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일의 레시피 키친앤소울 시리즈 Kitchen & Soul series 1
이부키 유키 지음, 김윤수 옮김 / 예담 / 201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는 살아가면서 자신을 중심으로 해서 가족을 포함한 그 주위에 있는 여러 친구 그리고 존경하는 스승이나 선배 등 이외에도 직간접적으로 맺어져 있는 사람들과 적잖은 마음의 공감과 교류를 통해 날마다 자신의 역사를 새로이 만들어 간다. 그러한 사람들로부터 파생되는 사랑과 우정, 존경심이나 포용과 같은 단어가 주는 진정한 의미를 깊이 되새기고 가치 있는 인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느끼면서 말이다. 그러나 때로 우리는 정작 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곁에 포진해 있으면서 그 고마움을 주는 존재인지를 모르고 이를 망각하고 지내다가 어느 날 문득 그 대상들이 자신에게서 멀어져 하나 둘씩 사라져 가고 나서야 그들이 자신에게 있어 정말 소중한 사람들이었음을 뒤늦게 깨달을 때가 있다. 특히 이중 가족의 존재는 더욱더 그렇다 할 것이다. 철없는 생각과 일탈의 행동을 보이던 경우에도 언제나 가까이에서 따스한 손길을 내밀어 주던 이가 있었을 것이고, 자신에게 짐 지워진 세상의 무게가 버거워 절망의 순간 앞에 다다랐을 때에도 그들은 진심으로 용기를 잃지 말고 살아 갈수 있도록 아낌없는 응원을 해주었을 것이며, 행여 실수로 뼈아픈 상황에 처해 맞이한 괴로운 현실에서도 그들은 마치 자신의 일인 양 안타까워하며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를 생각하며 고민했을 것이다. 따라서 아무리 각박한 세상을 살아간다 해도 아마도 우리가 결코 잊지 말아야 할 일이 있다면, 자신과 함께하면서 변치 않는 위로와 용기를 주던 그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생각하며 이들의 존재를 언제든 감사히 받아들여야 할 일이란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 책은 오늘을 살아가면서 더러 그 존재의 중요함을 알지 못하고 지나쳐버리는 우리 주위에 많은 사람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더불어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감동적인 소설이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은 어느 한 가정에 엄마라는 실체가 문득 사라져버리고 가족이라는 의미가 점차 퇴색해져가면서 쓸쓸하고 고독한 시간에 머물러 있게 된, 우리가 어쩌면 한번은 겪게 될 수도 있는 가족 간의 우울한 상황을 배경으로 그 구성원들을 통해 지나간 아름다운 추억을 떠올리며 뒤늦은 회한의 감정을 추스르면서 이를 극복해가는 감동적인 내용이 담겨져 있는 작품이다. 어느 날 자신의 아내를 급작스럽게 잃으면서 그 동안 아내가 차지해 온 빈자리를 감당하지 못하던 주인공은 매일 같이 무의미한 하루를 살아가게 된다. 그는 딸아이 하나를 낳고 먼저 떠나버린 첫 번째 부인을 잃고 홀로 아이를 키우며 살아가다가 자신의 누나를 통해 우연하게 알게 된 새로운 여자와 두 번째 결혼을 하면서 그녀의 능동적이며 정성스런 내조 덕분에 행복한 생활을 영위해 왔었는데 이제 더 이상 그녀를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게다가 불행이란 연속적으로 오는 것인지 몰라도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시집가서 행복한 삶을 영위하리라 믿었던 애지중지 키운 딸이 아내의 49재 중 남편의 외도로 충격을 받고 상심한 채 이혼을 전제로 집으로 무작정 찾아 온 것이다. 그러나 이런 곤란한 상황을 미리 예견했던 것일까 그의 아내는 살아생전에 이토모라는 여자를 통해 자신이 만든 레시피로 요리를 만들어 49재가 슬프고 우울하지 않는 분위기가 되지 않도록 해달라는 부탁을 해놓았는데 그녀는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낮선 이곳을 방문하게 된다. 결국 죽은 아내가 이전에 만들어 놓은 레시피는 집안에 드리워졌던 슬픔과 고독을 말끔하게 씻어주는 역할을 하게 되고, 죽음으로 인해 그 동안 이어져왔던 가족의 유대감이 어느 한 순간 단절된 것이 아닌 새로운 시작임을 알게 해주는 중요한 매개체가 되어가면서 가족에 대한 소중한 가치와 그 의미를 새삼 다시 깨닫게 하고 있다.

우리는 언제나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편안하게 안주하며 하루하루의 삶을 살아가지만 이에 대한 고마움과 감사함을 느끼기 보다는 그저 무덤덤하게 살아가게 되는 때가 더러 있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죽음이라는 무한한 이별의 아픔을 겪고 나서야 뒤늦게 우리는 살아생전에 가족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좀 더 잘 챙겨주지 못한 것에 자신을 탓하곤 한다. 돌이켜보면 손안에 쥐고 있을 당시에는 그 소중함과 가치를 모르는 것처럼 가족이 있음으로 인해 우리가 가장 행복한 순간을 만끽하고 있고, 또 이를 통해 자신의 인생이 더없이 윤택해지며 아름다워지고 있음을 깨닫지 못하다가 엉뚱한 방향에서 우리는 자신의 행복을 찾아 헤매고 있는 것은 아닐까도 싶다. 요즈음 가족해체라는 말이 일반화 될 정도로 이런 저런 이유로 점차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듯하다. 물론 나름대로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지만 왜 이러한 내용이 우리사회에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인지 우리는 스스로 한번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보며 또한 가족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오늘 자신의 가족을 위해 스스로가 혹시나 잘못한 것은 없었는지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들을 진정 대하지 못한 것은 아닌지 하루 동안 잠깐의 시간을 내어서라도 반성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이 책 줄거리 속에는 가족과 함께 행복을 공유할만한 재미있고 다양한 레시피가 등장한다. 가족을 위해 저마다의 독특한 레시피를 만들어 아름다운 추억이 될 수 있는 장면을 연출해 보는 것도 행복을 추구하는 하나의 의미 있는 방법이 아닐까 싶으며, 그리고 무엇보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진지하게 생각해보았으면 싶은 것은 우리 자신에게서 가족이란 어떤 의미이며 또 그 존재가 무엇일까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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