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대중문화 분야의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주세요

 출간 때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던 책이었는데,그림을 통해 한국의 인문, 역사,예술 등을 젊은 학자들의 시각에서 펼쳐낸 이 책은 국학으로 대변되는 한국학의 현실을 되돌아 보고 앞으로의 펼쳐지게 될 대중문화에 전망까지를 담아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클 것으로 생각 됩니다. 

 

 

 

 

 

 

오래된 사물들을 통해서 삶의 진정성과 예술미를 감상하는데 그 이해의 폭을 넓혀주는 교양도서가 아닐까 싶네요. 오래된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닌 우리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고즈넉한 대상이 아닐까 싶은데, 이 책 그의 이야기를 통해서 좀더 가깝게 다가가 보았으면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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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
렌조 미키히코 지음, 모세종.송수진 옮김 / 어문학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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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나 미스터리에 관한 작품들에 흥미를 가지는 편이어서 이에 관련한 작품의 신간이 출간되면 으레 관심을 가지고 보게 된다. 사실 미스터리란 어떤 일이나 사건에 대하여 말로 설명하기가 참으로 애매한 것이라는 점에서 애초부터 책을 읽을 때마다 이점을 어느 정도 인식하고 보게 되지만 막상 책을 읽고 나면 어떤 작품을 읽었다는 느낌보다는 오히려 책 속에서 전개되는 이야기에서 한참동안을 헤매다가 곤혹스러움을 안은 채 무한한 미로의 길 찾기처럼 목적지점으로 가지 못하고 마치 쳇바퀴 돌아가듯 무기력해지는 느낌이 들 때가 있기도 하다. 그러나 대개는 독자를 묘한 상황 속으로 몰아가고 있는 작가의 기막힌 상상력에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하는 감탄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서, 아마도 그러한 이유로 미스터리라는 장르가 지금까지도 많은 독자들로부터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이 책은 주로 사랑이라는 주제를 큰 틀로 삼아 그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상황들을 미스터리의 형태로 모두 8개의 단편 소설 작품을 모아 놓은 일종의 미스터리 백화점인 책이라 할 수 있을듯하다. 그러나 보통 미스터리의 이야기가 대개 범죄나 호러와 연계하여 다루어지게 마련인데, 이 책은 그런 것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우리 인간사에 흔히 있는 남녀 간의 치정에 관한 내용을 중점적으로 담고 있고, 또한 이것 역시도 아름다운 사랑의 이야기라기보다는 일탈적인 사랑이 대부분이어서 일부 독자들에게는 약간 의아스럽게 여겨질지도 모르겠으나, 각 작품의 내용을 읽다보면 반전과 트릭이 매우 교묘하고도 복잡하게 얽혀있어서 본격적인 미스터리를 즐기는 독자에게는 더 없는 좋은 읽을거리가 아닐까 싶다.

미녀라는 제목에서 보듯 8편의 단편 모두가 사랑의 이야기가 바탕이 되고 있어 미스터리와는 그리 연관성이 없어 보이지만, 책을 읽어가다 보면 우리가 미처 생각지 못하는 정교하면서도 복잡하고 다양한 형태의 미스터리를 직접 만나 볼 수 있는데, 야광의 입술이란 작품에서는 성형수술을 통해 간접적으로 동성애의 모습이 드라마틱하게 펼쳐지며, 희극 여배우의 경우를 보면 구체적인 7명의 등장인물들이 나왔다가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결국 아무런 살인 사건이 생기지 않았음에도 하나 둘씩 사라져가는 기묘한 미스터리가 등장하고, 타인들이란 작품을 보면 정상적인 가족 관계가 어느새 돌연 이상한 가족관계가 되어버려 독자들에게 이해할 수 없는 묘한 상황에 직면하게 만드는 등 저마다 독특하고 그 나름대로 특징적인 미스터리가 담겨 있다. 여러 작품 중 개인적으로는 밤의 제곱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단편을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 작품은 함께 수록되어 있는 다른 단편과는 다르게 우리가 다른 소설에서 흔히 보던 미스터리와 비슷해 보이는 전개 양상을 띠고 있지만, 자신의 아내를 죽인 유일한 용의자인 남편이 동일한 시각에 자신의 애인을 죽이는 명확한 알리바이를 주장하면서 형사가 혼란에 빠지게 되는 내용을 그리고 있어 미스터리의 미묘한 심리적인 요소가 아주 잘 드러난 작품이 아닌가 싶은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은 각 단편마다 개성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미스터리를 담고 있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그 내용에서 반전의 반전이 계속해서 펼쳐지고 있고 또한 그 안에 교묘한 트릭의 장치가 숨어 있어서 독자들이 책을 읽으면서도 그 내용의 전개에 대해 그 어느 것 하나 쉽게 예측 할 수 없을 정도로 작가의 기교적인 면이 매우 뛰어난 작품들로 엄선되어 있는듯하여, 미스터리 부분만 놓고 본다면 이전의 다른 작품에서 볼 수 없는 여러 가지 색다르면서도 기발한 내용들은 분명 독자에게 큰 흥미를 줄 것으로 본다. 그러나 전반적인 이야기가 모두 동일하게 남녀 간의 불순한 사랑을 그리고 있는데다가, 그것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상식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내용이 너무 많아 이러한 점이 오히려 일부 독자들에게는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고, 특히 일부 작품의 경우 단편임에도 그 내용이 종잡을 수 없을 만큼 상당히 난해하게 그려져 있어서 감상하는데 충분한 공감을 얻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한 가지 주제를 놓고 이렇게 다양한 기법을 담은 미스터리 작품이 그리 흔치 않고, 그 내용에 있어서도 독자들이 흥미를 느낄 만한 제법 특색 있는 이야기들이 많아서 이번 기회에 이 책을 통해 미스터리가 주는 오묘한 매력에 한번 깊이 빠져 보는 것도 좋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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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칼로리 도시락 60세트 - 바쁜 아침 쉽게 만드는 다이어트 요리
윤선혜 지음 / 라이카미(부즈펌)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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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바삐 살아가는 직장인의 입장에서 매일같이 고민되는 것 중 하나는 오늘 점심의 메뉴는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한 것이 아닐까 싶다. 아무리 좋은 말도 자꾸 들으면 싫은 것처럼 자주 먹게 되는 음식은 금방 물리게 마련이며, 그렇다고 허기를 메우는 것 외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패스트푸드나 자신의 입에 맞지 않는 음식을 억지로 먹어야 하는 것도 생각해보면 참으로 고역스런 일이다. 게다가 어쩔 수 없이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음식점에 들러보면 솔직히 재료에서부터 그 맛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몸에 맞는 건강한 식단인지 아닌지 때로 의문스럽게 여겨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외식에 길들여져 있는 자신을 두고 오늘 점심은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에 대한 이런 저런 고민에 사로잡혀 있기보다는, 가급적 짧은 시간을 투자하여 자신의 입에 맞는 건강하고 담백한 자신만의 맞춤식 도시락을 스스로 한번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이 책은 우리의 즐거운 점심시간이 될 수 있을 만큼 도시락에 관한 다양한 레시피가 담겨 있는데 한식은 물론이고 양식을 포함한 드레싱에서부터 여러 가지 각종 반찬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저칼로리 도시락의 기본 가이드가 되는 책이어서 점심을 해결함에 있어 매번 고민해야 하는 직장인들에게는 아마도 유용한 실용서적이 되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의 특징은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도 직장에 출근하기 30분 정도의 여유를 가지고 칼로리는 낮추면서도 몸에는 영양이 풍부한 폭넓은 도시락 음식 정보를 우리에게 제공하여 준다는데 있다. 특히 이 책의 레시피를 살펴보면 요리에 관하여 특별한 지식이 없는 초보자라 할지라도, 누구나 책속의 내용을 보고 쉽게 도시락을 만들 수 있도록 해놓아서 별 어려움 없이 자신만의 건강한 점심 식단을 준비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며, 주말에 어디 야외를 놀러 갈 때에라도 이에 어울리는 아담하고 소박한 음식을 준비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다. 따라서 그 동안 식사 해결을 위해 어디에서 무엇을 먹을지에 대한 고민을 했던 독자나 직장인들이 있다면 이 책 한권으로 그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보면 좋을듯하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어느새 불충분한 음식인줄 알면서도 쉽고 빠르게 어디서든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급조된 인스턴트식품에 길들여져 왔거나 혹은 회사 근처의 일반 음식점을 찾아 맵고 짠 음식을 통해 점심을 대충 해결오지 않았나 싶다. 사실 이러한 문제의 원인은 아마도 우리가 건강한 식단을 직접 계획하고 만들고 싶지만, 식재료의 준비에서부터 어떤 반찬을 어떻게 요리를 해야 할지에 대한 충분한 요리 지식을 갖추지 못했기에, 또는 손수 몸을 움직이고 많은 시간을 투자해 만들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 된다. 그러나 매일 같이 사서 먹어야 하는 식단이 혹시나 자신의 건강을 해치는 결과를 낳거나 단순한 허기를 때우는 식의 마지못한 식사를 하는 경우라면 이는 조금 고려해 보아야 할 일이다. 따라서 이 책을 통하여 많은 독자들이 퇴근 후 잠깐 짬을 내어 자신이 그날에 입에 맞는 식재료를 구해 정성이 담긴 도시락을 만들어 즐거운 식사시간을 즐기면서 자신의 건강도 챙기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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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 그릿 - 진정한 용기
찰스 포티스 지음, 정윤조 옮김 / 문학수첩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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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표적인 영화장르 중 하나를 꼽으라면 아마도 그것은 19세기 서부 개척시대를 배경으로 악당들과 총잡이로 대변되어 호쾌하게 펼쳐지는 서부 영화가 아닐까 싶다. 국내에도 한때 유행이 될 정도로 많은 인기를 누렸던 서부극은 근래 들어 거의 그 자취를 찾아 볼 수 없을 만큼 우리의 눈에서 멀어졌지만, 권선징악을 모토로 하여 광활한 대지위에서 깔끔한 액션과 숨 막히는 대결 구도를 이끌어 내며 쌓여있던 우리들의 스트레스를 해소해 주는 역할을 하기도 했고, 또한 우리에게 정의는 언제나 승리한다는 교훈적 의미를 일깨워 주고 있다는 점에서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좋은 추억의 명화로 자리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 된다. 사실 서부극의 야야기 내용을 살펴보면 대개 그렇듯 무법자를 퇴치하는 과정에서 걸출한 보안관이나 현상금을 노리는 어느 무명 총잡이의 무용담에 그 초점이 맞추어 그려져 있는 것이 아마 대부분일 듯하다. 그러나 이 작품은 조금 생소하게 여겨질지는 모르겠으나 14살 소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불한당을 찾아 복수를 펼치는 모험담이 담겨 있는 기존 영화의 내용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주는 소설이다. 작품 속의 시대가 19세인 까닭에 당시 사회의 치안적인 상황을 고려하면 연약한 어린 소녀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것이 어찌 보면 조금 황당하게 보여 질것 같기도 하지만, 내용을 따라 읽어가다 보면 전혀 부자연스러움을 느끼지 않고도 책 속에 푹 빠져 그 재미는 물론이고 잔잔한 감동까지를 느껴 볼 수 있는 나름 괜찮은 작품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진정한 용기라는 원제목을 달고 있는 이 작품은 서부 개척시대 평범한 사람들을 상대로 살인을 저지르고 절도와 폭행을 일삼는 톰 채니 라는 악당을 쫓아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억울한 죽음에 대해 사활을 걸고 복수를 위해 모험을 감행하는 매티 로스라는 야무진 꼬마 숙녀와, 보안관 대리라는 직책으로 가지고 있으면서 억지스럽고 무자비 하지만 자신이 판단하고 선택한 일에 대해서는 끝장을 보고 마는 애꾸눈을 하고 있는 코그번, 그리고 텍사스 순찰대원이지만 지명 수배자에 걸린 현상금에 더 관심이 많은 라비프 라는 세 인물이 겪는 모험의 과정이 그려져 있다. 리얼한 이야기 전개를 통해 코믹하면서도 등장인물들의 미묘한 심리적 묘사가 잘 배합된 이 소설의 내용을 잠깐 살펴보면, 오고 갈데없는 부랑자를 자신의 농장에 거두어 들였다가 그가 쏜 총에 맞아 숨을 거두었다는 아버지의 우울한 소식을 듣게 된 주인공 매티는 불쌍하게 돌아가신 자신의 아버지의 원한을 풀고자 보안관 코그번을 찾아가 범인을 잡아주는 대가로 거액을 주겠다는 제안을 하게 된다. 단 범인을 잡으러 갈 때 자신과 함께 가야한다는 조건을 달고 말이다. 어린아이의 철없는 생각이라는 판단으로 몇 차례 거부하던 코그번은 고민 끝에 이를 수락하지만, 범죄자에게 거대한 현상금이 걸렸다는 사실을 알고 이전부터 그의 뒤를 쫓고 있던 라비프가 새로이 가세하면서 이들은 각자 목적은 서로 다르지만 험난하고 힘든 여정의 길에 함께 나서게 된다.

미국의 서부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은 그 동안 영화로는 많이 봤으나 개인적으로 이렇게 책으로 대해보기는 사실 처음이다. 이 작품은 서부극 치고는 호쾌한 액션이나 스릴 넘치는 긴장감을 주는 장면은 생각보다 많이 나오지는 않는다. 그래서 독자로 하여금 단조롭게 여겨질 수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다른 작품과는 달리 장황한 배경의 묘사나 지루하게 느껴질 만큼의 군더더기적인 이야기가 없는데다가, 작품의 시작과 전개가 그리 복잡하지 않고 등장인물 역시 많지 않아서 책을 읽는 과정에서의 어떤 혼란스러움이나 곤란함을 겪지 않고도 누구나 편안하게 독서의 시간을 누릴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특히 이 작품이 우리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서부 개척시대라는 다소 독특한 배경과 소재를 토대로 범죄자의 흔적을 찾아 추격하는 과정에서 개성이 뚜렷한 세 인물들 간의 복잡 미묘하게 벌어지는 심리적인 묘사와 화려하고 은유적인 문장을 수반하지 않음에도 작가 특유의 코믹하고 간결한 문체에서 감칠맛 나는 독서의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는 것이다. 선량하게 살아가던 자신의 아버지가 어느 날 괴한에 의해 억울한 죽음을 맞이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어 연약하고 어린 소녀임에도 범인을 잡기위해 당돌하고 거침없는 행동으로 슬기로운 지혜와 진정한 용기를 발휘해 가는 과정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진 이 작품은 아마도 많은 독자들에게 큰 즐거움을 선사해주지 않을까 싶으며, 더불어 <더 브레이브>라는 제목으로 영화화 되어 2011년 아카데미상 10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라는 쾌거를 이루었다고 하니, 영화와 함께 비교해서 보아도 나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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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와 비밀의 부채
리사 시 지음, 양선아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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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도 개봉되어 한동안 우리에게 인기를 끌었던 영화 중 델마와 루이스란 영화가 있다. 로드 무비의 전형이 할 수 있는 이 영화는 여러 면으로 보아 잘 맞을 것 같지 않은 두 여인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당시 남성중심의 사회 체계 속에서 소외된 여성들의 사회에 대한 저항의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눈여겨 볼 것은 운명적인 관계 속에 나타난 두 여성의 모습에서 우리가 적잖은 감동을 받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 책이 다루고자 하는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겠으나 궁극적인 점에서 본다면 공동체적인 운명이라는 틀 안에서 험난하고 고통스런 역경에도 이에 굴하지 않고 서로를 격려하고 포용하며 아름답게 펼쳐가는 우정의 과정은 아마도 그와 비슷한 맥락에 보아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사실 우정이라는 테마와 관련하여 소설이나 영화에 대한 여러 작품들이 있는 것이 사실이긴 하지만 여성들의 내용을 다룬 것들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생각해보면 아마도 우리가 주로 우정을 이야기함에 있어 의리와 연관 지어 마치 그것이 남성들의 전유물인 것처럼 간주되는 것은 혹시 우정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에 은연 중 배어있는 선입관이나 편협한 인식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사랑보다 진하고 운명보다 질긴 두 여인의 고귀한 우정의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담고 있는 이 작품은, 저자의 치밀한 구성과 상상력에 의해 독자들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점점 그 내용 속으로 깊게 빠져들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는데다가,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중국의 전통 풍습에 얽힌 남성위주의 가부장적인 사회의 모습에 의해 철저하게 가려진 여성들의 가슴 아픈 삶의 애환이 우리의 정서에 맞게 매끄럽게 잘 표현하고 있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은 물론이고 우리의 코끝을 찡하게 그리고 마음을 뭉클하게 감동시키는데 충분한 작품이라는 생각이다.

이 작품에 조금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먼저 중국의 오랜 전통 중 하나인 전족과 라오통 그리고 누슈라는 풍습에 대한 것을 조금 알아야 할듯하다. 중국 명나라 전족 미인 반금련은 여자가 아무리 얼굴이 예뻐도 발이 크고 뚱뚱하면 반쪽미인 이라고 말했듯 전족은 천 년간 이어져 온 중국 미인의 절대 조건 중 하나였으며, 전족을 하지 않은 여인은 천민으로 취급 받을 정도로 여성에게는 목숨만큼 중요한 일이었다. 또한 누슈는 한자와 달리 600여개의 음절문자로 이루어진 여성들끼리만 쓰는 비밀스런 언어의 일종이었으며, 라오통이란 여자들끼리 맺는 일종의 인위적 혈연관계인데 한번 맺어지면 죽을 때까지 그 관계를 이어가야 하는 묵시적 법칙이 따르는 여인들만의 독특한 풍습이었다.

책 속에는 두 주인공 설화와 나리가 등장하는데 나리는 가난한 소작농 집안의 딸이며 설화는 귀족 가문의 딸로 태어나지만 이들은 어려서부터 라오통을 맺고 함께 전족을 하며 누슈를 통해 정신적인 동일체를 이루며 커가게 된다. 보통 라오퉁은 비슷한 가문끼리 맺어지는 것이 일반적인 것이지만 이들의 라오퉁이 가능했던 것은 설화의 집안에 피치 못할 상황 때문이다. 이후 성인이 되어 그녀들은 각자 결혼을 하게 되는데 나리는 권위 있는 부잣집으로 설화는 아편과 도박에 빠진 아버지에 의해 몰락한 집안이라는 이유로 백정의 집으로 시집을 가게 된다. 태어날 때와의 상황과는 정반대로 바뀌었지만 이 두 사람은 라오통의 인연을 토대로 누슈를 통해 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아픔과 고통을 함께 나누며 변함없는 우정을 나누어 간다. 그러나 남편의 폭력과 매일같이 시어머니의 학대를 받으며 살아가는 설화의 고단한 인생과 남부럽지 않은 부귀한 삶을 살아가는 나리와의 현실에서 두 사람의 삶은 너무나도 달랐고, 급기야는 두 사람이 주고받던 누슈의 서신 내용을 서로 이해하는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은 커다란 오해가 생겨 그 동안 이어져 오던 두 여인의 라오통의 관계는 결국 단절되기에 이른다. 시간이 흘러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는 설화를 찾아간 나리는 지난날 오해로 빚어진 누슈 속에 나타난 설화의 진심을 뒤늦게 알게 되고 속죄의 눈물을 흘리지만 이미 때가 늦었다는 걸 깨닫고 그것이 마침내 비수가 되어 자신이 죽을 때까지 결코 씻을 수 없는 뼈아픈 마음의 통한으로 남게 된다.

과거 우리나라 조선시대와 비슷하게 19세기까지 중국에서 여자의 삶은 유교의 삼종지도나 4덕의 같은 가르침처럼 자신의 의지나 생각과는 상관없는 남자에게 종속되고 강요된 삶이 마치 가치 있는 것처럼 받아 들여져 온 것이 사실이다. 평생 동안 자신의 삶을 오로지 남편과 집안을 위해 살아야 하고 그것을 당연시 되어야 하며 그 안에서 자신의 행복을 찾아야 했던 상황에서 스스로의 감정과 생각을 마음대로 표출 할 수 없었던 그 시대에 아마 누슈는 당시 여자들만의 유일한 소통 수단이었고 감정이나 욕구불만 해소의 배출구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라오통과 누슈 그리고 전족이라는 독특한 풍습을 매개체로 한 이 작품은 당시 순종을 미덕으로 여기고 살아야 했던 여성들의 고달픈 삶의 애환을 사실적이고도 드라마틱하게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있지 않나 싶다. 사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좀 의아스러웠던 건 동양적인 정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기에는 거부감이 있지 않나 싶은 저자에 있다. 서양인의 시각에서 동양의 정서를 어떻게 이렇게 아름답고도 낭만적으로 표현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이 작품은 작가가 독자들에 대한 감정 이입의 전달에서부터 당시 시대상황을 생생하고도 섬세하게 묘사함은 물론, 두 여인의 성장과정에서부터 점차 변하게 되는 미묘한 심리적인 부분들까지 충분한 공감을 불러일으키게 하고 있어 작품성과 대중성이라는 두 가지 측면을 모두 만족시키는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이다. 따라서 많은 독자들이 기묘한 운명의 굴레를 쓴 두 여인의 애틋하고도 가슴 아픈 우정의 이야기를 통해 진한 감동의 여운을 오래 느껴보았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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