 새로운 시작임을 알게 해주는 중요한 매개체가 되어가면서 가족에 대한 소중한 가치와 그 의미를 새삼 다시 깨닫게 하고 있다.

우리는 언제나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편안하게 안주하며 하루하루의 삶을 살아가지만 이에 대한 고마움과 감사함을 느끼기 보다는 그저 무덤덤하게 살아가게 되는 때가 더러 있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죽음이라는 무한한 이별의 아픔을 겪고 나서야 뒤늦게 우리는 살아생전에 가족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좀 더 잘 챙겨주지 못한 것에 자신을 탓하곤 한다. 돌이켜보면 손안에 쥐고 있을 당시에는 그 소중함과 가치를 모르는 것처럼 가족이 있음으로 인해 우리가 가장 행복한 순간을 만끽하고 있고, 또 이를 통해 자신의 인생이 더없이 윤택해지며 아름다워지고 있음을 깨닫지 못하다가 엉뚱한 방향에서 우리는 자신의 행복을 찾아 헤매고 있는 것은 아닐까도 싶다. 요즈음 가족해체라는 말이 일반화 될 정도로 이런 저런 이유로 점차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듯하다. 물론 나름대로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지만 왜 이러한 내용이 우리사회에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인지 우리는 스스로 한번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보며 또한 가족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오늘 자신의 가족을 위해 스스로가 혹시나 잘못한 것은 없었는지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들을 진정 대하지 못한 것은 아닌지 하루 동안 잠깐의 시간을 내어서라도 반성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이 책 줄거리 속에는 가족과 함께 행복을 공유할만한 재미있고 다양한 레시피가 등장한다. 가족을 위해 저마다의 독특한 레시피를 만들어 아름다운 추억이 될 수 있는 장면을 연출해 보는 것도 행복을 추구하는 하나의 의미 있는 방법이 아닐까 싶으며, 그리고 무엇보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진지하게 생각해보았으면 싶은 것은 우리 자신에게서 가족이란 어떤 의미이며 또 그 존재가 무엇일까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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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학 펭귄클래식
아리스토텔레스 지음, 김한식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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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간이 여타의 동물들과 사뭇 다른 것 중 하나는 단순하게 내뱉어지는 감탄사의 어휘가 아닌 세분화된 음성으로 의미 있는 단어들을 창조할 수 있고, 이러한 언어를 통해 타인에게 자신의 감정이나 경험의 내용들을 전달하며 이를 공유하고 스스로의 사고 능력을 키워 가는데 있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인간이 느끼게 되는 기쁨이라든지 슬픔에 관한 그 표현의 발로는 아마도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생각해 볼 것은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정제하여 의미 있게 타인에게 전달 할 것인가와 어떻게 학문적으로 접근할 것인가에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정형화 된 교과서와 같은 텍스트를 찾게 되었고 마침내 그 중심에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이 있음을 본다. 시학은 오늘날 문학이라 통칭되어지는 시창작의 본질과 원리를 체계화하여 정립하려 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할 수 있겠으며, 아리스토텔레스 자신만의 독자적인 이론을 통해 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것에서 적어도 문학에 관심을 두고 있는 독자라면 한번 시간을 두고 통독해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다. 개인적으로 고전에 관하여 한걸음 가까이 접근하고자 했기에 이 책을 선택 하게 되었지만 사실 고전이란 것이 그렇듯 그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며 따라가기에는 그리 만만치 않았던 책으로 기억 된다. 하지만 그의 사상과 관련하여 그가 피력하고자 하는 근원적인 문학의 본질을 살펴봄으로서 우리가 흔히 말하는 희극과 비극, 서사시와 극시에 대한 그의 견해에서 많은 것을 알게 된듯하고 그 동안 잘 모르고 있었던 서양 문예비평에 대한 핵심을 주해를 통해 한층 가까이서 들여다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큰 만족을 얻게 된 책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시학은 아리스토텔레스가 누구에게나 알리고 싶은 출판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 그가 학생들을 위해 강의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서, 그 내용이 상당히 개략적일 수밖에 없으며 주제별로 체계적으로 다루어져 있다기보다 상당히 뒤섞여져 있고, 구체적인 부분에서도 다분히 함축적이고 간략하게 적혀져 있어서 오늘날 이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아직까지도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 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많은 학자들에게 우선시 되고 있는 것은 고대 그리스의 비극 작품들과 호메로스의 서사시를 대상으로 창작원리를 명쾌하게 분석해 놓음으로서 이 책이 서구 문학 이론의 역사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시학에 남아 있는 것은 비극을 상세하게 분석한 내용뿐이며 희극적인 것은 다루어지지 않았는데, 아리스토텔레스는 비극과 희극은 재현방식은 같지만 재현의 대상이 다르다는 점에서 비극은 고상하고 고귀한 것이며 희극은 경박하고 저속한 것이라고 구분지어 말하며, 또한 비극과 서사시는 그 방식은 대립되지만 그 대상은 동일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그는 비극으로서 특징을 가지려면 줄거리, 성격, 표현, 사상, 볼거리, 노래를 지니고 있어야 하는데, 여기서 비극의 구체적인 목적은 연민과 두려움을 불러일으킴으로서 감정의 정화 즉 카타르시스를 실현하는데 있다고 이야기 한다. 이외에도 이 책 안에는 비극의 정의와 효과 그리고 그 구조와 특성 등을 포함하여 서사시와 비극의 차이점이 구체적으로 설명되어 있고, 비극과 관련한 그의 견해가 두루 담겨 있어 여러 가지로 음미할 내용이 많은 책이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또 하나 우리가 시학과 관련하여 비교하여 눈여겨 봐두어야 하는 것은 아리스토텔레스와 그의 스승인 플라톤과의 시 창작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점이다. 이를테면 시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플라톤은 시라는 것은 도덕적인 가치가 없는 것이며 시인은 단순한 모방자에 불과하다고 말하지만, 그는 시의 모방은 그대로 베껴내는 것이 아닌 유기적인 결합을 통해 하나의 창조과정이며 그런 의미에서 시인을 창작자로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은 그 주된 내용이 시와 관련한 세부적인 것을 다루고 있긴 하지만 비극적인 것에 그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서사시나 희극은 비극에 비해 상당히 열등한 것으로 치부해버리며 개인의 감정이나 주관을 노래한 서정시에 관한 언급이 없다는 점에서 상당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시학을 놓고 볼 때 이 책은 그의 철학적 사유가 녹아든, 시란 과연 무엇이며 시 창작에 대한 원리를 포함하여 그 본질을 체계화함은 물론이고 이를 통해 서양 문예비평에 그 기초를 이루는데 그 토대가 되었으며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아직까지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되어야 마땅하지 않을까 싶다. 따라서 어떤 학문이든 원론적인 것을 그냥 지나치거나 배제하고서 그 실체를 가늠하거나 제대로 인식할 수 없듯이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문학을 접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봐야 하는 좋은 책이 아닌가 싶다. 문학이든 예술이든 고전이라는 호칭은 모범이 되는 충분한 가치와 의미가 있는 작품일 때야 비로소 얻게 되는 말이다. 누구나 고전을 가까이 하고 싶은 생각을 하게 되지만 막상 다가서면 왠지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고전은 아닐까 싶다. 하지만 고전이 담고 있는 그 내용이 우리에게 다가왔을 때 지적인 그 깊이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시학 원문을 바탕으로 기존의 다른 주해서와는 달리 현대적 시각으로 독자들에게 풍부하고 알찬 해설을 통해 고전중의 고전으로 알려져 있는 시학을 이제 본격적으로 감상해 봄은 어떤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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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카르테 1 신의 카르테 1
나쓰카와 소스케 지음, 채숙향 옮김 / 작품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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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사람들은 때로 자신의 인생에 대해 희망은 보이지 않고 주어진 삶의 무게가 감당 할 수 없을 만큼 무겁게 느껴져 압박을 당하게 되거나, 혹은 평온한 인생을 살아가다가도 어느 날 문득 정신적 육체적으로 고통의 아픔을 껴안게 되는 경우 삶의 대한 희망보다는 절망에 가까운 몸부림으로 일탈을 넘어 급기야는 극한의 행동을 서슴없이 선택하려는 경향을 보일 때가 있다. 그러나 아무리 세상 살기가 힘들고 어렵다고 해도 한 발 머물러 자신의 마음을 가다듬어 눈을 크게 뜨고 우리 주위를 자세히 둘러보면, 누군가로부터 기꺼이 어깨를 기대고 싶을 만큼의 큰 감동이나 힘을 얻게 되기도 하고, 묵묵하게 자신을 응원해주고 지켜봐주는 이가 있어 그래도 아직은 세상 속에 살아갈 만한 이유들이 있음을 그때서야 뒤늦게 깨닫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일까 모르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정말 오랜만에 가슴 뭉클한 감동은 물론이고 책 속 주인공을 통하여 각박하고 거친 세상에서도 결코 흔들리지 않고 아름다운 인생을 가꾸어 나가는 한 인간의 단면을 본 듯하여, 오늘을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이 책을 꼭 한번 접해봤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현직의사가 자신의 현장 경험을 살려 사실적인 생생함이 그대로 전해지는 이 작품은 간결한 문체와 더불어 생사의 갈림길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병원을 주 배경으로 하면서도 시종일관 그 분위기가 매우 경쾌하고 코믹스럽게 연결되어 있어서 독자들로 하여금 어떤 건조함도 주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책 속으로 빠지게 하는 묘한 매력을 담고 있는 책이다. 또한 책 속에는 저마다 독특한 캐릭터들이 등장하여 서로 교감을 나누면서 그 안에서 상대방을 위한 배려와 이해 그리고 따뜻한 인간미를 나누는 과정 등을 통해 우리가 친근하게 다가가 따뜻함을 느낄 수 장면들이 많아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이야기의 전개를 통해 누구나 깊은 감동을 받을 수 있으리라 보며, 우리에게 나름대로 삶에 교훈적인 의미까지를 전해주기도 해서 근래 보기 드문 좋은 작품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일본의 어느 작은 지방의 소도시 신슈라는 곳에 위치한 혼조병원에는 괴짜 의사 한명이 있다. 그는 능력 있고 촉망받는 의사이면서도 지금보다 더 좋은 다른 대학병원을 마다하고 5년째 오로지 이 병원을 고수하며 근무하고 있는데, 이곳의 환경을 보면 야근을 밥 먹듯이 해야 하고, 쉬는 날에도 응급환자가 생기면 언제라도 호출되어 달려가야 하며 야간 당직인 경우에는 자신의 전문 분야인 내과 말고도 외과나 이비인후과에 어울리는 환자들까지도 모조리 돌봐야 하는 그야말로 열악하기 그지없음에도 그는 이러한 환경에 불평불만을 늘어놓기보다 의사로서 자신이 돌봐야 하는 환자의 아픔과 애환에 함께 공감하며 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통해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보람된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병원으로부터 자신이 주치의로 있던 담낭암 말기의 노인 환자가 위급하다는 호출을 받고 급히 병원에 도착하는데, 환자의 상태는 수술도 불가하며 치료를 한다 해도 더 이상의 아무런 효과도 볼 수 없다는 상황에 봉착하게 되면서 그는 절망감에 빠지게 되고, 결국 죽음을 앞둔 환자를 두고 의사로서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 자신을 책망하며 환자를 위해 어떤 선택과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두고 그는 큰 고민에 빠져 버리고 만다.

이 작품은 매일같이 삶과 죽음이라는 기로에 서있는 환자를 돌봐야 하는 어느 마음 넉넉한 젊은 내과 의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그와 함께하는 여러 등장인물을 통해, 누구에게나 주어진 인생의 행로에 대하여 어떻게 사는 것이 스스로도 행복하고 인간다운 삶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것인지를 깊게 생각해보게 하는 가슴 따뜻하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전개되어 있다. 우리는 가끔 지금까지 자신이 지나온 생의 발자취를 되돌아보면서 아~ 그때 조금 더 잘했더라면 이라거나, 그 당시 왜 그랬을까 그러지 말아야 했는데 하는 뒤늦은 후회의 연민을 할 때가 있다. 그러면서 앞으로 남아 있는 인생의 길은 이전과는 조금 달라진 의미 있고 가치 있는 내용으로 채우기 위해 나름대로 각오를 다지곤 한다. 그러나 시간이 약간 흘러 어느 날 자신의 모습을 문득 거울에 비추어 보면 어느새 이전과 비슷한 길 위에 또 다시 자신이 서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 세상은 혼자 살아가는 곳이 아니며 홀로 살아 갈수도 없는 곳이다. 그래서 조금은 남을 위해 양보하고 더러는 나보다는 남을 먼저 앞세워주기도 하며 힘에 지쳐 쓰러진 누군가가 있다면 손을 내밀어 일어 설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아마도 이 책은 우리가 사는 이곳이 어느 혼자가 존재하는 곳이 아닌 함께 더불어 어울리며 사는 세상임을 우리에게 조용이 일깨워 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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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관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1 케이 스카페타 시리즈 1
퍼트리샤 콘웰 지음, 유소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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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미스터리와 관련한 여러 추리소설을 읽으면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것 중 하나는 사건을 풀어나가는 그 대상들이 대체적으로 명탐정에 비견할 만한 어느 형사에 주로 그 초점이 맞추어져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복잡하게 얽힌 사건의 상황을 논리적으로 풀어가며 범인이 장치해놓은 교묘한 트릭의 함정을 한 꺼풀씩 걷어 내면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의 과정을 지나, 최종적으로는 하나의 작은 단서에서 명쾌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이야기의 전개에서 우리는 추리라는 장르의 영역을 통해 독서의 즐거움을 충분히 맛보았던 것 같다. 계절이나 어떤 유행에도 상관없이 여전이 줄기차게 출간되어 독자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여러 추리 소설 중에서, 이 책이 나에게 눈길을 끌게 만든 것은 이제껏 보아왔던 사건과 관련하여 그 해결의 주체가 형사의 시각이 아닌 법의관의 입장에서 다루어지고 있다는 것이 조금은 의외이기도 했고, 이에 따라 사건의 전개부분에 있어 범죄에 대한 다양하고도 심층적인 이야기가 펼쳐져 있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요즈음의 수사기법은 예전처럼 끼워 맞추기식의 주먹구구적인 형태가 아닌 TV 드라마에서 나오는 CSI의 수사방식처럼 철저하고도 과학적인 근거에 따라 증거물을 제시하여 범인을 가려내고 있는 것이 일반적인 일이다. 또한 시대가 변하면서 오늘날 벌어지는 일련의 범죄의 행위가 점차 치밀해지고 계획화 되어가는 점에서 범죄 심리분석가인 프로파일러의 양성이나 혹은 범죄의 현장에서 결정적인 증거를 찾아내는 법의학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이 날로 높아졌음을 볼 때, 이 책은 그러한 관점에서 독자들에게 추리에 대한 신선하고도 새롭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으며, 내용의 접근에 있어서도 기존의 추리소설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짜릿하고 환상적인 스릴러는 물론이고 현대 과학 수사의 다양한 기법들을 간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어서 이러한 장르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권할만한 좋은 작품이라 여겨진다.

책을 펴면서 비로소 알게 되었지만 이 책이 외국에서 크게 호평 받았다는 것 외에도 개인적으로 작가에 대한 적잖은 호감을 주었던 이 작품은, 법의학자인 스카페터라는 한 여성의 시각을 중심으로 연쇄 살인범을 추적해 가는 과정이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는 다소 독특한 작품이다. 그녀는 미국 버지니아 주의 신임 법의국장으로 자신의 법의학적 업무와 관련하여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섬세하고도 치밀하게 수행해가는 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인데, 그런 그녀 앞에 최근 혼자 사는 독신 여성들을 상대로 벌이는 연쇄적인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죽은 시체의 상태로 보아 동일인으로 보이는 이 사건은 범행수법이 잔인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범행현장에서의 어떤 증거도 발견되지 않으며 검시 과정에서도 특이한 점을 찾지 못하면서 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기는커녕 점점 미궁으로 빠지는 결과를 낳고 만다. 한편 다음 피해대상자가 누구일지 알 수 없는 의문의 연쇄살인이 신문과 방송으로 보도 되면서 불안함을 느낀 시민들은 경찰의 치안에 문제점을 두고 압박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고, 시 당국은 그 불안을 증폭시키는 원인을 법의국에 초점을 맞추면서 스카페타는 위기에 몰리게 되는데, 급기야는 최우선적인 보안으로 유지되어야 할 법의국내의 컴퓨터 시스템에 누군가에 의해 정보를 빼내기 위한 해킹의 흔적이 발견됨으로서 사건은 또 다른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또한 책 속에는 주인공인 스카페타 외에 형사부장인 마리노 형사와 FBI 심리분석관인 벤턴이라는 인물이 등장 하는데, 이들은 각기의 영역에서 때로는 서로 부딪치기도 하고 협력하면서 범인의 행방을 쫒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 독자로 하여금 책 속으로 몰입을 돕고 있기도 하다.

이 작품이 다른 어떤 추리물과 비교해서 흥미로운 점은 예를 들어 여타의 추리 작품들이 하나의 사건을 둘러싸고 트릭과 반전의 과정을 통해 논리적인 최종적 해결에 도달하는 식의 아기자기한 이야기가 다루어졌다고 보면, 이 작품은 그와는 좀 더 다른 관점에서 다양한 전개 과정이 그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즉 연쇄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가 다른 어떠한 증거물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범죄의 원인은 과연 어디에 있으며, 범인은 무슨 근거로 이러한 끔찍한 사건을 저질렀고, 어떠한 방법으로 범죄자를 찾을 것인가에 대해 사건과 관련한 여러 가지의 시각들이 재미있게 연결되어져 있는 점이다. 등장인물에서 보듯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주인공 스카페타의 법의학에 근거한 과학적인 시각이 존재하며, 범죄 심리학자인 벤턴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범죄자의 심리학적인 측면과 그리고 범죄와 관련하여 주변 현장을 직접 탐문함으로서 사건을 해결하려는 마리노 형사의 이야기 등 세 가지의 과정이 매우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있어서 하나의 사건을 두고 여러 가지 상황을 설정한 저자의 치밀한 구성이 돋보이는 작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 작품에는 안개처럼 희미하게 가려져 있는 미스터리 또한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은 스릴적인 내용과 인물들의 심리적인 묘사가 섬세하게 잘 나타나 있어 추리물을 좋아 하는 독자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큰 즐거움을 주지만 기존의 작품에서 흔히 등장하는 반전의 내용이 없다는 점에서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그러나 독자들로 하여금 단 한순간도 허점을 드러내지 않을 만큼 극적인 장면들이 인상적으로 다가오는데다가 법의학과 과학수사의 요점들이 흥미롭게 펼쳐져 있어서 독자들에게 충분한 재미를 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어서 관심 있는 독자들이 있다면 한번 읽어 보기를 권해보고 싶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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