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셔스
사파이어 지음, 박미영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여기 한 소녀가 있다. 그녀는 4살 때부터 부모에게 하루가 멀게 정신적 육체적으로 무자비한 가정폭력과 성폭력에 시달리다가 급기야는 12살에 자신의 아버지로부터 강제적인 성폭행에 의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다운증후군인 아이를 낳게 되었고, 곧이어 16살에도 똑같은 폭행으로 둘째 아이를 낳게 된다. 이것도 모자라 그녀는 짐승 같은 아버지로부터 에이즈라는 병까지 얻은 채로 불행한 굴레에 갇혀 힘겨운 영혼으로 홀로 서있었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그 누구도 그녀를 구출해 주지 않았다. 다소 의아스럽고 마치 해외토픽에나 나올 만큼 충격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책은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과 함께 온통 내 가슴을 먹먹하게 한 그야말로 책을 읽는 내내 안타까움이 들게 했던 작품으로 기억 된다. 아마도 어떤 이는 소설에나 나올법한 이러한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보고 결코 있을 수없는 이야기라며 폄훼하듯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눈을 좀 크게 뜨고 양지에 가려 그늘진 우리 사회의 구석을 자세히 한번 살펴보라고 말해주고 싶은 생각이 든다. 솔직히 설사 책의 내용과 똑같을지는 않을지언정 이와 유사한 상황이 우리의 사회에도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임에도 아직까지 우리가 잘 모르고 있거나 아니면 이를 알고도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니 하고 회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은 아이 스스로의 인격은 무시당한 채 부모로부터 가정 내에서 행해지는 무자비한 체벌과 성폭력, 그리고 단지 공부를 잘하지 못하고 뚱뚱하고 못생겼다는 이유만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받아야하고 멸시 당하는, 사회폭력에 무방비 상태로 놓인 바로 우리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그려내어 우리의 마음에 경종을 울리는 사회고발적인 내용과 그러한 악조건 하에서도 존중받는 인격체로 살아가기 위해 비록 험난한 현실이지만 한 가닥 희망을 버리지 않고 이를 극복하고 이겨내려는 한 소녀의 감동적인 내용이 잘 조화 되어 있어서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잔잔하고도 애틋한 여운을 주는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이다.

제 82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하기도 한 영화 프레셔스의 원작인 이 소설은 미국 할렘가의 어느 소외된 한 가정을 배경으로 어려서부터 부모에게 짐승 같은 대우를 받으며 폭력과 겁탈을 당하는 프레셔스라는 12살 어린 소녀의 고백적인 수기 형식으로 되어 있는 있는데, 그 내용이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어서 당시 미국사회의 많은 사람들에게 적잖은 충격은 물론이고 충분한 공감과 감동을 주었던 작품이기도 하다. 매일같이 부모로부터 잦은 학대로 인해 노예와 같은 삶을 살아가던 주인공은 자신의 아버지로부터 강제적인 성폭력에 첫 아이를 출산하면서 집안에서는 사회연금을 타기위한 일종의 도구로 전락하게 되고, 외모적인 것으로 학교에서는 친구들로부터 왕따를 당하는 현실에서 그녀는 스스로 나는 아무에게도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는데 왜 이런 고통스런 현실을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된다. 가혹한 친구들의 놀림에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우연하게 알게 된 대안학교에서 그녀는 새로운 선생님을 만나게 되는데, 선생님으로부터 이제껏 단 한 번도 느끼지 못했던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는 따뜻한 배려와 격려를 듣게 되고, 그곳 학교에서 만난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친구들과 마음을 열고 대화를 하면서, 그녀는 그 동안 세상의 좋지 않은 면을 바라보고 살았던 부정적인 시각을 버리고 배움을 통해 어두웠던 과거의 기억으로부터 벗어나 새롭고 희망적인 삶을 살아 갈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된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문득 생각이 난 것은 우리의 학교교육이나 사회제도가 도덕적이고 정의로운 삶을 가르치면서도 실상의 내용을 보면 그것과는 상당히 괴리된 현실이 나타나고 있지 않는가 하는 것이다. 마치 곧 다가올 우리의 미래가 누구나 살기 좋고 행복한 세상인 양 떠들어 대고 있지만 뉴스의 사회면만 보더라도 극도의 이기주의와 천민자본주의에 물든 우리의 타락한 모습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어, 실제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을 생각하면 그리 낙관적이지만은 않아 보인다. 더구나 자신의 이상과 꿈을 가지고 힘찬 날개 짓을 해야 할 순수한 우리의 청소년들에게 있어서 이러한 현실은 일탈적인 행위를 부추기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어 사실 자못 불안한 현실인 것 같기도 하다. 어느 누구든 세상에 태어나 사랑받은 기억보다는 버림받고 학대 받은 기억을 유지한 채 살아가고픈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우리 주위를 조금만 자세히 둘러보면 이 책의 주인공처럼 양지에 가려 그늘진 구석에서 홀로 외로이 자신의 아픔을 달래며 오늘을 억지로 버티며 살아가는 우리의 아이들이 분명 있을 것으로 본다. 어둠속에서 밝은 빛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비관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그들에게 과연 필요한 것은 무엇 일까. 아마도 그것은 우리 어른들의 따뜻한 관심과 격려 그리고 사랑이 아닐까 싶다. 이 작품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가정폭력에 대한 심각성을 재인식하고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고 못 배우고 외모적인 것으로 인해 차별하게 되는 편협적인 시각으로부터 부디 자유로웠으면 하는 생각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