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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카르테 1 ㅣ 신의 카르테 1
나쓰카와 소스케 지음, 채숙향 옮김 / 작품 / 201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들은 때로 자신의 인생에 대해 희망은 보이지 않고 주어진 삶의 무게가 감당 할 수 없을 만큼 무겁게 느껴져 압박을 당하게 되거나, 혹은 평온한 인생을 살아가다가도 어느 날 문득 정신적 육체적으로 고통의 아픔을 껴안게 되는 경우 삶의 대한 희망보다는 절망에 가까운 몸부림으로 일탈을 넘어 급기야는 극한의 행동을 서슴없이 선택하려는 경향을 보일 때가 있다. 그러나 아무리 세상 살기가 힘들고 어렵다고 해도 한 발 머물러 자신의 마음을 가다듬어 눈을 크게 뜨고 우리 주위를 자세히 둘러보면, 누군가로부터 기꺼이 어깨를 기대고 싶을 만큼의 큰 감동이나 힘을 얻게 되기도 하고, 묵묵하게 자신을 응원해주고 지켜봐주는 이가 있어 그래도 아직은 세상 속에 살아갈 만한 이유들이 있음을 그때서야 뒤늦게 깨닫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일까 모르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정말 오랜만에 가슴 뭉클한 감동은 물론이고 책 속 주인공을 통하여 각박하고 거친 세상에서도 결코 흔들리지 않고 아름다운 인생을 가꾸어 나가는 한 인간의 단면을 본 듯하여, 오늘을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이 책을 꼭 한번 접해봤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현직의사가 자신의 현장 경험을 살려 사실적인 생생함이 그대로 전해지는 이 작품은 간결한 문체와 더불어 생사의 갈림길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병원을 주 배경으로 하면서도 시종일관 그 분위기가 매우 경쾌하고 코믹스럽게 연결되어 있어서 독자들로 하여금 어떤 건조함도 주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책 속으로 빠지게 하는 묘한 매력을 담고 있는 책이다. 또한 책 속에는 저마다 독특한 캐릭터들이 등장하여 서로 교감을 나누면서 그 안에서 상대방을 위한 배려와 이해 그리고 따뜻한 인간미를 나누는 과정 등을 통해 우리가 친근하게 다가가 따뜻함을 느낄 수 장면들이 많아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이야기의 전개를 통해 누구나 깊은 감동을 받을 수 있으리라 보며, 우리에게 나름대로 삶에 교훈적인 의미까지를 전해주기도 해서 근래 보기 드문 좋은 작품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일본의 어느 작은 지방의 소도시 신슈라는 곳에 위치한 혼조병원에는 괴짜 의사 한명이 있다. 그는 능력 있고 촉망받는 의사이면서도 지금보다 더 좋은 다른 대학병원을 마다하고 5년째 오로지 이 병원을 고수하며 근무하고 있는데, 이곳의 환경을 보면 야근을 밥 먹듯이 해야 하고, 쉬는 날에도 응급환자가 생기면 언제라도 호출되어 달려가야 하며 야간 당직인 경우에는 자신의 전문 분야인 내과 말고도 외과나 이비인후과에 어울리는 환자들까지도 모조리 돌봐야 하는 그야말로 열악하기 그지없음에도 그는 이러한 환경에 불평불만을 늘어놓기보다 의사로서 자신이 돌봐야 하는 환자의 아픔과 애환에 함께 공감하며 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통해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보람된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병원으로부터 자신이 주치의로 있던 담낭암 말기의 노인 환자가 위급하다는 호출을 받고 급히 병원에 도착하는데, 환자의 상태는 수술도 불가하며 치료를 한다 해도 더 이상의 아무런 효과도 볼 수 없다는 상황에 봉착하게 되면서 그는 절망감에 빠지게 되고, 결국 죽음을 앞둔 환자를 두고 의사로서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 자신을 책망하며 환자를 위해 어떤 선택과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두고 그는 큰 고민에 빠져 버리고 만다.
이 작품은 매일같이 삶과 죽음이라는 기로에 서있는 환자를 돌봐야 하는 어느 마음 넉넉한 젊은 내과 의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그와 함께하는 여러 등장인물을 통해, 누구에게나 주어진 인생의 행로에 대하여 어떻게 사는 것이 스스로도 행복하고 인간다운 삶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것인지를 깊게 생각해보게 하는 가슴 따뜻하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전개되어 있다. 우리는 가끔 지금까지 자신이 지나온 생의 발자취를 되돌아보면서 아~ 그때 조금 더 잘했더라면 이라거나, 그 당시 왜 그랬을까 그러지 말아야 했는데 하는 뒤늦은 후회의 연민을 할 때가 있다. 그러면서 앞으로 남아 있는 인생의 길은 이전과는 조금 달라진 의미 있고 가치 있는 내용으로 채우기 위해 나름대로 각오를 다지곤 한다. 그러나 시간이 약간 흘러 어느 날 자신의 모습을 문득 거울에 비추어 보면 어느새 이전과 비슷한 길 위에 또 다시 자신이 서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 세상은 혼자 살아가는 곳이 아니며 홀로 살아 갈수도 없는 곳이다. 그래서 조금은 남을 위해 양보하고 더러는 나보다는 남을 먼저 앞세워주기도 하며 힘에 지쳐 쓰러진 누군가가 있다면 손을 내밀어 일어 설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아마도 이 책은 우리가 사는 이곳이 어느 혼자가 존재하는 곳이 아닌 함께 더불어 어울리며 사는 세상임을 우리에게 조용이 일깨워 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